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조회 수 3095 2002.09.22 03:52:34
쥬☆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수없이 뿌려 놓은 말의 씨들이
어디서 어떻게 열매를 맺었을까
조용히 헤아려 볼 때가 있습니다.

무심코 뿌린 말의 씨라도
그 어디선가 뿌리를 내렸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왠지 두렵습니다
더러는 허공으로 사라지고
더러는 다른 이의 가슴 속에서
좋은 열매를 또는 언짢은 열매를 맺기도 했을
언어의 나무

주여

내가 지닌 언어의 나무에도
멀고 가까운 이웃들이 주고 간
크고 작은 말의 열매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습니다
둥근 것 모난 것
밝은 것 어두운 것
향기로운 것 반짝이는 것

그 주인의 얼굴은 잊었어도
말은 죽지 않고 살아서
나와 함께 머뭅니다

살아 있는 동안 내가 할 말은
참 많은 것도 같고 적은 것도 같고 -
그러나 말이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세상살이

매일매일 돌처럼 차고 단단한 결심을 해도
슬기로운 말의 주인 되기는
얼마나 어려운지

날마다 내가 말을 하고 살도록
허락하신 주여
하나의 말을 잘 탄생시키기 위하여
먼저 잘 침묵하는 지혜를 깨치게 하소서

헤프지 않으면서 풍부하고
경박하지 않으면서 유쾌하고
과장하지 않으면서 품위있는
한 마디의 말을 위해
때로는 진통 겪는 어둠의 순간을
이겨 내게 하소서

참으로 아름다운 언어의 집을 짓기 위해
언제나 기도하는 마음으로
도를 닦는 마음으로 말을 하게 하소서
언제나 진실하고
언제나 때에 맞고
언제나 책임있는 말을
갈고 닦게 하소서

내가 이웃에게 말을 할 때에는
하찮은 농담이라도
함부로 지껄이지 않게 도와 주시어
좀더 겸허하고
좀더 인내롭고
좀더 분별있는
사랑의 말을 하게 하소서

내가 어려서부터 말로 저지른 모든 잘못
특히 사랑을 거스른 비방과 오해의 말들을
경솔한 속단과 편견과 위선의 말들을 주여 용서하소서

나날이 새로운 마음, 깨어 있는 마음
그리고 감사한 마음으로
내 언어의 집을 짓게 하시어
해처럼 환히 빛나는 삶을
당신의 은총 속에 이어가게 하소서

아멘
          
                                          말을위한 기도문          - 이해인 -




댓글 '5'

깊은가을

2002.09.22 11:58:18

너무 좋은기도네요!!! 항상 우리가 되뇌이고 잊지말아야할것중 하나네요. 알게,그리고 모르게 나의 말로 남에게 상처를 주는일이 얼마나 많은지요!!!! 서로 사랑하고 격려의말로 하루를 채웁시다...

2002.09.22 13:47:24

안녕하세요 요즈음은 지우씨를 위한 주일 기도를 안 하시네요 기도를 계속 했으면해요 기도는하나님 말씀에 쉬지말고 기도하라고 했으니까요 저는 겨울연가 끝난 이후 하루도 빠지지않고 기도하고 잇는데요

달맞이꽃

2002.09.22 17:44:14

옛날 어머니께서 말이란 주워담을수 있는 만큼만 실수를 해라 하신 말씀이 생각 나는군요 ,,주워담지 않게 하면 되잖아 했드니 우리 어머니 그럼 성인군자게 하시드라구요 ,,말이란 한번 더 생각하고 한번 상대방 얼굴을 생각하고 그러면 상처를 주는 일은 없을 터인데 후후후~~~잘 안되는게 요 말인것 같아요 감정이 앞서고 ,ㅎㅎ님에기도로 다시한번 나 자신을 되돌아보네요 고마워요쥬님 ,,행복하세요~~

코스

2002.09.22 22:20:25

우리는 사랑하고 사랑 받기 위해 창조 되였다고 하죠. 위대한 일은 할수 없지만 큰 사랑으로 작은 일들은 할수있지요.쉽게 던질수 있는 말들로 상대에게 상처가 될수도 있음을.... 항상 돌아보면서도 후회를 하게 만들때도 많은거 같애요...쥬님 좋은 글 잘읽었어요..음악까지..좋은 밤 보내세요.^_^

캔디

2002.09.23 23:16:37

항상 읽어도 정말 마음을 한번 더 다스리게 만드는 시인것 같아요. 중학교 시절 언니에게 이 시을 편지로 받고 나의 잘못을 그때 뉘우쳤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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