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어제 오늘 날씨가 좀 춥네요. 꽃을 시샘하는 마지막 바람인가요?
키가 큰 목련이 바람따라 왔다갔다하는 모양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하얀 벚꽃이 바람에 흔들흔들... 마치 날보고 이리 오라는듯..^^
유혹함에도 황사 때문에 참고 있다가 저녁에 살짝 나가보았습니다.
머리 위의 하늘은 그래도 좀 파래보이던데 황사바람에 모두 무사하신지요.
모두들 잘 지내고 계시죠? ^^
스타지우에 꽃들이 예쁘게 피었네요. 분홍색의 튜울립인가요? 제비꽃의 보라빛도 좋고...

음... 비온 뒤로 풀꽃들의 키가 한뼘 이상 쑤욱 자랐어요.
오늘 낮에 머리에 수건을 두른 아주머니들이 옹기종기 앉아서
줄지어선 모과나무 아래 노란풀꽃들을 모두 뽑아냈습니다.
풀을 매신 거지요. 실한 모과가 열리게 하기 위해서...
그 옆을 지나오는데 흙냄새와 풀냄새가 섞여 싱그러웠습니다.
아저씨들은 사다리에 올라 무성한 나뭇가지들를 싹둑싹둑...
계절에 앞서 이렇게 준비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그런지 나무 모양새가 다 아름다워요.
그렇게 여름 맞을 준비를 하네요, 여긴...
그래도 다행이에요. 제가 산책하는 곳에는 풀꽃이 그대로 남아있어서...

항상 4월엔 집안에 행사가 많아요.
식목일 전후로 할아버지 제사와 부모님 생신이 겹치고... 앞으로 두 번의 행사가 더 있답니다.
참 바쁜 달이에요.

지난 식목일엔 집안일로 모인 친척들과 가족들 모두 두메산골? 동생집에 다녀왔어요.
파릇파릇 쑥이 많이 났다고 쑥뜯으러 오라고 해서, 또 이사온 후 못 가보신 분도 계시고 해서...
도착해 보니 정말 쑥밭이었어요. 모두들 놀라서 할말을 잃고... 잠시 방황을..^^
따뜻한 햇살아래 좀 더웠지만 쑥향기도 좋고 시원한 바람도 살랑살랑 기분좋고...
간간히 들리는 도란도란 얘기소리 심심하지 않고...

그 쑥으로 만든 쑥떡을 하나 집어먹고 이 글을 씁니다..^^  

어린시절 고향의 뒷동산에 피었던 만큼은 아니었지만
산밑으로 진달래가 예쁘게 피었고, 물오른 가지 잘라 피리 만들어 불던 버들강아지...
어머니도 옛생각이 나셨는지 한마디 잘라 오셨는데... 예전처럼 안되더군요..^^
아직 하얀 꽃은 피지 않았지만 오랜만에 찔레나무도 보고...
진달래 먹고 물장구 치던 어린시절엔 찔레순도 많이 따먹었는데..^^

어른들 모두 집으로 돌아가시고...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네자매만 남았어요.
이른 저녁을 먹고 해질녘...  
예전에 고춧대 뽑아 놓았던 밭을 네모나게 몇 이랑으로 잘 정리해 놓았더군요.
시골 사람들이 얼마나 부지런해야 하고 할일이 많은지 아냐며
말로는 시골 아주머니가 다 된 동생... 씨앗을 심자고 해서...
네자매와 조카 둘은 호미와 괭이를 들고 집앞 밭으로 나갔습니다.

주먹만한 돌멩이가 군데군데... 줏어서 고랑으로 던져내며...
이모들은 호미로 홈을 파고... 조카들은 거기에 씨를 뿌리고...
며칠 전에 심어놓은 감자이랑 옆으로 배추씨, 무씨, 겨자씨? 아욱씨 등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는 채소들... 조그만 밭에 어찌 그리도 많은 종류의 채소를 심는지...
내일은 옥수수와 강낭콩을 심겠다는 동생에 그저 놀라울 뿐...

다 자란 후의 밭을 상상하면서 모두들 조금은 흥분한? 설레이는 맘으로 씨앗을 심었답니다.
비료도 안주고 농약도 안하고 그냥 자연산? 거름만 주면서 키우겠다는 동생...
벌레가 다 먹을 텐데 하는 언니...
벌레가 먹고 남은 것만 먹을거야 하는 동생... 잘 키워서 이집도 나눠주고
저집도 나눠주고... 언니 이제 내가 무기농 채소만 먹을 수 있게 해줄께.
동생도 약간 흥분한듯...

