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상이 없는 곳에서 유진이의 10년 [7]

조회 수 3115 2003.07.02 00:50:19
소리샘
준상이가 없는 곳에서.. (7)


작성일: 2002/07/18 01:50
작성자: 녹차향(ippnii76)


호숫가를 따라 걸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아직 아무하고도 마주치지 않았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론 누군가와 마주치길 바라고 있다.
이곳에서 도망칠 구실이 생기길 바라는 건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눈물을 흘릴 용기는 없으니까..
그 핑계로 준상이에게 안녕을 고하고.. 서둘러 이곳을 나갈 수 있을테니까..

후.. 왜 하필 이곳으로 오는 버스를 탔을까..
아니.. 무슨 용기로 이곳에서 내렸을까..
이곳에선 한순간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으면서..
구석구석.. 생생하게 보이는 준상이한테서.. 눈을 뗄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으면서..
준상이와의 추억이.. 네 마음을 어떻게 만들지.. 잘.. 알고 있었으면서..
이렇게.. 단 1분도.. 눈물을 멈출 수 없다는거 알았으면서.. 왜.. 온거니..?

하지만.. 난.. 결국 이곳에 머물고 있다.
난.. 그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몇미터 앞서 가는.. 준상이와 나의 뒷모습을.. 쫓아가고 있다.

그들은.. 행복해 보인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처음 준상이의 손을 잡았을때의 가슴떨림까지도.. 고스란히 나에게 전해온다.
그들의 행복한 웃음소리는.. 내 가슴에 들어와 눈물이 된다.
왜... 그땐 아무것도 몰랐을까..
우리의 만남이.. 이렇게 빨리 끝날수도 있음을.. 왜 몰랐을까..
이렇게 금방 갈꺼면서.. 그랬으면서.. 왜 날 이렇게 만들어버린거니..?
왜.. 내 맘에 들어온거니..?
너 이외엔.. 누구도 들어올 수 없게 해놓고.. 이렇게 날 떠나버리면.. 난 어떡하라구..?
보기 좋으니..?
이런 내 모습.. 보기 좋아..?
한순간도 너한테서 벗어나지 못하고.. 이렇게 널 쫓아 헤매는 내 모습이.. 보기 좋으니..?
너 이렇게 나쁜 애였니..? 너.. 정말 나빠..
이렇게 금방 가버릴꺼면.. 다른 애들한테 그랬던 것처럼 나한테도 그랬어야지..
이제껏 그랬던 것처럼.. 나한테도 마음 열지 말았어야지.. 안 그러니..?
내 맘이 너한테 가든 말든.. 무시하지 그랬니..
그러지 못할꺼면.. 이렇게 가버리지 말았어야지.. 왜.. 이렇게 금방 떠난거니..?
혼자 남은 나는.. 어떻게 살라구..?
네 추억만 붙들고.. 이렇게 살라구..?
왜 그렇게.. 금방 떠나버린 거야..? 왜..?

공터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나무 벤치..
의자에 앉아 멍하니 그들을.. 바라본다.
눈싸움을 하고.. 눈사람을 만들고.. 보이지 않는 공을 쳐내며 배구를 하고 있다.
코끝이 빨개지도록 눈밭에서 뒹굴고 있는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
준상이가 꼬마 눈사람을 만들어 올려놓는다.
그리고.. 내가 만든 눈사람도 옆에 놓인다.
준상이가 눈사람을 가까이 가져다 얼굴을 맞대어 놓는다.
뽀뽀하네..?
너흰.. 좋겠다..
훗.. 난 준상이의 뺨에 살짝 입맞춤을 한다.
얼굴이 빨개지는 걸 느끼며 살짝 고개를 숙인다.
이젠.. 안부럽지..?
유진아...
난 무심코 고개를 돌린다.
준상이의 입술이.. 내 입술에 닿는다.
첫 키스...

감았던 눈을 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하얀 눈밭도.. 눈사람도.. 그리고.. 준상이도.. 모두 사라져 버렸다.

