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미
  겨울연가 10부를 다시 보았습니다.
  유진이 우는 모습이 자꾸 떠올라 다시 보았습니다.
  이번에는 민형이 주차장에서 유진을 기다리다 혼자 스키장으로 돌아오는 모습이 제일 먼저 들어오더군요.
  그리고 도종환님의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이라는 시詩가 생각이 나 적어 봅니다.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조용히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자연의 하나처럼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서둘러 고독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고 기다림으로
      채워간다는 것입니다.

      비어 있어야 비로소 가득해지는 사랑,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평온한 마음으로 아침을 맞는다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은 몸 한쪽이 허물어지는
      것과 같아 골짝을 빠지는 산울음소리로 평생을
      떠돌고도 싶습니다.

      그러나 사랑을 흙에 묻고 돌아보는 이 땅 위에
      그림자 하나 남지 않고 말았을 때 바람 한 줄기로
      깨닫는 것이 있습니다.

      이 세상 사는 동안 모두 크고 작은 사랑의 아픔으로
      절망하고 뉘우치고 원망하고 돌아서지만 사랑은
      다시 믿음, 다시 참음, 다시 기다림,
      다시 비워두는 마음으로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랑으로 찢긴 가슴은 사랑이 아니고는 아물지 않지만,
      사랑으로 잃은 것들은 사랑이 아니고는 찾아지지 않지만,
      사랑으로 떠나간 것들은 사랑이 아니고는 다시 돌아오지
      않지만 비우지 않고 어떻게 우리가 큰 사랑의 그 속에
      들 수 있습니까,

      한 개의 희고 깨끗한 그릇으로 비어 있지 않고야
      어떻게 거듭거듭 가득 채울 수 있습니까,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평온한 마음으로 다시
      기다린다는 것입니다.


  상혁이 유진의 방에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고, 유진이 묵묵히 고개 숙이고 있는 장면을 보면서 이 시詩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나의 모든 것을 주어야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나의 모든 것을 주려하여도
      받아 줄 이가 없으면
      이루어 질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다 사랑할 수 없습니다.
      서로를 만날 수 있는 마음의 만남의 시작이
      먼저 있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진실이 함께 하지 않으면
      모두가 다 이루어질 수 없는
      거짓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유진이 상혁의 질문에

     "...이유를 댈 수가 없어."

  라고 답하고, 잠시 상혁의 표정이 경직硬直되어 있을 때 이 시詩가 떠올라 적어봅니다.

      나... 보고 싶은 사람은 너인데...
      내가 보고있는 사람은 니가 아니고...

      나... 기다리는 사람은 너인데...
      내게 오는 사람 또한 니가 아니야...

      나... 사랑하는 사람은 너인데...
      니가 사랑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닌가봐...

  그런데 유진의 대답 뒤에 나오는 상혁의 대사는 제가 들어도 참 무섭더군요.
  용서하지 않겠다는,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는....


  유진에게 용서하지 않겠다는 말을 하고 나가는 상혁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멍하니 눈물 흘리는 유진을 보면서 이 시詩가 생각이 나 적어봅니다.

      1.사랑이 일어서자 고통도 일어섰습니다.
        사랑이 주저앉자 고통도 주저앉았습니다.
        사랑이 눕자 고통도 누웠습니다.
      2.참다못한 사랑이 고통에게 말했습니다.
        "저리 좀 떨어져! 너 때문에 사람들이
        나를 멀리한단 말야!"
      3.그러자, 고통이 말했습니다.
        "너랑 나랑은 쌍둥이인걸.
        내가 곧 너고 네가 곧 나야. 나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 네 자신도 포기해야 해."
      4.사랑과 고통은 손을 잡고 사람의
        마을로 갔습니다. 사랑이 찾아든 가슴은
        이내 고통으로 일그러졌습니다.
      5.사랑은 고통마저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이루어 질 수 있답니다.


  진숙이 유진의 아파트를 나가면서 유진에게 꼭 해주고 싶었을 시詩가 생각이 났습니다.

