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미
  '키친'이라는 제목의 책이 있습니다.
  <민음사>에서 출간出刊되었고, 저자著者는 일본사람인 '요시모토 바나나'입니다.

  이 책의 느낌을 독후감 쓰듯이 적어간다면...

  주인공은 부모를 일찍 여의고 할머니와 둘이서 큰 집에서 살게 된다. 그녀에게 있어서 유일한 핏줄인 할머니의 죽음으로 인하여 그녀는 세상에 홀로 던져진 존재가 되어버리고 만다. 그렇게 홀로 남겨진 그녀에게 다가오는 '유이치'라는 청년. 원래는 남자였으나 부인이 죽은 이후로 '유이치'에게 엄마가 되기로 결심하고 여성이 되어버린 '에리코'씨까지. 그들은 '미카게'에게 또 다른 의미에서의 '가족'이 되어간다.

  그러나 '미카게'가 '유이치'네 집에서 기거起居하게 되면서 '유이치'에게는 행복만이 계속되지 않는다. 그는 여자친구에게 버림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가족인 '미카게'를 얻었기에 괜찮노라... 고 말한다. '미카게'가 '유이치'의 집을 나와 다른 곳에서 살게 된 이후로 '에리코'는 살해당한다. '유이치' 역시 '미카게'와 같이 세상에 홀로 남겨진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한 둘의 공통점은 더 나아가 그녀에게 '유이치'만 곁에 있으면 그 외에는 아무것도 필요없다는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녀는 그러한 감정을 떠나보내기 위해 '유이치'의 곁에서 멀어지는 수단으로서의 일을 선택한다.

  그로 인해 '유이치'의 곁에서 멀어져있는 그 순간에도 그녀는 그의 생각을 하게 되고, 결국 돈까스를 사들고 그가 머물고 있는 여관을 향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것은 남녀의 통속적인 사랑과는 다른, 같은 처지에 처한 사람으로서 느끼는 공감대가 아니었을까 한다. 일반적으로 세상에서 이야기되어지는 사랑과는 조금은 다른 종류의 사랑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둘의 관계가 신뢰를 바탕으로 끝없이 지속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마지막에 나와있는 '달빛 그림자'라는 이야기는 조금은 통속적일지도 모르겠다. '히토시'와 '사츠키', 둘의 사랑을 소재로 전개되고 있으니 말이다. '사츠키'는 교통사고로 인해 '히토시'를 잃는다. 그리고 '히토시'의 동생 '히라기' 역시 같은 사고로 그의 애인을 하늘나라로 보낸다. 그들은 상대방을 그리워하기에, 그 감정을 떨쳐버릴 수 없기에 괴로워한다. 매일 새벽마다 조깅을 하는 '사츠키', 죽은 애인의 세일러복을 유품 삼아 늘 입고 학교에 가는 '히라기'.

  이 이야기는 '우라라'라는 특수한 인물의 등장과 함께 사랑의 상실로부터 서서히 벗어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녀는 '사츠키'와 마찬가지로 사랑의 상실을 경험하고 있는, 그것을 이겨내고자 하는 과정에 서 있는 여인이다. 백년에 한번, 죽은 사람이 이 세상에 남긴 사념思念과, 남은 사람의 슬픔이 서로 반응해 아지랑이로 죽은 사람의 환영이 나타난다는 강가, 그곳에서 둘은 서로의 애인을 보고 눈물짓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같은 날 '하리기' 역시, 죽은 애인을 보게 된다.

