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가을을 뜨겁게 달궜던 <가을동화>의 신화가 2002년 겨울로 이어진다. 윤석호 PD가 1년여 만에 연출, 내년 1월 초 방송될 KBS 2TV 월화미니시리즈 <겨울연가>가 지난 12일 강원도 춘천시 남이섬에서 첫 촬영을 시작했다.
　
차가운 겨울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교복을 입고 고교생으로 돌아간 배용준과 최지우의 모습이 취재진의 눈길을 붙들었다. 풍요로운 자연의 품에 안긴 때문일까. 촬영장의 분위기는 한껏 여유롭고 화기애애했다.

첫 촬영의 열기와 웃음이 끊이지 않는 가족적인 분위기가 쌀쌀한 겨울날씨를 녹이고 있었다.
　제작발표회를 겸한 첫 촬영이라 이날 촬영이 없는 박용하ㆍ박솔미ㆍ이혜은ㆍ류승수 등의 출연진도 총출동, 촬영장의 분위기를 익히며 촬영에 열을 올리고 있는 배용준과 최지우를 열심히 격려했다.
　
열기와는 달리 촬영은 더디기만 했다. 촬영분은 배용준과 최지우가 자전거를 타고 첫 데이트를 하는 장면. 아름다운 영상을 추구하기로 유명한 윤석호 PD는 소문대로 쉽게 `OK'사인을 내지 않았다. 뭔가 흡족하지 않은 표정으로 "한번 더"를 외쳤다. 덕분에 얇은 교복만 입은 두 주인공은 입술이 새파래졌고, 최지우의 아래턱은 심하게 떨렸다
　
자전거에서 떨어져 엉덩방아 찧는 장면을 반복해야 하는 최지우의 얼굴이 절로 일그러졌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카메라가 돌기만 하면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수차례 자전거 장면을 반복하는 사이 빗방울이 굵어지고 해가 뉘엿뉘엿 넘어갔다. 광선을 중요시하는 윤PD는 그제야 촬영을 접었고, 드디어 <겨울연가>의 제작발표회가 시작됐다. 드라마의 성공을 기원하는 고사도 지냈다.
　
윤석호 PD는 "18년간 몸담았던 KBS를 떠나 처음으로 연출하는 작품인 데다 <여인천하>와 맞붙어야 하는 편성 등이 부담스럽다"며 "내가 좋아하는 슬픈 사랑이야기를 아름다운 화면에 담아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첫사랑> 이후 5년 만에 만난 배용준ㆍ최지우커플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남다른 각오를 보였다. 연출자와 출연자들은 드라마에 대한 이런저런 의견을 나누며 남이섬의 밤을 오롯이 밝혔다.
　
이튿날 이른 아침부터 촬영이 다시 시작됐다. 어제 하루종일 찍던 자전거 장면. 섬 가장자리 바닷가에 난 단풍나뭇길로 자리를 옮겨 촬영을 했다. 자전거가 4번쯤 왕복을 반복하고야 `OK'가 떨어졌다. 하지만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두 주인공의 클로즈업 장면이 남은 것.
　
최지우가 리어카에 올라 하늘을 향해 팔을 벌린 채 몇차례 오솔길을 왕복하고, 뒤를 이어 배용준도 혼자 자전거를 타며 표정연기를 한 끝에 비로소 촬영이 끝났다. 시계는 어느새 정오를 가리키고 있었다. 스치는 한 장면이지만 보다 아름다운 영상을 위해 제작진과 배우는 꼬박 하루하고도 반나절을 투자한 셈이다.

제작진과 출연자들은 1주일 일정으로 춘천과 홍천 등을 돌며 아름다운 겨울장면을 카메라에 담은 뒤 서울로 돌아올 예정이다. 열정으로 뭉쳤기에 이들이 브라운관을 통해 그려내는 <겨울연가>가 어떤 색깔일지 더욱 궁금해진다.



"키스 할까요? "


Goodday..2001.12.16
이상민 기자 marineboy@h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