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픽&화제    

<겨울연가> ‘첫사랑 신드롬’에 대한 유인경 기자·오수연 작가와의 찐한 수다
“배용준이 풀빵장수로 나타났어도 최지우가 사랑했을까요?”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씨가 ‘김어준의 솔직토크’ 첫 번째로 ‘수다 아줌마’ 유인경 경향신문 기자와 <겨울연가>의 작가 오수연씨를 불러내 드라마 <겨울연가>와 ‘첫사랑의 추억’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2시간 동안 때로 얼굴을 붉히며 입씨름을 하고, 때로 박장대소를 터트리며 가슴 깊이 묻어둔 첫사랑의 추억까지 체면 차리지 않고 속시원하게 털어놓은 솔직토크.

참가자 :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유인경 경향신문 기자, 오수연 <겨울연가> 스토리 작가

김 :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입니다. 유인경 기자님과 함께 화제의 드라마 <겨울연가>의 작가님인 오수연씨를 모시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열라 기쁩니다.

오 : 반갑습니다.

유 : 지난 겨울은 <겨울연가>가 단연 화제였잖아요. 최지우의 폴라리스 목걸이, 배용준의 꼬아서 만든 목도리가 유행하기도 하고…, 또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음반도 나와 부대수입도 엄청나게 올렸죠.

김 : 그런 부대수입 일부는 PD하고 작가님이 받는 건가요? 이야기를 들으니 궁금해지네. 예를 들어 머플러가 유행하게 되면 작가 앞으로 떨어지는 몫은 없나요?

오 : 저하고는 별로 상관 없어요.

김·유 : (최지우 버전으로) 없구나, 그렇구나.

오 :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영화나 드라마에서 팍팍 뜬 캐릭터 상품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안되어 있거든요. 대신 시청률이 높으면 인센티브가 주어지죠.

김 : 그러면 유행상품은 배우와 코디가 만들어내는 건가요? 예를 들어서 작가가 ‘이 캐릭터는 이런 옷을 입어, 이런 톤이어야 해’라고 써주면 코디는 거기에 맞추는 것 아닌가요?

오 : 그런 경우는 아직까지 거의 없어요. 외국 같은 경우는 그렇다고 하더군요. 워낙 마케팅전략이 발달되어 있어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상품을 유행시키는 전문 프로덕션까지 생기고 있다고 들었어요. 우리나라는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음반 정도를 내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죠.

김 : 작가님이 개인적으로 유명 옷가게들과 연대하여 미리 유행 캐릭터를 창조해도 되잖아요(웃음).

유 : 협찬사의 협찬이 투명하게 진행되지 않으면 엄청나게 사리사욕으로 흐르기 때문에 법적으로 못하게 되어 있어요.

오 : 협찬을 받기는 하는데 협찬은 협찬으로 끝나죠. 그리고 한곳과 독점하는 것도 안되게 되어 있고요.

김 : 그러니깐 몰래 하자는 거죠(웃음).

유 : 그런데 작가님은 <겨울연가>가 이렇게 엄청나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는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오 : 제 개인적인 생각은 대리만족인 것 같아요. 멜로나 트렌디드라마는 10∼20대의 시청률이 높았는데, <겨울연가>는 30∼40대 주부들의 시청률이 훨씬 높거든요. 그래서 사회적 파급효과가 더 크기도 했고요. 내용적인 측면에서 보면 첫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코드를 사용했어요. 첫사랑이란 게 굉장히 유치하지만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감정이잖아요. 그것을 직설적으로 만족시켜 준다는 점이 성공비결 아닐까요?

김어준 “10년 동안 첫사랑에 집착하는건 정신병 아닌가요?”

김 : 솔직히 저는 <겨울연가>를 한번도 못 봤거든요. 그래서 이 자리에서 이야기할 자격 없는데, 낑겨들자면 여자주인공한테 아줌마 세대가 감정이입이 되게끔 의도하신 건가요?

오 : 그렇죠. 여자주인공이 첫사랑을 못 잊는 것이 이 드라마의 중심 코드인데, 이게 실제상황이라면 거의 엽기적일 정도로 집착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드라마 상에선 그게 더 드라마틱하게 작용하는 것 같아요. 어린 시절에 잠시 스쳐간 사랑의 대상이 죽었기 때문에 더 아름답게 남아있어 10년 동안이나 못 잊고 집착하는 거죠.

김 : 10년이면, 정신병 아닌가(웃음)?

유 : 대리만족이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저는 참 재미있는 게 예전에 황신혜 유동근이 나왔던 <애인>이라는 드라마가 있었잖아요. 처음으로 여자가, 그것도 결혼한 여자도 바람을 피울 수 있고 애인을 만들 수 있다는 것 때문에 화제가 되었는데, 제 친구들 중에 전업주부들이 많거든요. 그런데 모두 주부인 유동근의 부인 이응경에게 자기를 대리투사하는 게 아니라 직장 나가는 여자 황신혜에게 자신을 대리투사하더라고요. ‘나도 유동근처럼 멋진 남자를 만났으면 좋겠다, 새 애인 생겼으면 좋겠다’고 하는 거예요. 자기 얘기인 것 같다며 거기에 나오는 노래를 열심히 듣기도 하고요. 그걸 보면서 ‘아, 사람들은 자기가 처한 상황보다는 바라는 이상적인 것에 대리투사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 : 남자하고 여자는 틀리는 것 같아요. 오히려 그런 면에서 남자는 더 방어적으로 투사하죠.

