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운한 날 아침에 써보는 글...

조회 수 5305 2002.11.24 09:08:31
토미
     "적게 먹어서 걸린 병은 다시 먹으면 낫지만
     많이 먹어서 걸린 병은 화타(華陀)나 편작(扁鵲)이 와도
     고치지 못한다"는 의학격언이 있다.
     예컨대 비타민 A 부족으로 인한 야맹증엔
     비타민 A를 보충해주면 충분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과잉 영양으로 비롯된 질환은
     대부분 난치병이다.
     동맥경화와 고혈압, 당뇨, 심장병 등
     대부분의 성인병도 거슬러 올라가면
     영양소의 과다섭취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일보에서 의학전문기자로 있는 Dr.홍혜걸의 <의사들이 절대로 말해주지 않는 건강 이야기>中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가장 미련한 행위중의 하나가 많이 먹어서 탈나는 일이라고 합니다.
  이따금 한 두 번은 괜찮지만, 거듭 반복하여 습관이 되면 큰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이야말로 자기 몸에 병(病)을 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글에 이어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라는 에세이에 나오는 이야기를 적어봅니다.

     모든 좋은 것들

  그는 내가 가르치던 미네소타 주의 모리스에 있는 성모 마리아 학교 3학년 학생이었다. 우리 반 학생 34명 모두가 사랑스런 아이들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마크 에클런드는 매우 특별한 아이였다. 얼굴도 잘생겼으며, 특유의 낙천적이고 밝은 성격 때문에 이따금 짓궂은 장난을 쳐도 미움을 받기보다는 모두를 즐겁게 만들었다.

  마크는 수업중에 잘 떠들었다. 나는 내 허락 없이 말을 해선 안 된다고 마크에게 몇 번이나 주의를 주곤 했다. 그런데 한 가지 인상 깊었던 것은 내가 잘못을 지적할 때마다 마크는 매번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제 잘못을 바로잡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수녀님!"
  처음에는 그런 말을 듣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지만 하루에도 몇 차례씩 그 말을 듣다 보니 머지않아 나도 익숙해졌다.

  한번은 오전 수업중에 마크가 너무 심하게 떠들어댔기 때문에 내 인내심도 한계에 도달했다. 그 당시 나는 신참내기 교사였기 때문에 내 인내심도 한계에 도달했다. 그 당시 나는 신참내기 교사였기 때문에 모든 것에 한계가 있었다. 나는 마크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분명히 말하는데, 만일 한마디만 더 떠들면 너의 입을 테이프로 봉해 버리고 말 테다."
  그런데 10초도 지나지 않아서 처크가 일러바쳤다.
  "선생님, 마크가 또 떠들었대요."
  물론 나는 다른 학생들에게 마크를 감시하라고 말하진 않았지만, 어쨌든 내가 한 말을 행동으로 옮겨야만 했다.

  그 날의 일을 나는 마치 오늘 아침에 일어났던 것처럼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나는 교실 앞쪽에 있는 내 책상으로 걸어가 서랍에서 넓은 스카치 테이프를 꺼냈다. 그리고 한마디 말도 없이 마크의 책상 앞으로 걸어가 테이프를 크게 두 조각으로 잘라서는 마크의 입에다 엑스(X)자로 붙였다. 그런 다음 나는 다시 교탁 앞으로 돌아갔다.

  나는 마크가 어떻게 하고 있나 보려고 슬쩍 곁눈질을 해서 쳐다보았다. 그랬더니 그 순간 마크가 내게 윙크를 던지는 것이었다. 늘 그런 식이었다! 난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화난 내 행동에 주눅이 들었던 반 아이들도 모두 박수를 쳐대며 웃어댔고, 나는 다시 마크의 책상 앞으로 걸어가 입에 붙인 테이프를 떼어 냈다. 내가 어깨를 으쓱해 보이자 마크의 입에서 나온 첫마디는 이것이었다.
  "제 잘못을 바로잡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수녀님."
  그 해가 다 지나갈 무렵쯤에 나는 중학교로 옮겨가서 수학을 가르치게 되었다. 어느덧 세월은 흘러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마크가 다시 내 수업을 듣고 있었다. 마크는 훨씬 더 미남이 되어 있었고, 공손했다. 내가 가르치는 중3의 어려운 수학에 열심히 귀를 기울여야 했기 때문에 마크는 전처럼 떠들 수도 없었다.

