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의 매니저는 힘이세다[GQ KOREA ....펌..]

조회 수 3039 2003.06.23 23:29:39
스타지우팬

애초에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 주연 배우 메니저의 이름까지 올라가는 것에 대한 의구심에서 출발한 이 리포트는, 그것이 스타의 메니저가 힘이 세기 때문이라는 상식선에서결론 지어졌다. 그렇다면 그들은 얼마나 힘이 센 걸까? 영화 제작 과정에서 보여지는그들의 '힘의 행로'에 대해 말한다.
                                     에디터/ 문일완     아트 에디터/박소민  



'스타 파워가 커지면서 매니지먼트사 혹은 매니저들이 영화 제작 과정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한다?'이런 질문이라면 이 리포트는 한 편의 영화가 준비되는 과정에서 매니지먼트사 혹은 매니저를 직접 경험한 취재원들을 상대로 쓰여져야 옳다. 물론 그런 취재원 확보가 쉽지는 않았다.

그들의 표현대로 '한국 영화계는 손바닥만한 곳'이며, 그런 이유로라도 '말 한마디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전 접촉한 취재원 대부분은 '요즘 같은 영화계 상황에서 배우들의 매니지먼트와 관계된 언급을 했다가 거대 매니지먼트사의 심기를 건드릴 경우 남는 게 없을 것'이라는 뉘앙스만 전할 뿐이었다. 이런 상황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요즘 한국 영화계는, 불철주야 한 편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 엄청난 개런티를 제시하면서 '한 줌'의 톱 스타들 앞에 줄을 선 형국이다. 그런 상황, 즉 스타를 확보하지 않는 한 영화 제작에 필요한 파이낸싱은 물론, 크랭크 인까지 불가능한 상황 앞에서 누가 '스타의 소유주'인 양 군림하는 매니지먼트사의 과도한 행태에 대해 백태클을 걸겠는가? 그런 이유로 한 영화사 제작팀장에게 우회해 던진 질문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언젠가 <씨네 21>에 실린, 한 독점적 매니지먼트사의 수장에 관한 인터뷰에 이런 대목이 있었다. '운전기사, 가방모찌, 양아치의 이미지가 뒤섞여 있던 매니저를 영화인의 일원으로 자리잡게 했고….' 이 표현은 일견 맞아보인다.  

예전과 달리 지금의 배우 매니지먼트사는 한국 영화산업의 팽창 곡선을 따라 규모와 파워가 엄청나게 커졌다. 그들은 나름대로 전략을 세워 배우들의 이미지 메이킹에 걸맞는 시나리오를 선별하고 새로운 배우 물색에 나섰으며 영화 제작 환경에도 일조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다양한 영화인들에게 찜찜한 대상으로 분류되는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말꼬리 잡는 식의 사소한 사례일 수 있지만, '영화 엔딩 크레딧에 매니저의 이름이 올라가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누군가는 '파이낸싱부터 흥행까지 전가의 보도처럼 쓰이는 스타를 관리하는 매니저의 지위가 격상했음을 알리는 시그널쯤으로 여긴다'고 했지만, 대부분의 영화 스태프들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한 제작 스태프는 "낡은 생각일 수 있지만, 크레딧은 영화를 만드는 데 일조한 스태프들이 올라야 하는 신성한 영역이다. 최근 매니저들이 크레딧에 오르는 것은 매니지먼트의 위력을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우습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런 이유로 <씨네 21>에서 '영화인의 일원'이라는 표현을 쓴 것도 이해가 안된다"라고 말했다. 이 제작 스태프의 마지막 멘트는 거물 제작자 강우석이 앞서 언급한 매니지먼트사 대표에게 던진 충고와 비슷한 맥락이다. 강우석은 같은 기사 말미에 매니지먼트사 대표를 향해 "진심으로 영화인과 영화 그 자체를 존경하고 고귀하게 생각해달라"고 충고했다. 그의 충고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힘있는 매니지먼트사는 '영화인과 영화 그 자체를 존경하고 고귀하게 생각'하지 않는 존재들인 셈이다.

