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겨울연가'라는 게 조금 보여서...

조회 수 3083 2002.03.01 19:25:39
에버그린
세상읽기―김현덕] 레일,파이프 그리고 와이어  
국민일보/[사설/칼럼] 2002년 03월 01일 (금) 11:48

드라마 ‘상도’에는 아무리 해가 바뀌어도 눈 덮인 겨울 장면밖에 안 나온다. 외투로 꽁꽁 싸매도 시원찮을 강추위에 한여름에나 어울릴 연기까지 해야 하는 배우들이 애처롭다. 어차피 사전 제작을 못할 사정이라면 이런 일대기 드라마는 ‘튀는 계절’ 겨울을 피하는 게 좋다.
반면 ‘겨울연가’는 겨울 분위기를 극대화한 드라마다. 죽어도 못 잊는 첫사랑 이야기가 강원도 설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데 본래도 잘난 최지우 배용준이 몇 배로 더 멋있어 보인다.인터넷으로 이 드라마를 보고 두 배우에 홀딱 반한 대만 여학생들이 이들을 보려고 ‘무작정 방한(訪韓)’까지 했다던가.

요즘 아이들과 함께 즐겨 보는 이 두 편의 드라마는 월·화 같은 시간에 방영된다. 그래서 ‘상도’를 보는 동안 ‘겨울연가’를 녹화해 놓고 ‘상도’가 끝나면 녹화된 ‘겨울연가’를 보느라(순서가 뒤바뀔 때도 있다) 자정을 한참 넘겨 잠자리에 든다.

이번 주 ‘겨울연가’와 ‘상도’가 방영되던 월·화 이틀 동안 철도노조 파업으로 수도권 시민들이 1호선 지하철역에 볼모잡혔다. 연속극 보는 사람들의 심리는 내가 좀 아는데,한창 물오른 드라마의 극적인 장면을 지하철 파업 따위로 놓쳤다면 분노는 배로 뛴다. 만일 그날 우리처럼 드라마 두 편을 놓친 시민이 있었다면 그 분노가 4배에 달했을 거고.

연대파업을 벌인 철도·가스·발전 등 3개 부문은 레일(道),파이프(管),와이어(線) 등 이른바 네트워크 사업들로 독점이 불가피하다. 이런 독점이 민간기업으로 넘어가면 처음에는 서비스도 나아지고 요금체계도 합리화되는 것 같지만 그게 믿을 게 못 된다. 적자노선 포기는 속출할 것이고 독점과 수지타산을 핑계로 한 요금의 대폭 인상 요구를 또 어떤 관리는 발벗고 도와줄 것이다. 공무원 봉급을 주면서 서비스를 민간기업같이 왜 못했느냐고 하면 말이 되는가. 이런 사항들이 철도노조의 민영화 반대논리일 것이다.

‘상도’의 만상 도방(CEO) 임상옥은 “장사는 돈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일”이라며 독점으로 떼돈 벌 수 있는데도 서민들을 걱정하는 공자님 같은 인물로 나온다. 그건 어디까지나 드라마다. 시장경제에선 ‘상도’의 악역 정치수 같은 인물이 정상이다. 현대 경제학은 개인과 기업의 철저한 사욕(私慾) 추구가 정당하다는 전제 아래 전개되지 않는가.

대체운송 수단이 충분해 독점의 횡포는 크지 않을 거라고 정부는 말한다. 국영기업과 공기업의 횡포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렇다고 국민의 혈세로 수십년에 걸쳐 건설한 레일과 파이프, 와이어를 ‘공공의 이익에 맞게’ 잘 관리해줄 임상옥 또한 어디에도 없다. 독점 사업의 비효율은 결국 국가의 책임 아래 개선책을 찾는 게 원칙 아닐까.

3월.겨울은 이제 어디에도 없다. ‘겨울연가’를 화려하게 수놓았던 설원은 사라졌고 대신 ‘상도’ 배우들의 연기는 애처로움을 많이 덜었다. 여론에 밀려 파업은 철회됐지만 재연의 불씨는 겨울 저편에 그대로 남겨두었다. 그때는 또 파업에 발묶여 ‘하수도’와 ‘여름연가’를 못 보게 된 시민들이 노조를 욕할 것이고 정부는 또 수백,수천억원의 피해를 호소할 것이다.

김현덕(문화부차장)


댓글 '1'

세실

2002.03.01 20:00:02

겨울연가가 인기는 대단하나봐요. 어쩌나 여천은 언급이 안되었네~~ 이왕이면 상도는 녹화로...왜냐구요? 화면빨나는 연가를 녹화로 보면 화질이 떨어지자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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