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맞은 한국의 영화평론

조회 수 3157 2003.11.12 18:42:24
이뿐지우
위기맞은 한국의 영화평론  
[문화일보 2003-11-11 10:48:00]



[비판성·깊이 상실… '주례사·판박이 비평' 전락]
한국에 진정한 영화평론은 있는가.
문학의 ‘주례사비평’에 이어 이번에는 영화의 ‘주례사비평’이 도마에 올랐다. 한국영화 점유율이 50%대에 육박하는 등 한국영화산업의 꾸준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한국영화의 질적 성장을 견인할 영화평론은 오히려 실종됐다는 것.
평론 본연의 비판성과 질적 깊이의 상실로 평단이 직무유기를 하 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평론의 위기는 우선 영화관련 매체가 늘어나 담당기자를 포함, 아마추어들이 쓰는 리뷰가 영화평론과 겹치면서 평론 고유의 위상이 모호해진 것에서부터 드러난다.

‘누구나 영화평론가’인 세태에서 평론가들의 전문적 글쓰기 무대가 좁아지고 글의 차별성 또한 사라지고 있다는 것. 또 영화관람 자체가 다양한 오락거리중 하나로 제공되고 소비되는 현 상황에서 영화평론이 관객에게 과연 얼마나 실질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회의적인 의견도 많다.

그러나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질높거나 비판적인 평론을 생산해 내지 못하는 평단 자체에 있다는 지적이 있다. “요즘 내 동료들은 영화사 홍보 아르바이트생같은 느낌이 든다”는 한 영화평론 가의 극단적인 표현처럼 영화평론이 좁게는 한 영화의 언어, 철학과 미학분석, 넓게는 영화가 소비되는 사회와의 관계 등을 천착하기 보다는, 단순 리뷰(대중비평)에 집중돼 있으며 그것도 대부분 천편일률 홍보성 리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관객동원 300만명을 돌파하며 성공한 ‘스캔들’의 경우 한국통인 영국의 평론가 토니 레인즈로부터는 “스타일에만 집중, 창조성이 전멸된 지루한 영화”라는 혹평을 받았으나 국내에서는 한두명을 제외하고는 극찬으로 일관했다.

퓨전역사코미디를 표방한 ‘황산벌’도 마찬가지다. 한 영화인은 “이 영화의 문제는 주제의식을 떠나 영화적으로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데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황산벌’ 역시 극적 허술함을 문제삼은 평론가 정성일씨 정도를 제외하고는 참신한 기획의도를 부각시킨 호평 일색으로 한계를 지적하는 글은 적었다 .

또다른 영화인은 “외국에서는 ‘카이에 뒤 시네마’ 등 영화평 론이 정확히 그 영화의 성취와 한계를 평가한다. 대중상업영화라고 해서 깎아내릴 필요는 없지만 딱 그만큼의 평가를 해주면 된다. 그러나 우리는 영화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공방이 부재하고, 평론이 미사여구를 동원해 허술한 텍스트를 포장해주는데 혈안 이 돼 있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평단내에 작품에 대한 엇갈리거나 논쟁적인 평이 부재하고 일제히 한 목소리를 내는 ‘판박이 비평’은 물론이고 스타감독들의 작품에 대해서는 아예 객관적 평가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페미니즘적 비판을 받은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도 최초의 문제제기는 권혁남 교수 등 영화계 외곽에서 이뤄졌다.

영화평론계의 비판력 상실은 결국 평단까지 장악하고 있는 영화 업계의 힘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있다. 한 평론가는 “입맛에 맞지 않는 평을 쓰는 평론가들을 시사회에 초청하지 않는 등 왕따 를 시키면서 업자들이 평론가를 길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소신껏 글쓰기란 결코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평단의 문제는 곧 영화아카데미즘의 직무유기로 이어진다. 영화 학자들이 영화제, 영화관련기관 등 영화계에 직접 몸담으면서 영화계와 객관적 거리두기에 실패했고, 학문적 성취물 또한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

한 소장 영화학자는 “영화학 교수들이 영화제,영화관련기관의 주요 요직을 차지해 정작 공부할 시간이 없는 나라는 한국뿐일 것”이라며 “한국영화를 지배하는 담론이 영화업계 중심으로 짜이면서 평론마저 업계에 종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양성희기자 cooly@munhw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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