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미
  자다가 깼습니다.
  가위에 눌린 듯 한데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탁상 위에 있는 물을 한 잔 마시고... 옆에 있는 시계를 보고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나는 말주변이 없어"하는 말은 "나는 무식한 사람이다, 둔한 사람이다"하는 소리다.
  화제의 빈곤은 지식의 빈곤, 경험의 빈곤, 감정의 빈곤을 의미하는 것이요, 말솜씨가 없다는 것은 그 원인이 불투명한 사고방식에 있다.
  케네디를 케네디로 만든 것은 무엇보다 그의 말이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공자 같은 성인도 말을 잘하였기 때문에 그들의 사상이 전파 계승된 것이다.
  덕행에 있어 그들 만한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나, 그들과 같이 말을 할 줄 몰라서 역사에 자취를 남기지 못한 것이다.

  피천득님의 '이야기'중에 나오는 글입니다.

  말을 아무리 잘해도 그 입술과 혀끝에 독毒이 실려 있으면 위험하다고 합니다. 폭력에 의한 상처보다 말에 의한 상처가 더 크고 깊기 때문입니다. 말 한마디가 사람을 살리고 죽인다고 합니다. 말은 생명生命이며, 인격人格이며, 씨앗이라고 합니다.
  좋은 말, 서로 마음을 알아주는 따뜻한 말, 우정과 사랑이 담긴 말, 사람을 키워내고 살려내는 그런 말을 잘해야 하겠습니다..

  '프리보드'안에 있는 글을 읽다 보니 이러한 글이 생각이 나 적어보았습니다.
  그리고 피에르 쌍소의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중에 나오는 글도 생각이 나 적어봅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행위는 타인을 위로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우리는 타인의 말을 들어줌으로써 그를 최고의 상태에 이르게 할 수 있다.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 사람과 그 말을 진지하게 들으려는 사람, 이 두 사람의 만남은 말하자면 하나의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어쩌다 운좋게 이루어진 것으로서, 미처 기대하지도 못했던 기분 좋은 사건이다.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과 들어주는 사람의 만남을 하나의 사건이라 표현하는 것이 결코 과하게 들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인생 길을 걷는 행로 중에 마음이 통하는 사람 하나 만나기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은 받아들인다는 의미입니다. 진심을 믿고 사랑한다는 것이며, 그만큼 자기 인생의 그릇을 풍요롭게 채워간다는 뜻도 되기 때문입니다.

  스타지우에 오시는 분들이 서로 마음을 알아주는 따뜻한 말, 우정과 사랑이 담긴 말, 사람을 키워내고 살려내는 말을 잘 하는 분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분들이 되었으면 하구요.

  제가 전前에 읽은 책冊중에 '창가의 토로'라는 책이 있습니다.
  여기에 오시는 님들에게 권勸하는 마음으로 제가 이 책을 고르게 된 新聞의 리뷰를 적어볼까 합니다.

  인터넷에서 우연히 마주친 한편의 독자서평이 아니었다면 <창가의 토토>를 놓쳐버렸을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며 수업도 팽개치고 가출한 담임반 아이를 찾으러 다니던 옛 은사의 말씀을 떠올렸다는 독자.

  "너희들이 수학수업 한 시간 빼먹었다고 인생이 바뀌는 건 아니잖아. 하지만 그 애는 지금 한 시간에 인생이 걸렸다."

  출판사를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겨우 초등학교 1학년에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퇴학을 당한 소녀 토토. "댁의 따님은 수업 중에 책상 뚜껑을 백 번도 더 열었다 닫았다 합니다. 어째 조용하다 싶으면 이번에는 창가에 서 있는 거예요..."

  자신이 퇴학을 당했다는 사실도 모르는 토토가 엄마 손을 잡고 간 학교는 고물이 된 전철 여섯 량을 연결해 교실로 쓰는 도모에 학교. 새 학교에서 토토가 맨 처음 만난 친구는 교장인 고바야시 소사쿠 선생님이었다. 그 첫 만남에서 교장선생님은 아침에 입고 나간 옷이 저녁이면 걸레가 될 정도로 천방지축인 토토의 이야기를 "그래서?" "그래서?"라고 맞장구치며 들어주었다.

  꼬박 4시간 동안. 어렴풋이나마 다른 사람들의 싸늘한 시선에 주눅들어가던 토토는 그 첫 만남으로 비로소 안도감을 되찾는다.

  일본사회가 2차대전의 광기에 휩싸여있던 시절, 도모에 학원에 모여들었던 50여명의 학생들은 '정상적인 사회'가 내친 아이들이었다. 토토처럼 학습부적응자도 있었지만 친구 다카하시처럼 왜소증이거나 타이처럼 외골수인 아이도 있었다.

  도모에에서는 이 모든 아이들이 벌거벗고 수영했다. 서로의 몸이나 성격이 다르다는 것은 차이일 뿐 차별의 이유가 되지 않았다. 꽉 짜여진 책상머리 수업 대신 밥 먹기, 산책하기, 음악에 맞춰 춤추기가 공부였다.

  교장 고바야시 선생님은 단 한 명이라도 감당키 어려운 아이들을 모아 가르치며 아주 힘들 때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넌, 정말은 착한 아이란다"라고 되뇌었다.

  그 말을 등대 삼아 세상으로 나간 도모에의 아이들은 그 후 어떻게 됐을까? 토토, 즉 이 책의 저자인 구로야나기 테츠코는 일본방송 사상 최초로 일일 대담프로그램을 20년 이상 진행한 방송인으로 성장했다. 하루종일 물리실험만 하던 타이는 미국 페르미국립가속연구소 부소장이 됐고, 도모에 학교가 학력의 전부인 오에는 동양란 전문가가 됐다. 어른 토토는 유니세프 친선대사가 돼 전 세계의 아이들을 돌보기도 했다.

  81년 일본에서 출간돼 첫해에만 450여만부가 팔렸고 31개국에 번역됐다. 그 인기에는 반전 인권운동가이자 어린이를 전 생애의 테마로 삼았던 저명한 수채화작가 이와사키 치히로의 삽화도 큰 몫을 했다.

  아마 '창가의 토로'라는 책은 재미있고 쉬운 문장 덕에, 대학에서 일본어를 공부하신 분들은 많이 읽어보셨을 것이라고 사료됩니다.
  전 신문을 보다가 책 리뷰에 반해 이 책을 사서 보았는데... 정말 부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시대에 이런 선생님이 있었다는 것이 말입니다.
  요즘의 '대안학교'를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기회가 되신다면 님들도 한 번 보시길 권勸해 봅니다.

  지금에야 kbs서버가 정상이 되었네요.
  전 지금부터 연가를 봐야겠습니다.
  그럼... 오늘 하루 따뜻한 말을 하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되시길


댓글 '3'

앨피네(alfine)

2002.03.07 11:03:03

토미님. 창가의 토로를 읽고 싶어지게 하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

운영2 현주

2002.03.07 12:54:54

저도..하루에도 열번쯤..올라가는 혈압을 누르고 울딸에게...착한아이임을 얘기해주고....스스로 깨닫게 해주고 있지요...근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흑흑.. 하긴 주위에서 엄마보다 딸이 더 어른스럽다구 하더라구요..ㅋㅋ 토미님..앨피네님도 좋은 하루 되세요..^^

하얀사랑

2002.03.07 23:22:32

하얀사랑 창가의 토토 읽었답니다... 남자친구가 선물해줬거든요... 첨에 받았을때보다 읽고 난 후 의 잔잔한 그 무엇이 있는 책이었어요,,, 모두 편한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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