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상이 없는 곳에서 유진이의 10년..[12]

조회 수 3096 2003.07.11 08:47:42
소리샘
준상이가 없는 곳에서.. (12)


작성일: 2002/07/25 01:38
작성자: 녹차향(ippnii76)


교실 안은 어수선하다.
이제 큰 짐을 벗어 논듯한 홀가분함으로 분위기는 한껏 들떠있다.
대학시험도 끝났고.. 합격발표도 났으니까..

지난 1년..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그냥.. 난 공부만 했던 것 같다.
한가지에 몰입해서 다른 생각이 날 틈이 없어야 한다는 절박함까지 있었다.
그래도 그 사이 틈을 비집고 나오는 준상이만으로도.. 난 충분히 힘들었으니까..
책에라도 집중하고 있지 않으면.. 난 또 준상이를 찾아 헤맬것 같았다.
후...
그렇게 한 것이.. 결국엔 나한테 잘 된 일이 된걸까..
무사히 대학에 합격했으니..

다행히도 우리 모두는 한사람도 빠짐없이 대학에 합격했다.
상혁이와 난 같은 대학에 간다.
물론 학과는 다르지만..
상혁인 늘 원했던 대로 신문방송학과에 들어갔다.
방송국 pd가 꼭 될꺼라며 자신만만해한다.
용국인 의사가 될꺼라더니.. 막판에 성적때문에 약간 진로를 수정했다.수의학과로..
사람을 치료하는 거나 동물을 치료하는 거나 똑같은 거라면서.. 후후..
채린인 의상학과에 들어갔다.
외모에 관심이 많은 채린이었으니.. 과를 잘 선택한 것 같다.
대학에 합격하는데 제일 고생한 건 진숙이다.
1년 내내 무슨 학과를 선택할건지 갈피를 잡지 못하더니
결국 성적에 맞춰서 대학과 학과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가정과.. 어떻게 보면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
진숙인 언제나 미래를 이야기할 때면 남편과 아이들이 있는 행복한 가정이 빠지지 않았으니까..
처음엔 툴툴거리더니.. 이젠 대학에 합격한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것 같다.
나는... 건축학과를 선택했다.
처음엔 내 선택에 모두들 의아해했다.
그림그리기를 좋아했을 뿐.. 이런 쪽으로는 관심없었으니까..

언제부터였을까..
내가 건축학과에 들어가.. 집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이..
학기초에 원하는 학교와 학과를 적어내라는 쪽지를 받고.. 한참 망설였던 것 같다.
뭘 하고 싶은지.. 뭘 해야할지.. 그런 걸 생각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으니까..
그래서 생각나는 대로 아무거나 적어서 냈었다.
그때.. 뭘 적었었는지는 생각나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면서.. 언제부턴가 내 머릿속에선 집.. 이라는 단어가 콕 박혀버린 듯 떠나지 않았다.
아마.. 준상이 때문이었던 것 같다.
어느 날.. 문득 준상이가 얘기했었던 그림자 나라.. 가 떠올랐다.
그림자 나라.. 처음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쳐버렸는데..
그 나라에 간 사람.. 아무도 말을 걸어주지 않아서 외로웠던.. 그 사람은..
준상이 자신을 얘기한 것이란 걸 나중에서야 깨달았다.
준상이를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아려왔다.
미소를 지어도.. 얼굴 한구석이 늘 그늘져보였던 준상이..
시장에서 혼자 저녁을 사먹고 나오던 준상이 모습..
그러고 보니.. 준상이가 아이들과 함께 도시락을 먹는 걸 한번도 본적이 없는 것 같다.
준상이도 나도.. 아버지는 없었지만.. 난 그래도 엄마가 있었는데.. 희진이도 있었고..
그런데 준상인.. 아무도 없었던 것 같다.
준상이는 자신의 엄마 얘기도 한 적이 없었다.
그래.. 준상인.. 늘 혼자였어.
집에 돌아가면.. 아무도 반겨주는 사람이 없었고..
자신이 불을 켜지 않으면.. 밤새도록 집엔 불이 켜지지 않았을꺼야..
마지막 준상이를 본 날.. 우리 집에 들어왔을 때..
준상이 눈에 언뜻 비치던 부러움은.. 그것 때문이었어..
준상이에겐 따뜻한 집이 없었기 때문이었어...
그 때부터.. 난 집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따뜻한 집..
현관문을 열면.. 미소가 지어지는 푸근한 집..
그 안에 있으면 행복해지는.. 그런 집을 만들고 싶었다.
내가 만든 집에서.. 행복하게 살 사람들을 떠올릴 때마다
덩달아 나도 행복해지는 것 같았다.