      넌 이걸 알고 있니?
      천 원짜리 지폐는 반으로 나누면 아무 쓸모가 없고,
      젓가락은 하나로는 사용하기 어렵고,
      앨범은 사진이 없다면 존재하지도 않았고,
      아무튼 세상에는 꼭 들어야 하는 게 너무 많아...
      니가 그걸 안다면 이것 또한 알았으면 좋겠다...
      그런 것들 말고 세상엔 정말 같이 있어야 할 두 사람이 있다는 걸...


  진숙이도 채린이에게 가 버린 후, 방안에 혼자 않아 약혼반지를 빼내 케이스에 담으면서

     "상혁아... 나 용서하지마..."

  하면서 눈물 흘리는 유진을 보면서 이런 시를 떠올려 보았습니다.

      네가 써보낸 편지 때문에
      나는 결코 불안해하지 않는다.
      너는 나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 말하지만,
      그러나 네 편지는 그렇게 긴 것을 예쁜 글씨로
      촘촘히 쓰여진 열두 장의 편지
      그건 이미 조그마한 원고가 아닌가!
      이별을 하려 할 때 그렇게 자세한 편지를
      쓰는 사람은 없다는 걸.

  유진도 상혁이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말은 '용서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결국은 자기를 이해해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이 글도 생각이 났습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이렇게 속으로는 조용히 울고 있다는 것을
      그대는 모르게 하는 일 …

  라는 글이요.


  이어지는 장면에서 민형이 혹시나 유진이 오지 못하는 건 아닐까 하며 밤새워 있던 모습을 보면서 이 시를 떠올려봅니다.

      사랑해요
      할 때는 모릅니다.
      얼마나 사랑하는지
      사랑했어요
      할 때야 알 수 있습니다
      하늘이 내려앉은 다음에야
      사랑
      그 크기를 알 수 있습니다.


  유진과 민형이 하얀 눈밖에 보이지 않는 언덕에서 즐거운 시간을 가지고 있을 때 나오던 ost의 4번 트랙 '그대만이'가 인상적인 느낌을 주었던 장면에서 유진에 대한 민형의 마음은 이러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단, 민형이 유진을 보내야 하는 운명을 알았다면 말입니다.

      많이 힘든 날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을 때
      떠오르는 얼굴이 항상 내가 되었으면 해...
      아침에 눈뜨면 맨 먼저 보고 싶은 얼굴이
      항상 내가 되었으면 해...
      아주 기쁜 일이 있을 때
      그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은 사람이
      항상 내가 되었으면 해...
      사랑하는 사람이 있냐는 물음에
      망설임 없이 대답할 수 있는 얼굴이
      항상 내가 되었으면 해...
      먼 훗날 아련한 기억 속에서
      그리운 얼굴이 항상 내가 되었으면 해...
      나 너에게만은 꼭


  용국의 전화를 받고 울고 있는 유진에게 민형이 '상혁이 때문에 그러냐'고 물을 때 유진이 하는 대사중에 이런 말이 있었죠.

     "시간이 지나면..... 시간이 많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죠?"

  저 지난 글에는 이렇게 썼는데,

     저 여기에서 유진에게 화가 좀 나더군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기야 하겠죠... 그 시간이 얼마나 지나야 하는 것이 문제겠지만...

  다시 한번 보니 유진의 마음이 이와 같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비를 맞으며 걷는 사람에겐 우산보다
     함께 걸어줄 누군가가 필요한 것임을.
     울고 있는 사람에겐 손수건 한 장보다
     기대어 울 수 있는 한 가슴이
     더욱 필요한 것임을.

  용국의 전화에 유진이 상혁이에게 갈 수 없다고 말한 건... 지금 당장 필요한 건 자신일 수도 있지만...
  민형에게 말하는 '시간이 많이 지나면...'과 상혁에게 '새로운 사랑'이 생기면 상혁이 괜찮아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 때문에 가지 않는 건 아닐까... 그리고 민형에 대한 미안함도 이유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물론 유진도 알고 있었겠죠. 상혁이에게는 자기가 삶의 처음이자 마지막이기에 자신이 가야 한다는 것을...


