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숲 속으로 들어간 까닭은...

조회 수 3138 2002.08.08 00:42:44
토미
  헨리 데이빗 소로우Henry David Thoreau의 <월든(Walden)>中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내가 숲 속으로 들어간 것은
     내 인생을 오로지
     내 뜻대로 살아보기 위해서였다.
     나는 인생의 본질적인 것들만 만나고 싶었다.
     내가 진정 아끼는 만병통치약은
     순수한 숲 속의 아침공기를 들이마시는 것이다.
     아, 아침공기!
     앞으로는 이 공기를 병에 담아
     가게에서 팔아야 할지도 모른다.
     아침의 행복을 잃어버린
     세상의 모든 사람을 위해서 말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자연에서 지내는 전원생활을 꿈꾸게 됩니다.
  푸른 숲에 들어가 깨끗한 아침공기, 맑은 옹달샘을 마시며 심신(心身)을 흠뻑 적시기를 꿈꾸지만 현실은 그리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의 마음 안에 숲과 옹달샘을 만들어 맑은 공기, 맑은 물, 잃어버린 행복을 퍼 올릴 수는 있습니다. 우리들이 노력하는 <스타지우>라면 말입니다.

  아침에 지하철을 타고 사무실에 나가다가 지하철에 붙어있는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광고를 보았습니다. 흡사 우리가 오직 떠나기 위해 일한 것처럼 느끼게 하는 이 광고는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인간은 늘 떠남을 꿈꾸는 존재입니다. 마음과 몸의 고향이 자연으로부터 너무나 멀리 왔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도시는 휴가休暇중입니다.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산과 바다를 찾아 떠나고 돌아오고 있습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사람들은 회귀본능에 이끌리는 것처럼 자연을 찾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옵니다. 자연을 파괴했던 사람들이 자연을 만나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지불하면서 말입니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Henry David Thoreau의 <월든(Walden)>을 읽다보면 삶의 잠언箴言들을 수없이 만나게 됩니다.

     어떠한 관찰 방법과 훈련도 항상 주의 깊게 살피는 자세의 필요성을 대신해 주지는 못한다.
     볼 가치가 있는 것을 그때그때 놓치지 않고 보는 훈련에 비하면 아무리 잘 선택된 역사나
     철학이나 시의 공부도, 훌륭한 교제도, 가장 모범적인 생활 습관도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다.
     당신은 단순한 독자나 학생이 되겠는가, 아니면 '제대로 보는 사람'이 되겠는가?
     당신 앞에 놓여진 것들을 보고 당신의 운명을 읽으라.
     그리고는 미래를 향하여 발을 내딛어라.

     어떤 사람이 자기의 또래들과 보조를 맞추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마 그가 그들과는 다른 고수의 북소리를 듣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듣는 음악에 맞추어 걸어가도록 내버려 두라.
     그 북소리의 음률이 어떻든, 또 그 소리가 얼마나 먼 곳에서 들리든 말이다.
     그가 꼭 사과나무나 떡갈나무와 같은 속도로 성숙해야 한다는 법칙은 없다.
     그가 남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자신의 봄을 여름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말인가?

     사람들이 수레와 헛간으로 피할 때 그대는 구름 밑으로 피하라.
     밥벌이를 그대의 직업으로 삼지 말고 도락道樂으로 삼으라.
     대지를 즐기되 소유하려 들지 말라.
     진취성과 신념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들이 지금 있는 곳에 머무르면서
     사고 팔고 농노처럼 인생을 보내는 것이다.

  지금 전 열어놓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시원한 밤바람을 느끼며 월든(Walden)에 나오는 글을 적고 있습니다.

     <고독>

  몹시도 상쾌한 저녁이다. 이런 때는 온몸이 하나의 감각기관이 되어 모든 땀구멍으로 기쁨을 들이마신다. 나는 자연의 일부가 되어 이상하리만큼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날씨는 다소 싸늘한 데다 구름이 끼고 바람까지 불지만 셔츠만 입은 채 돌이 많은 호숫가를 거닐어본다. 특별히 내 시선을 끄는 것은 없으나 모든 자연현상들이 그 어느 때보다 내 마음을 흡족하게 한다.

  황소개구리들은 밤을 맞아들이느라고 요란스럽게 울어대고, 쏙독새의 노랫소리는 잔물결이 이는 호수의 수면을 타고 들려 온다. 바람에 나부끼는 오리나무와 백양나무 잎들에 대한 친화감 때문에 거의 숨이 막힐 것만 같다. 그러나 호수나 내 마음이나 잔물결만 일뿐 거칠어지지는 않는다. 저녁 바람에 일어나는 이 잔물결들은 거울 같은 수면만큼이나 폭풍우와는 거리가 멀다.

  이제 사방에 어둠이 깔렸다. 그러나 바람은 그치지 않고 불면서 숲을 휘저어 놓고 물결은 계속 부딪쳐 온다. 어떤 생물들은 자신의 노랫소리로 다른 생물들의 마음을 가라앉혀 주려고 한다, 완벽한 휴식은 결코 없다. 야성에 가까운 동물들은 휴식을 취하지 않고 이제부터 먹이를 찾아 나선다. 여우와 스컹크와 산토끼들이 이제는 두려움 없이 들과 숲을 돌아다닌다. 그들은 자연의 야경꾼이며, 활기찬 생명의 나날을 이어주는 고리이기도 하다.

  제 지난 글에 쓰여있는 답글을 읽다가 '세실'님의 글을 읽고 생각나는 시詩가 있습니다.
  아직까지도 망각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제 기억에 남아 숨쉬고 있는 그 사람이 생각이 나서요.

