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미
  현재 페미니스트 전업주부로 벨기에에서 영어보다 한국말이 더 자연스러운 혼혈混血인 아들과 딸을 키우며 살고 있는 영문학 박사 '강신주'의 <세계를 놀이터 삼아>中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나는 그냥 결혼이라는 것 자체가 싫었다.
     일단, 방랑벽이 도질 때마다
     충동적으로 훌쩍 떠날 수 있는 자유로움이 좋았다.
     어디론가 향하는 가운데 붕 떠서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는 삶이 좋았다.
     여행이 끝나고 돌아와서 공부할 때는 책 읽는, 글 쓰는 속도가 달라졌다.
     수북하게 쌓인 책 더미 속에서 혼자 있는 독신의 행복과 기쁨이 컸다.
     생각할 수 있는 순간이 있다는 게 좋았다.
     욕심이나 사심 없이 세상을, 사람 사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는 독신이란 기회를
     오래오래 누리고 싶었다.

  생각을 해보면 사람이 세상을 살아나가는 방식은 참 다양합니다. 정답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이는 예술과 결혼했다고 하고, "나는 영국과 결혼했다"고 말한 영국 여왕도 있는 것을 보면, 어떤 방식으로 살든 행복과 기쁨을 한껏 누리며 사람답게, 프로답게 사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제가 소개한 위 글의 저자인 강신주님은 독신의 행복과 기쁨을 누리다가 34세에 결혼을 했다고 합니다. 그것도 국제결혼國際結婚을 말입니다.

  며칠 전 낮에 새로 이전한 사무실로 한 분이 찾아오셨습니다.
  어떤 일로 찾아오셨는지는 이 글에 적을 수는 없지만, 집에 와서 책을 뒤적이다가 며칠 전에 들은 이 분의 이야기가 생각이 났습니다.
  아마 조금 전에 읽은 강신주님의 또 다른 책 <페미니스트 홈메이커 Ph.D>의 이 구절 때문인 거 같습니다.

  한국에서 모성 보호법에 대한 논의가 한참 이뤄지고 있을 때 내 마음은 착잡했다. 딱 떨어지는 대답을 기대할 수 없으리만큼 상반된 양상을 포함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세계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모성보호법'이란 것이 한국에서 시행될 때 그것이 초래할 부작용이 적지 않으리라. 모성 보호법이 실제로 얼마나 많은 여성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줄 수 있겠느냐하는 점과 그 법이 궁극적으로는 여성의 사회 참여를 억제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신중히 고려되어야 할 일이다. 나는 여성의 지위가 세계에서 63번째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그리고 남성들의 역차별逆差別을 논하는 상태에서, 그렇게 급진적인 법을 통과시킨다면 이미 대립적인 남녀관계를 더 심화시키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모성이 한 생명을 이 세상에 인도해준 어머니가 경험하고 누려야 하는 권리라고 믿고 있다.

  취업 여성들에게도 좀더 여유 있게 모성이란 복된 경험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어야한다. (이 말을 쓰면서 모성을 복된 경험 운운할 처지가 못되는 저소득 취업여성들에 대해 죄송함을 느끼게 된다) 더구나 요새처럼 여성이 핵가족 속에서 자라 어린애를 한번도 안아본 적이 없이 결혼하고 애를 낳는 상황에서는 모성이 개발되고 보호되어야 할 만큼 귀한 것이 되어버렸다.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생각되었던 모성이 내 안에서 자라는 것을 기쁨으로 체험하였기에 나는 모성이 개발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모성보호법은 곧 모성개발법이나 다름없다.

  아마 이 구절을 읽으신 분이라면 어떠한 사연을 가지신 분이 저희 사무실에 찾아왔는지 아실 것이라고 사료됩니다. 혹 모르셔도 상관은 없습니다...
  다만 앞으로도 더 없이 험한 난관을 헤치고 살아가야 이 땅의 어머니들과 또 어머니가 될 분들이 걱정이 된다는 것밖에... 물론 이 말은 제 여동생과 어딘가에 있을 제 각시에게도 해당되는 말이겠죠.

  집에 오는 지하철에서 수첩을 뒤적이다가 이번 주 토요일에 있는 친구 여동생의 결혼식이 생각이 났습니다.
  워낙에 어린 시절부터 뒤치다꺼리하느라 친해진 친구 여동생이라 참 정이 많이 갑니다.
  친구의 부모님이 두분 다 식당을 하시느라 남매인 제 친구가 자기 여동생 기저귀까지 갈아주면서 돌보았거든요.
  동네친구인 저도 어쩔 수 없이 제 친동생인양 기저귀도 갈아주고, 울면 대신 업어주기도 하고 말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어린 시절 기억이 생생한 친구 여동생이 벌써 결혼을 한다고 합니다.
  아직 한창 부모님 품에서 용돈 타 쓰며 철없이 행동할 나이의 애가 말입니다.