  민형이 김차장의 말을 듣고, 걱정되고 우울한 마음에 거닐다가 통유리 너머로 일하고 있는 유진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사랑할 때, 누군가를 너무나 사랑할 때는
     기쁨보다는 슬픔이 먼저 다가옵니다

     그리고 그 사랑의 옆자리에는
     조심스럽게 이별의 자리도 마련해 둡니다

     너무나 사랑할 때는....
     사랑하는 것, 누군가를 너무나 사랑하는 것은
     어느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아픔입니다

     하지만 그 아픔의 언저리에는
     아무도 모르게 번져오르는 행복이 있습니다

     너무나 사랑하기에.....


  민형이 유진이 힘들어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보내려고 결심할 때 유진에게 하는 말이 있죠.

     "내가.... 상혁씨에게 부러운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게 뭔지 알아요?
      시간이요. 유진씨와 함께 한 그 긴 시간.... 한 걸음에 두 걸음을 걸을 순 없잖아요."

  겨울연가 10부를 다시 한번 보니 이 시詩가 생각이 났습니다.
  어쩌면 이 시詩가 더 민형의 속마음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대 아는가, 만났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사랑했다는 것을
     사랑했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그리워했다는 것을

     그대와의 만남은 잠시였지만
     그로 인한 아픔은 내 인생 전체를 덮었다.
     바람은 잠깐 잎새를 스치고 지나가지만
     그 때문에 잎새는 내내 흔들린다는 것을

     아는가 그대, 이별을 두려워했더라면
     애초에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을
     이별을 예감했기에 더욱 그대에게 열중할 수 있었다는 것을

     상처입지 않으면 아물 수 없듯
     아파하지 않으면 사랑할 수 없네

     만났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사랑했고
     사랑했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을,
     그대여 진정 아는가

  그리고 이 글도 적어 봅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당신이 내게 가장 소중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신과 내가
     함께 나누었던 그 시간들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당신을 생각하느라 지새운 밤이 내게는 너무도 소중한 까닭이다.


  민형의 "가보고 싶지 않아요?"라는 물음에,

     "상혁이... 잘 견딜 거예요... 괜찮을 거예요"

  이렇게 말하고 고개를 저으며 눈물 흘리는 유진을 보고 호텔방에 앉아 고민하는 민형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저 사람 속으로 이 시詩를 되뇌이고 있는 건 아닐까?'

     가장 낮은 사랑이 가장 깊은 사랑입니다.

     내 사랑의 크기만큼
     그 사람의 사랑이 같아야 한다고 요구하지 아니하며
     받아서 채워지는 사랑보다는 주면서 채워가는 사랑,

     그로 인해 알게 된 아픔과
     슬픔에도 행복해할 수 있는 사랑,

     그렇게 낮은 사랑이 가장 깊은 사랑입니다.

     내 가슴 비워가는 사랑이 가장 진실한 사랑입니다.

     그 사람의 아픔일랑 그 사람의 현실일랑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그 사람이 보고픈 만큼 그 사람이 그리운 만큼
     내 가슴 오려 내어 주는 사랑

     그 사람과 같은 눈높이에 서서 자신의 것 하나하나
     내어 줌에 행복감이 풍만해지는 사랑

     내 자신을 비워 감에 그 자리에 어느새
     그 사람의 사랑이 하나 하나씩 쌓여 가는 사랑이
     가장 진실한 사랑입니다.


  민형이 주차장에서 상혁에게 유진을 보내면서 하는 말중에 이런 대사가 잇죠.

     "나 괜찮으니까 가요.... 대신.... 돌아오는.... 길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죠?
      시간이 많이 흐른 뒤.... 아주 나중이라도.... 찾아올 수 있죠?"

  이 대사 들으면서 이 사람 이런 생각을 하고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너를... 영원히 사랑할 수 있어...