오 : 여자들의 경우에는 대체로 남자들보다 사회적인 성취 같은 것이 현실적으로 많이 막혀있기 때문에 그런 대리투사가 더 필요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김 : 그런 차원에서 저를 찾으신 게 아닙니까(웃음). 갈등을 아예 없애고 농담사회 이룩하자.

유 : 딴지일보 주제군요. 그런데 드라마에서 꼭 최면요법이라든지 그런 엽기적인 장치까지 해야 했나요?

김 : 그리고 그렇게 꼭 교통사고로 죽여야 했어요?(웃음)

오 : 아이디어 부족이긴 했는데, 교통사고로 다시 기억이 돌아오는 설정이 처음부터 있긴 했어요. 물론 편의적으로 써먹으려고 했던 건 아니고 기억을 상실한 상황에서 급작스런 사고로 의식이 돌아오는 것은 설득력이 있거든요. 그런데 이야기를 전개하다 이렇게 꼬이고 저렇게 꼬이고 하다보니까 교통사고 설정 자체가 문제가 생겼지요.

김 : 그런데 또 하는 얘기지만 10년이나 못 잊으면 현실적으로 정말 정신병 아닐까요?

오 : 아니지요. 10년이 뭐예요, 30∼40년을 못 잊는 사람도 있는데. 얼마 전에도 40년 만에 재결합한 사람이 나왔잖아요.

김 : 최지우는 이미 사랑하고 결혼하려는 사람이 있었잖아요. 정신적으로 여백을 남겨놓고 쉬는 시간에 가끔 추억에 잠긴다든가 하는 건 모르겠는데, 어떻게 첫사랑이 나타났다고 해서 곧바로 현재의 애인을 갈아치우려고 하는 일이 일어날 수 있죠?

오 : 일어나기 어렵기 때문에 사람들이 좋아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순수하게 어떤 감정을 가진다는 게 어렵기 때문에 더 좋아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런데 첫사랑 경우에는 여자들보다는 남자들이 훨씬 더 못 잊어하고 가슴 아파하고 그러는 거 아니예요?

김 : 남자들이 훨씬 멍청하잖아요(웃음).

유 :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주변에 첫사랑을 만나서 가슴 떨려 하는 남자들 무지 많이 봤어요. 어느날 갑자기 전화가 왔다는 거예요. 그런데 만나보면 보험 하나 들어달라고 하고(웃음), 이혼해서 억울하다고 하고…. 그렇게 첫사랑이 다시 나타났다는 경우가 많은데 남자들 반응이 ‘저 여자 왜 왔나’가 아니라 굉장히 가슴 아파하는 거예요. ‘옛날에는 너무너무 괜찮았는데 남자 잘못 만나서 저렇게 되었다’고 안쓰러워해요. 반면 여자는 첫사랑의 남자로부터 연락이 오면 일단 두려워해요. 남편에게 들키면 어떡하나 하는 거죠. 그런데 만약 첫사랑이 현재 사업에 실패했다거나 하면 동정과 연민보다는 ‘그런 남자랑 결혼 안한 게 너무 다행이다. 그때 헤어지길 잘했다. 아유 내 팔자가 좋은 팔자’라고 하면서 남편의 반찬이 달라져요. 얼마 전에도 제 친구의 옛 남자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헤어진 후 각자 결혼해서 잘사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그 남자가 함께 만나자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친구에게 ‘아직도 너 못 잊나보다 한번 만나줘라’고 했더니 팔짝 뛰더라고요. 그처럼 여자들은 현실에 안주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이 드라마가 남자들도 최지우한테 더 점수를 많이 주었던 것이 아닌가 싶어요.

김 : 남자 입장에서 보면 10년 동안 기다렸는데 여자가 마음 돌리는, 그러니까 배신당하는 남자에게 자기를 투사할 것 같은데요. 그렇지 않을까요? 더군다나 그 남자가 배용준처럼 잘생겼다면 대부분의 남자들이 ‘씨바(전체 웃음) 저런 놈이 맨날 뺏어가요’ ‘10년이나 내가 기다렸는데 말이지 나쁜 년’ 그럴 거 같아요.

유인경 “여자보다 남자가 첫사랑 못잊어요”

유 : 남자들이 보기에도 배용준 잘생기지 않았어요?

김 : 음 개인적으로는 약간 느끼합니다(웃음). 말하는 톤같은게. 부러워서 그런가? 하여튼 내가 그 사람 사귈 거 아니니까(웃음). 얼굴이 잘생겼다는 건 맞는데…, 모르겠네요. 남자가 남자로서 좋아할 타입은 아닌 것 같아요.