  간단한 이야기들인 것 같지만, 읽는 그 순간 나는 주위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본다. 이 세상에 살면서 나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과의 관계가 어찌했던 간에, 아주 짧은 순간이나마 나는 그들의 곁에, 그들은 나의 곁에 머물렀었고, 머무르고 있고, 머무를 것이다. 함께 한다는 건 정말 좋은 것이고, 떠나보낸 뒤엔 진정으로 그리워하는 감정이 남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안타까움도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지게 될 것이다. 그것이 우리네 인생이 아닐까 한다. '미카게'는 '유이치'라는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할머니에 대한 상실감을 지워간다. '사츠키' 역시 '히토시'와 함께 했던 순간들을 추억이란 이름으로 과거의 한 구석에 내려놓은 채,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을 따라, 흐르고 있는 강물을 따라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다.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다면 그것만큼 이상적인 것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면 서로 좋은 기억만을 간직한 채 그렇게 웃으며 뒤돌아서는 것도, 서로 행복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싶다. 어떤 소설에서는 서로에 대한 모든 것을 지움으로써 진실로 서로를 놓아주고, 서로를 자유롭게 할 수 있노라고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아주 약간의 추억이나마 남겨놓음으로 인하여 한 때 내가 당신을 사랑했음을, 그리고 당신이 나를 사랑했음을 그릴 수 있는 것도, 가슴아파 할 수 있는 것도.... 그것도 어른이 되는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한다.

  솔직히 이 책을 읽어보지 않은 분이라면... 위에서 뭘 적고 있는지 모를 것입니다.
  저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 드릴 수가 없습니다.
  다만... 한 번 사서 읽어보시면 후회는 하지 않을 거 같다는 추천推薦같은 느낌...
  그리고 본문의 일부를 적어드리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전부입니다.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소를 말한다면, 그곳은 부엌이다. 어느 곳, 어떤 곳이든, 그곳이 부엌이고 음식을 만들 수 있는 곳이라면 나는 좋다. 가능하면 편리하고 기능적인 곳이면 더욱 좋겠다. 청결한 마른 행주가 몇 장이고 준비되어 있고, 하얀 타일들이 반짝반짝 빛나는 곳.

  지독하게 더러운 부엌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부엌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나는 견딜 수 없을 만큼 좋다. 바닥에는 야채 부스러기들이 널려 있고, 슬리퍼 바닥이 새카맣게 더러워진다 하더라도 이상하게 부엌은 넓을수록 좋다. 겨울 한철쯤 가볍게 넘길 수 있을 만큼 식료품이 가득 들어찬 거대한 냉장고가 떡 버티고 있고, 그 은빛 문에 내가 기대선다. 기름이 여기저기 튄 가스 레인지나 녹이 슨 식칼에서 문득 고개를 들면 창 밖으로는 쓸쓸히 별이 빛난다.

  나와 부엌만이 남는다. 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그래도 나은 느낌이다. 정말 완전히 녹초가 되어버렸을 때, 나는 혼자서 황홀한 생각에 잠긴다. 언젠가 죽을 때가 오면 부엌에서 숨을 거두고 싶다. 홀로 추운 곳에서 죽든 누군가가 있는 따뜻한 곳에서 죽든 두려워하지 않고 모든 것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싶다. 부엌에서라면 괜찮을 것이다.

  나, 즉 '사쿠라이 미카게'의 양친은 두 분 다 내가 어렸을 때 돌아가셨다. 그래서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나를 길러주셨다. 중학교에 올라갈 무렵 할아버지도 돌아가셨다. 그래서 할머니랑 둘이서 이제까지 살아온 것이다.

  얼마 전, 그만 할머니마저 돌아가시고 말았다.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가족이라는, 분명히 함께 해야 할 존재들이 세월 속에서 한 사람 한 사람씩 줄어가더니 이제 나 혼자 여기 남겨졌다는 생각이 들 때는 눈앞에 있는 것들이 전부 거짓말처럼 느껴진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방에서 이렇게 주욱 시간이 흘러 이젠 나 혼자 남았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마치 공상과학 같다.

  우주 속의 어둠 같다. 장례식을 마치고 사흘 동안은 멍청해져 있었다.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 슬픔의 포화상태에서 아슴아슴한 졸음에 몸을 맡긴 채, 볕이 잘 드는 적막한 부엌에 이불을 깔았다. 담요를 몸에 둘둘 감고 죽은 듯이 잠만 잤다. 냉장고의 위잉 하는 소리가 적막감으로부터 나를 지켜주었다. 그곳에서는 그런 대로 긴 밤들이 편안하게 지나갔고 아침이 찾아와 주었다. 그저 별 아래서 잠들고 싶었다. 창 틈으로 비집고 들어오는 아침 햇살을 받으며 잠에서 깨고 싶었다. 그 이외의 것들은 모두 다 그저 담담하게 지나갔다.

