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처럼 '과거'가 잊혀질까(조선일보)

조회 수 3144 2002.03.22 00:22:44
차차
드라마처럼 '과거'가 잊혀질까  

◆ 사진설명 : 교통사고 등으로 과거를 잊는 ‘선택적 기억상실증’은 비현실적이지만 드라마와 영화에선 단골 소재다. 사진은 기억상실증을 소재로 한 KBS-TV ‘겨울연가’(위쪽)와 SBS-TV ‘유리구두’의 한 장면.
여성 시청자에게 폭발적 인기를 얻은 KBS TV 드라마 ‘겨울연가’는 기억상실증을 중심 축으로 스토리가 전개되고 있다. 교통사고로 기억을 상실한 남자 주인공(배용준 분)이 10년전의 애인(최지우 분)을 만나 다시 사랑에 빠지고, 또 한번의 교통사고로 기억을 서서히 되찾는다는 줄거리다.

다소 식상하고 비현실적인 소재지만 애뜻한 첫사랑의 추억과 극적인 반전(反轉)이 시청자들을 붙들어 맸다. 최근 SBS TV도 기억상실증을 소재로 하는 드라마 ‘유리구두’를 시작했다. 여기서도 여자 주인공(김현주 분)은 ‘어김없이’ 교통사고로 기억상실증에 빠져든다.


이것이 가능한 일일까. ‘꽝’하는 충격으로 마치 회로가 끊기듯 과거 기억이 백지처럼 지워지고 또 한번의 충격으로 끊겼던 회로가 이어져 기억이 되살아나는 일이 실제로 존재할까.


기억장애를 진료하는 신경과와 정신과 전문의들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중앙병원 신경과 권순억 교수는 “머리에 심한 충격을 받아 가족을 못 알아보는 등 일시적으로 기억을 상실할 수 있지만, 이때는 뇌 전체의 기능이 떨어져 마치 치매와 같은 상태가 됐기 때문”이라며 “다른 뇌 기능은 멀쩡한데 자신의 과거만 기억하지 못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말을 하고, 글을 읽고, 돈을 내고 버스를 타고, 식당에 가서 밥을 사먹는 등의 능력도 모두 ‘기억’의 산물이므로, 외상으로 과거에 대한 기억이 상실됐다면 이런 능력도 함께 없어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김도관 교수는 “외상으로 인한 기억상실은 뇌의 단기 기억장치에 저장된 기억을 잃는 것으로, 자신의 이름같이 영구 저장된 오래된 기억을 잃지는 않는다”며 “외상성 기억상실증은 일시적인 것으로 수일 또는 수주내에 회복되는 게 보통”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드라마에서처럼 과거를 잊고 다른 사람으로 사는 ‘기억상실증’은 극작가들이 지어낸 가공의 병일까.

그러나 시야를 ‘정신병’의 범주로 옮기면 가능할 수 있다는 게 정신과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고통스런 현실로부터 도피하고 싶거나,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거나, 또는 기억하고 싶지 않는 극단적 경험 등이 잊고 싶은 기억만 잊는 ‘선택적 기억상실증’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선택적 기억상실증으로는 일종의 최면상태서 과거 기억을 잃고 다른 사람이 되는 ‘해리(解離) 장애’ 한 사람에게 둘 이상의 인격(人格)이 있어, 한 인격이 행한 일을 다른 인격이 기억하지 못하는 ‘이중(또는 다중) 인격’ 강간을 당했던 경험이나 살인 등 기억하고 싶지 않은 ‘짧은 순간’만을 기억하지 못하는 ‘심인성(心因性) 기억상실증’ 등이 있다.

1942년 제임스 힐튼 감독의 ‘마음의 행로’는 해리 장애를 소재로 하고 있는 대표적인 영화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정신과 민성길 교수는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전쟁의 공포에 맞닥뜨린 주인공은 자신이 군인이라는 사실을 부정함으로써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나려 하고, 그 때문에 전장에서 돌아와서도 군인이었던 자기 자신에 대한 기억을 모두 잊고 다른 사람으로 살아간다”며 “이처럼 해리장애는 일종의 최면상태가 유지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개 한달에서 수개월 이내에 해리 장애가 해소되지만, 경우에 따라선 수십년간 지속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정신과 조맹제 교수는 “그러나 해리장애는 정신과 교과서에나 존재하는 질병으로, 현실에서 경험하기가 극히 어렵다”며 “레지던트 시절 일시적 해리장애 환자를 딱 한번 경험한 것 외에는 지금까지 한번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영화 속 ‘지킬박사와 하이드’는 대표적인 이중인격으로 지킬박사가 한 일을 하이드가 기억하지 못하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김도관 교수는 “최면 상태가 계속 유지되는 해리장애와 달리, 이중인격은 최면상태가 됐다 안됐다를 반복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며 “넓은 의미에선 이중인격도 해리장애의 일종”이라고 말했다.

(임호준기자 hjlim@chosun.com)


시청각·촉각 등의 경험이 뇌에 전달된 흔적

기억이란 무엇인가

사전에선 기억(記憶)을 ‘사람이나 동물 등 생활체(生活體)가 경험한 것이 뇌의 특정 부위에 보관됐다 어떤 계기에 의해 재생·재구성돼 나타나는 현상’으로 정의하고 있다.



생리학적으로는 시각 촉각 청각 등을 통해 얻어진 어떤 경험(정보)이 아주 복잡한 회로(시냅스·신경세포 줄기)를 통해 뇌에 전달된 ‘흔적(痕蹟)’이 기억이라고 설명한다. 아주 충격적이고 강렬한 정보는 이 흔적이 뚜렷해 좀체 잊혀지지 않지만, 영어단어를 외우는 것과 같은 정보는 흔적이 약하므로 반복해서 흔적을 남겨야 그 회로가 넓어져 기억이 된다는 것이다.

대뇌에는 언어, 수리, 논리, 운동 등의 정보를 담당하는 영역이 구분돼 있으며, 각각의 영역을 통해 접수된 정보는 우선 해마를 중심으로 뻗어 있는 단기 기억 회로를 순환하게 된다.


뇌 정중앙 아랫쪽에 있는 해마에선 이 정보를 지워 버릴지, 장기 보관할 지 결정을 내린 뒤, 필요한 정보는 대뇌 변연계란 곳에 보내 장기 기억하게 된다. 변연계에선 장기 기억 뿐 아니라 단기 기억도 일부 저장하고 있다. 변연계에 저장된 장기 기억들은 좀체 지워지지 않지만 심한 뇌졸중 등으로 뇌 전체가 타격을 받으면 장기 기억도 지워질 수 있다.




댓글 '1'

운영2 현주

2002.03.22 02:09:53

머리복잡시려워서 사진만 봤다눈........... 근디..유리구두 잼있다눈.........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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