영화와 직간접으로 관련된 스태프들이 매니지먼트사에 대해 가진 불만은 몇 가지로 압축된다. 그 중 첫 번째가 시나리오를 대하는 태도에 대한 부분이다. "요즘은 배우와 직접 대면해 '구라'칠 기회가 점점 줄어든다. 시나리오를 읽고 만나서 얘기하기 전에, 그냥 전화 한 통화로 '못하겠는데요', '어렵겠는데요'란 답이 돌아온다. 그걸로 끝이다. … 애초부터 배우와 매니저의 나름의 계획과 노선에 따라 결정하고 그것을 우선으로 움직이는 것 같다."(<씨네 21>, 명필름 심재명 대표), "시나리오가 배우에게 직접 전달되지 않고 매니저 차원에서 사라진다는 것은 더욱 문제가 있다. … 시나리오는 배우가 직접 읽게 하고, 분명하게 판단해서 통보해줘야 한다"(같은 매거진, 강우석 감독)는 언급이 힘있는 영화 제작자들에게서 흘러나온다는 것은 배우 캐스팅이 어떤 프로세스를 거치는지를 반증한다. 한 영화 담당 기자는 최근의 배우 캐스팅 과정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좋은 시나리오라는 소문이 돌면 직접 구해 읽는 배우들도 있지만 그런 배우는 소수에 불과하다. 요즘엔 영화사가 시나리오에 딱 맞는 배우, 출연에 응할 것 같다는 확신이 있는 배우에게 직접 전화를 거는 것조차 결례로 여길 정도로 분위기가 까다롭다. 그런 사실을 매니저가 알게 되면 섭외가 힘들어질 정도다."

물론 소속 배우의 캐스팅에 관한 최종 결정은 전적으로 매니지먼트사와 배우와의 조율에 달려 있다. 문제는 그런 점이 다음과 같은 지적 앞에서 설득력을 잃는다는 것이다. '요즘 배우들과 매니지먼트사는 배우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 영화는 선택하지 않는다. 소속 배우가 무조건 돋보여야만 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몇몇 괜찮은 시나리오는 영화사 책상 위를 전전하다 캐비닛 속으로 사라진다. 배우 스스로가 감독이나 작품에 흥미를 느껴 출연을 고집해도 매니지먼트사가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최고의 흥행 스코어를 기록한 작품의 한 주인공은 소속사의 만류에도 출연을 강행한 예외적 사례로 꼽힌다. 소속사가 만류한 것은 내년에 계약이 만료되는 이 배우의 개런티가 적고 흥행에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배우캐스팅과관련해 그래도 힘있는 유력 영화사의 경우는 매니지먼트사와 힘겨루기도 할 수 있고, 배우에게 호감을 줄 수 있다는 장점을 무기로 삼을 수 있다. 하지만 힘없는 신생 제작사들의 경우 아무리 좋은 시나리오를 확보한다 해도 매니지먼트사와 별다른 연고가 없다면 크랭크 인까지 험난한 산을 두세 번은 오르내려야 한다. 최근 한 신생 제작사는 강력한 캐스팅 파워를 앞세운 독점적 매니지먼트 회사와의 계약에서 시나리오 수정, 스태프 구성까지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단지 보유한 스타를 제공하는 조건만으로 공동 제작과 지분 요구를 따낸다. 신생 제작사가 무슨 힘이 있나.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캐스팅 디렉터를 맡길 경우에는 해당 매니지먼트사의 소속 배우를 우선 출연시킨다. 물론 좋은 배우를 다량으로 확보하고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그들 역시 제작사가 영세하기 때문에 배우 캐스팅이라는 전문적인 파트를 책임져 주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과정 전체를 그림으로 그려보면 누가 봐도 그들이 '꿩 먹고 알 먹는' 그림일 것이다."(제작 스태프 K)

하지만 또다른 스태프 S의 언급은 이런 문제가 신생 제작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최근 지난해 출연한 영화에서 처음으로 대박을 기록한 한 CF 여왕의 매니지먼트사가 캐스팅 조건으로 30%의 지분을 요구한 일이 있다. 사실 제작사 입장에서 그렇게 떼주면 뭐가 남겠나? 30%는 지나친 사례지만, 요즘엔 10~20% 정도의 지분 요구는 아예 트렌드처럼 여겨질 정도다. 배우 모르게 매니지먼트사가 이런 계약을 맺는 경우도 있다. 얼마 전 한 제작사가 신작 준비에 들어가면서 적역이라고 판단한 배우에게 출연 의사를 타진했다. 하지만 분위기 파악에 서툴렀던 매니저가 배우 모르게 과도한 지분을 요구했다. 그 배우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제작사가 시간을 끌어봤지만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 제작사는 최종 캐스팅 과정까지 똑같은 일을 한 번 더 겪었다. 강조하지만 이 두 가지 사례는 신생 제작사가 아닌 그나마 힘있는 제작사에서 겪은 일이다."

