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12...

조회 수 3142 2002.03.10 22:41:02
토미
  지난 주 일요일에 서점에 나가 산 책冊중에 아주대 교수로 재직중인 조영호씨가 쓴 '청개구리 기업문화'라는 제목의 책이 있습니다.
  오랜만에 쉬어보는 주말인데... 피곤해도 잠으로 보내기에는 아까워서 편한 자세로 반쯤 누워서 읽어보았습니다.
  그 내용中에 지금 한창 사회생활을 하고 있거나... 이제 사회에 처음 발을 내딛는 분이 계시다면... 읽어서 좋을 내용이 있어서 적어보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재미없을 수도 있습니다.

  <칭찬문화가 경쟁력이다.>

  예외관리의 원칙이라는 것이 있다. 매니저는 매사를 다 챙길 수가 없으니 예외적인 것만 보면 된다는 뜻이다. 갑자기 매출액이 줄었다던가, 불량률이 허용범위를 넘었다거나, 정부정책이 바뀌었다거나, 사고가 났다거나, 하여튼 일상적이고 전형적이 아닌 문제를 다루는 것이 경영자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옳은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 예외의 원칙은 '잘된 것은 무시하고, 잘못된 것에 관심을 기울여라'하는 것으로 발전이 된다. 생산계획을 지키지 못했을 때 지적을 해주고, 책임을 묻는다. 프로젝트가 지연되고 있을 때, 관련자들을 호출하여 꾸짖는다. 그리고 불친절한 사원들, 복장이 불량한 사원들을 불러서 경고를 준다. 그렇게 하여 경영자와 관리자는 악마의 대변인이 되고 회사는 꾸중문화를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회사에 꾸중문화가 만연되면 어떻게 되는가. 사원들은 꾸중을 피하고, 말썽의 소지를 없애고, 문제를 피하기 위해 온 신경을 쓸 것이다. 반면에 새로운 것, 어려운 것을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기껏 공들여서 새로운 것, 어려운 것을 한다고 하더라도 거기에는 잘못이 있고 실수가 있게 마련인데, 잘한 것에 대한 칭찬은 없고 결국 잘못된 것에 대해서 꾸중만 얻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며칠 끙끙거리면서 기획안을 만들어 갔는데, 한자 틀리고 숫자 안 맞는 것 때문에 야단을 맞는다면 누가 힘들여 기획안을 만들려고 하겠는가. 각고의 노력 끝에 새로운 고객을 발굴하였는데, 계약서 작성이 미숙하다 하여 혼이 난다면, 누가 새로운 고객을 발굴하려고 심혈을 기울이겠는가. 신제품을 개발하려고 몇 개월 고생을 했는데, 일정과 예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고 불쾌해 한다면, 그 누가 신제품에 운명을 걸어 보겠는가. 꾸중문화는 결국 창의성과 혁신을 죽이고 보신주의와 복지부동문화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필자가 골프를 배울 때 일이다. 매일 아침 연습장에 가서 프로로부터 자세를 배우는데 겉으로 보는 골프와 실제로 하는 골프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코치는 필자의 자세를 교정하느라고 무척 애를 썼다. 굳을 대로 굳은 필자의 몸을 꼬고 틀고 하면서 프로의 자세를 조금씩 닮아가게 하였다. 그러나 끝이 없었다. 그립에 신경을 쓰면 다리자세가 안 맞고, 다리에 신경을 쓰면 몸통 자세에 문제가 생기곤 하였다. 코치는 지적하고 꾸중하면서 어떤 틀 속으로 나를 짜 맞추고 있었다. 이런 과정 속에서 골프는 어려운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나이에 잘 하기는 영원히 틀린 것이구나"하는 느낌도 들었다.

  그런데 미국에서 골프를 배우는 동료를 보게 되었는데, 코치하는 자세가 한국과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미국 코치는 생전 처음 골프 클럽을 만져 보는 사람에게 처음부터 칭찬으로 일관하는 것이었다. 며칠이 지난 후 골프를 배우는 이 친구는 자신이 골프에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것 같다며, 필드에 나가보자고 졸라대는 것이었다. 연습을 시작한지 불과 몇 시간밖에 안되었는데, 코치는 이 친구에게 5년 정도 한 사람보다 자세가 좋다고 칭찬했다는 것이었다.