  어느 금요일이었다. 수업 분위기가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다. 우리는 일주일 내내 난해한 수학 공식에 매달려 씨름을 했으며, 학생들이 자포자기 상태에 빠져 있다는 걸 난 느꼈다. 그리고 학생들 모두 서로에게 잔뜩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나는 사태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이 살벌한 분위기를 어떻게든 바꿔 놓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학생들 모두에게 백지 두 장씩을 나눠주며 적당한 간격으로 급우들의 이름을 전부 적게 했다. 그런 다음 그 이름 옆에다 자기가 생각하는 그 학생의 좋은 점과 멋지고 훌륭한 점 모두를 적으라고 말했다.

  그 날의 수업은 그것을 작성하는 것으로 다 흘러갔다. 수업이 끝나고 학생들은 자기들이 작성한 용지를 나한테 제출하면서 교실을 나갔다. 처크는 미소를 지어 보였고, 마크는 이렇게 말했다.
  "저희들을 가르쳐 주셔서 고맙습니다. 수녀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토요일과 일요일에 시간을 낸 나는 별도의 백지들을 가져다가 한 장에 한 명씩 학생들 이름을 적었다. 그리고 그 학생에 대해 다른 학생들이 말한 내용을 전부 적어 내려갔다. 월요일이 되었을 때 나는 그 용지들을 학생들 각자에게 나눠주었다. 어떤 아이는 두 장이나 되는 경우도 있었다. 종이에 적힌 내용을 읽어 내려가던 아이들의 입가에 순식간에 미소가 번졌다.
  "정말로 내가 그렇단 말야?"
  아이들이 속삭이는 소리가 내 귀에 들려왔다.
  "내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이토록 멋있게 보일 줄은 몰랐는데!"
  "다른 아이들이 날 이렇게 좋게 생각하고 있는 줄 정말 몰랐어!"
  그러고 나서 수업이 시작되었고, 수업중에는 누구도 더 이상 그것에 대해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들이 방과후에 자기들끼리, 또는 부모에게 가서 그것에 대해 얘기를 했는지는 모른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으니까. 어쨌든 내 시도는 성공을 거두었다. 학생들은 다시금 서로에게 우정을 느끼게 되었으며, 수업 분위기는 훨씬 좋아졌다.

  학생들은 차츰 나이를 먹고 상급학교로 진학했다. 그로부터 여러 해가 흘러서 어느 해 여름인가 나는 방학을 맞아 여행을 떠났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마침 부모님이 공항까지 마중을 나와 주셨다.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어머니는 늘상 하시는 대로 내 여행에 관해 물으셨다. 날씨는 어떠했느냐, 어디어디를 들렀느냐, 재미는 있었느냐 등이었다. 그러다가 잠시 대화가 끊어졌다. 그때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곁눈질을 하며 뭔가 눈치를 주셨다.

  그러자 아버지가 목을 한 번 가다듬고는 이렇게 입을 여셨다.
  "얘야, 마크 에클런드네 집에서 어젯밤에 전화가 왔더구나."
  내가 놀라서 말했다.
  "그래요? 몇 년 동안 통 소식을 듣지 못했어요. 마크는 잘 지낸대요?"
  그러자 아버지가 나지막이 대답하셨다.
  "마크가 베트남에서 전사했단다. 장례식이 내일인데, 마크의 부모는 네가 꼭 참석해 주길 바라더구나."

  오늘날까지도 나는 아버지가 차를 운전하고 가시면서 마크의 죽음을 전했던 Ⅰ-494번지의 그 길목을 정확히 기억한다.

  나는 군대용 관속에 누워 있는 병사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때가 처음이었다. 마크는 훨씬 더 미남이 되어 있었고, 어른스러웠다. 그 순간에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이것뿐이었다.
  '마크, 네가 다시 입을 열어 말을 할 수만 있다면 세상에 있는 모든 스카치 테이프들을 다 내던져 버릴 텐데.'

  성당은 마크의 친구들로 만원이었다. 처크의 누이동생이 미합중국 병사의 노래를 불렀다. 왜 장례식 날이면 늘 비가 내리는 걸까? 그 날도 비가 줄기차게 퍼부어서 무덤까지 걸어가는 데 애를 먹었다. 신부님이 통상적인 기도를 하셨고, 나팔수는 영결 나팔을 불었다. 마크를 사랑했던 사람들이 한 사람씩 다가가 마크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면서 관 위에 성수를 뿌렸다.

  관 위에 마지막으로 축복을 내린 사람은 나였다. 내가 관앞에 서자 관을 메는 사람 중의 하나였던 군인 한 명이 내게 다가와 물었다.
  "수녀님께서 마크의 수학 선생님이셨나요?"
  나는 관을 응시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군인이 말했다.
  "마크가 선생님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하곤 했습니다."