물론이 모든 상황의 책임은 손에 꼽을 정도인 스타만 선호하는 제작사와 관객에게도 돌려져야 한다. '적역이 어딨어? 티케팅 파워있는 스타 중에 하겠다는 사람이면 돼!'라고 외치는 어느 제작사 관계자의 멘트는 스타 파워가 왜곡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반증한다. "왜곡된 스타 파워의 부작용이 바로 배보다 배꼽이 커보이는 개런티다. '그들만의 영화'만 제작되는 상황에서 유리한 것은 스타와 매니지먼트사뿐이다. 개봉작마다 승승장구한다면 문제가 없지만, 올해처럼 흉흉한 스코어를 기록한 영화가 많은 상황에도 배우들의 개런티에는 흠집 하나 생기지 않는다. 그리고 작품의 흥행 여부와 상관없이 다음 작품에 고스란히 소급 적용된다. 그 와중에 스타 파워를 의도적으로 조성해 러닝 개런티나 수익에 관한 지분까지 요구하는 매니지먼트 태도는 설득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내 몫만 갖고 튀어라' 아닌가?"(제작 스태프 S)

하지만 제작 스태프들의 이런 항변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언급된 내용들에 대해 매니지먼트사가 '비즈니스의 한 과정일 뿐'이라고 말해버리면 어떻게 될까? 스타라는 상품을 활용해 영화 산업 시스템 안에서 승인 가능한 비즈니스 - 분명히 제작사는 그 조건을 받아들였다! - 를 펼쳤고 그것에 합당한 이익을 발생시켰을 뿐이라고. 하지만 매니지먼트사 스스로 비즈니스 테크닉을 활용해 영화 산업 시스템을 공략하고 이익을 따낸다고 자부하려면 다음 지적들과 같은 기본적인 부분들부터 더 엄격해져야 하는 건 아닌가
싶다.

"스타라는 건 인정하지만 촬영 도중에 '당분간 해외에 있을테니 스케줄을 조정해 달라'거나 '뒷모습이나 롱샷은 대역을 써달라'고 통보하는 것은 프로다운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것은 배우라는 자의식에 스스로 도취된 '자뻑' 스타들의 사례지만 그것이 매니저들의 관리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생각하면 둘 다에게 건네고 싶은 말이다. 충무로를 떠도는 말 중에 '스타 따라 매니저가 간다'는 말이 있다. 스타의 매니저 역시 스타를 닮는다는 것을 빗댄 말이다. 그런 매니저들은 모든 스케줄에 '무조건 안돼!'라는 스타일로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면 '모든 배우의 한석규화'가 가능한 줄 안다. 괜찮은 매니저라면 스타의 이미지 메이킹을 위한 인터뷰, 배우에게 걸맞는 작품 선별 등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캐스팅에서부터 현장 인터뷰 등의 홍보 스케줄을 쭉 지켜보면 매니저들의 자질에 대한 의심만 커진다. 누군가는 이런 매니저들을 두고 '왕자를 태운 백마가 왕자인 양 착각하고 있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마케터 S)

배우란 감독이 자신의 영화관에 맞는 영화를 만들어주지 않으면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는, 어떻게 보면 수동적인 위치다.' <씨네 21>에 실린, <이중간첩>이라는 작품으로 3년 만에 현장에 복귀한 한석규가 체코에서 기자들과 나눈 인터뷰 내용이다. 분명 멋있는 말이다. 그리고 이 말이 진정 그의 진심의 일부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스타 파워를 앞세운 스타 시스템의 정점을 보여줬던 배우 한석규와 그의 매니지먼트사의 파워를 떠올리면 그의 멘트는 이렇게 들리기도 한다. '한국 영화란 스타와 매니지먼트사가 자신의 영화관에 맞는 영화를 만들어주지 않으면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는, 어떻게 보면 수동적인 위치다.'
[플래닛...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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