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고 싶습니다...

조회 수 3464 2002.11.06 00:27:42
토미
     "엔도르핀이 뭐죠?"
     "그건 우리 몸 속에서 저절로 만들어지는 모르핀입니다.
     우리로 하여금 쾌감을 느끼게 하고
     고통을 견디게 하려고 우리 몸이 분비하는 물질이지요.
     우리가 웃을 때나 누군가를 사랑할 때,
     바로 이 물질이 분비됩니다.
     류머티즘 같은 병을 앓고 있을 때,
     성적 매력이 넘치는 어떤 사람 옆에 있다 보면
     아픔이 덜해지는 것을 느끼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거 경험해 본 적 없나요?
     우리가 성행위를 할 때도 엔도르핀이 많이 분비됩니다.
     조깅을 해봐서 아시겠지만 한참 달리다보면
     일종의 취기 같은 상태를 느끼게 됩니다.
     그건 근육의 고통을 상쇄하기 위해
     우리 몸이 엔도르핀을 만들어 내기 때문입니다.
     달리기의 쾌감은 그렇게 간접적으로 생겨나는 것이지요."

  <개미>라는 작품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천재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의 <뇌>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엔도르핀은 위의 글에 나오는 것처럼 우리 삶 속에서 생성되는 것입니다.
  그 생성의 비결에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첫째, 잘 웃는 것입니다... 둘째, 열심히 사랑하는 것입니다... 셋째, 달리기를 하는 것입니다.
  아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쁘고 즐거운 마음을 가지는 것입니다. 그러면 누구나 그 몸이 엔도르핀 공장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여름... 무더위와 비로 인해 짜증이 났던 저를 실컷 웃게 한 책이 책꽂이에 보입니다.
  책의 제목은 맥길 대학 '화학과 사회 연구소 소장'으로 있는 '조 슈워츠Joe Schwarcz'의 <장난꾸러기 돼지들의 화학피크닉>입니다.

  먼저 책의 본문을 일부 소개하자면...

  우리는 뼈에 칼슘이 함유되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피와 조직 역시 광물질인 칼슘을 함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실제로 신경조직과 심장은 칼슘 없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이런 신체조직, 즉 유기물질이 탈 때는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소돔과 고모라가 지옥의 불길에 휩싸였을 때도 틀림없이 대량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했을 것이다. 롯의 아내가 뒤돌아보았을 때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들이마셨고, 이것이 조직에 즉각적인 반응을 일으켜 몸의 칼슘이 불용해성 탄산칼슘으로 변했다. 탄산칼슘의 굳는 성질 때문에 말 그대로 돌로 변하고 만 것이다.

  --- page.32

  석회에 얽힌 가장 특이한 이야기는 고양이 오줌에 관한 것이다. 몇 년 전 한 농부가 창고를 왕창 태운 적이 있었다. 창고에는 토질을 좋게 하려고 석회 주머니를 보관해두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화재의 원인을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불에 타 죽은 어린 고양이 두 마리가 석회 주머니 옆에서 발견되었다. 고양이가 석회 주머니에 소변을 봤기 때문에 불이 난 것이었다. 하필이면 석회에다 실례를 하다니……쯧쯧.

  --- page.37

  기원전 1세기의 어느 날, 이집트 여왕은 연인 마크 안토니우스에게 이제껏 받아본 만찬 중 가장 비싼 만찬을 베풀자는 내기를 건다. 안토니우스는 공들인 식사를 즐겨왔기 때문에 이 내기를 기꺼이 수락한다. 약속한 시각이 되어 그가 자리에 앉았는데 깨끗한 액체가 든 잔 하나만 덩그러니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 클레오파트라는 귀에 달린 커다란 진주 귀걸이 하나를 조심스럽게 풀어 부순 다음 그 가루를 술잔에 넣었다. 술잔에 담긴 액체는 식초였으므로 진주 가루가 용해되면서 쉿 하고 거품이 일었다. 여왕은 잔을 들어 당당하게 마셨다. 가장 비싼 저녁을 먹은 셈이었다. 진주는 200만 온스의 은과 맞먹는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클레오파트라는 칼슘 보충제를 복용한 최초의 여성이 되었다.