  틱낫한의 <마음에는 평화 얼굴에는 미소>중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결혼한다는 것은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두 사람만의 공동체를 만드는 것과 같다.
     서로를 보살피고, 상대방이 꽃처럼 피어나게 하고,
     행복을 현실로 만드는 것이다.
     행복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다.
     그대는 적어도 하루에 한 번 미소짓는 것을 실천해야 한다.
     그대 자신만이 아니라 배우자를 위해.
     배우자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대 자신을 위해.

  결혼은 둘이 합쳐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같은 길을 함께 걸어가는 것입니다. 부부는 사랑의 대상이자 생활의 대상입니다. 좋은 배우자이면서 좋은 친구가 되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기에 부부는 서로에게 하루에 열 번 스무 번 웃어주는, 웃음을 창조하는 친구가 되어주어야만 합니다.
웃음이 있는 가정이 행복한 가정이듯이 말입니다.

  전 곧 한 가정을 꾸미게 될 친구 여동생 부부가 이런 가정을 꾸몄으면 합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은 소식 물어볼 때... 저절로 입에서 미소가 묻어 나올 수 있게 말입니다.

  시간이 많이 늦었는데도 아직 여동생이 안 들어온 거 같습니다.
  험한 세상이라 좀 걱정이 됩니다.
  전화를 해봐야 하겠습니다.

  그럼... 편안한 잠자리 맞이하세요.


댓글 '7'

이지연

2002.08.08 23:12:07

토미님 꼬리 오늘도 제가 제일 먼저네요...내년이면 저도 결혼10년차 주부예요..근데도요 아직도 결혼이 뭔지는 설명할수없담니다

이지연

2002.08.08 23:16:56

서로를 위해 아니 자기 자신을 위해 하루에 한번씩 웃자는 토미님의 글을 읽고 난 울신랑한테 미소짓는 색시인가를 생각했담니다.. 토미님 근데 결혼에 대해서는 잘모르겠지만요 ...이것만을 알수있담니다 울신랑이 아프면 맘이 싸해지고요 넘 피곤히 자는 신랑 얼굴을보면 때론 눈물이 날때도 있구요 내눈에는 울신랑이 멋스러워보여요...부부라는건 말보다는 느낌으로 산다며 토미님은 알수있을까요?...항상 퇴근하는 울신랑 얼굴을 가장먼저 보는 그리고 울신랑 기분을 알아버리는 전 결혼9년차 아내입니다

안개꽃

2002.08.08 23:49:41

결혼초에는 참 많이 싸웠던 기억이 나네요. 근데 지금은 서로 눈빛만 마주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알게 되었답니다. 하지만 10년, 20년이 지나도 서로에게 설레임이 남아 있다면 더욱더 좋겠죠. 행복은 가꾸는것이고, 지켜나가야 할것같네요. 아 참 저 오늘 <월든>책 샀어요. 지금 열심히 읽고 있답니다. 토미님 항상 좋은글 감사해요. 행복하세요.

sunny지우

2002.08.09 00:08:55

토미님 ! 토미님께서 결혼하시고 저희들에게 경험담을 들려 주시는 것이 가장 공감이 될것 같아요. 어떤 배우자를 만나실지 궁굼하군요. 책을 통한 간접적인 지식이 결혼생활의 열매로 이어지길 바람니다. 토미님 신부되시는 분은 분명 복 받으신 분 일 겁니다.

이정옥

2002.08.09 09:29:06

토미님 남자분이셨군요 거기다 미혼? 저도 님이 어떤 배우자를 만날지 궁굼하군요 ㅎㅎㅎ님에 말처럼 세상살이가 만만한거 절대 아니람니다 ...정답도 없구요 ,,,그냥 주어진 대로 그 속에서 행복을 찿고 가꾸고 지키는 수밖에요 ,,,님에글 항상 잘 읽고 있슴니다 감사하고 ,,결혼과 행복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 하는 기회가 된거 같아요 ㅎㅎㅎㅎ

바다보물

2002.08.09 09:35:17

토미님 언젠간 님의 좋은 소식도 기다릴게요 책 추천도 함께 기다려도 되죠? 아직 제 가방엔 상품권이 그대로 있답니다 그럼 좋은 하루 되세여~~~

세실

2002.08.09 09:56:02

세상에 그저 얻는것은 아무것도 없는것같아요. 학습없이 이루어지는 본능은 생명 보존의 본능밖에는..모성애도..이성애도 사랑받고 느끼고 가꾸어야 아름답게 피어날 꽃이겠죠. 조금은 더 느리게 조금은 더 여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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