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조회 수 3193 2002.11.26 20:30:20
토미
     『 上士楣, 勤而行之, 中士楣, 若存若亡, 下士楣, 大笑之, 不笑,
     不足以爲道, 故建言有之, 明道若, 進道若退, 夷道若, 上德若谷, 太白若辱, 廣德若不足,
     建德若偸, 質眞若, 大方無隅, 大器晩成, 大音希聲, 大象無形, 道隱無名, 夫唯道善貸且成.

     참으로 뛰어난 사람은 도를 들으면 힘써 그것을 실천하는데, 중간 정도의 사람은 도를 들으면
     반신반의하는 태도를 취하고, 아주 정도가 낮은 사람은 도를 들으면 크게 웃고 만다.
     그들에게 비웃음을 살 정도가 아니면 참다운 진리라고는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격언이 있다.

     참으로 밝은 길은 얼른 보기에 어두운 것 같고 앞으로 나아가는 길은 얼른 보기에 뒤로
     물러나는 것처럼 보이며 펀펀한 길은 얼른 보기에 울퉁불퉁한 것처럼 보인다. 최상의 덕은
     골짜기처럼 텅 비어 있는 것처럼 보이고 참으로 희고 깨끗한 것은 얼른 보기에 우중충해
     보이며 참으로 넓고 큰 덕은 얼른 보기에 부족한 것처럼 보인다. 확고부동한 덕은
     얼른 보기에 구차스러워 보이고 참으로 진실한 덕은 얼른 보기에 절조가 없는 것처럼 보
     이며 다시없이 큰 네모난 것은 그 구석을 가리지 않는다.
     참으로 위대한 인물은 보통 사람보다 그 성취가 늦고 다시없이 큰 소리는 도리어 그 소리가
     귀에 잘 들리지 않으며 더없이 큰 형체를 가진 것은 도리어 그 모습이 눈에 띄지 않는다.
     그리고 이들 말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도는 숨어서 모양이 보이지 않고 사람의 말로는
     이름을 붙일 수가 없는 것이다.
     참으로 도란 것은 만물에게 아낌없이 베풀어주고 그러면서 그 존재를 온전히 해준다.』

  지난 주 토요일에 구입하여 읽은 몇 권의 책中에 '이외수'님의 소설이 있습니다.
  그 중에 나오는 구절 중에 하나입니다.

     남자는 자기의 비밀보다
     타인의 비밀을 성실히 지키는 성품을 가지고 있지만
     여자는 타인의 비밀보다
     자기의 비밀을 성실히 지키는 성품을 가지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든 여자에게는 비밀이 재산이다.
     타인의 비밀은 수다를 팔아먹을 수 있는 재산이고
     자기의 비밀은 교양을 사들일 수 있는 재산이다.

  코믹하게 들리는 구절입니다. 그러나 뼈가 들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밀은 없다고 말합니다. 아닙니다. 비밀은 있습니다.
  문제는 비밀의 관리 능력입니다.
  비밀 관리 능력이 없으면 사랑도, 인간관계도, 사업도 깨지기 쉽습니다.
  비밀은 그 사람의 됨됨이를 시험하는 도구이며 자칫 신뢰성의 근본을 흔드는 흉기도 되기 때문입니다.

  '이외수'님의 소설 <괴물>에는 참 많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여러분은 팔만대장경이 보존되어 있는 해인사를 알고 계시겠지요. 해인사는 화재를 일곱 번이나 겪었던 절입니다. 풍수지리에 밝으신 분들의 이론에 따르면 해인사와 마주보는 매화산의 화기가 너무 강해서 자주 화재가 발생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스님들이 화재를 막기 위한 방편으로 해마다 매화산 정상에 다섯 개의 소금항아리를 묻어둡니다. 그리고 경내에도 여덟 개의 작은 돌구멍에 소금물을 담아둡니다. 그런 방편을 쓰고 부터 백 년이 지나도록 해인사는 화재가 한번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신기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현대과학도 우리 오줌싸개와 소금과 방화의 연관성을 규명할 수가 없습니다. 지나친 비약일지는 모르지만 미국에도 오줌싸개들에게 소금을 얻어오게 만드는 풍습이 있었다면 연쇄살인범이 줄어들었을지도 모릅니다."
  -- page.150