     지금은 이렇게 스쳐 지나가는 길을 가고 있지만...
     다음 세상에서 너와 다시 만난다면...
     너와 같은 길을 가고싶어...
     널... 영원히 지켜볼 수 있게...


  유진이 상혁의 병실문을 열자마자, 상혁을 보면서 울먹거리는 모습이 글을 쓰는 저를 힘들게 합니다.
  몇 번을 보아도 여기서부터는 머리가 멍해져요.

  유진이 상혁의 병상 옆으로 가서 상혁이를 지켜보다 상혁이가 눈을 뜨는 거 같아 보이자 그의 이름을 부릅니다.

     "상혁아..."

  상혁은 유진을 보자 병상에서 일어나려고 하지만 힘든 모양인지, 다시 눕습니다.
  그리고 잠시 어지러운지 눈을 감고 있다가 초췌하고 힘든 모습의 목소리로 유진을 보며 말합니다. 아직까지 용서할 수 없다는 듯 감정을 뺀 목소리로 말입니다.

     "여기까진 왜 왔어?..."

  유진은 이 말에 숨이 콱 막히는 지... 다시 상혁의 얼굴을 보고 눈물玉淚을 흘리며 이렇게 말합니다.

     "괜찮니?..."

  상혁은 유진의 얼굴을 보며 힘든 목소리로 말합니다.

     "음... 나... 괜찮아. 걱정 안해도 돼."

  유진은 이 말에 더 미안하고 걱정이 되는 듯 상혁의 얼굴을 보며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계속 바라보죠.
  상혁은 그런 유진의 얼굴을 보면서 말하죠.

     "그렇게 울면서 너 그럴 필요 없다..."

  유진은 그 말에 더 숨이 콱 막히는지 큰 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리죠.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숙이고 있는 유진에게 상혁은 이어서 말하죠. 유진을 처음 본 그 때보다 더 힘든 목소리로 말입니다. 아니 화가 치밀어 억지로 참는 듯한 목소리로 말입니다.

     "우리 어머니가 너에게 갔었니?... 애들한테도 얘기 들었겠지... 나.. 너 때문에 죽어 간다든...
      너 그래서 여기 와서 이렇게 눈물짓고 있는 거야...."

  유진은 상혁의 말에 상처를 입었으나, 모든 것이 다 자신의 잘못이라는 듯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고개를 들지 못하고 말하죠.

     "미안해...."

  상혁은 이 말에 더 화가 나는 듯 조금 전보다는 강한 어조로 말합니다.

     "미안하다는 말.. 하지 마... 그런 말 듣기 싫어...."

  상혁은 여기까지 말하고 힘에 부친 듯 잠시 있다.. 다시 말합니다.

     "너 좋자구 이렇게 울면... 너 마음은 편하겠지만 나는 어떻게 하니..."

  유진은 이 말에 더 마음이 아픈 듯 소리도 내지 못하고, 상혁만 바라보며 속으로 웁니다.
  상혁은 이어 말하면서 유진이를 바라봅니다. 어떤 기대감 같은 걸 가진 눈빛으로 말입니다.

     "너 간 다음에... 너 간 다음에 나는 어떻게 하니... 너 지금처럼 내 옆에 있어줄 수 있어...."

  유진은 이 말에 그럴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숙이며 말합니다.

     "미안해. 상혁아..."

  상혁은 그러면서 왜 왔냐는 듯 아니 따지듯이 으르렁거리는 목소리로 말합니다.

     "미안하다는 말 하지 말라니깐..."

  상혁은 이 말을 고개를 돌려 유진을 보지 않겠다는 듯, 아니 이제 모든 것을 체념한 듯 말합니다.
  그래도 자기가 사랑하는 유진이를 안심시키려는 듯 안정된 목소리로 말입니다.

     "가라... 나 많이 좋아졌어... 주사도 맞고 이제 밥도 먹고... 내일이면 퇴원할 거야..."

