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감 가는 얼굴과 미소...

조회 수 3412 2002.11.22 21:04:23
토미
     마음이 편안하고 몸이 건강하면
     이것은 그대로 얼굴에 나타난다.
     마음 자체에서 형상이 나오기 때문이다.
     편안한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 그 사람의 얼굴만 보고도
     편안함을 느끼게 되어 호감 가는 얼굴을 지니게 된다.
     기미나 검버섯 등이 벗겨지고 불편한 마음으로 인해
     형성되었던 굴곡이 펴지고 밝고 생기가 넘치는
     얼굴로 변화되면서, 각 개인의 개성에 따라
     가장 아름답고 완전한 얼굴이 된다.

  경희대학교 '권기헌'교수의 <가야산으로의 7일간의 초대>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얼굴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순간의 표정 관리나 화장만으로는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몸이 건강하고, 마음이 편안하고, 기쁨이 안에서 넘쳐야, 언제 보아도 호감이 가는 얼굴이 된다고 합니다. 여기에 활짝 핀 웃음이 더해지면 금상첨화錦上添花...
  그때 비로소 가장 아름답고, 가장 완전한 얼굴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라는 에세이를 읽다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미 소

     서로에게 미소를 보내세요.
     당신의 아내에게, 당신의 남편에게, 당신의 아이들에게, 서로에게 미소를 지으세요.
     그가 누구든지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미소는 당신에게 서로에 대한 더 깊은 사랑을 갖게 해 줍니다.

     마더 테레사Mother Teresa

  <어린 왕자>를 쓴 프랑스의 작가 '생떽쥐베리Antoine de Saint Exupery'에 대해선 누구나 잘 알 것이다. 그 책은 아이들을 위한 작품일 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생각할 기회를 많이 주는 동화이다. 하지만 '생떽쥐베리'가 쓴 다른 작품들, 이를테면 신문과 중·단편 소설들은 그다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생떽쥐베리'는 나치 독일에 대항해서 싸운 전투기 조종사였으며, 전투 참가중에 비행기 추락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제2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기 전에는 스페인 내란에 참여해 파시스트들과 싸운 적이 있었다. '생떽쥐베리'는 그때의 체험을 바탕으로 <미소>라는 제목의 아름다운 단편소설을 썼다. 오늘 내가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가 바로 그 소설의 내용이다. 이것이 실제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것인지 허구의 이야기인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작가 자신의 진실한 체험일 것이라고 믿는다.

  <미소>에서 '생떽쥐베리'가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그는 전투중에 적에게 포로가 되어 감방에 갇힌 적이 있었다. 간수들의 경멸 어린 시선과 거친 태도로 보아 그가 다음 날 처형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소설의 내용을 여기에 기억나는 대로 옮겨 보겠다.

  나는 죽으리라는 것이 확실했다. 나는 극도로 신경이 곤두섰다. 죽음에 대한 공포 때문에 고통스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나는 담배를 찾아 호주머니를 뒤졌다. 몸수색 때 발각되지 않은 게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에서였다. 다행히 한 개비를 발견했다. 나는 손이 떨려서 그것을 입으로 가져가는 데도 힘이 들었다. 하지만 성냥이 없었다. 그들이 모두 빼앗아 가 버린 것이다.

  나는 창살 사이로 간수를 바라보았다. 그는 내 눈과 마주치려고도 하지 않았다. 이미 죽은 거나 다름없는 자와 누가 눈을 마주치려고 하겠는가. 나는 그를 불러서 물었다.
  "혹시 불이 있으면 좀 빌려 주겠소?"
  간수는 나를 쳐다보더니 어깨를 으쓱하고는 내 담배에 불을 붙여 주기 위해 걸어왔다. 그가 가까이 다가와 성냥을 켜는 순간 무심결에 그의 시선이 내 시선과 마주쳤다. 바로 그 순간 나는 미소를 지었다. 왜 그랬는지는 나도 모른다. 어쩌면 신경이 곤두서서 그랬을 수도 있고, 어쩌면 둘 사이의 거리가 너무 가까우니까 어색함을 피하려고 그랬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난 그 상황에서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 우리 두 사람의 가슴속에, 우리들 두 인간 영혼 속에, 하나의 불꽃이 점화되었다. 물론 나는 그가 그런 것을 바라지 않았다는 걸 안다. 하지만 나의 미소는 창살을 넘어가 그의 입술에도 미소가 피어나게 했다. 그는 내 담배에 불을 붙여 주고 나서도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여전히 미소를 지은 채 내 눈을 바라보았다.