  "다행히 하나님께서 일주일만에 응답을 해주셨네."
  "어떤 응답을 해주셨습니까."
  "내가 직접 수술을 하라는 말씀이셨네."
  "영주님께서 의사도 아닌데 어떻게 수술을 하신단 말씀입니까."
  "하나님께서 도와주시겠다고 약속을 하셨네."
  "수술기구도 없지 않습니까."
  "하나님께서 영능력만 있다면 수술기구는 필요 없다고 말씀하셨네."
  "수술은 언제 하실 생각입니까."
  "물론 한시가 급하지만 오늘은 기도를 끝낸 날이라서 약간 피곤하니까 내일로 미루세."
  "제가 준비할 게 있으면 미리 말씀해 주십시오."
  "기도나 해주시게."
  -- page.305

  '정호승'님의 산문집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에도 많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작가의 말
  하루살이는 하루만 살 수 있는데
  불행히도 하루종일 비가 올 때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그들은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하루를 살아간다고 합니다.
  지금 제 인생에도 비가 오고 있습니다.
  인생은 비가 와도 술 한잔 사주지 않습니다.
  하루살이가 열심히 살아가는 비 오는 길에
  술잔을 들고
  당신이 서 있으면 덜 외롭겠지요.
  2001년 8월 정호승

  태풍에 대하여
  그 후 토미는 폭풍우를 견뎌낸 쑥부쟁이꽃을 보호하는 일로 하루해를 다 보낸다. 아빠가 잔디를 깎을 때에도 꽃 주위에 돌로 바리케이드를 쳐서 꽃을 보호한다. 토미아빠도 토미한테 그 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잔디를 깎을 때에도 꽃은 절대 다치지 않게 하고 잔디를 깎았다. 그러나 겨울이 오고 첫눈이 오는 날 꽃은 시든다. 결국 토미할머니도 세상을 떠나버린다.

  토미아빠는 슬피 우는 토미를 안아주면서 울지 말라고 위로한다. 꽃은 다시 피어나고, 꽃이 피어날 때 할머니도 우리들 마음에 다시 살아나기 때문에 언제까지나 슬퍼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아버지의 말씀대로 토미도 결국 슬픔과 눈물이 언제까지나 계속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왜냐하면 꽃이 진 그 자리에 봄이 오자 다시 더 많은 꽃이 피어났기 때문이다.

  만일 천둥과 번개가 치는 고통의 밤을 참고 견디지 못했다면 꽃은 열매를 맺을 수 없었을 것이다. 또 이듬해 봄에 더 많은 꽃을 피울 수 없었을 것이다. 이렇듯 고통은 인내를 낳고, 인내는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킨다. 세상의 누구든 고통을 참고 견디지 못한다면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폭풍우를 견딜 수 있는 꽃과 나무와 새들만이 살아남듯이 사람도 마찬가지다. 한 사람이 한 생을 살면서 따스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만 맞으며 살아갈 수는 없다. 따스한 햇살을 맞기 위해서는 혹한의 추운 겨울이 있어야 하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살기 위해서는 뜨거운 폭염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
  ---page.14∼15

  책 한권을 다 써넣어도 모자라지만...