오 : 저희 작가들도 배용준씨보다는 박용하씨한테 더 연민을 느꼈는데, 시청자들로부터는 배용준씨가 왜 그렇게 반향이 컸는지 궁금했어요.

유 : 쓰면서도 배용준의 매력을 못 느끼면서 쓰셨어요?

오 : 배용준은 어차피 대상이 된 남자이기 때문에 강렬하다기보다는 우유부단할 수밖에 없거든요. 일단 최지우는 강하게 주는 입장이고 배용준은 받기만 하는 입장이잖아요. 그러니까 작가들이 보기에 미운 구석이 있지요.

김 : 근데 드라마를 혼자 쓰신 게 아니라 작가가 여럿이 있었나요?

오 : 제가 감독님하고 이 드라마를 기획하다가 작년 겨울에 결혼을 했어요. 그래서 대본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되는 바람에 제가 스토리를 맡고 작가 두 명이 대본을 쓰게 되었어요. 그냥 공동작가는 전에도 많이 있었는데 스토리작가 따로 대본작가 따로 한 적은 처음인 것 같아요.

유 : 그럼 교통사고 낸 건 작가님이 하신 건가요? 그리고 ‘그랬구나’처럼 대사 두 번 반복하는 건 다른 작가들이 한 건가요?

오 : (웃음).

유 : 배용준은 잘생기기도 했지만 아마 선량해 보여서 여자들이 좋아하는 것 같아요. 요즘 좋아하는 착한 남자잖아요.

오 : 배신 안할 것 같고.

유 : 진지해보이고.

김 : 요즘은 여자들이 그런 스타일 좋아하나 보죠?

유 : 카리스마 강한 남자보다 착하고 성실한 남자를 좋아하는 거 같아요.

김 : 그런데 왜 꼭 교통사고였어야만 했나요?

오 : 다른 사고를 안 당해봤기 때문에(웃음).

유 : 드라마 소재는 체험인가요, 아니면 순수창작인가요?

오 : 창작이죠. 물론 이 안에 들어있는 교통사고나 기억상실증 같은 코드들은 원래 신파극에 사용되던 코드들이라고 할 수 있죠. 마지막에 배용준이 눈이 멀어 시력을 잃게 되는 것까지….

김 : 시력을 잃게 돼요, 마지막에?

오 : 배용준이 마지막에 실명을 하죠. 해피엔딩 하기가 좀 어려웠어요. 두 사람이 그냥 결혼하고 그러면 얄밉게 생각되더라고요.

김 : 그럼 교통사고로 성불구를 만들면 어떨까요(웃음).

유 : 너무 웃겼던 게 KBS홈페이지에서 실명제를 한다고 하니까 네티즌의 항의가 빗발치는 거예요. 배용준 실명되는 거 가지고서 말도 안 된다고. 서버관리자는 이름을 실명으로 밝히는 실명제를 한다는 것이었는데 네티즌은 배용준의 실명 가지고 트집을 잡았던 거예요.

김 : 작가님은 배용준을 살리긴 살리되 온전히 살리는 건 안된다고 생각하셨나보군요.

오 : 두 사람이 너무 멀쩡하게 행복해지면 김선생님도 말씀하셨듯이 제3의 남자한테 준 상처도 어마어마하고, 온갖 집안과 사람들한테 상처를 준 게 많기 때문에….

김 : 그래도 기왕 되는 놈은 잘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유 : 김어준 총수님 같으면 어떤 결말로 하셨을 것 같아요?

김 : 둘이 잘먹고 잘사는 거죠. 만약 다른 사람들 상처가 걱정됐으면 아예 만나지를 말든가 했어야죠. 저는 그렇게 적당히 ‘우리도 상처받았어’ 하는 결말이 더 간사한 거 같은데요?

오 : 작가 입장에서는 좀 구제해 주고 싶은 거죠. 안 그러면 주인공들이 너무 얄미워 보일 수 있거든요.

김 : 그러니까요, 그게 더 간사해 보이는 것 같다고요.

오 : (웃음).

김 : 차라리 주인공들이 ‘우리라도 행복하게 살아줄게’ 그랬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눈이 멀면 사회생활이 불가능하잖아요. 결혼후 경제적 어려움이 다가올 텐데, 두 사람이 먹고 살 장치는 해놓았나요?

유 : 최지우가 벌어 먹이며 살겠죠.

오 : 신문을 보니까 극중 배용준과 최지우의 한달 수입에 대해 계산을 해놓았더라고요. 저희는 최지우가 가난한 창고에서 인테리어 디자인을 하는 것으로 그렸는데, 촬영장소가 너무 좋아보이는 바람에…. 그런데 그곳에서 실제 일하는 분들이 글쎄 한달에 한 2천5백만원을 벌었대요. 그렇게 따져서 두 사람 수입을 합하니까 6천만∼7천만원이 되더라고요.

유 : 매달 다른 사람 연봉을 벌고 있었군요. 그 정도면 눈이 멀어도 되겠다.

오 : 드라마를 하다보면 상황과 배경이 잘 맞지 않는 비현실적인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아요.

