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7...

조회 수 3091 2002.02.24 05:06:25
토미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그대의 살 속의
     오래 전에 굳은 날개와
     흐르지 않는 강물과
     누워 있는 누워있는 구름,
     결코 잠깨지 않는 별을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 피지 말고
     그러므로

     실눈으로 볼 것
     떠나고 싶은 자
     홀로 떠나는 모습을
     잠들고 싶은 자
     홀로 잠드는 모습을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

  서두書頭를 어떻게 시작할까 하다가... 사무실에서 같이 일하는 여자 후배가 좋아하는 강은교님의 '사랑법'이라는 시를 적어보았습니다.

  오랜만에 곧 결혼하는 친구를 만났습니다.
  그 친구를 만나고 집에 와서 탁상 설합舌盒속에 넣어 둔 그 사람의 사진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사진 옆에 있는 그 사람이 쓰던 성경聖經도 보았습니다.

  그 사람...저를 위해 6개월 동안 교회에 나가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 사람 어머니가 절에 週期的으로 다니시는 독실한 불교신자임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나중에 들어보니 그 사람 어머니가 먼저 교회에 나가는 것을 勸했다고 합니다.
  여자는 결혼結婚을 하면 남편의 종교宗敎에 따라 주는 것이 좋고, 또 그 사람을 소개해 준 제 사촌누이도 서울 작은 아버지네 식구가 모두 교회에 나가니 선생님도 나가는 것이 좋겠다고 하였답니다. 물론 그 때문에 교회에 나간 것은 아니겠지만...
  제가 시간을 내서 그 사람을 보러 갈 때면 그 사람과 같이 교회에 나갔습니다.
  물론 큰누이, 큰매형, 조카들도 같이요...

  전지전능하신 그 분의 품에서 전 항상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이 행복이 깨지지 않게 지켜달라구요...

  친구의 청첩장請牒狀을 보고 있으니,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스러운 결혼식이 거행되는 순간, 아리따운 신부가 입장할 때가 되면 마치 우리가 끝까지 지켜야 하는 중대한 약속처럼 어디에서나 똑같은 웨딩마치wedding march가 울려 나오는데, 과연 이것은 어디에서부터 비롯되었을까... 님들은 그런 생각 안 해 보셨습니까?

  신부가 입장할 때 흘러나오는 곡은 1848년 바그너가 작곡한 오페라 <로엔그린>중의 '결혼 행진곡'이란 곡이며, 식을 끝낸 후 신랑, 신부가 퇴장할 때 연주되는 곡은 멘델스존의 <한여름밤의 꿈>중에서 '결혼 행진곡'이라고 합니다.
  이 두 곡이 처음으로 선정된 것은 영국의 빅토리아 공주와 독일의 프리드리히 빌헬름과의 결혼식 때 빅토리아 공주 스스로가 선택한 데서 시작된 것이라고 합니다. 예술애호가였던 그녀는 멘델스존의 작품에 애착을 가지고 있었으며, 바그너의 작품을 숭배하였다고 합니다.
  왕실이 하는 일은 무엇이든 흉내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처럼 생각했던 영국 사람들은 곧이어 이를 따라 하기 시작했고, 눈깜짝할 사이에 이 두 곡은 영국 전역은 물론 서양식 결혼이 행해지는 곳 어디에서든 울려 퍼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결혼 행진곡'에 관해서 쓰다 보니 그 사람... 더 보고 싶어지네요.
  그러면 안 되는데...

  갑자기 그 사람 싫어하는 커피가 먹고 싶네요.

  프랑스의 외교관이자 작가인 탈레랑Talleyrand은 커피를 '악마와 같이 검고 지옥처럼 뜨겁고 천사와 같이 아름답고 사랑처럼 달콤하다'고 말했다죠.

  스타지우님들의 하루가 커피와 같이 달콤하기를 바랍니다.
  그럼...


댓글 '1'

세실

2002.02.24 12:47:17

토미님 저 이제껏 미애라고 이름을 썼는데 이제부터 세실로...지금 커피 타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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