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요셉




제가 이 곳에서 알게 된 아름다운 여인이 있습니다.

그 녀의 사랑은
어쩌다 한번 드러내는 사랑이 아닌
희생과 봉사의 사랑... 바로 그 자체입니다.

아름다운 꽃잎들이
아무리 아름답다 한 들
잎사귀의 초록빛 편안함이 곁들여지지 않았던들
그리도 빛날 수 있었을까..

우연히 눈에 띤 제목...
우리집의 아름다운 여인과 너무 닮은 글이기에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기고] 달맞이꽃 여인들


치매·노인 전문병원에 근무하면서
낙엽처럼 사각사각 말라가는 기억의 소유자들과
그것이 부서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발끝으로 세상을 걷는 사람들을 동시에 만나게 된다.

간혹 갑자기 왕성해진 할아버지의 성욕을 견디지 못한 나머지
정신이상을 보이는 할아버지를 모시고 오는 할머니들도 계시지만,
환자들을 병원에 모시고 오는 분은 대부분 며느리이며 딸이다.

40대 중반의 한 여인이 시어머니가 치매라고 진단하는 내 앞에서
주체할 수 없이 흐르는 눈물을 흘리고 앉아 있었다.
그리고는 “시아버님이 치매로 누워계시다가 돌아가신 지 얼마 안되었어요”라고 말하며
진료실 문을 조용히 나선다.
기억뿐 아니라 판단 능력도 상실되고 성격 변화까지 동반되는 치매 환자를 돌보기란
사실 의사도 쉬운 일이 아닌데,
이미 그것을 한번 경험한 그녀는 의사가 자신에게 하고 있는 말의 의미를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 후 그녀는 시어머니 간병하느라 주름진 자신의 삶에 대해 한 번도 불평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힘드시죠?”하고 물어보면 “힘들다는 얘기는 제 머리에서 지워버리기로 했어요.
남편이 혹시나 제가 시어머니 구박할까봐 의심하는 것이 더 속상해요”하고 웃음을 보였다.
외출 한번 맘 편안히 하지 못하고 살고 있는 이 여인의 삶을,
누군가의 발밑에 밟혀 녹는 것이 당연한 눈송이처럼 여기는 것같아 못내 가슴 끝이 아려왔다.

목련꽃처럼 하얀 단발머리를 하신 90세 할머니가
꽃잎을 하나씩 떨구듯이 몸살이 날 때마다 병원에 와서 주사를 맞곤 하셨다.
할머니는 40㎏도 채 안 되는 작은 체구로
치매에 걸린 육척장신(六尺長身) 할아버지의 대소변을 받아내고 씻기는 일을 몇 해 동안 해오셨다.
당신도 혈압에 중풍 약까지 드시면서도
잠깐 병원에 왔다 가시는 것조차 혼자 집에 계실 할아버지 걱정 때문에 늘 부담스러워 하신다.

“내가 애기를 못 낳아 딸아이를 입양했었는데
그 아이가 있는 재산을 다 가지고 미국으로 가버렸어.
불쌍한 할아범. 치매까지 걸리다니 말년에 너무 고생을 많이 해 불쌍해 죽겠어.
나를 못 알아보고 횡설수설 할 때는
차라리 이제 편안하게 저 세상에라도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지극정성으로 할아버지를 간병하시던 할머니가 한참을 안 보이시더니 어느 날 입원을 하러 오셨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장례를 치르고는 마음의 병과 몸의 병이 겹친 것이다.
“영감이 살아 있을 때는 똥싼 옷을 빠는 것이 너무 힘들어 그렇게 빨리 가셨으면 했는데,
막상 늘 누워 계시던 자리에 안 계시는 것을 보니 왜 이리 눈물이 나고 나도 따라 가고 싶은지 몰라.”

나는 할머니 머리를 가만 만져드리며 말을 했다.
“할머니, 그동안 할아버지는 행복하셨을 거예요.
이제 할머니가 힘내서 몸 추스리신 다음에 따뜻해지면 꽃구경도 다니시고 하셔야죠.
그동안 고생 많으셨는데 따라가긴 어딜 따라가세요.”

문득 나는 이 여인들이 언젠가 새벽녘 학교길에 만났던 달맞이꽃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백합의 진한 향기는 없을지라도
햇살이 환히 비출 때는 있는 듯 없는 듯 연약한 모습으로 서 있다가
밝은 빛이 사라지고 깜깜한 밤이 되면 달빛보다도 환한 빛을 드러내는 달맞이꽃.

치매 환자의 보호시설이나 관리 체계가 턱없이 부족한 우리 현실에서
묵묵히 희생으로 감내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달맞이꽃의 향기를 다시 맡게 된다.

이은아  (2003.01.28)(서울시립서대문병원 신경과 전문의)

***********


언니... 언니를 위한 3월 캘린더를 만들었습니다.
특별히 별표도 하나 넣어 두었어요...

아직 많이 미숙하지만...
더 노력해서... 담에 더 멋있게 꾸며 드릴께요...

아픔이 너무 많은 요즘...
꼭 하고 싶은 말을 미루다... 후회하게 될 것 같아서..

언니... 사랑합니다.  


**********When I Dream..Lynn Anderson



댓글 '7'

sunny지우

2003.02.21 02:51:31

요셉동생이 멋있는 달력을 만들었구나....
정말 아름다워요....
3월의 봄은 아름다운 소식이
많은 달이 되기를...
모든이들에게 희망과 기쁨이 충만한 3월이 되기를...
고마워...

2003.02.21 09:03:26

아름다운 달력이네요.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 설레이게 하는군요......참으로 따뜻한 홈입니다.

꿈꾸는요셉

2003.02.21 10:48:53

헉.... 3월은 31일로 되어 있는데...
우리 캘린더엔 31일이 숨어있죠!!!!!
4월을 준비하지 못해 3월을 오랫동안 잡아 두려구요....
변명치곤 참 궁색하네요....
좋은 시간들 되세요.

달맞이꽃

2003.02.21 10:59:48

고마워요 ..요셉님
너무 아름답운 여인이네요 .마음도 몸도 정말 달맞이를 많이 닮았군요 ..내가 아이디 하나는 참 잘 선택했어요 .그쵸? 어떻해요 너무 큰 선물을 미리 받아서 .요셉님에 마음이 보여 가슴이 뭉클합니다 ..너무 행복합니다.지금은 달리 내마음을 보여 줄수 없는게 안탑깝네요 ..정말 우리님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토토로

2003.02.21 11:34:37

언니 넘 이뻐요.
진짜 솜씨가 날로 늘어서 기죽고 있는 저입니다.
항상 언니들께 감사드립니다.

운영자 현주

2003.02.21 11:45:17

별표의 의미는?... 전 알지요...^^ 언니가 너무너무 보고프다니까요..달맞이꽃언니 힘내시구........얼른 우리 얼굴 보기를...내가 애교많이 떨어줄께요.^^ 겸둥이 현주라니까요....^^

온유

2003.02.21 16:18:44

현주님 별표의 의미가 무엇이다요.
궁금한건 못 참어~~~~유.
요셉언니 이쁜 달력 만든다구 애쓰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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