김 : 저도 연속극을 볼 때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상황설정에 너무 어울리지 않는 것이 느껴지면 정말 짜증이 나요.

유 : 그래도 요즘은 작가들이 취재를 많이 하더라고요. 예전엔 상상력에만 의존하곤 해서 저 같은 경우 신문사나 잡지사 이야기가 나오면 굉장히 곤혹스러웠어요. 기자는 다 바바리 코트 입어야 되고, 취재할 때 꼭 걸어가면서 옆에서 취재하는 것으로 그려지는데 실제 그럴 일이 별로 없거든요. 현실감이 너무 떨어지죠. 그래도 이 드라마는 첫사랑이 너무 강렬해 인테리어 가지고 트집잡을 건덕지 없이 지나갔죠.

오 : 만드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어떤 부분은 사실성을 강조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드라마의 경우는 첫사랑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에 주력하다 보니까 다른 부분에서 비현실적인 모습이 보이는 경우도 좀 있기는 있었어요.

김 :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게 아름다운 건가요?

유 : 첫사랑이 언제였어요?

김 : 저는 중학교 2∼3학년 때였어요. 전 ‘첫사랑이 순수해’ 하는 건 옳지 않은 표현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오히려 순수하다는 건 나이가 들고 세상 때가 다 묻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사랑할 수 있으면 진짜로 순수한 거죠. 솔직히 어린 게 뭘 알아요, 잃을 게 뭐가 있다고. 첫사랑이라고 무조건 순수하다고 말을 하는 건 마치 오리엔탈리즘처럼 첫사랑 오리엔탈리즘이라 이거죠. 시비를 걸자는 게 아니라 진짜로 그렇지 않나요?(웃음).

오 : 어떤 측면에서 첫사랑이 아름답다고 하는 건 통과의례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게 사람을 성장시키는 것이고요. 개인한테는 의미가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해요.

김 : 개인적으로 당연히 의미는 있겠죠. 하지만 첫사랑이 너무 위대하다거나 너무 순수해서 터치할 수 없다거나 첫사랑을 너무 높은 곳에 끼워넣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오 : 그렇죠. 그것만이 옳다고 한다면 잘못된 거죠. 저희 드라마가 그런 점이 없잖아 있었어요. 최지우랑 배용준의 첫사랑을 지켜주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이 많이 희생 되었으니까요. 그 부분이 마음에 안 드신 것 같아요.

김 : 첫사랑에 너무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아요. 실제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말릴 거 같아요. 첫사랑을 만나고 추억을 더듬는 것까지는 모르지만. 왜냐하면 그건 현실이 아니니까요. 자기 머릿 속에 그린 사랑이고 좋은 면만 남겨진 기억이니까 일종의 환각이죠. 그렇게 다시 만난 첫사랑과 실제 결혼한다면 전 그 결혼은 실패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드라마가 냉정한 현실의 반영일 필요는 없지만 지나치게 첫사랑이 신비화되는 것도 정도껏 했으면 해요. 오히려 성인들의 새로운 사랑을 찾는 게 더 리얼하지 않을까요?

오 : 저희도 그런 지적을 많이 받았어요. 첫사랑에 집착하는 것은 결국 또 어떤 고정된 시각을 가지고 미화하는 게 아니냐, 사랑이라는 건 어떤 틀을 깨고 나와서 다른 걸로 한발짝 나아가야 의미가 있는 건데 새로운 사랑이 없이 끝나 안타깝다는 이야길 많이 들었어요. 그 말에 공감하긴 하지만 드라마라는 게 현실을 완전히 반영할 수 없는 것이고, 그냥 드라마로 봐주셨으면 좋겠는데….

김 : 공상이 주내용인 만화책이면 그냥 오케이인데, 이건 성인들을 위해 특별히 만든 미니시리즈고 어느 정도 작가주의가 살아있어도 되는 것이니까 좀더 현실적이었으면 하는 거죠. 제가 본 외국의 어떤 드라마는 실제로 ‘내가 저 상황이 되면 저렇겠다, 사람이 저렇게 되면 그럴 수밖에 없겠다’는 새삼스런 느낌을 받는 경우가 제법 있는데, 우린 그런게 드물어요. 드라마를 보다보면 화가 날 때도 있어요. 재밌다 싶으면서도 짜증이 날 때가 많아요. 현실세계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들 속에서 스토리를 찾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어려우니까 쉽게 포장해 만화처럼 만드는 게 아닌가 싶어요.

오 : 현실성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지만 저는 감정의 진정성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드라마들이 욕을 먹고 있지만 나름대로 유치한 감정, 진정성들이 있거든요. 사람들 다수가 좋아해 주는 그런 것에는 분명 진실이 있다고 생각해요.

