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우울한 날은 있다...

조회 수 3194 2002.04.10 23:40:08
토미
     자신이 원할 때 붙잡을 수 있는 용기,
     그리고 붙잡은 것을 지속하여 해낼 수 있는 의지.
     이 두 가지가 인생에서 필요하다고 어디선가 들었어요.
     이것을 그 당시 알았더라면....
     아무것도 모른 채 인생은 시작되어 진행되지요.
     저는 뒤늦게 모든 것을 알아차리며 조금씩 어둠에서 헤어 나오고 있어요.

  소설가 김채원님이 쓰신 이 글귀를 오래 전에 알았다면... 지금의 저는 어떻게 변해 있을까요?

  요즘은 '지우'라는 명사名詞가 생소해 보입니다.
  거의 신경을 못 쓰고 살거든요.
  아니 되도록 이 이름을 기억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그래야 다음에 또 '지우'라는 이름을 대했을 때 빈 항아리처럼 채울 수 있을 거 같아서요.
  그렇다고 아주 잊은 건 아니죠... 매일 '스타지우'에 오는 것을 보면요.

  낮에 만남을 가지기 전에, 시간이 남아 근처에 있는 서점에서 가볍게 읽을 만한 책을 골랐습니다.
  제목이 인데 좀 무거워 보이죠.
  그런데 내용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건 冊안에 동물들 사진이 많다는 겁니다.
  아마 이건 이 책의 저자(브래들리 트레버 그리브Bradley Trevor Greive)의 직업이 화가이자 만화가, 장난감 디자이너, 애니메이션 감독, 시나리오 작가인 탓도 있을 겁니다.

  먼저 책을 소개하자면...

  참을 수 없이 우울한 날, 갑자기 늪에 발을 빠뜨리기라도 한 듯 마음이 가라앉는 날, 그때 써먹을 우울 탈출 비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은 우리에게 귀여운 동물들의 사진을 한아름 안기는 독특한 처방을 해줄 겁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여러 동물의 흑백사진 90여장이 들어있는 사진집寫眞集인데, 그것은 그들을 절묘한 솜씨로 배치하여 당신의 우울을 날려주고자 함입니다. 하긴 표지에 등장한, 턱을 괴고 심각하게 우울에 빠져있는 오랑우탄의 사진부터가 웃음을 자아냅니다.

  책은 '누구에게나 우울한 날이 있지요'라는 문장으로 시작해 여러분도 신나게 공감할 우울의 증상들을 하나하나 열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간쯤에 다다르면, '이건 다 미친 짓이에요, 왜냐하면 젊음은 단 한 번뿐이고...'라는 문장으로 우리를 혼냅니다. 그리고 나열되기 시작하는 인생의 온갖 멋진 면들... 마지막은 '결국 삶이란 이런 게 아닐까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라는 문장과 흡족하게 씨익 웃고 있는 개구리의 사진.

  물구나무 서는 코끼리, 친구들 앞에서 미끄러진 펭귄, 너무나 사랑스럽게 서로 껴안은 북극곰, 노래를 부르는 얼룩말... 글은 한 바닥에 한 줄뿐이지만 사진과 함께 맞추어보는 즐거움이 과연 조금은 기분을 좋게 합니다.
  더불어 책 분량이 190쪽이 조금 넘는다는 것입니다.

  낮에 제가 입고 나간 복장을 말해볼까요.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는 만남이다 보니, 아침부터 이걸 입고 갈까, 저걸 입고 갈까... 고민을 했습니다.
  결국은 '세실'님의 생각처럼 제가 제일 편하게 입는 정장으로 입고 나갔습니다.
  감색 Suit에 흰색 윈저Collar Shirt에 점잖은 무늬의 청색 Tie를 매치해서 말입니다. 물론 구두도정장에 매치해서 Straight-tip Shoe를 신었구요.

  날이 차갑습니다... 아니 저만 그런가 요즘은 너무 추워요.
  손이 자꾸 곱아집니다.
  아무래도 글을 이만 줄여야겠습니다.
  그럼... 쉬세요.

     그때 예수께서 제자들을 산으로 데리고 올라가 곁에 둘러앉으시고
     이렇게 가르치셨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온유한 사람은 행복하다.
     슬퍼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자비를 베푸는 사람은 행복하다.
     박해받는 사람은 행복하다.
     고통받는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나라에서의 보상이 크니 기뻐하고 즐거워하라.

     그러자 시몬 베드로가 말했다.
     *그 말씀을 글로 적어 놓으리까?*

     그리고 안드레아가 말했다.
     *그 말씀을 잘 새겨 둬야 할까요?*

     그러자 야고보가 말했다.
     *그걸 갖고 우리끼리 시험을 쳐볼까요?*

     그리고 빌립보가 말했다.
     *우리가 그 뜻을 잘 모를 경우에는 어떻게 할까요?*

     그리고 바돌로메가 말했다.
     *우리가 이 말씀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 줘야 할까요?*

     그러자 요한이 말했다.
     *다른 제자들한테는 이런 걸 알려줄 필요가 있을까요?*

     그러자 마테오가 말했다.
     *우리는 여기서 언제 떠날 건가요?*

     그리고 유다가 말했다.
     *그 말씀이 실생활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 걸까요?*

     그리고 그 자리에 참석했던 바리새인 하나는
     예수에게 수업계획서를 보여줄 것을 요청하면서
     그 가르침의 최종적인 목표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
               .
               .
     그러자 예수께서는 우셨다.

  p.s. 이 글 적으며 저도 울었습니다.


댓글 '2'

sunny지우

2002.04.11 01:29:04

토미님은 민형이 만큼 옷입는 감각이 뛰어 나신 것 같아요. 눈 감고 연상해 보고있어요. 예수님의 제자들, 단편적인 신약의 핵심들 인것 같은 데..너무 어렵군요. 아마 저도 제자들과 같은 오류를 범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군요.

우리지우

2002.04.11 06:19:39

토미님의 글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해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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