  미국 코치의 코칭 방법은 이런 식이었다. "참 잘하는데 이것은 이렇게 해 보는 것이 어때요." "당신의 허리가 매우 유연한데 제가 비디오로 찍어 볼 테니까 한번 확인해 보세요." "당신이 어제 한 것처럼 한다면 아주 좋을 것 같아요." "편하게 한번 해 보세요." "당신 방식이 좋은 것 같아요. 이렇게만 한번 더 시도해 보겠어요?"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집단주의가 강하고 공동체의식이 강하다. 그러다 보니까 서로가 서로를 통제하고, 틀에서 벗어나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라는 말보다 하지 말라는 말을 많이 하며 아이들을 기르고, 또 사회생활을 영위해 왔던 것이다. 잘한 것은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그저 침묵으로 대했던 것이다. 그 동안 우리 기업 속에서 예외의 경영원칙과 이런 전통적인 집단주의는 칭찬보다는 꾸중문화를, 긍정적이고 개방적인 인간관계보다는 부정적이고 폐쇄적인 인간관계를 만든 것 같다.

  그러나 이제 기업문화를 바꾸어야 한다. 꾸중문화 속에서는 창의성과 개척과 도전이 있을 수 없다. 칭찬문화를 만들어야 청개구리 같은 아이디어도 나오고, 팀워크도 강화되고 신제품도 개발이 되고, 신시장도 개척이 되고, 세계화도 이루어지고, 초일류기업도 되는 것이다. 물론 꾸중문화가 단순한 일, 반복적인 일, 단기적으로 처리하는 일, 양적인 기준이 중요한 일에는 좋은 효과를 줄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시대가 지나지 않았는가. 이제는 칭찬문화가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창의성과 변화의 시대가 된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칭찬을 하면 사람들이 버릇이 없어지고 조직에 질서가 와해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칭찬을 잘못 이해하고 하는 이야기이다. 칭찬한다는 것은 무엇이든지 "잘했다. 잘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잘못된 것에만 신경을 쓰고 그것을 골라서 야단치는 대신에 잘된 것을 찾아서 인정해주고 격려해 주는 것을 말한다. 비용절감이 문제가 되었을 때, 비용절감을 위해 노력한 많은 부서는 제쳐두고, 노력을 게을리한 한두 부서를 야단치는 것은 꾸중문화이고, 비용절감을 위해 어려운 여건 하에서도 열심히 일한 부서나 사원을 찾아서 격려해 주고 한 마디 해주는 것이 칭찬 문화이다. 숫자가 몇 개 틀리고 한자에 오류가 있다고 야단치는 것이 아니라, 기획서에 담긴 아이디어를 높이 사 주는 것이 칭찬 문화이다. 지각하는 사람들에게 감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아침 일찍 나오는 사람들에게 휴가를 하루 더 주는 것이 칭찬 문화이다.

  칭찬을 많이 한다고 해서 결코 조직의 질서가 망가지는 것이 아니다. 조직의 질서를 잘 지키고 비전을 향해 행동하는 사원들에게 격려를 해주고 인정해 주는 것이 칭찬문화이기 때문에 오히려 질서가 강화되고, 조직의 장기적인 목표가 달성되고 게다가 활력이 높아지는 것이다. 꾸중문화 속에서 조직이 조용하고 질서가 잡혀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속에서 썩고 있는 수가 많다.

  그러면 칭찬은 어떻게 하는가. 칭찬은 말로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사실은 온몸으로 하는 것이다. 말과 함께 표정, 음성, 자세 등 바디 랭귀지(body language)가 걸맞게 따라 주어야 한다. 물론, 카드, 꽃, 연극티켓 등 조그만 선물이 따라 주면 더욱 좋고 말이다.

  칭찬은 즉시 하는 것이 좋다. 부하, 동료, 심지어는 상급자가 좋은 일을 하고 고마운 행동을 보였을 때 즉시 칭찬이나 감사를 표하는 것이 좋다. 일주일 치를 또는 한달 치를 모아서 뭐 크게 보상을 내리는 것보다는 전화 한 통화, 말 한마디라도 좋으니 즉시 칭찬과 격려의 표시를 하는 것이 좋다. 즉시 칭찬을 하기 위해서 관리자는 부하들과 자주 접촉을 해야 하고 현장을 돌아다니지 않으면 안 된다. 좋은 것을 발견했을 때 즉시 등을 쳐주고 음료수를 사 주면서 칭찬을 하는 것이다.

