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조회 수 3044 2002.04.17 06:10:12
토미
  지난주에 있었던 후배 결혼식에 갔다오던 길에 서점에서 구입한 몇 권卷중에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최재천 교수가 쓴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라는 제목의 책이 있습니다.

  제가 이 책을 고른 이유는... 가장 아름다웠다고 기억하고 있는 그 사람 아버님 때문입니다.
  예전에 제가 좋아하던 그 사람의 아버님은 TV에서 하는 '동물의 세계(?)'라는 프로를 참 즐겨 보셨는데... 서점에서 이 책의 내용을 보니 그 생각이 나서 말입니다.

  먼저 이 책을 소개하자면...

  "알면 사랑한다"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된다는 것은 또 다른 세상이 열리는 것과 같습니다. 아마도 어린 시절 <파브르 곤충기>를 읽으면서 신비한 곤충들의 세계에 감탄했던 기억을 갖고 있는 분들이 꽤 있을 것입니다. 살아가면서 특별한 관심을 두지 않는 한 곤충이나 동물들의 생활에 대해서는 잘 모르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이 말은 역설적으로 관심만 갖는다면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되기도 합니다.

  신문, 잡지에 연재했던 글을 모아둔 책이라서 그런지 펼쳐지는 대로 읽어도 무방한 이 책은 각각의 이야기마다 새롭고 신기한 사실들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갈매기, 박쥐, 도마뱀, 코끼리, 벌, 개미 등 다양한 동물, 곤충들의 생활을 보여주면서 그들의 생활을 인간의 생활과 비교하는 것도 저자著者는 잊지 않고 있습니다.

  수많은 종들의 암, 수컷들. 그들의 관계를 살펴보면서 인간과 비교하기도 합니다. 남녀 평등에 어긋난다는 주장으로 요즘 한창 논란이 되고 있는 호주제에 대한 지은이의 생물학적 분석도 밝히고 있습니다.

  호주제는 부계로 이어지는 혈통을 유지하기 위함이기도 한데 이는 생물학적으로 볼 때 뒷받침하기 대단히 어렵다는 것이 지은이의 견해입니다. 난자가 갖고 있는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라는 기관은 독자적인 DNA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오직 모계를 따라 세포질로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굳이 혈통을 따진다면 이브가 먼저 만들어진 후 그의 갈비뼈로 아담이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이야기입니다.

  갈매기들 중에 레즈비언이 많다는 사실과 결혼한 이들(함께 사는 한 쌍)의 이혼율이 높다는 사실은 그저 무심히 하늘을 나는 갈매기를 바라보던 사람들에게는 충격일지도 모릅니다. 그저 하늘을 날며 먹이를 찾고, 알을 낳아 자식을 키우며 본능적으로 살아갈 것이라고 여겼던 무수히 많은 갈매기들도 그들 나름대로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동물이나 곤충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올 때면 늘 빼먹지 않고 나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인간이 그들보다 나을 것이 없다는 비판입니다. 물론 이 책에서도 그런 이야기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다만, 동물이나 곤충들의 특성에 대해서 그저 옹호하기만 하는 입장은 아니라는 것이 다를 뿐입니다.

  자식들에게 신선한 먹이를 주기 위해서 먹이감을 잡아다 죽이지 않고 신경만 마비시켜 살아 있는 채로 먹히게 만드는 말벌 이야기에서는 그 끔찍함에 몸서리가 쳐집니다.

  이 밖에도 헌혈을 하는 박쥐 이야기나 공룡의 피는 따뜻했다는 이야기 등 사람들의 흥미를 끌만한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이런 글을 읽고 '호, 이거 참 흥미로운 걸'하고 끝난다면 저자著者는 서운해할 지도 모릅니다. 著者가 서문에서 밝혔듯이 '알면 사랑한다'는 믿음을 갖고 동물들의 사는 모습을 알면 알수록 그들을 더욱 사랑하게 되고, 또한 스스로 더 사랑하게 된다는 믿음으로 글을 썼다고 하니 말입니다.

  그럼 본문의 일부를 적어보겠습니다.

     종교가 왜 과학과 씨름하는가

  마태복음 제14장을 보면 예수님이 물 위를 걷는 기적을 행하시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로 과연 사람이 물 위를 걸을 수 있을까? 현대 물리학의 이론에 의하면 불가능한 일이다. 체중도 훨씬 적고 무게를 분산시킬 수 있도록 다리도 여럿 있다면 모를까 70∼80킬로그램의 하중을 단 두 다리에 둔 채 물 위에 떠 있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물 위를 자유자재로 걸어다니는 동물로 대표적이 것이 바로 소금쟁이다. 소금쟁이들은 워낙 가벼운 데다 곤충이라 다리가 여섯씩이나 있어 무게를 분산시킬 수 있기 때문에 물의 표면장력만으로도 거뜬히 떠 있을 수 있다. 그들은 행여 빠질세라 가만히 떠 있는 게 아니라 수면을 흔들어 서로 신호를 보내기도 한다. 소금쟁이 암컷들은 수컷들이 만들어 보내는 동심원의 파문에 몸을 맡기며 사랑에 취한다.

  중남미 열대에는 일명 예수도마뱀이라 불리는 도마뱀이 산다. 그 동네 사람들이 그들을 예수도마뱀이라 부르는 이유도 바로 물 위를 걸을 수 있는 그들의 신기 때문이다. 설마 하는 마음에 그들이 자주 나타난다는 냇물에 도착한 지 몇 분도 되지 않아 조그만 도마뱀 한 마리가 쏜살같이 냇물을 가로지르는 모습을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혹시 내가 잘못 본 건 아닐까 의심하고 있는데 또 한 마리가 이번에는 개울 반대편에서 내 쪽으로 횡 하니 건너오는 것이 아닌가.