  --- page.225∼226

  약 2년 전, 한 여자가 자기 집에 쥐들이 바글거린다고 이웃에게 불평을 했다. 사람 좋은 이웃 사람은 그릇에 변기 세제와 표백제를 섞어 이 혼합물을 밤새 집에 놔두라고 했다. 그러면 틀림없이 쥐들이 사라질 거라면서. 그런데 그녀는 반드시 해야 할 말을 빼먹고 말았다. 이것이 쥐는 물론 같이 거주하는 사람들도 사라지게 할 것이라는 말을.

  화학적으로 말하면, 표백제는 나트륨이나 차아염소산칼슘 용액이다. 이것에 어떤 산이라도 섞이게 되면 매우 유독한 염소 가스를 배출한다. 대부분의 변기 세제는 염화수소나트륨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 물질은 표백제에서 염소를 빠르게 유리시키는 산을 만들어낸다. 염소의 톡 쏘는 냄새는 폐 조직을 손상시킬 수 있으며 폐에 물이 차게 만들기도 한다.

  --- page.286

  책을 읽으며 생각하다 보니... 우리가 살아가는 과정이 기본적으로 '화학'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 누가 고양이가 석회 주머니에 실례를 하면 수산화칼슘이 생성되면서 섭씨 700도의 열이 발생해 불이 날 수 있고, 분필과 진주에는 칼슘성분이 있어서 좋은 칼슘보충제가 될 수 있으며, 변기 세제에 표백제를 섞으면 차아염소산칼슘과 염화수소나트륨이 반응하여 유독한 염소가스가 배출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겠습니까? '조 슈워츠Joe Schwarcz'의 <장난꾸러기 돼지들의 화학피크닉>은 이와 같이 일상생활에서 발견할 수 있는 대상이나 이미 알려진 정보를 중심으로 재미있는 화학정보들과 잘못 알려진 화학지식들을 67가지 소재들을 중심으로 유쾌하게 정리해놓은 교양 화학서입니다.

  우리는 '화학'하면 실험실의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 알콜램프와 위험하게만 보이는 화학약품들, 원소기호와 주기율표 등을 먼저 떠올립니다. 이런 것들은 대부분 일상생활과는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학창시절 우리를 힘들게 했던 골치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러나 과연 이것이 화학의 본 모습일까...

  이 책의 저자인 '조 슈워츠Joe Schwarcz'는 화학을 막연한 터부가 지배하는 어두운 골방에서 끌어내어 그것이 일상생활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의 주장을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주변의 모든 대상들이 화학과 깊이 연관되어 있으며 화학이 만들어낸 작품들임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과정은 기본적으로 화학입니다. 예를 들어 커피를 끓이는 것, 요리하는 것, 약을 먹는 것, 몸을 씻는 것, 음식을 먹는 것, 부부가 같이 자는 것 등 모든 것이 화학입니다. 또한 우리는 매 순간 화학 지식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어떤 치약, 어떤 샴푸, 어떤 비누를 써야 할지 또 어떤 비타민제를 먹어야 할지 선택해야 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화학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배워야 합니다.

  화학으로 풀어낸 독특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통해, 저자는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화학적 상황에 대해 즐거운 통찰력을 갖게 합니다. 또한 무겁게만 느껴지던 화학 상식들은 이 책에서 한 번 비틀어져, 발랄하고 통통 튀는 지혜로 다시 태어나고 있습니다.

  목차에 나오는 화학의 기초 상식 세 가지와, 환상적인 화학, 맛있는 화학, 범죄 화학, 건강한 화학, 생활 화학, 알쏭달쏭 화학이라는 여섯 가지 다이나믹한 주제와 과학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통찰력 있는 맺음말로 구성된 이 책 속에서, 우리 주변에서 뒹굴고 있던 67가지 다양한 소재들이 지은이의 맛깔스러운 글솜씨를 통해 뛰놀면서 예상치 못한 카타르시스의 화학반응을 일으킵니다.