김 : 감정의 진정성이라면 첫사랑보다는 오히려 성인이 되어 하는 사랑이 더 그럴 것 같지 않아요?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쥐뿔도 몰랐다는 생각도 들거든요.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기 힘들잖아요. 그러니까 저는 점점 더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하는 사랑이 온전한 사랑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유 : 어른의 사랑이 순수하게 보여지려면 상황이 도덕적으로 보호를 받아야 하는데 그것도 장난이 아니죠. 소설가 최인호 선생님이 이런 얘기를 했어요. 자기가 50세쯤 되었을 때 지금 사랑하면 너무나 잘할 것 같다고. 스무살 때는 돈이 없어서 자장면 하나 사더라도 용기를 내서 했어야 되고, 어떻게 한번 자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는데 이 나이 되니까 그렇게 흥분되지도 않고 정말 아름다운 사랑을 할 수 있을 거 같다고요. 그런데 그것 역시 머리에서뿐이라는 거예요. 어떻게 부인에게 ‘나 순수하고 완벽한 사랑을 하고 올 테니까 당신은 자리 지켜줘’ 이럴 수는 없다는 것이죠. 그리고 사랑이라는 게 나이랑 전혀 상관이 없는 것 같아요. 마르그리트 뒤라스라는 작가는 서른몇살 연하의 얀이란 남자랑 살았잖아요. 얀이 쓴 책에 보니까 쉰이 넘은 할머니도 어린 남자를 만나면 투정부리고 여우같이 굴고 깽깽거리는 게 똑같더라고요.

오 : 어떤 분이 저한테 이런 질문을 하셨어요. <가을동화>와 <겨울연가>처럼 동화적인 사랑이 있냐고. 저야 모르지요. 잘 모르겠지만 그게 대리만족인데, 그런 이야기가 대리만족이 되는 건 우리 사회에 그림자가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우리나라 여자들 같은 경우에 구체적으로 남자를 고르게 될 때에 처음엔 사랑의 감정을 가지고 선택하지만 결국 어느 정도 사회·경제적인 것을 따지게 되죠. 그래서 오히려 순수하고 아무 생각이 없었던 때의 사랑을 그리워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유 : 어떤 사람들은 <겨울연가>가 인기를 끌었던 게 그때 한창 인기를 끌던 <여인천하>가 권모술수가 판치는 우리 정치 풍토랑 너무 똑같아서 역겨움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이에 대한 탈출구로서 <겨울연가>가 순수하게 세정작용을 해줬다는 거예요.

김 : 대본 연습할 때나 촬영할 때 최지우나 배용준, 아니면 윤석호 PD의 첫사랑 이야기가 나오지는 않았나요?

오수연 “여자는 현실의 제약 때문에 순수한 첫사랑 그리워해”

오 : 그런 자리는 없었어요.

유 : 김어준씨는 첫사랑과 연락이 되나요? 어떻게 사는지는 아나요?

김 : 뭐 아주 어릴 적이니까 커서는 동생 누나 사이가 되었죠.

유 : 그럼 연상?

김 : 결혼을 할 때 흔히 눈앞에 있는 사람하고 하는 게 아니고 ‘이 사람은 이럴 거야’하고 머릿 속에 상상하는 사람과 하잖아요. 그러다 한 3년 살면 머릿속에 있던 사람의 실체를 보죠. 그렇게 실체를 보고 부부싸움도 하고 여러 번 이혼도 생각하고 난 다음에 희생하는 마음이 생기고 상대방을 배려해줄 마음이 생겼을 때에야 ‘이 정도면 우리가 사랑한다고 할 수 있겠다’ 하는 지경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사랑에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첫사랑의 경우 커서 똑같은 상황에서 그 사람을 만난다면 결코 사랑하기가 쉽지 않을 경우가 많을 거예요. 추억이라는 게 모든 걸 온전하게만 남겨두고 싶은 성향이 있는 것이라 계속해서 남기고 싶은 기억만 간직하겠지만 그것이 현실로 나올 때는 비현실이 된다는 거죠. 그걸 크게 키워서 계속 마음에 담고 가서는 안된다는 거죠. 그런 면에서 최지우 나쁜 여자!(웃음).

오 : 저도 공감해요. 최초의 열정이나 감정, 특히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은 굉장히 아름답고 드라마틱하고 가슴 아프고 그렇죠. 그렇긴 하지만 삶하고 같이 가는 사람이 훨씬 더 중요하죠.

김 : 첫사랑이 드라마틱하다고 하지만 어린 시절에 뭘 했겠어요, 그 짓을 해(웃음)?

오 : 감정이죠.

김 : 오히려 결혼해서 같이 살면서 만드는 사랑이 훨씬 드라마틱하죠. 대부분 깨지기 직전까지 가고, 깨졌다 다시 붙기도 하잖아요.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 둘 사이에만 있는 게 아니라 주변에 널려 있고 그 많은 어려움에 부닥치고 이것을 같이 해결해 나가고 하는 것이 좀더 온전한 형태의 사랑에 가깝지 않나해요. 첫사랑의 가치를 너무 높이지는 말자는 게 제 주장입니다.

오 : 제가 멜로드라마만 쓰는 이유가 연애를 안해봐서 그런 것 같아요. 못해봐서 아름답게 느껴지는 거죠. 얼마 전에야 결혼을 했어요. 결혼하고 나서 몇달 동안 몇차례 싸웠는데 그때마다 아주 고통스럽거든요.

김 : 지금 남편분이 첫사랑인가요?