  우리는 고요함을 통해 우리의 삶을 성숙시킬 수 있다. 사랑에 있어서도 격정 다음에는 고요함이 그 사랑을 성숙시키고 지속시켜준다. 인생의 진정성은 시끄러운 데 있는 것이 아니고 고요한 데에 있다. 석가도 고요한 나무 아래서 인간의 삶을 생각했고, 예수도 고요한 산상에서 인간의 사랑을 생각했다.
  --- page.86

  책은 한 인간의 일생과 영혼의 모습을 결정짓는다. 우리는 책을 통하지 않고서는 아름다워질 수 없다. 인간은 책을 읽을 때가 참으로 아름답다.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인간의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라면, 책을 읽는 노인의 모습 또한 아름다운 모습이다. 햇살이 따스한 뜰에 나와 손자가 노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슬그머니 의자에 앉아 돋보기 안경을 끼고 책장을 펼치는 노인의 모습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도 가끔 한 권의 책이라는 인간이 되고 싶다. 이른 아침 창가로 햇살이 스며들 때 책상 위에 놓여 있는 한 권의 책. 시집이면 더 좋겠다. 시집이 되어 사랑하는 여인의 책상 위에 놓여 봄 햇살을 쬐고 싶다. 나를 넘기는 여인의 손가락과 눈빛의 향기를 마음껏 맡고 싶다.
  --- page.198

  외근으로 서초동 법원에 갔다오는 길에 지하철에서 본 영화 포스터 때문에 생긴 생각이 있습니다.

     배려 없이 만들어진 빨간 등급의 영화를 본다는 것... 참 난처한 일입니다.
     그건 아주 어려운 철학 책보다도 도무지 무슨 의미인지를 알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아주 어려운 수학문제보다도 해답을 찾을 수가 없어
     머리만 아파져 귀찮아지기 때문입니다.
     헌데 요즘 아주 섹시한(?) 출연배우들로 인해 화제가 된 <죽어도 좋아>라는 영화 이야기들로
     여기 저기서 난리입니다.
     전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자신들의 이야기를 선뜻 공개한 노년 부부의 솔직함에...
     좀 당혹스러워집니다.
     나이가 들수록 더 자신 있어진다는 것은, 고상한 척 권위를 내세우는 것과 전혀 상관없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언제 어느 때이든 자신의 정체성을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사람.
     그럼 사람들의 로맨스는 굳이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아도 가장 솔직하게, 가장 순수하게,
     가장 배려있게 만들어질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들은 사랑의 실패자들에게 이런 조언을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너 자신에게 솔직해봐.... 더 늦기 전에 말이지......-

     장미의 사랑 -홍영철-

     안개가 깊습니다.
     그러나 나는 당신에게로 걸어가야 합니다.
     당신에게로 가는 길에는
     지금 불빛도 표지판도 없습니다.

     마음속에 놓인 빈 엽서 한 장.
     바다와 섬과 하늘이 있는
     또 그 간격을 잇는 배와 그림이 있는
     사진 엽서의 하얀 공터에다
     나는 당신의 모습을 그립니다.
     눈은 눈빛으로
     손은 손 모양으로
     보이지 않는 곳은 보이지 않는 대로.

     이제 나는 한 걸음 물러나 당신에게 장미를 바칩니다.
     뜨거운 꽃잎과 아픈 가시를 함께 지닌
     그 배반의 꽃을 드리는 나의 손에는
     향기와 피.
     하지만 언제나 장미를 드릴 수 있는
     당신이 그 어디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위안인지 모릅니다.

  날이 차갑습니다.
  대추차를 마시며 자판을 두들기는데도 손이 시립니다.
  모두 따스했으면 합니다.
  몸도 마음도 말입니다.
  그럼... 쉬세요.


댓글 '1'

sunny지우

2002.11.26 22:46:33

날씨가 차거워진 듯합니다. 몇권의 책을 동시에 소개해주셔서 스스로 제가 독서를 직접한듯한 착각에 빠집니다. 늘 감사하게 읽고 있습니다. 천둥과 번개치는 밤을 통해 아름다운 열매를 ,인고의 시간을 통해 값진 인생의 의미를 알게 된다면 ...생명력있는 삶을 살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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