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향기를 맡고 싶습니다...

조회 수 3264 2002.05.31 20:00:44
토미
     어느 땐 바로 가까이 피어 있는 꽃들도
     그냥 지나칠 때가 많은데,
     이 쪽에서 먼저 눈길을 주지 않으면
     꽃들은 자주 향기로 먼저 말을 건네오곤 합니다.

     좋은 냄새든, 역겨운 냄새든 사람들도
     그 인품만큼의 향기를 풍깁니다.
     많은 말이나 요란한 소리 없이 고요한 향기로
     먼저 말을 건네 오는 꽃처럼 살 수 있다면,
     이웃에게도 무거운 짐이 아닌
     가벼운 향기를 전하며 한 세상을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해인의 <향기로 말을 거는 꽃처럼>中에서 골라본 구절입니다.
  꽃도 사람도 저마다 향기를 냅니다. 그러나 거기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꽃의 향기는 타고나지만, 사람의 향기는 선택되고 창조되고 새로워진다는 것입니다. 향수도 좋은 방향제입니다. 그러나 눈빛과 얼굴, 말씨와 걸음걸이, 마음과 영혼에서 풍겨 나오는 내면(內面)의 향기를 따를 수는 없습니다.

  병원에서 퇴원한 동생과 같이 일본으로 일을 보러 갔다왔습니다.
  원래는 1박2일로 갔다오려는 계획이 월드컵이 끼는 바람에 좀 길게 갔다왔습니다.
  덕분에 제 남동생은 좋은 구경을 하고 왔지만... 전 조금 피곤합니다.
  일본인들이 일하는 방식이 영 마음에 안 맞습니다.
  그들도 같은 사람인데 사람다운 향기를 맡을 수가 없습니다.
  그냥 저를 스쳐 가는 사람으로만 여기는 건지... 아니면 그네들보다 못 사는 나라의 사람이라고 얕보고 그러는 건지 도저히 속마음을 읽을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월드컵이 끼는 바람에 모두가 너무 들떠있어 새로운 일을 하자고 말할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마치 월드컵 이후에는 숨쉬지 않을 것처럼 말입니다.

  오런 해러리의 <콜린 파월 리더십>中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오늘 모든 사람이 만족했다 한들,
     내일 불만을 터뜨리며 그 대열을 박차고
     나갈 사람이 없으리라는 보장은 할 수 없다.
     리더라고 모든 사람을 늘 만족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리더십은 인기 경쟁이 아니다.
     아무도 화나게 하지 않고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려고 애쓰는 것은
     범인(凡人)이나 할 법한 일이다.

     훌륭한 리더는 전통적인 지혜에 도전한다.
     그는 끊임없이 부하들을 새로운 질문으로 자극하고,
     실험적인 시도를 권장하며, 주도적인 혁신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을 화나게 만들 수 있다.

  모든 사람을 늘 만족시킬 수는 없습니다. 그건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입니다. 자칫 죽도 밥도 안되기 때문입니다. 리더는 모름지기 열 사람의 의견을 놓치지 않는 열린 귀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때로는 열 사람 중에 단 한 사람과 태산준령을 넘는 용기와 뚝심도 필요합니다.

  전 韓日 월드컵이 끝나고 난 뒤의 양 나라의 국민들을 이끌어 갈 지도자들이 이런 리더십을 가졌으면 하는데...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이런 리더는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서로를 헐뜯고, 저 사람이 죽어야지 내가 산다는 생각만 가지고 사는 원시인들만 보일 뿐입니다.
  왜 그들은 짐 스토벌의 <최고의 유산 상속받기>中에 나오는 '나눔'의 풍요로움을 모를까요...

     나눔이라는 것은 참 역설적인 것이다.
     남에게 많이 나눠줄수록
     자신도 많이 가질 수 있다.

     "사실 뭐든 풍요롭다 보면 남한테 많이 줄 수는 있지.
     하지만 많이 나눠주다 보면 생기는 게 또 풍요로움이다.
     이것은 단순히 돈 얘기가 아니다.
     네가 살아가는 동안 무슨 일에서나 느낄 수 있는 일이야."

  나누면 줄지 않고 더 많아집니다. 바닥이 나지 않고 더 채워집니다. 그것이 나눔의 역설이며 나눔의 신비입니다. 게다가 보너스까지 얻게 됩니다. 넘치는 감사와 기쁨, 마음의 행복과 평화, 풍요로움과 따뜻함, 주변과의 관계 회복 등...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참 마음이 무겁습니다.
  일본에서 돌아와 아버님이 모아놓으신 신문을 보면서... 뉴스에 나오는 갖가지 사건사고를 보면서... 그리고 금강산의 이산(離散) 시인 정귀업 할머니의 이야기를 보면서...