  하지만 마냥 그렇게 지낼 수만은 없었다. 현실은 각박하니까. 할머니가 착실하게 어느 만큼의 돈을 남겨두었다고는 하지만, 혼자서 살기에는 이 집이 너무 크고, 벅차 달리 내가 살 집을 찾아보아야만 했다. 하는 수 없이 ≪아파트 정보≫를 사 가지고 와 들춰보았지만 빼곡이 들어찬 고만고만한 방들을 보고 있자니 눈앞이 빙글빙글 돌 지경이었다. 나로서는 역부족이었다. 이사는 능력 있는 사람이나 하지, 내게는 무리다. 밤낮으로 부엌에서 잠만 잤더니 뼈 마디마디가 아프고 기운이 없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골치 아픈 머리를 더 골치 아프게 만들어 집을 보러 다니고, 짐을 나르고, 다시 그 짐을 풀고……!

  얼마든지 늘어놓을 수 있는 번거로움을 떠올리며 절망하면서 뒹굴뒹굴 누워만 있었다. 자다가 횡재를 한다더니, 그러던 중에 나에게 기적 같은 일이 찾아온 그 날 오후의 일을 나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딩동딩동 하고 갑자기 초인종이 울렸다. 구름이 낮게 깔린 봄날의 오후였다. ≪아파트 정보≫를 가끔씩 들여다보는 일에 완전히 지쳐 있었지만, 어차피 이사는 하게 될 것 같아서 끈으로 잡지들을 묶고 있던 중이었다. 거의 잠옷 바람으로 허둥지둥 달려나가 아무 생각도 없이 문을 열었다. 강도가 아니어서 참으로 다행이었다. 문 앞에는 '다나베 유이치'가 서 있었다.

    "지난번에는 고마웠어요."

  내가 먼저 말을 건넸다. 장례식 때 많은 도움을 주었던 한 살 아래의 좋은 청년이었다.
  듣자니 나와 같은 대학에 다닌다고 한다. 지금 나는 휴학 중이다.

    "천만에요, 살 곳을 정했나요?"

  그가 말했다.

    "아뇨, 아직……."

  하며 난 영문 모를 웃음을 지어 보였다.

    "역시 그렇군요."
    "들어와서 차라도 한 잔 할래요?"
    "아뇨. 지금 막 나가는 길이라 시간이 없어요."

  하며 그가 웃었다.

    "잠깐 전할 말이 있어서 왔어요. 어머니와 상의해봤는데요,
     얼마 동안 우리 집에 와 있지 않을래요?"
    "네?"

  내가 되물었다.

    "여하튼 오늘 저녁 7시경에 우리 집에 한번 들러주세요. 이건 약도예요."
    "네에."

  나는 멍한 상태로 그의 메모를 받아들었다.

    "자아, 그만 갈께요. 어머니나 저나 '미카게'양이 와주시기를 바라고 있어요."

  그가 웃었다. 그 웃음이 너무도 맑아서 현관에 서 있는 그 사람의 눈동자가 훨씬 가까이에 있는 것처럼 느껴져 눈이 떨어지지 않았다. 갑작스레 그가 내 이름을 불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한번 갈게요."

  나쁘게 말하면 무엇에 씌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태도가 아주 담담했기 때문에 그의 말이 진심임을 믿을 수가 있었다. 눈앞에 펼쳐진 암담한 어둠 속에서----무엇에 홀린 듯이---- 한 줄기 빛이 보였다. 그 빛이 너무나 환하고 밝아 나는 그렇게 대답했다.

  그러자 그는 <그럼, 이따가> 하더니 웃음을 남기고 가버렸다. 나는 할머니의 장례 때까지도 그를 알지 못했다. 장례식 날 돌연 '다나베 유이치'가 찾아왔을 때는 그가 할머니의 애인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왜냐하면 그는 눈물로 부어오른 눈을 뜨지도 못한 채 떨리는 손으로 분향을 하고는, 할머니의 유해를 보자 또다시 눈물을 뚝뚝 떨구었던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내가 갖고 있는 할머니에 대한 애정이 그 사람보다 적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 정도로 그는 슬퍼했었다. 그리고 손수건으로 얼굴을 찍어누르며 말했다.