  그 후 나는 틈만 나면 그 도마뱀이 과연 어떻게 물에 빠지지 않고 개울을 건널 수 있을까 생각하곤 한다. 또 그 때마다 중학교 시절 영어선생님을 기억하곤 혼자 피식피식 웃기도 했다. 선생님께서는 우리들이 조는 듯하면 실없는 우스갯소리를 하나씩 들려주곤 하셨다. 어느 날 선생님은 우리에게 물 위를 걸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하셨다. 답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우린 모두 긴장했고 선생님께서는 늘 그러셨듯이 그 날도 어김없이 우리에게 맥빠지는 답을 던지셨다.

  "왼쪽 다리가 빠지기 전에 오른쪽 다리를 옮기고 또 오른쪽 다리가 빠지기 전에..." 졸음은 이미 우리를 훌쩍 떠나버린 뒤였다.

  그러던 몇 년 후 나의 궁금증은 하버드 대학 같은 과 동물생리학 실험실에 있는 동료 대학원생들에 의해 풀렸다. 초고속 촬영기법을 사용하여 예수도마뱀의 행동을 한 토막씩 천천히 살펴보았더니, 아니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그 영어 선생님의 사이비 이론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 아닌가. 예수도마뱀들은 실제로 한쪽 다리가 미처 빠지기 전에 다른 쪽 다리를 뻗는 식으로 물을 건너는 것이었다. 가끔은 다리가 반쯤 물 속에 잠기기도 하지만 멈추지 않고 전속력으로 물 위를 달린다.

  얼마 전 어느 절의 불상에 3천 년에 한 번 핀다는 전설의 꽃 우담바라가 피었다고 하여 불자들 사이에 큰 경사가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것은 풀잠자리 알들로 밝혀졌다. 곤충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의심의 여지조차 없는 엄연한 과학적 사실이건만 불교계의 반응은 조금 지나친 듯싶다. 19세기 영국의 계관시인 테니슨은 "증명할 수 없으면 믿는 것이다"라고 읊었다. 그 말은 훤히 증명된 일을 애써 아니라며 믿을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일찍이 우리들 중 그 누구도 우담바라를 직접 본 적이 없거늘 그것이 꼭 식물의 꽃이어야 할 이유는 또 무엇인가. 식물만이 꽃을 피우는 게 아니다. 우리도 종종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하고 웃음꽃을 터트리기도 하지 않는가. 뒤늦게 때를 만나는 사람을 영어로도 '늦게 피는 사람(late bloomer)'이라 한다. 우담바라가 원래부터 풀잠자리의 알인들 어떠랴.

  사실 풀잠자리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곤충 중의 하나이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연두색 망사 같은 날개를 고이 접어 가지런히 몸 위에 덮고 앉아 있는 자태는 그야말로 고운 모시 저고리를 받쳐입고 가야금이라도 뜯고 있는 우리네 여인의 모습이다. 실제로 풀잠자리는 서로 노래를 하며 이야기하는 곤충인데 그 소리가 인간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다. 나는 관세음보살께서 우리 앞에 어린 풀잠자리로 나타나신다면 너무나 곱고 아름다우실 것 같다. 그리고 불자들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해탈의 지혜를 가르치신다고 믿는다 해서 그리 흉이 될 것 같진 않다.

  예수님이 물 위를 걸으셨다는 것 역시 결코 증명할 필요가 없다. 그분은 우리와 같은 인간이 아니라 신의 아들이 아니신가. 마태복음 제14장에 보면 예수님의 제자 베드로 역시 물 위를 걷는 기적을 경험한다. "베드로가 '주여, 만일 주시어든 나를 명하사 물 위로 오라 하소사'한대, '오라'하시니 베드로가 배에서 내려 물 위로 걸어서 예수께로 가되"라 적고 있다. 한낱 인간의 몸인 베드로가 행한 기적은 증명하기 훨씬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베드로라는 인간이 해낸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능력으로 이룬 일이라는 것이 믿는 이들의 특권이요 힘이 아니던가.

  종교가 스스로 모래판에 내려와 과학을 붙들고 씨름을 하려 할 때 나는 참 서글프다. 과학은 이른바 형이하학이지만 종교는 형이상학 중에도 으뜸이 아니던가. 과학은 모든 걸 증명해야 하는 멍에를 지고 있지만 종교는 그럴 필요가 없다. 믿음은 증명보다 훨씬 더 위대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제가 읽으면서 가장 수긍한 부분입니다.
  특히 이 부분이 더 그렇습니다.

     '믿음은 증명보다 훨씬 더 위대하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일찍 좀 서둘러서 글을 썼습니다.
  제가 지금 인천 공항에 가 봐야 하거든요.
  이시형 박사가 자신이 쓴 <이브>라는 책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인생은 길고도 먼 여정이다.
     어느 한 시점에서의 자기 모습을 남과 비교하기엔
     인생은 너무도 길다.
     비교도 안 되거니와 더구나 거기서 잘 가느니 못 가느니,
     섣부른 결론을 내릴 순 없는 일이다

  인생이라는 길고 먼 여정을 열심히 준비하는 님들의 하루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럼... 숨쉬고 있다는 것에, 생명이 있다는 것에 아름다움을 느끼는 하루가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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