  이 책에는 동종요법과 대체 의학에 관한 최근 정보와, 콩, 토마토, 차, 인삼, 닭고기 수프, 핫도그, 분필 먹기와 관련된 재미있는 내용들이 나옵니다. 또한 치즈 수플레 살인 사건, 카사노바의 청산가리 실험, 스컹크 냄새 죽이기, 살인 캔디 등에 숨어있는 화학은 짜릿한 전율과 함께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게 만듭니다.

  이 책에서 저자인 '조 슈워츠Joe Schwarcz'는 화학물질은 그 자체로 좋다거나 나쁘다고 판단할 수 없으며,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우리에게 달려있다고 주장합니다. 이것은 화학물질 자체에 선악의 요소가 존재하기보다는 사용하는 사람에 의해 선악의 결과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또한 우리가 화학이나 화학물질을 단순히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아서는 안 될 뿐만 아니라, 자연물질과의 비교에서 일방적으로 선악의 이분법적 잣대를 적용해서도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화학을 일방적인 선긋기로 재단해서는 안 되며, 화학의 이중적인 면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저자의 생각은 다음과 같은 언급에서 잘 나타납니다.

  화합물 중에는 독소를 포함하고 있으면서도 치료제로 쓰이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암모니아는 폭탄이나 비료의 재료로 쓰일 수 있는 질산암모늄을 만드는 데 사용되고, 염소는 독가스로 쓰이기도 하지만 물 살균제로도 쓰여 매년 수백만 명의 장티푸스, 콜레라, 디프테리아 환자들의 목숨을 구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막연한 불안감과 편견이 양산한 '재미없고 지루하며 무미건조한 화학'을 거부하고, 지적 호기심을 갖고 화학이라는 바다에 빠진다면 그것이 유용할 뿐만 아니라 매우 재미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화학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재미있는 방식으로 엮어, 과학의 세계를 구석구석 탐색하며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토대를 쌓는 것이야말로 저자가 이 책에서 추구하는 바입니다. 그는 이 책에서 분자 운동과 같은 기초 화학부터 일상에서 응용할 수 있는 화학 지식에 이르기까지 화학에 대한 전방위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화학에 대한 잘못된 이해와 무지를 일깨우는 동시에, 화학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기본 전제와 틀을 함께 제시하여 주고 있습니다. 또한 평범한 소재들을 통해 흥미로운 화학 요소들을 발굴해 제시하는 저자의 통찰력은, 화학을 제대로 배우는 것이 중요할 뿐만 아니라 얼마나 유쾌하고 즐거운 일인가를 보여줍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일상생활과 화학 사이의 놀라운 연관성과 과학에 대한 풍부한 통찰력을 얻게 될 정도로 말입니다.

  꼭꼭 잠궈놓은 창문 밖으로 보이는 야경夜景이 무척 아름답습니다.
  길에는 오가는 사람이 없어 한적해 보이고 말입니다.
  저도 이만 쉬어야 하겠습니다.
  그럼... 따스한 잠자리 맞이하세요.


댓글 '4'

꿈꾸는요셉

2002.11.06 00:31:45

님은 다방면의 관심을 가지고 계시군요... 전 과학분야가 특히 제 취약점이었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끝까지 읽을 수 있다면.. 저도 한번 도전해 보고 싶네요.

sunny지우

2002.11.06 00:44:50

토미님, 재미있는 화학 이야기이군요. 물질도 사용자의 사용목적에따라 용도가 달라지듯이, 우리의 삶도 선과악한 미음을 어떻게 선택하고 다스리는냐에 따라 달라지겠지요..

온유

2002.11.06 08:31:50

지구상에 존재하는 어떤 학문의 분야든 우리 일상생활과 연결되지 않는 것은 없나봅니다...님이 가지신 해박한 지식들이 부럽습니다...저두 엔돌핀의 무한한 생성을 위해 늘 기쁘고 즐겁게 생활하도록 노력해야겠네요...토미님 님의 글에 항상 감사하고 있답니다...

박혜경

2002.11.07 09:45:00

글 감사하구요 저두 한번 읽고 싶어지네요 한번 도전해보구 다 읽으면 저두 느끼점 한번 써서 올릴게요 그리구 전 우리 스타지우식구들 만나서 얘기할때 정말 실컷 웃을수 있어서 너무 좋은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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