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든... 떠난다는 것... 그것은...

조회 수 3069 2001.10.23 02:59:12
그린
모두들 즐거운 주말을 보내셨군요...
저는요...
내년이면 만난 지 20년이 되는 친구와... 그녀의 아들과... 청평사엘 다녀왔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생각해 보니...  오래된 친구지만 이렇게 둘이?(사실은 셋) 떠난 여행은 아마 처음인 것 같네요... 같이 만화보고... 영화보고... 차마시고... 밥먹고... 이런 기억들만...
예전에 서로가 홀가분했을 땐 왜 이런 생각을 못햇을까요?... 참 아쉽습니다...
세번째 오르는 청평사 산책길... 제가 기억하고 있는 그대로였지만 청평사는 많은 공사를 하고 있어서 다소 산만했습니다...
서로 다른 사람들과의 추억이 있는 곳... 올가을... 나의 오래된 친구와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친구의 아들이 스릴?을 즐기는 관계로 서로 많은 이야기는 나누지 못했지만... 그래도 즐거운 일탈이었습니다...

일상적인 생활에서 벗어나... 어디로든... 떠난다는 것... 그것은 저에게 무척이나 설레는 일입니다... 늘 하는 생활이 그렇게 버겁지 않은 데도 말입니다... 오래 떠나있다 보면... 다시 그 평범한 생활이 그리워지는 때가 오는 것처럼... 그렇게 우리는 가끔 변화를 그리워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떠나는 날... 전날 밤부터 바빴지요... 그냥 하루 갔다오는 건데 무에 그리 준비할 게 많은지... 여행에 익숙지 않은 자... 아마도 마음이 들떠서... 다음날 아침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 올빼미인 무서운 습관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었지요... 괴로워 하다가 두 시간 자고 일어났습니다... 후다닥 준비하고... 바쁜 마음으로 청량리로 달려갔지요(버스 안에서도.. 지하철 안에서도 달렸답니다... 마음은... ㅎㅎㅎ)... 너무 달려서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기차가 출발하기까지...

청량리에서 기차를 타고... 삶은 달걀과 김밥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춘천입니다...
배를 타고 초록빛 물빛의 소양호를 건너는 중....
초록빛 물속에서 솟아나온 듯... 아름다운 단풍잎으로 뒤덮인... 꿈틀거리듯 이어지는 거대한 산의 등줄기와 가파른 골짜기... 고물에서 하얗게 부서져 튀어오르는 초록빛 물... 뱃바람에 머리칼도 날려보고... 신선한 공기도 힘껏 들이마셔 가슴속에 담고... 룰루 랄라~

그렇게 배에서 내려 많은 사람들이 소망을 담아... 때로는 장난삼아... 쌓아올린 돌탑에... 돌 하나 더 올리며 내 소원빌고... 올라가면...
보기 좋게 구부러진 길 양 옆으로... 적당하게 물든 아름다운 단풍들이 어우러져 아주 운치있는 길이 우리를 반겨줍니다... 가뭄에 물은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계곡의 물 흐르는 소리 좋고...  서로 말이 없어도 마음은 하나일 것 같고... 낙엽 밟는 소리에... 물흐르는 소리에... 자연의 소리에 마음과 귀를 열면 자연과 하나가 된 듯했습니다...
단풍이 드리워진 구부러진 길... 하나에서... 다정한 둘에서... 셋으로.. 다시 하나... 사라졌다 나타나고... 나타났다 사라지는... 앞에 가는 사람들... 그들도...  저도... 제 친구도... 친구 아들도... 어쩌다 낙엽속에서 튀어나온 다람쥐도...모두 단풍잎처럼 자연의 일부가 된 듯한 느낌... 여유로워 보이는 사람들이 있어 더 아름다운 가을길이었습니다...

돌아오는 길... 차갑게 느껴지는 계곡물에 빨갛게 물든 단풍잎 하나 띄워 보내고... 빨갛게... 노랗게... 물든 고운 단풍잎... 주워왔습니다... 벌레먹은 단풍잎도...
두꺼운 잡지에 끼워놓았지요... 시간이 흘러 그 단풍잎들의 고운 색깔이 퇴색할 때 쯤이면 그 잡지속에 추억이 담긴 잎들을 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다시 들추어 보는 날이 있어... 친구와 함께 했던 그 가을길을 떠올리겠지요... 아름다운 추억으로... 아마 내년 가을이 될지도... ㅎㅎㅎ

많은 부와 행복을 얻으려는 사람들의 이기적인 욕망... 그로  인해 망가져가는 자연의 모습에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필요에 의해 니것 내것으로 선을 그어 나누어 갖은 자연...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자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그래도... 어떤땐 이런 자연을 니것 내것으로 나누고... 돈으로 사고 팔고... 하는 게 참 우습게 생각될 때도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돈도 참 우스워집니다... 점점 이상한 생각에 빠지는 그린입니다... 원시시대에나 어울릴 것 같은 그린... ㅎㅎㅎ
원초적으로 그 자연은 누구의 소유도 될 수 없다는 생각... 영원히 소유할 수 없는 것... 잠시 빌려쓰고 있을 뿐... 살아있는 동안... 자연을 아끼고 사랑합시다!...
누군가의 이런 말이 생각납니다..
<지구는 집과 같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잠시 머물다 가는 곳...>

오늘도 변함없이 모두 잠든 시간에 왔다 갑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댓글 '4'

현주

2001.10.23 04:36:43

그린님..역시나 오늘도 전 아직 잠못이루고 있습니다..좋은 추억하나 더 만들어 오셨군요..그린님글을 읽고 나니.. 꼭 저도 그곳에 다녀온 기분이 드는군요..저도 산에 가보고 싶네요..깊어서 너무나 조용한 산속에 있는 오래된 절에서 들려오는 풍경소리가 듣고 싶어요..전 절에가면 마음이 편안해지거든요~ 그린님도..좋은하루 되세요..

아린

2001.10.23 09:11:02

정말 저도 여행을 다녀온듯한 기분입니다...우리 언제 날 잡아서 다 같이 소풍가면 넘 좋겠어요...

제이

2001.10.23 09:40:15

그린님의 말씀을 들으면... 어느새 저도 님의 생각을 따라 가고 있군요..........언젠가...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평생지우유리

2001.10.23 17:12:52

흠~~나두 어뒤론가 휘리릭~~떠나고 싶은뒤 이놈의 발땜시~~그냥 지우언니 따라 갈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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