오 : 네. 거의 그런 셈이에요(일동 놀람).

유 : 전 첫사랑이 여러가지인데 같이 한 첫사랑도 있고 혼자 한 첫사랑도 있어요. 첫 짝사랑이 있었어요. 그래서 <애인>이란 드라마가 유행할 때 기분이 붕 떠가지고 첫사랑이 어디 있는지를 알아냈지요. 직접 만나기는 부담스러워서 메일을 보냈죠. 40대 막가파 아줌마가 되어 하는 고백이지만 짝사랑했었다고. 어떤 반응이 올까 굉장히 궁금했는데 드디어 답장메일이 딱 왔어요. 잘 지낸다니 다행이다. 자기 굉장히 바쁘다(일동 웃음).

김 : 그러고 끝?

유 : 네. 서로 늘 건강하게 잘살자가 다였어요. 만나자는 말도 없고. 제 가슴에 대못을 박았죠. 너무 불쾌한 건 걔가 저를 모르면 괜찮은데 텔레비전에 나오는 제 모습을 본다는 거예요. 알면서 다시 안 보고 싶어한다는 거예요. 망가진 모습을 본 다음에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아서인지 모르지만. 그래서 첫사랑이라는 건 이미 닫힌 문이다, 또다시 열려고 하지 말고 아름답게 간직하자고 결심했죠. 옛날에 그애가 교회를 나가는 걸 알고 절대 하나님을 안 믿는 제가 교회까지 나갔잖아요. 그런데 그애가 그 다음주에 이사가는 바람에 할 수 없이 교회도 안 나갔죠. 착하게 살아보려고 했는데 말이죠. 사랑은 아무나 가지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오 : 저도 짝사랑은 무지 많이 했어요. 소심해서 그런 것 같아요. 감정은 있는데 얘기는 못하고. 대학교 1학년 때부터 4학년 때까지 짝사랑을 했었는데 계속 전화만 하는 거예요. 만화를 보거나 영화를 보고 나서 생각나면 괜히 전화를 했어요. 그러니 그 사람이 보기에 제가 얼마나 한심했겠어요. 만나자는 것도 아니면서 전화해서는 수다를 떨고 그냥 끊으니까. 그땐 저 나름대로 이런 대답이 나오면 이렇게 말해야지 하고 대본까지 서서 연습도 했는데.

김 : 그때부터 드라마 작가 연습을 하셨군요.

오 : 그런데 얼마 전에 그 사람을 만났어요. 동아리 선배였는데 그 동아리가 부활하면서 다시 만날 수 있었죠. 선배들 만날 때 함께 만났는데 자기 와이프가 첫사랑이라고 하더라고요. 제 감정을 몰랐을 테니까요. 마음에 상처를 받았죠. 만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들고.

김 : 결혼은요?

오 : 한 7년쯤 사귄 서른다섯 동갑내기 친구랑 했어요.

김 : 친구가 애인이 되었군요. 그게 제일 좋은 거예요.

오 : 그런데 너무 이상한 건 7년 전에 그냥 친구로 만났거든요. 그러면 첫 만남이 기억에 남아 있지 않아야 하는데 또렷이 각인이 되어있더라고요.

김 : 처음엔 모르다가 점점 커가면서 그 남자의 매력을 느꼈다는 것이죠?

오 : 좋은 친구였어요. 서로 연민도 많이 느꼈죠. 각자 맞선도 너무너무 열심히 봤어요. 이 친구가 지금 프랑스에 유학중인데 방학 때마다 들어와서 맨날 선을 보는 거예요. 저도 얼마 전에 작년에 작품을 했던 게 안 좋고 그래서 시집을 가야겠다고 결심하고 열심히 선을 봤어요. 그러다가 이렇게 선봐서 결혼할 바에는 같이 살자는 쪽으로 마음이 맞았어요.

김 : 남자친구를 대하는 마음에서 남자를 대하는 마음으로 바뀌어지나요?

오 : 제가 좋아하고 있었나 봐요. 일년에 한번은 꼭 봤으니까 감정은 있었는데 이 친구가 유학중이어서 제가 생각을 접어두었었던 것 같아요. 이 친구는 처음에 봤을 때부터 제가 좋았대요. 그게 7년을 돌아서 이루어진 거죠. 그리고 1백일 만에 결혼을 했죠.

유 : 복도 많아. 서른다섯에 동갑 남자를 만난다는 건 최진실 정도 아니고서는 총기를 난사하는 자리에서 살아나는 것만큼 어려운 확률이라는데.

김 : 결혼하신 지 아직 1년 안되셨지요?

오 : 네, 반년도 안되었어요.

유 : 저는 마담뚜의 중매로 선본 지 두달 만에 결혼했어요. 가슴 끓는 열정으로 결혼한 건 아니거든요. 결혼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김 : 타이밍이다(웃음).

