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도 자란다...

조회 수 3101 2002.06.13 11:19:44
토미
     아름다움도 자랍니다.
     스스로 가꾸어야 자라납니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이 예전보다
     더욱 아름다워진 모습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감탄하는 경험을
     종종 하게 됩니다.
     혼탁한 도시 공기 속에서도
     자기 아름다움을 하루하루 발전시켜 나가는 사람은,
     본인은 물론 이를 지켜보는 사람에게도
     큰 기쁨과 행복이 됩니다.

  자란다는 것은 특별한 것입니다. 자라남은 그 안에 생명력이 있음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죽거나 병들어 있으면 자라지 못합니다. 아름다움이 자라나면? 당연히, 아름다운 꽃과 열매를 맺게 됩니다. 자기만의 향기, 너그러움과 따뜻함, 지성, 겸손, 인내, 절제, 용기, 넉넉함. 아름다움이 자라나 맺는 열매들입니다.

  문득 문득 스치는 생각들이 있습니다.
  건강한 이들은 자라는 아름다움을 보고, 그 꽃과 열매를 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은 어떻게 할까?
  건강했다면... 한 아이의 좋은 아버지이자 한 여자의 좋은 남편으로서 살아가고 있을 루요우칭이 쓴 <사망일기 -원제: 生命的留言-死亡日記>라는 일기책이 있습니다.

  먼저 이 책에 대해서 적자면...

  죽음 앞에서 태연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누구나 이런 질문에는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습니다. 아니, 솔직하게는 '죽음'에 대해서 산 사람들은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표현이 더 맞는 대답일 것입니다. '죽음'이 가장 실감나게 다가올 때는 불치의 병을 알았을 때, 그리고 죽음이 저벅저벅 소리내며 정면에서 마주 걸어 올 때... 그 때일 것입니다.

  <사망일기>의 저자著者인 루요우칭은 바로 그러한 때, 일기를 적기 시작했습니다. 그것도 혼자서 몰래 써나간 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어느 기업체의 홈페이지(www.rongshu.com)에다 말입니다. 著者가 첫 일기를 적을 때는, 자신이 죽어가고 있고 죽기까지 남아있는 나날을 이렇게 일기를 쓰면서 보내리라고 생각하니 너무나 서글프고 외로워서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죽음이 닥칠 날을 기다리고 있느니, 차라리 비행기 추락사고라도 당해 언제 죽는지 모르게 한번에 갔으면 좋겠다고... 자기를 빼놓고도 세상이 잘만 돌아가는 게 하도 뼈에 사무쳐서 잠시도 견딜 수 없었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나 죽음은 언제나 구체적인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병으로 인한 고통은 이를 악물고 참는다 해도 아침마다 해골 형상을 한 자신과 마주하는 것은, 아무나 붙잡고 하소연하고 싶을 정도로 그의 마음을 참담하게 했습니다.

  어쩌면 그에게 있어서 다가오는 죽음을 기록한다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삶과 죽음 사이에 끼여버린 자신을 위무慰撫하는 일이었을 것입니다. 자신에게 용기를 불어넣고, 죽음을 이해하기 위해 애쓰게 하는 행위 말입니다. 그러나, 著者에게 있어서 죽음을 이해한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으니 '삶'을 이해하고 끝까지 제대로 살아있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표현이 더 맞을 거 같습니다.

  <사망일기>는 著者의 그런 마음으로 그렇게 쓰여졌습니다. 그리고 삶을 이해한 기쁨 속에서 그는 죽었습니다.

  루요우칭이 기록한 이 일기책은 그가 항암치료를 거부한 날부터 80여일 간의 일기를 모은 것입니다.

  루요우칭이 쓴 日記중에서 몇 구절을 골라본다면...

  유혹은 그 자체로는 좋고 나쁨을 평가할 수 없다. 마치 비와 같다. 사막에 내리느냐, 아님 맑은 옹달샘에 내리느냐 하는 차이 말이다. 바다에 내리면 회귀하게 될 테고, 구덩이에 집중되면 물난리가 날 것이다. 우리는 유혹 때문에 죽고 살기도 한다. 유혹과 함께 생활하기. 생각해보면 재미있는 화제가 아닐 수 없다.

  유혹을 과감히 거절할 줄을 알면, 인생의 기본을 보증할 수 있다. 우리는 많은 실패를 경험한다. 이유도 알 수 없는. 그것은 자신이 이미 가진 것을 새것으로 바꾸느라 위험까지 가져오기 때문이다.

  나는 일기가 아름다움을 유지하도록 노력했다. 병색에 물들지 않도록 했고, 사망의 기운이 스며들지 않도록 하고 싶었다. 이것은 본디 생명과 생명의 대화다. 아름다운 오후의 티타임인 셈이다. 다만 우리가 앉아 있던 카페가 공교롭게도 저승과 이승의 길목이었을 뿐이다. 차를 다 마시고 이야기가 끝나면 그대는 가고, 나는 남아 묻히면 그만이다.

  이 일기의 후기에 그의 부인은 이렇게 적어 놓았습니다.
  '그 앞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생명이 한 걸음 한 걸음 종점을 향해 걸어가는 것을 보는 일뿐'이었다고, 그리고 '남편이 남은 생명의 마지막 감상을 딸에게 줄 선물 삼아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고 말하는 순간 그동안의 막막함이 비로소 믿음과 용기로 변했다'고...

  이 좋은 휴일에 너무 무거운 주제로 글을 쓴 거 같습니다.
  아마 날씨 탓인 거 같습니다.

  그럼... 저도 투표하러 가야겠습니다.
  좋은 하루 맞이하세요.


댓글 '3'

앨피네

2002.06.13 11:43:13

토미님. 밝은 아침이네요.. 투표는 하셨는지요? 저는 방금 하고 왔답니다.. 오늘도 저를 돌아보게하는 글 감사해요.. ^^ 좋은 하루되세요..

sunny지우

2002.06.13 17:55:31

저도 투표하고 왔어요. 토미님! `죽음이라는 주제' 항상 가까이있지만 멀리있다고 생각하고 살지요. 매일 밤과낮이 죽음을 , 아침의 기상과 밤의 취침의 행위를 통해 죽음을 연습하라고 주셨다고 어느 신학자는 말하더군요. 하나님의 주권이겠지요.

오미경

2002.06.13 19:22:21

죽음음 누구도 피할수 없는...어느누구도 ...좋은글 감사합니다. 토미님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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