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면 나의 베개는 비석처럼 날 덧없이 바라본다.
     홀로 있는 것이, 당신의 머리카락에 싸여 있지 않는 것이,
     이처럼 쓰라리다는 것은 미처 몰랐다.

     적막한 집에 홀로 누워 등불을 끄고는
     당신의 손을 잡으려고 가만히 두 손을 뻗으며,
     뜨거운 입술을 살며시 당신 입에 대고 치기까지 애무한다.
     그러나 갑자기 눈을 뜨면 주위엔 차가운 밤이 깔리고
     창에는 별이 빛나고 있다.
     아, 그대의 금발은 어디 있는가?
     달콤한 그 입술은 어디 있는가?

     지금은 어느 기쁨도 슬픔이 되고, 포도주 잔마다 독이 된다.
     홀로 있는 것, 홀로 당신 없이 있다는 것,
     그것이 이리 쓰린 것은 미처 몰랐다.

  헤르만 헤세의 시詩 '그대 없이는'입니다.
  더 이상 부연설명이 필요 없는 시詩입니다. 왜냐하면 홀로 남아본 자들은 다 알기 때문입니다. 기쁨이 슬픔이 되고, 포도주 잔마다 독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긴 암흑터널과 같은 이 시간을 통과하고 나면 그래도 얻어지는 게 있습니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처럼 예전보다는 훨씬 더 성숙해진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신문을 볼 때 정치면은 되도록 보지 않으려고 하지만... 어쩌다 눈동자가 움직여 읽어보게 되면... 절망부터 느끼게 됩니다.
  원래 '정치'라는 직업이 '거짓말과 모략'을 잘 해야 성공하는 직업이라고 말들 하지만... 그래도 너무들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놀드 토인비의 '역사의 한 연구'중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만일 한 사람이 균형의 법칙을 어기고 그 사람이 지니기에는 너무 큰 것을 갖게 되면 재난을 당하게 된다. 마치 너무도 작은 배에 너무도 큰 돛을 단다든지, 너무도 작은 몸뚱이에 너무 큰 음식상을 베푼다든지, 너무도 작은 영혼에 너무 큰 권력을 쥐어주게 된다면 그 결과는 뻔하다. 완전히 전복할 수밖에 없다.

  토인비는 권력의 장악과 몰락 과정을 설명하면서 '과식(surfeit)', '거만한 행위(outrageous behavior)', '재난(disaster)'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과식'은 너무 먹었다는 뜻인데, 권력 장악에 크게 성공했기 때문에 오히려 문제가 되는 정치심리학적 조건을 설명하는 말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거만한 행위'는 그 '과식'에 의해서 오는 정신적, 도덕적 균형 감각의 상실을 뜻하고, '재난'은 그 균형의 상실에서 오는 궁극적 결과라는 뜻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권력장악이 '과식'을 낳고, 그것은 '거만한 행위'와 함께 '몰락'으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전... 정치를 지금 하고 있는 사람이나, 앞으로 하겠다고 마음먹은 사람들이 '정치꾼'이 아닌 '정치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낮에 교회에서 친하다고 버릇없이 구는 후배를 보면서 생각나는 글이 있어 적어봅니다.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성공을 위해 밑줄 긋고 싶은 말들'중에 나오는 글입니다.

  남과 허물없이 지낸다고 해서 너무 버릇없게 구는 사이가 되어서는 안 된다.
  반짝이는 별은 사람 곁에 가까이 오지 않기 때문에 언제까지나 그 빛을 잃지 않는 법이다.
  항상 얼굴을 맞대고 있으면 존경의 마음을 갖기가 어렵고, 자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조심스럽게 감추어졌던 상대방의 결점이 차차 눈에 띄게 마련이다.
  누구를 막론하고 너무 친해져서 버릇없는 사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상대방이 윗사람이면 예절을 잃고, 아랫사람이면 위엄을 잃게 된다.
  더구나 어리석고 예의를 차릴 줄 모르는 속된 사람과는 결코 허물없이 지내서는 안 된다.