     그대에게 가고 싶다

     해 뜨는 아침에는
     나도 맑은 사람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밤새 퍼부어대던 눈발이 그치고
     오늘은 하늘도 맨 처음인 듯 열리는 날
     나도 금방 헹구어낸 햇살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창가에 오랜만에 볕이 들거든
     긴 밤 어둠 속에서 캄캄하게 띄워 보낸
     내 그리움으로 여겨다오
     사랑에 빠진 사람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그리움 하나로 무장무장
     가슴이 타는 사람 아니냐

     진정 내가 그대를 생각하는 만큼
     새날이 밝아오고
     진정 내가 그대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만큼
     이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면
     그리하여 마침내 그대와 내가
     하나되어 우리라고 이름부를 수 있는
     그날이 온다면
     봄이 올 때까지는 저 들에 쌓인 눈이
     우리를 덮어줄 따뜻한 이불이라는 것도
     나는 잊지 않으리

     사랑이란
     또 다른 길을 찾아 두리번거리지 않고
     그리고 혼자서는 가지 않는 것
     지치고 구멍난 삶을 데리고
     그대에게 가고 싶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야 할 신천지
     우리가 더불어 세워야 할 나라
     사시사철 푸른 풀밭으로 불러다오
     나도 한 마리 튼튼하고 착한 양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시인 '안도현'의 시인데... 참 좋습니다.

  밤이 깊었습니다.
  저도 이제 조금 뒤에 밝아올 아침을 위해서 좀 쉬어야겠습니다.
  그럼... 걱정 없이 편안한 밤 맞이하세요.


댓글 '7'

이지연

2002.08.08 00:59:04

토미님 오늘도 꼬리를 잡네요... 토미님 때문에 요즘 맘이 엄청 부자가 되는것 같아요...행복한 하루되세요

운영2 현주

2002.08.08 01:37:54

저도 오랫만에 토미님 꼬리 잡아봅니다.. 그저께 인가 페드라님 글에 토미님이 그립다고 메모 달았는데.. 제가 보낸 텔레파시가 통했나요? 호호~ 토미님처럼 저에게도 아직 기억되어지는 사람이 있답니다....^^ 하지만 끝내 망각의 강을 건너고 싶지는 않네요... 살면서 아주 가끔.. 꺼내어 보며 지금보다 더 젊었을 내 젊은 날을 되돌아보게 하는 좋은 추억이라 여겨지니까요.. 그리고 욕심같지만 저 또한 누군가에게 아주 가끔은 기억되는 사람이었음 하는 꿈을 여전히 꾸고 있답니다...^^ 오늘 밤 푸욱~ 쉬시고 내일 아침의 행복을 토미님은 잊지 않고 챙기시길 바라며.^^

변은희

2002.08.08 03:05:12

'월든'이라는 글귀가 저를 멈추게 합니다...호수 이름인 '월든'...토미님,참으로 오래간만입니다.어제,갑작스럽게 나타난 토미님의 글을... 순서대로 읽기 위해...한동안 읽지 않았던 토미님의 글 7편과 어제의 글까지... 한꺼번에 다 읽었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하고 싶었습니다......어쩌면...토미님께 자랑도 하고 당당히 답글을 쓰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월든'은 제가 죽을 때까지 간직하려는 책입니다.몇년 전에 읽고는 반한 책입니다......저를 붙잡는 순간에 또다시 뵙겠습니다.건강을 빕니다...... 이지연님,그리고 현주님의 건강도 빕니다.

바다보물

2002.08.08 07:44:52

오래전 집들이 선물로 시집을 받고 그분에게 별로였던 제 감정이 미안스러웠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 사는 집이 여러사정으로 곧 다시 이사 할집이라 책들을 박스에 그냥 두고 있기에 그 책을 볼 수는 없지만 가끔 걸려오는 그분의 전화에 그 시집을 꺼내보고 싶은 충동이 생기기도 해요 토미님 저 문화상품권을 가방에 넣어놓고 다닌지 오래 되었답니다 추천 한번 해주실래요? 우리가 읽기에 부담없는 책으로다가....

세실

2002.08.08 09:47:21

토미님 요즘 티비 볼 시간도 없이 바쁜 모양~~이미 숲속의 맑은 공기 팔고있자나요. 울 지우가 ㅎㅎㅎ 제이엠 산소기라나~~토미님 사무실에도 하나 설치하시길..^^ 토미님, 우리 스타가족 여러분들 오늘도 좋은 날 되세요.

이정옥

2002.08.08 16:49:13

토미님과 우리스타 가족들 비 피해 없으신거죠 ? 햇빛이 쟁쨍 이젠 본격적으로 더위가 시작이겠죠 ㅎㅎㅎㅎ숲속에 맑은 공기 가 그리워 지네요 ㅎㅎㅎ토미님 글 잘 읽고 갑니다 고마워요~~~~좋은 오후 되시와요~~~~

코스모스

2002.08.08 20:19:14

토미님!!! 많이 바쁘셨어요..님의 글을 기다리다 목이 긴~기린이 되는줄 알았어요.ㅋㅋ 그대에게 가고싶다...사람은 서로가 서로를 그리워할 수밖에 없도록 처음 태어날 때부터 꼭 그렇게 만들어진거 같애요. "안도현"의 시를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드네요..토미님 자주 오셔서 우리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실꺼죠?? 항상 건강하시고 좋은날이 함께하시길 바래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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