유 : 네. 그래야 내가 노처녀 소리 안 듣겠다 싶어서 한 거죠. 그때 우리 남편이랑 못했으면 지금까지도 못했을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고맙기는 한데, 연애를 하건 중매를 하건 싸우는 건 마찬가지인 거 같아요. 내가 이럴려고 결혼했나 싶죠. 전 공주취급 받으려고 결혼을 했거든요. 그게 다 드라마들이 너무 잘못 그려놓는 거야. 레이스 달린 소매옷 입고 나와 ‘오셨어요’ 하면 남편이 껴안아주는 것만 보다가 실제 살아보니까 남편 코골지, 양말 아무데다 던져놓지 하니까 이게 아닌갑다 싶어 만날 울었죠. 남편도 왜 이런 여자랑 결혼했을까 싶었겠죠(웃음). 지금은 싸워지지도 않아요. 예전에는 내가 흥분하면 사람들이 ‘네가 참아라’ 그랬는데 이제는 전부 내가 잘못했다는 거예요(웃음). 너 같은 여자를 안 버리고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용하다, 남편이 얼마나 속끓이겠느냐는 식이죠. 지금 이혼했다가는 생매장당하겠구나 싶어 할 수 없이 살게 되는 거 같아요. 드라마에 나오는 남편은 아내가 아프다고 하면 죽을 끓이고 걱정하잖아요. 그런데 우리 남편은 병원 ‘가봐야지’ 하면서 리모콘이나 들고 있고(웃음).

김 : 여자도 똑같아요. 제 아내도 제가 아프다고 하면 ‘아퍼? 약먹어’ 그래요.

유 : 첫사랑이면 그렇지는 않을 것 같은데.

김 : 첫사랑도 결혼하면 그렇게 되는 거예요(웃음).

유 : 첫사랑의 느낌이 남자와 여자가 다르다고 하는데 솔직히 최지우같은 경우는 드라마화한 경우고, 제 주위의 여자들은 건조해서 그런지 첫사랑에 연연해하거나 가슴앓이하거나 하지 않아요.

김 : 근데 배용준은 고삐리 시절에 다쳤다가 그럴듯한 집안의 아들로 복귀해 나타난 것인가요? 아니면 풀빵파는….

유 : 엄청나게 능력 있는 세계적인 건축가가 되어서 만난 거죠.

김 : 그러면 최지우가 이해가 돼죠(전체 웃음).

유 : 그래서 <겨울연가>가 비현실적인 드라마라고 매도할 수도 없어요. 아주 현실적인 드라마예요.

김 : 만약에 배용준이 풀빵장수다. 도저히 결혼상대로 삼을 수 없는 데도 불구하고 첫사랑이기 때문에 한다고 하면 말이 안되는데.

유 : 외모도 더 나아(웃음).

김 : 돈도 많아, 세계적인 명성 있어, 더구나 지금 사귀는 남자보다 잘 생겼어…. 씨바 나라도 하지(웃음).

유 : 공허한 드라마가 아니라는 게 밝혀졌는데.

김 : 리얼리티의 극치, 첫사랑은 핑계뿐(웃음).

유 : 최지우는 진실을 밝혀라(웃음).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첫사랑보다 현실에서 부대끼며 하는 부부사랑이 참사랑”

오 : 지금 말씀하신 대로 가난한 사람으로 나타났었다면 더 재미있는 점도 있었겠네요. 첫사랑에 대해 현실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 거 같아요.

유 : 그리고 깨어나지 말라고 장치를 하는 거죠. 너는 풀빵장사 계속 해. 나를 기억하지 말아줘. 나만 널 알아볼게 하면서.

김 : 풀빵장수가 나타나서 결혼식에서 막 끌고 도망가고, 여자는 ‘왜 이래 이놈아’ 하면 리얼리티 팍팍 살아날 텐데. 아니면 결혼하려고 하는 남자의 한참 말단 부하직원이라든지. 뭐 그래야 진짜 갈등이 있었을 거 같은데.

오 : 그랬으면 현실적인 사랑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첫사랑이라는 게 뭐고, 이런 얘길 할 수 있었을 테죠. 사실 이 드라마는 동화라고 봐주시는 게 맞아요. 어른들을 위한 판타지. 그래서 더 시청자들의 반향이 컸던 것 같기도 하고요.

유 : 저도 소설가나 작가가 돼서 현실에서 받지 못한 사랑과 핍박을 전부 써서 보고 싶어요. 특히 여류작가가 쓴 드라마 보면 저건 대사가 아니라 자기가 듣고 싶어하는 말일 거야 싶은 게 너무 많은 거야. 모든 걸 다 너에게 주겠다는 둥….

오 : 남편이랑 싸웠을 때 특히 더 잘 써져요(웃음).

유 : 전 남편에게 외우게 해요. 감명 깊은 대사 저런 거 하나만 따라하라고 하면 남편은 콧방귀를 뀌죠. 남편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우리 남편 정말 드라마 안 봤던 사람인데 나이든 아저씨를 젊은 이요원이 사랑하는 <푸른 안개>란 드라마는 인터넷으로 다시 보기도 하더라니까요. 좀 불안하더라고요. 내 남자도 속에는 첫사랑은 아니더라도 젊은 사랑을 고대하는 욕망이 강하구나 싶어 이해가 되면서 안쓰럽기도 하면서. 근데 자기가 이경영인가, 막 이러면서 안되지. 아무튼 서로 동화들을 꿈꿔주는 건 괜찮은 거 같아요. 꼭 드라마가 메시지를 줘야 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오 : 여자들의 경우는 지나온 사랑에 대해서 돌아보는 경우가 별로 없는 거 같아요.

