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조회 수 3088 2002.06.09 01:34:06
그린
안녕~ 나의 벚나무...
오늘은 나의 벚나무와 산책길에 함께 했던 모든 것들과 이별을 하고 왔어요.
마지막으로...

나무 아래 서면 이제 녹음이 우거져 작은 숲속 같은 느낌이 들어요.
요즘같이 더운 날씨엔 그 그늘이 아주 시원합니다.
오늘따라 새들의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듯하네요.  
아마도 이 시간의 고요함 때문인가봐요.

커다란 벚나무를 올려다보면
쭉쭉 뻗은 나뭇가지들이 끝없이 하늘을 향해 있습니다.
많은 나뭇잎들에 벌레들이 작고 커다란 구멍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 구멍들에도 작은 하늘을 가득 담고 있네요.
하나의 나뭇잎이 있고 그옆에 나뭇잎과 나뭇잎이 서로 조금씩
겹치고 겹쳐있는 모양이 아름답습니다.
  
그 나뭇잎들 아래엔 노랗고 빨갛고 까만 버찌가 다닥다닥 아주 예뻐요.
그 색색의 버찌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자연의 신비가 느껴집니다.
손이 닿을 정도로 늘어진 가지에 아주 빠알갛고 투명한 버찌를 보니
무슨 맛일까? 궁금해집니다..^^
살짝 하나 따서 씹는 순간 얼굴이 찡그려집니다.
시크름하고 떫은 맛이 보기와는 영 딴판입니다.
너무 실망한 나머지 좀더 까매질려고 하는 버찌를 발돋움하여
하나 더 따먹었습니다. 그것은 그래도 좀 떫은 맛이 덜하더군요..^^  

그래서 이번엔 아주 새까맣게 익은 버찌면 맛이 더 좋을 것 같아서 살펴보니
나무 저 꼭대기... 나뭇가지를 타고 올라가도 따기 어려운 곳에 약오르지... 하며
나뭇잎 사이로 비친 햇살속에 반짝이고 있네요.
여우와 신포도가 생각나는 순간이었어요..^^

벚나무 아래 서서 귀기울이면 버찌 떨어지는 소리가
톡~토독! 톡~토독! 들려옵니다.
바람이 불어올 때... 높은 가지의 참새들이 나뭇가지를 옮겨 앉을 때
버찌 떨어지는 소리가 톡~토독! 톡~토독!

벚나무 아래엔...
작은 구슬같은 버찌들이 빨갛고 노랗게 점점이 널려있고
걸음을 옮길 때마다 톡! 토옥! 버찌 터지는 소리가 발밑에서도..^^

떨어진 버찌 사이로 분주한 개미들이 이리저리 기어다니고 있습니다.
한마리인가 하면 두마리가... 두마리인가 하면 세마리가... 세마리인가 하면...^^
그 가느다란 다리로 어찌 그리 빨리 달릴 수 있는지 참 신기하기도 하고,
무엇을 위해 저리도 열심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예전에 베르베르의 <개미>에 푹 빠져서 재밌게 읽었었는데,
소설속의 치열한 개미의 세계가 생각나 잠시 그 앞에 쭈그리고 앉습니다.
일어서서 걸음을 옮기려는데 발이 잠시 허공에서 방황을...^^
그들을 피해 걸음을 옮기느라 발걸음이 느려지네요.
아마도 이 작은 숲과 이별하기가 아쉬워서... 뒤돌아서기를 아쉬워 하는 마음이  
발걸음을 더 느리게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오늘 그린은 한동안 나의 친구였던 벚나무를 가슴에 담고 돌아왔습니다.
이 산책로에서 이 벚나무에서 느꼈던 마음들... 그 마음들 잊고 않고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눈부신 하늘을 보다... 예쁜 버찌를 보다 돌아오는길...
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 형광색의 불타는 듯한 버찌가 둥둥~ 허공에 떠다니네요..^^
나의 벚나무여, 안녕~



오늘은 헤어짐의 인사였지만 내일은 반가운 만남의 인사를 하겠지요.
지우님과 스타지우 식구들과 안녕하세요~ 하고..^^

그대 만남은
나에게 무슨 행운일까
이 허허로운 현실에
장미꽃같은 기쁨
..............
.................

이 시처럼 내일은 기쁨과 설레임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네요..^^
내일 만나는 모든 분들께 소중한 만남, 기분좋은 만남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오늘인가요?
그럼 모두 편안한 밤 되시길..^^

댓글 '3'

앨피네

2002.06.09 02:41:23

좋은 글 고맙습니다.. 그린님도 편안한밤 지내시고 계시죠? 오늘 뵙도록 해요.. ^^

sunny지우

2002.06.09 04:21:36

그린님 이름 만큼이나 푸르고 싱싱할 당신을 만나는 기쁨이 배가하기를....

세실

2002.06.09 23:33:18

그린님 이렇게 다시 만나게되어 반가워요. 예전처럼 자주 뵐 수 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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