  그런 상혁에게 무슨 말이라도 하려고 이름을 부르지만, 돌아오는 건 상혁의 냉대冷待입니다.

     "나... 너 보는 거 고통스럽다... 그러니깐 가라.... 가."

  유진은 그런 상혁을 보면서 아무런 말도 못하고 쫓겨나듯 눈물을 훔치며 나오고, 눈을 감고 나가는 유진을 보지 못한 상혁은 이제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처럼 자신의 생명줄인 링겔 주사를 뽑습니다.


  주차장에서 민형과 헤어지는 장면에서부터 여기 이 장면까지 보면서 전 이 시를 생각했습니다.

     그대여
     손을 흔들지 마라.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

     떠나는 사람은 아무 때나
     다시 돌아오면 그만이겠지만
     남아 있는 사람은 무언가.
     무작정 기다려야만 하는가.

     기약도 없이 떠나려면
     손을 흔들지 마라.


  제가 제일 쓰기 힘든 장면이 유진이 '이게 뭐야'하며 우는 장면입니다.
  항상 여기에서부터 글이 막힙니다.

  다만, 유진이 상혁이에게 돌아오면서 이런 마음을 가지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끝까지 사랑할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 뒤집어 생각해보아
      영원히 잊고 살 자신은 있는지...
      그런데 영원히 잊고 살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이 알든 모르든
      끝까지 해바라기가 되기로 했습니다.

      잊을 수 없어 아파하느니
      차라리 예전처럼 사랑하며 살겠습니다
      사랑하는 일도
      그저 편한 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란 걸 압니다

      만약 처음 사랑을 시작했던 그 순간처럼
      그 사람이 그저 타인으로 존재했던 그때처럼
      아무 욕심없는 사랑을 했다면
      지금처럼 가슴아파하는 일은
      영원히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 이젠 다시
      그에게 바랄 것 없는
      그런 사랑을 하고 싶습니다
      그리운 사람은
      만날 기약이 없어도 그리워할 수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났다고 해서
      사랑이 끝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예전처럼 그리워하고
      예전과 다름없이 사랑하면 될 일입니다


  그리고 모두가 제일 기억에 남는 장면이요. 물론 저도 그렇습니다.
  유진이 민형에게 말하는

     "사랑합니다...."

  이 말을 듣고서 민형은 무슨 말을 해주고 싶었을까요.
  전 이 말을 했을 거 같습니다.

      당신께 드리는 계속될 약속입니다.
      어떤 화려한 수식어 없이
      그럴듯한 다른 약속대신
      이 한마디를 목숨처럼 여기고
      한순간도 잊지 않겠습니다.

      사랑하겠습니다.
      사는 날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고백입니다.
      아무런 조건 없이 시간의 흐름과 관계없이
      이미 내게 정해진 운명으로 알고
      내 생에서 마지막 날까지
      오직 한 사람을 사랑하겠습니다.


  글쎄요. 어떻게 끝까지 쓰기는 했는데, 어떤 느낌일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측은지심惻隱之心이라는 말이 있죠.
  유진이 저에게 이런 마음을 가지게 합니다.


  '삶의 가장 큰 행복은 우리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믿음으로부터 온다.'는 빅토르 위고의 말처럼 여러분들도 모든 이들에게 사랑받고 사랑을 줄 수 있는 분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럼...


댓글 '2'

찬희

2002.02.14 09:22:24

시 잘 읽었어요... 특히 '하늘이 내려앉은 다음에야 사랑 그 크기를 알 수 있습니다.' 는 정말 예술이에요... ^^

하얀사랑

2002.02.14 11:19:17

토미님, 언제나 시 감사해요..읽느라 힘들었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첫번째 도종환님의 시 좋아하는 시에요... 외롭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에 외롭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상혁이."10회에서 병원에 찾아온 유진을 보고 "너 좋자고 찾아오면 어떡하니.."하는 말에서 유진을 아주 떠날 수 없도록 죄책감을 주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토미님. 시 좋았습니다.. 좋은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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