  사람의 관계는 끊임없이 변합니다. 오늘 '최고'로 인정받았던 사람도 내일엔 '최저'로 급전직하할 수 있습니다. 늘 자기를 다듬고, 자기 주변을 돌아보고, 그에 맞추고, 조화시켜 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버릇없음'을 재롱, 애교와 구별할 줄 아는 분별력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특히 잘 아는 사람과의 만남에서는 말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당나라 때의 시인 '두보杜甫'가 있습니다.
  이 분의 시는 참 서민적이죠.
  이 분이 살아 활동한 그 시기는 당나라가 가장 번창하고 화려한 시기였는데도... 이 분의 시는 화려함보다는 민중의 아픔을 이야기 한 시詩가 많습니다.
  이 분의 詩중에서 <민미디어>에서 출간한 '두보시선'에 실린 시 한 편을 본문 그대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본문 26-27쪽에서

     강촌

     서녘을 불태우는 붉은 구름,
     구름 사이 햇빛이 평지에 드리운다
     사립문에 재잘대는 참새 떼
     나그네가 천리 길을 돌아왔네

     아내는 믿기지 않는 듯 바라보다
     놀란 가슴 진정하고 눈물을 닦는다
     난리통에 떠돌던 몸이
     살아서 돌아온 것도 우연하다

     담자락엔 이웃 사람들 가득
     감탄하며 한숨쉬는 소리
     밤 깊어 다시 촛불을 잡고 보니
     마주 앉은 지금도 꿈만 같다

     羌村三首. 其一

  ▧ 757년 가을, 46세 때 작품. 반군의 수중에서 살아 돌아온 기쁨을 담았다. 아내와 자식들은 믿기지 않는 듯 눈을 비비며 바라보다 급기야는 눈물을 쏟는다. 희비가 겹쳐져 있다. 이 단란함을 부러워하는 이웃 사람들. 그들은 옆집의 경사를 축복해 주면서도 어쩌면 생사를 알 수 없는 가족 때문에 목이 메이는지 모른다. 어쨌든 시인은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오랜만에 해방감을 맛본다. 그동안 밀린 얘기를 나누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면서도 자꾸만 드는 생각은 어쩌면 이 모든 것이 꿈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하루종일 통증痛症때문에 방에 있으면서 채플린의 영화를 보았습니다.
  감정의 변화가 있는 영화는 허리에 무리가 가서 통증이 오기 때문에 일부러 무성영화를 구해서 보았습니다.
  채플린...이라는 이 배우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 조그만 사람이 화면을 꽉 채우는 느낌이 드는 걸 보면... 말입니다.
  '찰리 채플린의 자서전'중에 이러한 글이 있습니다.

  내가 맛보았던 불행, 불운이 무엇이었든 원래가 인간의 행운, 불운은 저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 같아서 결국은 바람 따라 달라지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나는 불행에도 그다지 심한 충격을 받지 않았으며 행운에는 오히려 순수하게 놀라는 게 보통이었다. 나에게는 인생의 설계도 없으며 철학도 없다. 현명한 사람이든, 어리석은 사람이든, 인간이란 모두 괴로워하며 살아가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눈물과 웃음, 유머와 페이소스의 대명사로 통하는 사람이 곧 찰리 채플린입니다. 그는 1899년 영국에서 태어나서 다섯 살 때부터 어머니 대역으로 무대에 올랐다고 합니다. 그가 출연한 <모던 타임즈>, <살인광 시대>, <위대한 독재자> 같은 영화는 지금도 수많은 사람이 기억하는 명화들입니다.
  위에서 마지막쯤에 그가 던진 외마디 "인간은 모두 괴로워하며 살아가는 것이다"라는 말은 듣는 이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괴로움을 겪는 사람에게는 괴로움을 경험한 사람만이 위로가 될 수 있습니다. 괴로움을 극복한 인생 그 자체가 곧 많은 사람에게 나침반이 되고 힘이 될 수가 있습니다. 불행을 맛보았던 채플린이, 기쁨을 향유하는 사람보다 고통을 겪는 사람에게 다가가는 자세로 영화를 찍었을 터이니 그의 영화가 어찌 평범하게 잊혀지는 영화가 되겠습니까...

  제가 바라만 보고 있는 '지우'님도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세대를 넘어 얘기할 수 있는 그런 작품에 출연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서점에 가면 '베스트셀러best seller'와 '스테디셀러steady seller'로 구분하여 책을 진열해 놓는 것을 보게 됩니다.
  물론 전 '스테디셀러'쪽으로 눈이 먼저 가지만... '지우'님은 사람들의 기억에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로 기억되었으면 합니다.
  당장 출연한 작품에서는 '베스트셀러'이자... 시간이 지나면서 찾는... 또 찾게 되는 '벤허'같은 영화처럼...'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으면 합니다.

  옆에 있는 식은 커피를 마시면서 이만 적어야겠습니다.
  의사 말이 되도록 침대에 누워있어야 된다고 하는데... 이제 그만 누워야겠습니다.
  조금 있다... 통증이 가라앉으면 그때 또 찾아오겠습니다.
  그럼...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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