준상아... 어때..?
나중에 정말 내가 그런 사람이 되면.. 잘 할 수 있을까..?
편리하고 보기 좋기만 한 그런 집이 아니라..
정말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그런 집을 만들 수 있을까..?

시험이 끝나고.. 틈틈히 엄마 일을 돕고 있다.
시장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으며 발을 동동구르는 엄마의 모습이 안쓰럽다.
서울에 있는 학교를 선택한 것이.. 후회가 된다.
내가.. 너무 욕심을 부린게 아닐까..
건축학과가 유명한 학교로 가고 싶은 마음에.. 일단 원서를 내고 합격은 됐는데..
학비며 생활비를 대기엔.. 엄마가 너무 힘겨울 것 같다.
[엄마..]
[응? ]
[나.. 괜히 서울에 있는 대학에 시험봤나봐.]
[얘는..? 합격해놓고 그게 무슨 소리야? ]
[엄마가 너무 힘들 것 같아서.. ]
[유진아.. 넌 그런 걱정 안해도 돼. 엄마가 너 하나 학교 못 보낼까..
엄만.. 니가 너무 자랑스러워.. 떨어진 애들도 얼마나 많은데..?
한번에 그렇게 좋은 대학에 붙은 내딸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몰라.
넌.. 그냥 공부 열심히 해서 니가 하고 싶은 일 하면 돼. ]
그때 지나가던 사람이 가게앞에 걸린 옷을 이리저리 살핀다.
엄만 얼른 손님에게 다가가 열심히 흥정을 한다.
손님이 옷을 사고 돈을 건넨다.
엄마는 환하게 웃으며 나한테 돈을 흔들어 보인다.
[봐.. 엄마 돈 잘벌지..? ]
목이 메인다.
애써 눈물을 참으며 웃어보였다.
[그러네.. 걱정 안해도 되겠다. 이렇게 돈 잘버는 엄마가 있는데 뭐.. 그치? ]
[유진아.. 추운데 집에 가.. 좀 있으면 희진이 학원에서 올 시간이야. ]
[알았어.. 갈께.. 엄마 밥 꼭 챙겨먹어..? ]
[걱정하지 말고 어서 가. 손님 왔어.. 어서 가.]
[응.. 갈께..]

천천히 시장을 빠져나왔다.
찬바람이 후욱... 옷사이를 비집고 들어온다.
점퍼를 목위까지 꼭꼭 여미고 몸을 잔뜩 웅크리고 걸었다.
춥다...
후... 정말.. 겨울이구나...
********************************
겨울연가 사람들  녹차향글펌






  


댓글 '2'

소리샘

2003.07.11 08:58:56

어제는 서울 정모에 다녀 오느라고 글을 못 올렸네요 작년 겨울연가 끝난 후 그 허전한 마음을 겨울연가 게시판에서 풀다가 첫 만남을 추진하고 만났던 것이 꼭 일년전이고
이제는 독립홈을 갖고 2기 임원진도 선출하게 되었고요
겨울연가란 드라마로 인해 사는 방식까지도 변화가 생기고 많은 친구들을 얻었습니다 스타지우 가족들까지도 소중한 친구가 되었죠
찾아와 일주년 축하해 주신 현주님께 감사를 드려요 정말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연가팬

2003.07.11 16:14:34

소리샘님 일주년 축하드리고..처음 연가홈에서 님의 글을 읽을 때면 "주니팬이구나 ." 는 생각이 들었는데..이젠 지우팬도 되신 것 같아 참 좋네요.
매일 이렇게 글 올려서 넘 고마워요. 행복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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