진한 공허함이 나를 덮친다.
이젠 어디에도 눈은 보이지 않는다.
겨울의 흔적은.. 이제 어디에도 없다.
준상이와 함께.. 이번 겨울도 이렇게 사라지고 마는 걸까..
문득..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눈을 돌렸다.
화사한 그들의 옷이 먼저 눈에 띈다.
아직 제법 찬바람이 부는데도.. 그들의 옷차림은 벌써 봄을 맞이하고 있다.
고개를 숙여 나를 바라보았다.
두꺼운 짙은 갈색 코트..
나만 겨울 속에 있었나보다.
이제 곧.. 봄이 온다는 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
아직도 내 맘엔.. 찬바람이 쌩쌩 부는데.. 모든게 꽁꽁 얼어있는데..
그런데.. 아니었구나..
나만 빼놓고.. 모두들.. 봄을 기다리고 있었구나..
내가 외면하고 있는 사이에.. 겨울은 벌써 떠나고 있었구나..
문득.. 두려워진다.
이렇게 겨울이 사라지면.. 준상이에 관한 것도.. 모두 사라져버릴 것 같다.
그냥.. 이대로 멈춰버릴 순 없는 걸까..?
난.. 보내고 싶지 않아.. 아니.. 절대 보낼 수 없어..
준상이 널.. 보내고 싶지 않아.. 널.. 그냥 사라지게 하고 싶지 않아.
이대로.. 멈췄으면 좋겠어..
정말.. 그럴 수는 없는 걸까..? 응..? 준상아..

준상이를 보낸..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벌써.. 해가 지고 있다.
한동안.. 먹먹한 가슴을 쓸어내렸다.

준상아..
나.. 이젠 인정해야 할까봐..
너.. 정말 죽은 거 맞는거지..? 그런.. 거지..?
이젠.. 다시는 널.. 볼 수 없는게 맞는거지..?
그래.. 맞아.. 넌.. 이제 이 세상에 없는거야.. 그렇지..?
흐르는 눈물을 손바닥으로 닦았다.

나.. 있지.. 준상아..
너한테 인사하려고 왔어.
나 이젠.. 여기 오지 않으려고 해..
하지만 널 잊겠다는 건 아냐..
나.. 꼭 약속지킬꺼야..
널.. 기억해주겠다는 약속.. 너도 기억하고 있지..?
널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을꺼야.
그치만.. 네 기억들.. 꺼내보진 않으려구.. 마음 한켠에 꼭꼭 담아놓으려구 해..
너 생각하면서 우는거.. 이제 그만 두려구..
너도.. 그러길 바라고 있지..?
내가 너 생각하면서.. 아무것도 못하고 그러는거.. 너도 싫지..?
나.. 정말 노력할꺼야. 나.. 정말 열심히 살꺼야..
너가 없어도.. 난.. 잘 할 수 있을꺼야.. 그럴꺼야..
내가 이런 말 하는거.. 정말 우습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네 몫까지 잘 살아볼께..
너가 정말 하고 싶은게 뭔지.... 후.. 그것도.. 난 모르고 있었네..?
아냐.. 분명 너가 하고 싶은게.. 내가 하고 싶은 일 일꺼야..
그래.. 그럴꺼야..
지켜봐줄래..?
내가 사는 모습.. 열심히 사는 모습.. 꼭.. 지켜봐 줘..
꼭.. 그래줄 수 있지..?
그리고.. 내가 잘 하고 있으면.. 너.. 나보고 웃어줄 수 있지..?

잊지마.. 준상아..
내가 널 사랑한다는 거..
널.. 꼭 기억해주겠다는 거.. 잊지마.. 알았지..?

잘 있어.. 준상아..

**********************************
겨울연가 사람들 녹차향 글방펌


  









댓글 '3'

달맞이꽃

2003.07.02 11:04:50

잊지마~~~~
유진이가 준상이에게 하고픈 말이였겠죠 ..
준상이도 같은 맘일거고 ..많은 이들에 기억속에 유진과 준상이는 오래도록 잊을수 없는 사람들이예요 그죠? 너무 많은이들에 마음을 빼앗아 갔어요 후후후~~~~고마워요 ...아직도 겨울연가 노래만 들어도 가슴이 아련해지는군요 ..잘 지내고 계시죠?

코스

2003.07.02 20:58:26

겨울연가 뒷 부분은 갈수록 화가 날 정도로 답답한 마음으로 바라볼 때가 많았던거 같예요.
저도 이제는 유진과 준상...그들에게 절대 잊지 않을꺼라고 말해주고 싶어요.ㅎㅎㅎ
소리샘님...오늘 외출에서 돌아오면서 너무 더운 날씨에 짜증이 나더라구요.
소리샘님 계시는 곳은 이곳보다는 좋은 날씨였으면 하고 바래봅니당...^0^
오늘도 추억의 글 올려줘서 감사드립니다.
언제나..똑같은 인사지만..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으로...늘 행복하세요.^^

봄비

2003.07.03 18:37:20

안녕하세요.
오늘도 올려주셨군요
유진과 준상이가 그리운 하루네요
늘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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