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미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는 이 때,
     기존의 것을 극복하고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창조적 사고는 특별한 일을 하는
     사람만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창조력이 정말 필요한 곳은
     우리의 가정이나 학교와 같은 기본적인 공간일지도 모른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나아가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들에게
     창조적 사고의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두고 있는 회사 'Creative Think(http://creativethink.com)'의 설립자이자 사장인 '로저 본 외흐Roger von Oech'박사의 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구멍가게로 시작한 사람도 끊임없이 창조적 사고를 하는 사람과 안 하는 사람의 차이는 크다고 생각됩니다. 세상은 지금 빛의 속도로 엄청나게 변화해 가고 있습니다. 사업도, 학업도, 일도, 사랑도, 행복을 창조하는 기술도, 창조적 사고에서 나온다고 생각됩니다.

  낮에 점심을 먹고, 자주 애용하는 커피전문점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느낌을 받는 글을 읽었습니다.

     죽어야 살지

  98년 여름, 나뭇잎마저 더위에 지쳐 축 늘어진 토요일 오후.
  30여 미터 떨어진 골목길에서 한 노인이 리어카와 실랑이를 벌인다. 다가가 보니 땅이 패인 곳에서 노인은 힘을 다 쏟아보지만 역부족으로 바퀴는 제자리걸음이다.

  나는 아무 말 없이 뒤에서 리어카를 힘껏 밀었다. 리어카가 빠져 나오자 노인은 힐끔 뒤를 돌아본다. 얼굴은 흑인처럼 검게 그을리고 깊이 패인 주름살에서 노인의 이력이 한눈으로 들어온다.

  힘이 부쳤는지 노인은 리어카를 길가에 세우고 땅에 덥석 주저앉으며 "죽어야 살지"하고 힘없이 토해내는 외마디가 마른기침으로 이어진다.

  깡마른 작은 체구, 바보스러울 만큼 선하게 생긴 인상에 몇 가닥 남은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타고 땀방울이 이마로 흘러내린다. 리어카에 가득 찬 빈 박스와 폐지류는 노인의 심신을 대변해 준다. 나는 시원한 음료수를 사들고 "힘드시지요" 한 마디 건네고 노인 옆으로 다가갔다. 말 대신 고개를 끄덕인다.

  삶이 이렇듯 고달픈 것일까. 인간적인 대화를 나누고 싶다. 말을 청해도 눈은 허공에 던진 채 가느다란 한숨만 내뿜는다. 한참만에 나의 진지한 표정을 읽었는지 침묵을 깨고 말문을 연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일곱 살 때 어머니가 세상을 뜨고 할머니 밑에서 초등학교를 마치고 신문배달, 식당 일로 어린 시절을 보냈소. 어른이 되어 공사판을 전전하며 막노동을 하던 30여 년 전, 하나 있는 아들녀석이 몹쓸 병에 걸려 사경을 헤맬 때입니다. 치료비로 돈은 바닥나고 배가 고파 빵을 사려고 가게에 들어갔는데 마침 손님도, 주인도 안보여 순간적으로 나도 모르게 금고에 손이 갔지요. 난생 처음 일이라 가슴이 뛰고 손이 떨려 잡히는 대로 돈(지금 돈 10만원 상당)을 거머쥐고 나오다가 주인에게 발각되어 상습범이라는 오해를 받고 일년 감옥살이를 하던 중에 아들 녀석이 죽었습니다"하며 71살 노인의 주름진 눈언저리가 붉게 물든다.

  아린 가슴을 안고 여기까지 걸어온 노인의 심장이 온전할까. 술독에 빠지지 않고 이 나이까지 버텨온 노인의 고행(苦行)에서 따뜻한 인간미가 느껴진다.

  따가운 땡볕은 나무 그늘마저 비켜서 노인을 정면으로 맞닥친다. 노인은 갈 길이 바쁜지 일어서며 "죽어야 내가 살지"를 혼잣소리로 중얼거리며 리어카 쪽으로 간다.

  순간 나는 지갑 속에 한 장 남은 만원짜리를 꺼내 노인의 호주머니에 억지로 집어넣고 반대 방향으로 발걸음을 급히 옮기다가 뒤돌아보았다.

  절룩거리는 노인에게 끌려가는 리어카마저 기우뚱 절름거린다. 나는 무엇을 잃어버린 것처럼 공허함에 사로잡혀 터벅터벅 걸으며 상념에 잠긴다.

  오늘 일한 대가는 얼마나 될까. 어떻게 생긴 집에서 살까. 수고했다고 반가이 맞아 줄 사람은 있을까. 돈 못 벌고, 늙었다고 구박해도 아무 말 못하고 고개 숙이고 앉아 손톱이나 깨물고 있는 모습이 그려진다.

  노인이 내뱉은 말 - "죽어야 살지"는 무슨 의미일까. 쉽게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우리의 삶이 외면의 세계와 내면의 세계를 공유한다고 할 때 현재에 살고 있다는 것은 과거와 미래를 함축한 삶이다. 이 노인은 현재를 초월하여 미래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의 뼈아픈 인생에 순응하고 노구(老軀)를 혹사하는 것은 죽음의 준비이고 저승의 길을 닦는 것일까. 어쩌면 현세에서 잃어버린 자신을 내세에서 찾고, 전생에 대한 인과응보의 순리를 곱씹으며, 희망에 부풀고 있는지도 모른다.