    "제가 뭘 도와드리면 될까요?"

  그 후 그에게서 여러 가지의 도움을 받았다.

  다나베 유이치.

  그 이름을 할머니한테서 언제 들었는지 생각해 내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다른 사람과 혼동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할머니가 단골로 가는 꽃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이었다. <좋은 학생이 있는데, '다나베'군이 말이다. 오늘도 말이지…….>하는 말들을 할머니에게서 몇 번 들었던 기억이 났다. 꽃꽂이를 좋아했던 할머니는 언제나 부엌에 꽃을 꽂아두었으므로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꽃집에 들르곤 했다.

  그러고 보니 한 번인가는 그가 커다란 화분을 안고 할머니의 뒤를 따라 집에 왔던 적도 있는 것 같다. 그는 긴 팔다리를 가진 잘생긴 청년이었다. 그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아는 게 없었지만, 꽃집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모습을 오가다 본 적이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아주 조금 알게 된 뒤에도 그의 어딘지 모르게 <차가운> 인상은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

  행동이나 말씨가 아무리 부드러워도 그는 혼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니까 그는 그 정도의 안면이 있을 뿐인 사람이었다. 저녁에는 비가 내렸다. 촉촉하고 포근한 봄비가 거리를 감싸는 그런 밤에 약도를 들고 걸었다. '다나베'는 중앙공원을 사이에 두고 우리 집 건너편에 있는 맨션에 살고 있었다.

  공원을 빠져나가자 밤 숲에서 나는 나무 냄새로 숨이 막힐 듯했다. 비에 젖어 반짝이는 도로에 무지개 빛이 반사된 길을 자박자박 걸어갔다. 사실 나는 그가 나를 불렀기 때문에 그 집으로 가고 있는 것뿐이었다. 특별히 어떤 생각이 드는 건 아니었다. 높이 솟은 맨션을 올려다보니 그의 방이 있는 10층은 더욱 높아서 틀림없이 야경이 아름답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복도를 울리는 내 발소리를 느끼며 초인종을 눌렀다. '유이치'가 얼른 문을 열었다.

    "들어오세요."
    "실례합니다."

  내가 들어선 곳은 참으로 묘한 방이었다.

  부엌으로 이어지는 거실에 놓인 중후한 소파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 넓은 식기 선반을 뒤로 하고, 테이블을 놓지도, 카페트를 깔지도 않은 채 그 소파가 놓여져 있었다. 소파는 베이지 색 천으로 감싸여 있었는데 마치 TV광고에나 나올 듯한, 가족들이 모두 둘러앉아 TV를 보는 옆에 외국에서나 기를 수 있는 커다란 개가 앉아 있을 듯한, 정말로 멋지고 훌륭한 소파였다.

  베란다가 보이는 커다란 창 앞에는 마치 정글을 연상케 하는 많은 식물들이 화분에 심겨져 줄지어 있었고, 집안도 온통 꽃투성이였다. 곳곳에 놓인 병에는 각양각색의 계절의 꽃들이 장식되어 있었다.

    "어머니는 지금, 가게에서 잠깐 빠져 나오겠다고 했으니까 기다리는 동안 괜찮다면
     집안을 둘러봐도 좋아요. 안내할까요? 무엇으로 판단하는 타입이죠?"

  차를 준비하면서 유이치가 말했다.

    "뭘요?"

  내가 그 푹신한 소파에 앉아 물었다.

    "집과 그 집주인의 취향! 왜, 화장실을 보면 알 수 있다든가 하는 그런 말들 하잖아요."

  그는 담담하게 웃으며 차분하게 말하는 사람이었다.

    "부엌."

  내가 대답하자,

    "자아, 여기에요. 얼마든지 보세요."

  그가 말했다.