  나 역시 그에게 미소를 보내면서 그가 단순히 한 명의 간수가 아니라 살아 있는 한 사람의 인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새로운 차원이 깃들여 있었다.

  문득 그가 나에게 물었다.
  "당신에게도 자식이 있소?"
  "그럼요, 있구말구요."
  나는 그렇게 대답하면서 얼른 지갑을 꺼내 허둥지둥 나의 가족사진을 보여주었다. 그 사람 역시 자신의 아이들 사진을 꺼내 보여 주면서 앞으로의 계획과 자식들에 대한 희망 등을 이야기했다.

  내 눈에 눈물이 그렁거렸다. 다시는 내 가족을 만날 수 없게 될까 봐 난 두려웠다. 난 그것을 간수에게 고백했다. 내 자식들이 성장해 가는 걸 지켜볼 수 없는 것이 무엇보다 슬프다고. 이윽고 그의 눈에도 눈물이 어른거렸다.

  갑자기 간수는 아무런 말도 없이 일어나더니 감옥 문을 열었다. 그러고는 나를 조용히 밖으로 나가게 하는 것이었다. 그는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게 소리 없이 감옥을 빠져나가 뒷길로 해서 마을 밖까지 나를 안내했다. 마을 끝에 이르러 그는 나를 풀어 주었다. 그런 다음 그는 한마디 말도 없이 뒤돌아서서 마을로 걸어갔다. 그렇게 해서 한 번의 미소가 내 목숨을 구해 주었다.

  그렇다. 미소는 사람 사이에 꾸밈없고 자연스런 관계를 맺어 준다. 나는 강연을 할 때마다 청중들에게 '생떽쥐베리'의 이 이야기를 들려주곤 한다. 우리가 비록 자기 주위에 온갖 보호막을 둘러친 채로 살아가고 있긴 하지만, 누구나 그 밑바닥 깊은 곳에는 진정한 인간이 살아 숨쉰다고 난 믿기 때문이다. 나는 감히 그것을 '영혼'이라고 부르고 싶다.

  당신의 영혼과 내 영혼이 서로를 알아본다면 우리는 결코 적이 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서로를 미워하거나 시기하거나 두려워할 수가 없다. '생떽쥐베리'의 <미소>는 두 영혼이 서로를 알아보는 기적의 순간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역시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끔씩 그런 순간들을 경험한다. 사랑에 빠지는 것이 한 예이다. 사랑을 하는 순간 우리는 모든 가식적인 껍질을 깨고 서로의 영혼과 연결된다. 갓난아기를 바라보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아기를 볼 때 우리는 왜 미소를 짓는가? 아마도 그것은 아무런 방어 태세를 갖추고 있지 않은 한 인간을 우리가 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며, 아무런 속임수 없이 순진무구함 그 자체로 우리에게 미소를 짓는 한 인간을 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순간 우리 안에 있는 아기의 영혼이 그것을 알아보고 환하게 미소짓는 것이다.

  -하녹 맥카티-

  호감 가는 얼굴... 미소...
  모두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면에서는 말입니다.

  낮에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며 이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봄이 되면 제일 먼저 따뜻한 햇볕을 따라 길을 걸어봐야지....

  무슨 대단한 결심처럼, 차가운 바람이 불면 아주 중요한 스케줄을 잡은 것처럼 마음속에 다짐을 해 보았습니다.
  이제부터는 아주 지겹게 봄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겨울이면 바람이 쓸쓸해서 봄을 이야기하고...
     봄이 되면 꽃이 피어 어지럽다며 가을을 이야기하고...

     좀벌레와 함께 오솔길을 -최동호-

     밝은 봄날 햇빛 속의 오솔길을 걸어가면
     어린아이 손톱같이 작은
     연록의 이파리들이 나에게 속삭인다.
     어둠으로부터 빠져나오려는
     작은 울림들은 나이테를 따라
     안에서 밖으로 열고 나오는
     새들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귀기울여 들어보면 밖에서
     안으로 숨어들었던 햇살들의 작은 반향들이
     겨울 나무 두꺼운 껍질을 뚫고 나와
     물기 반짝이는
     햇살과 조용히 이야기한다
     귀를 간질이는 쟁쟁한 소리들, 바람을 일으키는
     물결처럼 하나의 둥근 세계를 만든다.