  환경이 운명을 만들어 가는 걸까, 운명이 환경을 만들어 가는 걸까.

  미국의 「라 과디어」판사의 감동적인 판결의 법리(法理)가 떠오른다.
  도둑질로 재판을 받는 노인이 고개를 떨군 채 "배는 고프고 수중에 돈은 없어 나도 모르게……"하며 눈물을 흘리는 노인에게 「라 과디어」판사는 "할아버지, 법은 법입니다. 빵을 훔친 대가로 10달러의 벌금형을 내립니다." 그런 후 자신의 지갑에서 10달러짜리 지폐 한 장을 꺼내며 배심원들에게 말했다. "이 할아버지로 하여금 빵을 훔치게 만든 것은 같은 시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에게도 벌금을 물리겠습니다. 저는 10달러, 여러분은 5센트씩 벌금을 내시기 바랍니다."하며 직접 모자에 돈을 거둬 노인에게 주었다. 시리고 메마른 땅에서 아름다운 꽃 한 송이를 품고 가슴이 뭉클해지는 느낌이다.

  리어카를 끄는 노인에게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는 이런 따뜻한 판결이 내려졌다면 그 노인은 지금쯤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노인은 돌이킬 수 없는 운명 앞에서, 이승의 고통과 한을 저승에서 보상받으려는 소망으로 더 열심히 살아갈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은 현대수필 43호(2002. 가을)에 실려 있는 '김익회'님의 글입니다.

  전 글 속에 나오는 리어카를 끄는 노인을 보며, 예전에 자주 다니던 길 근처에 있는 육교에 앉아 구걸하던 노인을 떠올렸습니다.
  전 그 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노력하지 않으면, 내 아버지나 내 가족의 모습이 저렇게 될 지도 몰라...'

  그런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육교에 앉아 구걸하던 노인은 무슨 생각을 하고 계셨을까...
  혹 이런 생각을 하고 계셨던 것은 아닐까...

     '죽어야 내가 살지...'

  수능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주위에서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보며 이런 글이 생각이 났습니다.

     지칠 줄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특성 가운데 하나는
     그들의 에너지가 결코 고갈될 줄 모른다는 것이다.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흥분감,
     기쁨과 고통이 뒤섞여 있는 바로 그 흥분감이
     그들로 하여금 한계량 이상의 에너지를
     방출하게 만드는 지도 모른다.
     그들의 에너지는 흥분하게 되면 왕성한 분출로
     고갈되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흘러 넘친다.

  '피에르 쌍소'의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합격증을 받는 순간, 그동안의 피로는 눈 녹듯 사라지게 됩니다.
  분명한 목표와 성취, 일에 대한 재미와 열정, 충만한 사랑과 감사, 사람을 지칠 줄 모르게 하는 에너지의 원천들이기 때문입니다.

  잠시간 친구를 만나러 나간 남동생이 아직 들어오지 않고 있습니다.
  핸드폰으로 연락을 해봐야 하겠습니다.
  추운 겨울밤 따뜻하게 지내세요.
  그럼... 쉬세요.


댓글 '4'

꿈꾸는요셉

2002.11.05 00:22:19

토미님의 능력에 갈채를... 저도 오랫동안 붙잡고 있던 한권의 책을 마무리 했습니다. 그런데 그 책의 내용을 정리할 수가 없답니다. 여러가지의 이유가 있겠죠... 그래도 제 머리 나쁘다고는 얘기 안 할려구요. 단지 그 책의 내용이 너무 아름답고 가슴 시려서.... 저의 한계로 정리하면 그 느낌이 작아질 것 같아서... 라고 고집하고 있답니다. 토미님... 감사해요.

세실

2002.11.05 09:21:26

라 과디어판사님의 얘기.. 참 감동입니다. 때로 미국이 참 밉지만 이런 얘길 접하면 아름다운 나라 아름다운 사람이 사는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이 아침에 주위를 다시 한번 둘러보게 하는 글이네요. 좋은 아침^^

찔레꽃

2002.11.05 09:54:39

라 과디어판사님의 글은 나눔의 인색한 저를 돌아보게 하는 글이네요...감동적인 글 잘 읽구 갑니다 좋은 하루되시길~~~^ ^

달맞이꽃

2002.11.05 10:01:49

김익회님이 쓰신 죽어야 내가사리 , 마음에 와 닿아 ,가슴이 많이 아픈 화요일 아침이네요 ,아픈대로 그냥 힘겹게 사셨을 ,,리어카를 그는 노인네에 모습이 많이 눈에 어립니다 ,이제는 ,긴 터널을 힘들게 빠져 나왔을 그분이 ,조금은 인생에 아름다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하는 바램과 희망을 가져보고 싶네요 ,,토미님에 글을 매일 한참을 읽고 ,그냥 앉아 있을때가 있어요 ,후후후~~따라주지 않은 ,제 머리도 문제지만 ,,글 항상 잘 읽고 있답니다 ,,편안하시고 ,감기도 ,조심하시고 ,,종종 봅시다 ..하루도 ,,님 마음대로 ,다 이루시는 날이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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