김 : 소위 과거에 대해서 환상을 만들어내는 건 남자가 더 심해요. 사실 남자들이 여자보다 훨씬 더 로맨틱한 것을 추구하는 거 같아요.

유 : 여자들은 굉장히 현실적이에요. 오히려 목숨 거는 사랑같은 건 여자들은 모성애 외에는 별로 안하는 편이죠.

오 : 자살하려고 여자랑 남자랑 약을 같이 먹어도 남자는 죽는데 여자는 안 죽는다고 하잖아요(웃음).

유 : <옥이이모>에서 알 수 있듯이 남자들이 더 어린시절에 대해서 더 회고적이에요. 그때 그랬지 하고. 여자들은 어린 시절 얘기 별로 안하거든요.

김 : 오히려 최지우가 아니라 남자가 주인공이고 첫사랑의 여자를 기억하는 게 훨씬 현실에 가까웠을 거 같아요.

오 : 반대를 보여주려고 했던 거예요.

유 : 극단적인 예지만 비슷한 시기에 저 아는 남자랑 여자랑 똑같이 첫사랑의 소재를 파악했어요. 그런데 양쪽 상황이 다 안 좋았어요. 남자는 첫사랑이 결혼해서 미국으로 갔는데 이혼당하고 병까지 앓고 있다는 이야길 들었어요. 그랬더니 이 남자는 비행기표를 사더라고요. 만나러 가서 위로해 줘야 한다면서. 나이가 들었는데도. 그런데 여자의 첫사랑도 사업이 망해서 이혼까지 당한 거예요. 그러니까 이 여자가 ‘걔 어릴 때 문제 많았다. 사업 망할 줄 알았다 내 전화번호 알려주지 말아라’ 하는 거예요. 그걸 보면서 오히려 <겨울연가>가 남성에게도 여성에게도 첫사랑의 순수함을 기억하고 ‘차카게 살자’는 것을 그리는 게 아닌가 싶어요.

김 : 그렇군요. 그럼 작가님의 다음 작품은 언제쯤 만날 수 있는 건가요?

오 : 올해 10월이나 11월쯤에요.

김 : 그럼 그때 또 좋은 드라마를 기대하며 오늘 토크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딴지그룹 '총수' 김어준은...  
    
‘명랑사회를 졸라 지향하는’ 김어준씨(35)는 대기업의 샐러리맨 생활을 때려치우고 IP업체를 운영하다가 98년 7월 인터넷 매거진 <디지털 딴지일보>를 창간했다. ‘시바’ ‘졸라’ 등 유행어와 함께 세상에 딴지를 걸고, 비리에 ‘똥침’을 깊숙이 쑤시는 딴지일보는 창간하자마자 우리 사회에 ‘딴지신드롬‘을 만들 정도로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디지털 딴지일보>의 성공을 바탕으로 김어준씨는 인터넷에 쇼핑몰 여행사 방송국 박물관 성인방송국 등 사업을 확장, ‘딴지그룹’의 ‘총수’에 올랐다. 그리고 딴지일보와 각종 언론매체에서 특유의 글솜씨, 말솜씨를 자랑하며 젊은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메일 주소: chongsu@ddanzi.com  
출처: http://women.donga.com/


댓글 '3'

찬돌이

2002.04.17 09:08:00

이거 퍼가도 되남유? 허니헌이로 퍼갈께유.... 감사해유....

하얀사랑

2002.04.17 10:52:08

현주언니 참으로 기네요.^^ 잘봣어요^^행복한 하루 되세요

앨리럽지우

2002.04.17 14:07:12

현주님 감사합니당.. 잘 봤어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500 제가요... [1] 임영미 2002-04-17 3098
6499 어휴~~심심해랑.. [4] 김진희 2002-04-17 3059
6498 드디어 성공했어요 [9] 바다보물 2002-04-17 3155
6497 지우언니 가을 의류 카달로그 모음이에여~ [7] 순수지우 2002-04-17 3292
6496 뭘 찢어 놓는다는건지..이상해!!~~ [9] 장미 2002-04-17 3095
6495 지우씨 언제나 열심히 하는 모습으로 사랑받으세요. [7] 박수화 2002-04-17 3090
6494 cf에 좀 나오세여!! 눈수술해서 출연안하시는거에여? [4] 나! 2002-04-17 3039
6493 아직도 식지 않은... [3] 1004지우사랑 2002-04-17 3060
6492 그래도 부러워요~~~ [6] 보라 2002-04-17 3073
6491 아침인사~~ [7] 운영1 아린 2002-04-17 3914
6490 하얀연인들... [3] 임영미 2002-04-17 9628
6489 으앙,,, 넘 속상해여..ㅜㅜ [4] 순수지우 2002-04-17 3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