     팔랑거리며 밖에서 안으로
     넘나드는 작은 소리들의 숨결이
     나의 가슴을 신선한 바람으로 가득 채우고
     두근거리는 마음을 열어 발걸음을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어둠만을 파먹던 좀벌레와 함께
     밝은 봄날 새록새록 돋아난
     여린 이파리들이 반갑다고
     손 흔드는 숲 속 오솔길을 걸어가면,
     작은 이파리들은 온 세상 가득 반짝이고
     실눈 같은 後光들이
     부챗살 펼치는 눈물겨운 푸르름으로 살아난다.

  바람이 차갑습니다.
  조카가 독감으로 인해 많이 힘이 든 모양입니다.
  어제 저녁부터 '콜록 콜록' 소리가 들리더니... 낮에는 유치원에도 가지 못하고, 소아과에 갔다 온 모양입니다.
  삼촌이 자기 먹으라고 맛있는 빵을 사 왔는데도, 일어날 생각을 안 합니다.
  빨리 나아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이 납니다.

  모두 따스한 저녁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럼... 쉬세요.


댓글 '7'

꿈꾸는요셉

2002.11.22 22:26:52

토미님... 오늘도 저를 세뇌하시는군요... 미소를 머금으라고... 그럴께요... 누군가를 위해 먼저 미소짓는 자가 될께요.. 토미님... 저의 미소가 보이시나요.. 당신을 위해 웃고 있답니다.

안개꽃2

2002.11.22 22:35:59

오늘 기분 안 좋은 일이 있었어요. 그래서 찌푸린 얼굴로 설겆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저를 본 아들이 말 하더군요. "엄만 웃는 얼굴이 이뻐! 그러니깐 웃으세요."라고 말하더군요. 전 안 좋았던 감정을 납작하게 억누르고 아들에게 활짝 웃는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나에게 다가온것은 아들의 함박웃음이었어요. 물론 우울한 기분은 어디로 날아가버리고 없더군요. 우리 아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웃는 모습이 만병통치약이라는 것을 잊지 말았음 좋겠네요. 토미님 감사합니다.

바다보물

2002.11.22 22:42:28

토미님 전 이글을 읽으면서 어찌 보면 아무런 상관도 없는 그린마일이라는 영화가 생각나네요 사형수가 감옥에서 처형당할 장소까지 걸어가는 길을 그린마일이라 한다더군요 너무 선하고 착한 성품을 가진이가 억울한 누명으로 사형수가 되는 그런 영화였는데....참 오랫동안 마음에 남아 있었답니다 왜 갑자기 제가 그 영화를 생각했는지......좋은 하루 되세요

그린

2002.11.23 02:24:53

지금 틱낫한의 <마음에는 평화, 얼굴에는 미소>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전에 한번 소개해 주신 적이 있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보고 옆에서 그러더군요. "지금 마음이 많이 어지러우신가봐요?..^^ 그래서 한번 더 웃었습니다. 마음의 평화.. ...^^ 아래의 시를 보니 봄길이 그리워지네요.. 요셉님, 안개꽃님, 보물님 주말 잘 보내시구요, 토미님도 따스한 하루 되시길 바래요..

sunny지우

2002.11.23 03:33:21

토미님 , 웃음, 미소 , 마음의 평화 , 가족과 이웃에게 전해줄수 있는 귀한 선물 인 것같아요. 오늘도 웃는 얼굴로 , 환한 미소로 지내도록 하겠습니다. 조카의 감기가 빨리 낫았으면 합니다. 토미님도 좋은 하루 되세요.

달맞이꽃

2002.11.23 10:35:42

토미님 하이요~~~날씨가 포근하네요 ..주말인데 토미님은 여전히 바쁘세겠지요 ? 즐겁게 보내시구요 ..좋은글 쌩큐~~행복하세요^*

찔레꽃

2002.11.23 12:00:56

마음에서 얼굴의 형상이 나온다는 글 공감합니다...제가 30대에서 가장 듣고 싶었던말 인상 좋다'라는 얘기 듣고 싶었는데 차갑다 교만하게 생겼다 라는 얘기 많이 들었는데 요즘 제가 듣고 싶은 얘기 듣고 살아서 행복합니다... 다시 한번 미소의 가치를 말해주는 토미님...행복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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