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창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SBS 수목 드라마 "천국의계단"에서 정서역의 최지우가 안암으로 권상우와 행복한 결말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죽고야 만다는 작가의 설정에 최지우를 사랑하는 팬들은 최지우 살리기 운동을 전개한다고 한다.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눈을 가진 최지우가 암으로 그것도안암으로 죽는다는 설정에 안과전문의인 본인으로서도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길이 없다.

최지우처럼 예쁜 눈을 가진 주인공이 안구가 튀어나오고 심하면 안구를 제거해야만 하는 이런 상황에 내몰리게 되다니!
하필 하고많은 암 중에 여자의 외모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눈에 암이 생기다니!  끔찍하다못해 걱정이 앞선다.
과연 안구를 적출하고 눈을 가린 상황에서도 최지우의 아름다움이 표현될 수 있을까?  상상이 되지 않는다.

얼마 전에 종영했던 SBS 드라마 “완전한 사랑”의 하영애(김희애)와 KBS 드라마 “로즈마리”의 이정연(유호정)역시 불치병에 걸려 죽음으로 결말을 맺는다.
현재 방송 드라마의 추세가 주인공을 죽음으로 몰아가면서 슬픈 결말을 유도하고 있고 이에 편승한 “천국의 계단”의 한정서(최지우)도 죽음이라는 예고된 파국으로 나아가고 있다.  
  
정서가 걸린다는 안암이 과연 무엇일까? 안암도 여러가지가 있으나 정서의 어머니가 안암으로 사망하였고 그 친딸이 다시 안암으로 죽고야 만다는 설정은 안과전문의의 입장에서 자세히 살펴보면 그 안암은 유전성이 강한 망막모세포종(網膜母細胞腫, Retinoblastoma) 일것이다.
망막모세포종은 소아의 안구내 악성종양중 가장 흔하며 대개 3세 이전에 발생하는것이 보통이다. 환자의 약 30%는 유전성이고 양안에 나타나는 경우도 약 1/3 정도이다.
물론 망막모세포종은 어떤 연령층에서도 나타날 수는 있다.

부모도 자식도 모두 소아암이 성인이 되어 나타났다면 이 또한 특이한 설정으로 보이며 어머니가 안암으로 성인이 된 후에 사망하였다면 그 당시에 망막모세포종의 특성상 가족에 발병할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그 딸도 반드시 안과 정밀 검진을 받는것이 보통이며 중간에 망막모세포종의 유무를 이미 알았을것이다. 이런 점이 스토리 구성에 문제가 있다고 하겠다.
왜? 정서는 유복하였던 중학교때까지 안과 진료를 받지 못했을까?
설정이야 어찌됐건 암에 걸렸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과연 정서가 안암이라는 것을 안 후 어떤 치료를 받게될까?
치료법에는 안구적출술, 레이저 혹은 냉동 응고술 그리고 방사선이나 화학요법에 의한 항암요법 이있다.
이런 치료를 정서가 받아야 한다는 사실은 끔찍하다. 정서가 곱게 죽지 못하고 안구 적출술을 받는다면...?

그러나 정서의 예정된 죽음과는 달리 망막모세포종의 경우치료를 받는다면 치료효과는 높은편이다.
초기단계에서는 약 90%, 어느 정도 진행된 단계에서도 60% 정도의 완치가 가능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과연 정서는 살 수 있을까? 암이 뇌나 다른 신체부위로 전이만 되지 않았다면 완치가 가능할 것이다.

이런점을 작가가 알아낸다면 정서가 죽지않고 살아날 가능성도 있다.  
  또한가지 가능성도 있다. 눈암인지 알았으나 최종적인 조직검사 결과 암이아닌 경우가 임상에서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데 이중에 가장 흔한병은 coat's 씨병 이라는 것이다. 이것으로 판별이 나는것으로 극중 전환이 이루어진다면 분명히 정서는 살게 된다. 물론 시력은 잃을 가능성이 많다.

본인으로서도 정서가 죽지 않고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시청자의 성원과 이런점이 작가에게 부각시킨다면 혹 최지우가 죽지 않을 수도있다.
우리모두 한번 기대해 보면 어떨까?
그러나 한편으론 이런 저런 압력으로 작가의 상상력을 훼손시키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 이런 정보를 시청자에게 제공하는것이 과연 옳은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모든것의 판단은 오로지 시청자에게 돌릴수 밖에 없다.

다만 이러한 드라마의 극적인 면은 극으로 끝나고 현실에서는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출처: < 종로연세안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