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세 노인이 쓴 산상수훈

조회 수 3154 2002.04.28 10:09:42
내 꿈뜬 발걸음과
떨리는 손을 이해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그가 하는 말을 알아듣기 위해
오늘 내 귀가 얼마나 긴장해야 하는가를 이해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내 눈이 흐릿하고 무엇을 물어도 대답이 느리다는 걸
이해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오늘 내가 물컵을 엎질렀을 때 그것을
별 일 아닌 걸로 여겨 준 자에게 복이 있나니,

기분 좋은 얼굴로 찾아와
잠시나마 잡담을 나눠 준 자에게 복이 있나니,
나더러 그 얘긴 오늘만도 두 번이나 하는 것이라고
핀잔 주지 않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내가 사랑받고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게 해주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내가 찾아갈 기력이 없을때
내 집을 방문해 준 의사에 복이 있나니,

사랑으로 내 황혼녁의 인생을 재워주는
모든 이에게 복이 있나니,
내가 아직 살아 있을 수 있도록
나를 보살펴 주는 내 가족들 모두에게 복이 있나니
하날나라가 그들의 것이라....

=====================★===========================================
류시화의 "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이란 책중에 나와있는 글입니다..
개인적으로 류시화의 글을 무척 좋아합니다...
제가 이 책을 읽었던 지가 꽤 지났었는데... 오늘 아침에 다시 손이 가더군요....
저희집에도 할아버지가 계십니다..당뇨와 노환으로 몸이 좋지 않으시죠....
어렸을적 부터 할아버지는 제게 참 자상한 분이셨습니다.. 늘 저희 자매를 감싸안아 주시고
아껴주셨죠....
저희가 커서 그런가요.. 요즘은 할아버지 방에 하루에 십분도 채 앉아 있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많이 섭섭하실것 같으면서도.. 그게 잘 안되더군요...
예전같이 않게 투정이 많아지시고.. 짜증도 자주내시지만.. 저는 압니다...
저는 할아버지가 아프신걸 알고, 몸이 불편하신 것도 압니다.. 그리고 저희를 사랑하는 것도 압니
다... 그래서.. 할아버지가 제게 투정을 부리셔도.. 저는.. 섭섭해 할수 없습니다....
만약.. 서운함을 느끼거나.. 나름대로 화가나 있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바로 후회를 합니다...
할아버지가.. 운동도 하시고.. 산책도 나가시고.. 친구분들과 어울리시던 그때가.. 다시 올수 있을
까요.. 그때가 그립습니다...
왠지 눈물이 잦아 지신 할아버지가 너무 안되어 보이는건 왜일까요..
아~ 갑자기.. 그런 생각을 하니.. 무척 마음이 찡 하는군요....
아무튼.. 할아버지가 건강하셨으면 좋겠어요...

댓글 '8'

일마레

2002.04.28 10:38:00

명이님이 올려주신 시..저두 참 감명깊게 읽었던 시입니다. 행여 사람의 소중함을 잊고 살아가게 될까 한번더 되세김질 하게 하는 글이었어요...명이님의 할아버님 건강이 좋아지시길 기도합니다..

명이

2002.04.28 10:49:31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래요~

운영1 아린

2002.04.28 11:17:25

명이님 왜 자꾸 저를 울게하세요!!!!! 할아버님 건강하시길 함께 기도드릴께요...

jwsarang

2002.04.28 11:37:57

눈물이 나네요. 저의 시어머니는 올해 여든이시랍니다. 작년 이월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많이 약해지셨죠. 가만 계실땐 삶과 저세상을 오가시는 것같아 무섭기고 도망가고 싶을때도 있답니다. 늙는다는것은 보기에 추하고 돌봐주기 귀찮고 같이 얘기하기 짜증나는 일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무섭고 슬픈 일인듯.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이란 책을 읽은 것도 어머니를 통해 삶의 끝을 문득 보아버린 때문인것 같습니다. 어머니를 보면 짜증내는 며느리지만 어머니를 생각하면 눈물이 나요. 눈물이 내 영혼의 언어라면 어머니는 어느새 내 영혼에 와 계시나봐요. ........명이님 덕분에 오늘도 한 넋두리하네요. 나는 좋지만 보실 분들 한텐 미안도 하네요.

세실

2002.04.28 11:40:15

우리집에도 86세된 외할머니가 계시답니다. 크게 이야기해야되고 tv도 크게 틀어 온 집안이 울리게하고 식사할 때마다 음식흘리고 컴한다고 들어앉아 식구들과 말 안한다고 야단치고...우리 할머니도 저런 기분이겠죠. 말들어주면 고맙고 말붙이면 이뿌고..작은 일인데도 해야되는일인데도..할머니를 귀찮아하는 제모습 반성합니다. 명이님 고마워요. 명이님할아버지 건강하시고 마지막 순간까지 행복느끼시길 바래봅니다.

주니포에버

2002.04.28 12:28:19

울 지우언니 팬들은 모두 류시화님의 잠언시집 지금(제목이 길어서 줄여요...)를 즐겨 읽으시는군요.. 주니포에버도.. 열심히 보는 시집입니다. ㅎㅎㅎ 암튼 조은시 올려주셔서 넘 조아여.. 고롬.. 조은 주말되세여...(하씨뗌시 속상한 주니포에버가)

하얀사랑

2002.04.28 13:09:59

명이님...저도 지금 편찮으신 저희 외할아버지가 생각나네요,,,,

명이

2002.04.28 13:48:36

다들 고맙습니다.. 정말 많은 힘이 나고 무척 기쁩니다... 사랑님의 할아버님과 그리고 우리 의 모든 할머니 할아버지가 그립습니다... 그리고 정말 반성하게 되는 글이 었던것 같습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의 미래의 모습일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우리 모두... 사랑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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