  회사에서 제도적으로 하는 것보다는 상사나 동료가 직접 그리고 비공식적으로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귀중한 것은 회사의 포상이 아니라 직속 상사 그리고 함께 일을 하는 동료들의 따뜻하고 진실한 한마디인 것이다. 회사에서는 포상을 내리는데 주변에서 인정을 해 주지 않으면 그것은 별 의미가 없다.

  다른 어떤 보상과 마찬가지로 칭찬을 할 때에도 공정성을 지켜야 한다. 항상 사람들은 자신이 받는 보상을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보기 때문에 똑같이 잘한 일이 있을 경우 누군 칭찬해 주고 누군 모른척해서는 안 된다. 누군 말로 때우고 누군 휴가를 주어서도 안 된다. 균형이 있게 보상을 하고 남과 같은 대우를 받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칭찬을 잘하는 사람이 출세하고 칭찬을 잘하는 회사가 성공하는 시대가 되었다. 잘한 것을 알아주고 장점을 키워주는 아름다운 직장문화, 멋있는 인간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특별히 제가 사족蛇足을 달지 않아도 될 만큼 마지막 문장이 잘 표현하고 있네요.

  헬렌 G.브라운의 '성공하는 여성들의 7가지 비결'中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아름다움은 주어진 것이 전부가 아니고 스스로 가꾸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여성들이 참으로 많다.
     어머니가 나를 예쁘게 낳아 주셨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아름다움은 스스로 창조해 가는 것이라는 적극적인 사고이다.
     아름다움이란 당신의 생활과 더불어 성장成長해 가는 것이다.
     말과 행동이 아름다워지고, 걸음걸이와 표정이 아름다워지며,
     대인관계에서 교양이 높아지지 않으면
     어떻게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겠는가?

  아름다움도 자란다고 합니다. 스스로 가꾸어야 자라난다고 합니다. 저는 오랜만에 만난 사람이 예전보다 더욱 아름다워진 모습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감탄하는 경험을 종종 하게 됩니다. 혼탁한 도시 공기 속에서도 자기 아름다움을 하루하루 발전시켜 나가는 사람은, 본인은 물론 이를 지켜보는 사람에게도 큰 기쁨과 행복이 됩니다.
  여기에 오시는 모든 분들이 아름다워지고, 여러분의 아름다움을 보는 주위의 모든 이들에게 큰 기쁨과 행복이 되었으면 합니다.
  물론 겉으로 드러나는 아름다움보다는 안과 밖이 모두 아름답게 자라도록 가꾸어야겠죠.
  세상이 아무리 겉으로 드러나는 아름다움을 칭찬할 지라도 말입니다...

  그럼... 푹 쉬는 밤 되세요.


댓글 '4'

앨피네

2002.03.10 23:21:37

아름다움은 가꿔진다.. 그것이 그사람만의 매력이겠죠? 토미님 글 잘읽었습니다.

하얀사랑

2002.03.10 23:31:55

겉으로 드러나는 아름다움보다 안과밖 모두 아름다운 사람이 될수 있도록 노력할께요,, 토미님, 앨피네님 아주 편한 밤 되세요^^

투명껌

2002.03.10 23:46:11

토미님글을 읽으니 부끄럽네요... 반성도 되고...... 항상 좋은 글 감사해요~~

현주

2002.03.10 23:55:24

저도 울딸한테 칭찬을 많이 하려고 해요.... 못했다고 야단치는거보다..우리딸은 정말 잘해낼수 있을거야..잘하는구나..정말 기특하다..이쁘다..소리를 많이 하려고 하죠... 정말 효과는 칭찬이 훨씬 좋더군요..작은일이라도..^^ 타인과의 관계도 그런거같아요..내가 먼저 좋은 말을 건네는게..언젠간 좋은 말이 다시 내게 돌아오더군요... 저도 항상 감사해요..토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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