  장례식이 끝난 뒤 마크의 동창생 모두가 처크의 농장으로 가서 점심을 먹었다. 내가 그곳에 도착하니 마크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분명 나를 기다린 눈치였다.
  "선생님께 보여 드릴 것이 있습니다."
  마크의 아버지가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면서 말했다.
  "마크가 죽었을 때 품속에 이것이 있더랍니다. 저희는 선생님께서도 이것을 기억하시리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마크의 아버지가 꺼낸 것은 노트 용지 크기만한, 접혀 있는 두 장의 종이였다. 접힌 자리가 닳아서 여러 번 테이프로 붙인 흔적이 남아 있었다. 나는 그 종이에 적힌 내용을 보지 않고도 그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마크의 급우들이 마크의 모든 좋은 점들을 적어 낸 바로 그 종이였다.

  마크의 어머니가 말했다.
  "이런 일을 해 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보시다시피 마크는 이것을 늘 보물처럼 여겼답니다."
  마크의 옛 급우들이 우리 주위로 몰려왔다. 처크가 약간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도 아직까지 제 것을 갖고 있어요. 제 책상의 맨 윗서랍에 항상 간직하고 있지요."
  존의 아내가 말했다.
  "존은 그것을 우리의 결혼 앨범에 끼워 놓았어요."
  마릴린이 말했다.
  "제 것은 언제나 제 일기장 속에 들어 있어요."
  그러자 또 다른 급우였던 비키니는 작은 손가방을 열어 지갑을 꺼내더니 그 안에서 너덜너덜해진 그 종이를 꺼내 모두에게 보여 주었다.
  "전 언제나 이것을 가지고 다녀요."
  비키니는 반짝이는 눈으로 모두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 모두 각자의 것을 간직했군요."
  그 순간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나는 마크를 위해, 그리고 다시는 그를 만나지 못할 그의 모든 친구들을 위해 울고 또 울었다.

  헬렌 P. 므로슬라 수녀

     듣고 싶은 소리가 있습니다...
     기분이 상쾌해지는 소리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강가의 자갈들을 주워 손에 쥐고 굴릴 때 들리는 소리라던가, 숲 속을 거닐 때
     무언가 스치는 듯한 사르륵거리는 소리.
     아주 화음이 딱 맞아떨어지는 연주처럼.
     우리 주변에서 들을 수 있는 새소리 바람소리 나뭇잎들이 서로를 부대끼는 소리....
     가을의 끝으로 보이는 고궁을 보아서 일까요?
     예쁜 소리들을 담을 수 있는 바구니가 있었으면 합니다.

  주일 아침입니다.
  오랜만에 푹 잤더니 몸이 개운합니다.
  사람에게 있어서 잠의 의미는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모두 좋은 날 맞이하세요.
  그럼... 즐기세요.


댓글 '5'

신나라

2002.11.24 09:32:51

오늘 저 또한 개운한 아침이고, 남편은 출근하고 아이들은 컴퓨터 시험을 보러가서 한가합니다.. 이런날 이렇게 감동적이고 너무도 좋은글과 예쁜지우 노래를 잘 읽고 잘 듣고 갑니다^^* p.s. 우리 아이 5학년 담임선생님께서 위에 글과 비슷한 설문으로 조사한 글들과 모든 아이들의 자화상을 그리게 하고 독후감등 여러가지글로 묶은 학급문집을 학년말에 아이들 모두에게 선물하셔서 저희 아이나 저에게 뜻깊고 너무도 좋은 선물이라 생각했는데 그 선생님께서 이 책을 읽으신 듯 하군요..

신나라

2002.11.24 09:39:23

꿈꾸는 요셉님 글에 나온 지우노래를 열어놓고 이 글을 읽어 착각했네요.. 토미님 글 다시 한번 감사하고 님도 좋은 날 되시길^^*

코스

2002.11.24 16:45:10

토미님..휴일 시간은 잘 보내셨나요?? 많이 먹어서 걸린 병은 화타나 편작이 고치지 못한다는 말을 명심 해야겠네요.ㅎㅎ 저는 늦가을에 바람결에 낙엽이 뒹그르는 소리가 참 듣기 좋드라구요. 토미님...좋은 글 잘읽고갑니다.늘 건강하세요.^_^

달맞이꽃

2002.11.24 21:10:39

오랜만에 푹 주무셔셔 몸이 개운하시다니 다행이네요 ..글쎄 잠에 의미는 무엇일까요 ..내일은 위한 보약이 아닐런지요..신이 내린 제일 훌륭한 보약이지요 ,,그래서 눈 꺼풀을 만드신거고 ...맞는말인지 ........행복한밤 맞으시고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고마워요 ^^*

골목길

2002.11.25 09:34:19

너무나 가슴이 와 닿는 글을 보니 가슴이 따뜻해지는군요. 항상 좋은 글로 스타 지우를 빛내 주시는 토미님 감사드립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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