그린
[일사일언] 가을 산을 보며 ......... 김재진  (2001.10.18. 조선일보)



치마바위 바라 뵈는 인왕도, 곡절 많은 북악도 단풍으로 물들고 있다. 오물투성이의 저 여의도 어느 쪽만 사라져도 세상은 한결 더 아름다울지 모른다. 세검정 빠져나가 효자동 근처에서 외국인들이 청와대를 배경으로 기념사진 찍고 있다. 하기야 세월 지나면 치욕인들 기록되지 않으랴. 세상의 시비에 아랑곳하지 않고 남쪽으로, 남쪽으로 단풍이 내려가고 있다.

‘문득 누군가 그리울 때/아니면/혼자서 하염없이 길 위를 걷고플 때/아무 것도 없이 그냥/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운/단풍잎 같은 사람 하나 만나고 싶어질 때/가을에는 정말/스쳐 가는 사람도 기다리고 싶어라./가까이 있어도 아득하기만 한/먼 산 같은 사람에게 기대고 싶어라./미워하던 것들도 그리워지는/가을엔 모든 것 다 사랑하고 싶어라.’

온 산이 단풍으로 물들고, 낙엽이 하나씩 떨어지기 시작하는 이맘때면 시 쓰고 싶어진다. 너무나 바쁜 삶에 시 한 편 읽을 여유 없던 사람들도 어딘가로 문득 떠나고 싶어진다. 가을날, 한 번쯤 일탈을 꿈꾸어보지 않는 이는 아마 민족을 위해 불철주야 이전투구하는 여의도의 저 애국자들뿐이리.

가을에는 모든 것 다 내려놓고 떠나고 싶어라. 세파에 부대끼는 내 작은 존재가 가까운 이들에게 치여 피로를 느끼거나, 사랑한다고 믿던 사람 마저 두렵고 낯설어질 때, 한순간에 다 내려놓고 떠나고 싶어라. 가을에는 더 이상 미워하고 싶지 않아라. 한때 미워했던 사람도 용서하고 싶어라. 텅 비어 먼 산 같은 사람에게 기대고만 싶어라…. 가을날, 눈부신 섬진강 물빛/무거운 마음 내려놓고 화개에서 하동까지/놀러 가는 내 몸이 단풍잎 같다.

( 김재진·시인 )


------------------------------------------------------------------------------------------
신문을 읽다가 제마음과 같은 글을 발견... 한번 올려보았습니다...
저는 내일 그동안 꿈꾸어 오던 일탈을 합니다...
아마도... 춘천... 에서... 청평사... 산책로를 따라서... 일탈을 하러 가긴 가는 데 잘 돌아올 수 있을지...
혹 토요일... 청평사에 산책나가시는 분들...
예쁜 단풍잎을 보시거든 그린인가 한번 의심해 보시길... ㅎㅎㅎ
그리고... 팬미팅을 위해 어렵게 시간을 비워 놓으신 분들은... 기회에 일탈을 한 번 꿈꾸어 보시길...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구요... 주말까지 즐거움으로 이어가시기를...
모두들 행복하세요...





댓글 '3'

현주

2001.10.19 14:47:24

그린언니..이쁜 단풍잎 몇개 가져오셔서..스타쥬~사람들에게도 좀 나눠주세요~ 호호~ 전 가을과 안어울리게시리..이번일요일엔..에버랜드 놀러갑니당...호호~ 잘 다녀오세요~

***

2001.10.19 19:18:23

그린님 항상 글 잘 보고 있습니다. 너무 좋은 글 ..저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시네요 늘... 앞으로도 기대할깨요 ^^

현경이~

2001.10.20 03:11:17

에버랜드~ 넘넘 부럽당.. 등산도 참 좋은데.. 영화나 쇼핑은 혼자 할수 있는데.. 여행은 아직 용기가 안나요.. 혼자 할수도 있을꺼 같은데.. 처음이 넘 어렵네요.. ㅋㅋㅋ 우리 모두 일탈 해볼까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57 "커야 뜬다?"… [2] 프리티쥬 2001-10-19 3489
1256 처음으로글올립니다 [3] 미리 2001-10-19 3187
1255 영화...봄날은 간다... [1] 현주 2001-10-19 3050
1254 초코렛에 대하여.. [2] 현주 2001-10-19 3123
» 가을날, 한 번쯤 일탈을 꿈꾸어 보심이... (퍼온 글) [3] 그린 2001-10-19 3205
1252 지우언니.. 패션쇼는 갈수 없었지만,, 볼수는 있었다.. [5] 체리 2001-10-19 3062
1251 운영자님~~(현주언니)^^ [6] 마니 지우 2001-10-19 3109
1250 푸...한숨만 나오네여.. [6] 차차 2001-10-19 3076
1249 ㅜ,ㅜ 미안해염 누나~ 저도 유리누나 잠수함에몰래타고 떠나네염 [4] 지우짱15 2001-10-18 3175
1248 자 머두덜 실말마시궁~m.m [2] ○ⓔ뿐어키○ 2001-10-18 3170
1247 민철의 일기를 쓰며......... [1] 그때 그 컴맹 2001-10-18 3048
1246 자자..누가누가 어울릴까요?. [22] 투표 2001-10-18 3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