  나는 그가 차를 준비하고 있는 뒤쪽으로 돌아가서 찬찬히 부엌을 구경했다. 나무로 된 바닥에 깔린 느낌이 좋은 매트, '유이치'가 신고 있는 고급스런 실내화, 최소한의 필요한 것들만을 쓰게 좋게 배열한 주방용품들……. 실버스톤 프라이팬과 독일제 껍질제거용 칼은 집에도 있던 것들이다. 요령꾼인 할머니가 손쉽게 술술 껍질이 벗겨진다며 좋아하던 것이었다.

  작은 형광등 불빛을 받으며 조용히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그릇들, 반짝이는 유리잔. 얼핏 보면 모두 제각각 이지만 전부가 기품 있는 것들뿐이었다. 특별한 요리를 만들기 위한 것인지 대단히 큰 접시들도 눈에 띄었다. 또 뚜껑이 달린 생맥주 조끼가 놓여 있는 것도 왠지 마음에 들었다. '유이치'가 괜찮다고 하기에 작은 냉장고도 열어보았더니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오래 전에 넣어 둔 것 같은 음식들은 보이지 않았다.

  음음, 고개를 끄덕이며 둘러보았다. 좋은 부엌이었다. 나는 이 부엌을 첫눈에 매우 사랑하게 되었다.

  명심보감明心寶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복이 있다 해서 그것을 다 누리지 말라.
     복이 다하면 몸이 빈궁에 처해지게 마련이다.
     권세가 있다고 해서 그것을 다 부리지 말라.
     권세가 다하면 원수로 만나게 된다.
     복이 있거든 항상 스스로 아끼고,
     권세가 있거든 항상 공손해져라.
     사람살이에서 교만과 사치는 처음은 있으나
     끝이 없는 경우가 많다

  위의 글의 의미는 자기 절제가 얼마나 필요하고,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하는지를 절절이 깨닫게 해주는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복, 권세, 교만, 사치가 주는 첫 맛은 달콤합니다. 그러나 그 달콤한 맛에 안주하는 순간 그 다음의 쓴맛이 기다리게 마련입니다.
  '스타지우'에 오시는 님들이 알아두시면 좋을 글 같아서... 적어보았습니다.

  글이 너무 긴 거 같으니 여기서 이만 줄여야겠습니다.
  그럼... 쉬세요.


댓글 '4'

...

2002.03.14 23:33:03

지나가다가... 제가 좋아하는 책이 나와서..., 이책을 우연히 접하고, 이 작가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어제부터 두번째 읽고 있는데, 예전의 그 감동이 다시 느껴지던데요... 그냥, 반가워서 몇자 적었어요. 고마워요...

하얀사랑

2002.03.15 00:04:17

토미님... 사랑이 읽고 싶은 책목록에 오늘 하나 더 추가했습니다,,, 아시죠?^^ 꼬~옥 읽을거에요,, 토미님이 추천해주시는 책이니까,,, 토미님, 그리고...님 편한 밤 되세요

새우튀김

2002.03.15 00:33:03

요시모토 바나나 작품 말씀하시는거 맞죠..? 저두 그 책 읽었는디...근디 읽은지가 쪄매 되서리..암튼 저두 '키친'이라는 작품 맘에 들었는디...글거 하나더 제가 추천해드리자면 '무라카미 류- 교코' 이것두 일본 작품인디 꽤 괜찮더라구여..히~~

토미

2002.03.15 01:32:28

'교코'가 우리나라 말로 읽으면 '경자'라고 발음된다는 거... 새우튀김님은 아시죠... 이 책은 작가의 다른 작품과는 달리... 뭐랄까, 참으로 맑고 선명한 이미지로 남는 책이죠... 이 소설은 정말로, 처음부터 끝까지 투명하다고 표현할 수 있죠... 무無가 아니라, 진짜로 투명한, 그것도 유리의 차가운 투명이 아니라 봄날, 미국의 목가적 대초원의 따스한 볕이 내리쬐는, 파아란 하늘 아래의 공기의 투명함이랄까... 그렇다고 나른한 공기가 아닌, 시원한 바람을 품은 그런 투명함 말입니다... 마치 詩 같은, 영화 같은, 노래 같은, 너무나 선명한 이미지로서 다가오는 소설이죠... 저도 다른 님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특히 무라카미 류의 끈적끈적함에 놀라신 분들에게 말입니다... 그럼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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