  그래도 그나마 제 마음을 위로해 주는 건 어린 조카의 재롱입니다.
  TV에서 나오는 응원단의 응원을 따라 하면서 웃는 저 조카의 웃음이 제 마음을 그나마 풀어줍니다.

  사무엘 울만의 <청춘>中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생긋 미소를 짓는 그대를 보면
     웃음이 태어난다.
     공연히 우울할 때
     아픔이나 괴로움을 제거할 때
     웃으면 훨씬 좋다.
     그러니까 누군가가 침울하거나 슬프게 보이고
     불행과 하잘것없는 일에 말려 있는 것 같으면
     당신의 조끼를 조금 끌어내리고
     가슴을 부풀리고
     웃음을 주라.
     웃음,
     당신의 웃음

  생긋 웃는 얼굴, 꽃보다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새벽공기처럼 상쾌함을 준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가 저를 향해 생긋 웃어주면 전 그 날 하루가 정말 즐겁습니다. 아니 문득... 남의 웃음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우리가 먼저 누군가를 향해 생긋 웃어주면 저도 우리도 행복하고 그 사람도 행복해질 거이기 때문입니다. 웃음도 행복도 전염성이 강하니까 말입니다.

  오랜만에 글을 쓰면서 너무 무거운 이야기만 쓴 거 같습니다.
  다음 글부터는 좀 더 밝은 글만 썼으면 좋겠습니다.
  저절로 입가에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글만 썼으면 합니다.
  그러면 '김승전'의 우화소설 <내일이 아름다운 이유>中에서 나오는 한 구절을 적으며 글을 마칠까 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이 세상 어느 누구도 무수히 많은 나날들을
     단 하루처럼 편하게 살수는 없지요.
     그러나 저에게는 무수히 다가오는
     그 내일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내일이 아름다운 이유를 아십니까?
     꿈을 지니세요.
     꿈을 꾸면 고단한 현실 속에서도
     내일이 아름다울 수밖에 없습니다.

  p.s 실은 이 글은 새벽에 올린 글인데 제 컴퓨터가 이상한지 안 보여서 다시 올립니다.
  아무래도 제 컴퓨터도 주인처럼 좀 피곤한 모양입니다.


댓글 '3'

sunny지우

2002.05.31 22:28:54

잘 다녀 오셔서 기뻐요. 동생분의 건강이 많이 회복 되셨다니 더 기쁜 소식이군요. 새로운 일 때문에 힘이드신 것 같아요. 힘내세요. 님의 글처럼 나눔의 역설과 나눔의 신비를 위하여.....

지우팬

2002.06.01 03:13:28

일본국민성이 한국민과 많이 틀리다고 들었어요. 그걸로 상심까진안하시겠지만 그냥 좀다르구나하세요. 항상 좋은글 고마워요.

세실

2002.06.01 08:51:07

한결같이 성실하게 사는 모습이 참 보기좋아요. 김춘수님의 꽃이 생각납니다."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사람의 향기를 맡고 싶습니다... [3] 토미 2002-05-31 3264
8181 겨울연가 10회입니다... [7] 정바다 2002-05-31 3125
8180 저기 포토갤러리에 있는 사진들이여.......^^;; [1] 문정아 2002-05-31 3055
8179 팬미팅때 좀 걱정되요~~~ [13] 바다보물 2002-05-31 3055
8178 스타지우-운영자님께 겪려를 [19] sunny지우 2002-05-31 3116
8177 2002년 월드컵....지우님도 함께 응원~ ^^* [3] 문정아 2002-05-31 3133
8176 월드컵이 드디어.... 아자아자아자 ....16강 화이팅 [5] 이지연 2002-05-31 3274
8175 강아지의하루...그냥..한번..웃으시라구요..ㅋㅋ [7] ※꽃신이※ 2002-05-31 3057
8174 부탁말씀 드립니다...(가족여러분 꼭 읽어주세요) [5] 운영1 아린 2002-05-31 3123
8173 엄마와의풀어야 할 숙제를 마치며 [5] 들국화 2002-05-31 3212
8172 아이쿠 죄송... 채팅만하면 컴이 이상타 웃는사자 2002-05-31 3051
8171 지우에게 사랑의 그물을 던지고 싶어라 [1] 박혜경 2002-05-31 31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