허리를 펴고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새 어둠이 조용하게 내려앉았습니다.
정말 조용했어요. 자동차 소리도 들리지 않고... 어떨땐 화려하게 어떨땐 가련하게?
보이는 도시의 반짝이는 불빛들도 보이지 않고...
빙 둘러쳐진 산 위로는 새벽처럼 어두워오는 하늘이 있고...
허리 펴고 깊은 숨 한번 토해내고 어둠이 깊어오는 주위를 돌아보니  
잠시 시간이 멈춰버린듯 정적이 감돌고... 돌아본 집안의 불빛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동작빠른 조카 어느새 손전등을 들고 나왔습니다..^^    

모처럼 만난 네자매... 한밤중엔 수다라도 한자락 풀어놓으려 했는데,
그동안 집안 행사에 잠도 제대로 못자고, 자연과 함께 노는 것도 힘겨웠나 봅니다.
어느새 꿈결인지 언뜻 비오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리는 듯도 하고...
아, 어제 씨앗을 정말 잘 심었구나... 비가 와서 잘 크겠다 하는 생각이 잠결에도...
휴일인데도 불구하고 역시 일찍 자니 일찍 일어나게 되더군요..^^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주룩주룩... 모두들 거실 창밖을 내다보며...
흐뭇한 마음이 되어 어제 정말 잘 심었지? 잘 자라겠다, 한마디씩...

나무에서... 풀꽃에서... 초록의 나뭇잎들을 바라보면서...
내 자신 마음의 위안을 많이 받았는데...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꼈었는데...
그동안 전 나에게 많은 것을 준 그것들에게 해준 것이 하나도 없네요. 그저 받기만 했을뿐...
지금까지 식목일날에도 제대로 나무 한그루 심지 못하고...
까만 배양토에 심어 싹을 틔운 봉숭아를 조카에게 선물받았어요.
이거라도 잘 키워서 화분에 옮겨 심어야겠어요..^^

참, 씨앗을 심고 돌아온 다음날... tv에서 온실에 씨앗 심는 것을 봤어요.
손가락으로 구멍을 내고 거기에 씨앗을 심더군요.
근데 우리가 심은 씨앗들은 어떡하지? 호미로 괭이로 푹푹 두번이나 흙을 파내고 심었는데...
그 위를 또 조카들이 발로 흙을 덮으며 밟아버렸는데... 과연 싹이 나올 수 있을까?
조그만 씨앗에 너무 많은 흙이... 무지 걱정되네요..
오늘 동생한테 전화했어요... 며칠 기다렸다 싹이 나오지 않으면 다시 심으라고.. ^^

내가 아니라 내 주변사람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행복해야
내가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절실히 느꼈던 때가 있었어요. 두메산골?의 동생때문에...
그리고 또 내가 행복해야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도 행복할 거라는 것도...

지우님... 그리고 스타지우 가족님들도 모~두 행복하세요!
자신을 위해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아이구... 오늘 너무 길어졌네요...
어? 요 밑에도 제비꽃이..^^  운영자님! 정말 예쁘네요..

댓글 '4'

마르스

2002.04.10 04:47:48

그린님 4자매 라구요..정말 좋겠어요...전 딸 하나라서 물론 남동생은 있지만요.

마르스

2002.04.10 04:50:18

모르고 엔터를 누루는 실수를 전 딸들이 많은 집을 제일로 부러워 한답니다.역시 언니 동생들이 있어야 해요. 정말 부러워요....

순수지우

2002.04.10 09:32:59

오늘 아침도 마니 쌀쌀해여..다시 겨울로 돌아간것같이..저두 꽃과 나무를 심어보고싶은데 담에 기회가 되면 꼭 심어봐야겠어여..^^ 그린님 좋은하루되세여*^^*

그린

2002.04.10 12:56:10

안녕하세요 마르스님... 네자매에 오빠도 있고... 좀 많죠? ^^ 오남매 키우시느라 부모님께서 고생이 많으셨죠.. 예전에 학교에서 가족수 조사할 때 거의 마지막까지 들고 있던 손을 부끄러워한 기억이 있어요.. 지금은 모두 따로 살고 있어서 그렇게 많은지 모르겠어요. 가끔씩 만남에 그냥 반가운 마음이죠.. 네자매지만 얼굴도 성격도 다 달라요.. 어쩌면 닮은 구석이 이렇게 없는 자매들도 드물 거라는 생각을 가끔은..^^ 마르스님 순수지우님 즐거운 하루 되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244 못보던 사진~ [5] 흠냐~ 2002-04-10 3097
6243 최지우씨 한자 이름 아시는 분? [6] 궁금해요 2002-04-10 7014
6242 겨울연가 캡처여...^^ [5] 김진희 2002-04-10 3215
6241 똘레랑스한다는 것... [2] 토미 2002-04-10 3206
6240 재미있는 글 올리구 퇴근합니다(다 아는 얘기는 아니겠죠)... [2] 마르스 2002-04-10 3121
» 자신을 위해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4] 그린 2002-04-10 3138
6238 결연 사구체(씨티오브용준 세현맘님글 펌) ..very very funny [5] guest 2002-04-10 3151
6237 지우님 누드/정사 씬... 어떻게 생각하나요? [22] Jake (찬희) 2002-04-10 3330
6236 [re] 음훼훼~~님 보세요... Jake (찬희) 2002-04-10 3100
6235 롤러코스터 - 내 손을 잡아줘... [1] Jake (찬희) 2002-04-10 3148
6234 비 오던 날 만든거.... [8] Jake (찬희) 2002-04-10 3140
6233 현주언니 보실래요... [1] 마르스 2002-04-10 3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