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하다는 것...

조회 수 3058 2004.03.14 00:04:49
토미
     성공한 여성들 중 상당수에게 있어
     옷은 자신감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한
     옷차림에는 관심이 없고
     직장인과 여성의 미를 동시에 드러내는
     편안한 옷차림을 즐긴다.

     이들은 자신의 능력을 확신하므로
     불안감을 숨길 필요도
     허세를 부릴 필요도 없는 것이다

  ‘다이안 제닝스’의 <자수성가한 여자들; 미국기업을 휩쓴 12명의 여걸(女傑)>中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여자이든 남자이든 옷을 잘 입을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되어집니다.
  옷차림에 그 사람의 거의 모든 것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값비싼 옷으로 한껏 멋을 부린다고 했는데 싸구려에 천박하게 보이기조차 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언제나 수수하고 편안한 차림인 듯 보이는데 한 계단 높은 기품과 멋이 흐르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그 이유는 옷차림은 그 사람의 또 하나의 인격이기 때문입니다.

  백화점에 갔다가 봄에 입을 옷으로 치장한 여러 마네킹을 보았습니다.
  조카 생일선물을 사러 온 것이지만, 왠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오늘 같은 날 저 화사한 옷을 선물하면 좋아할 사람 얼굴이 생각나서 말입니다.

  그 사람에게서는 향기가 났습니다.
  소설가 ‘윤 후명’의 <꽃>에 나오는 백리향(百里香), 천리향(千里香)처럼 향기가 났습니다.

     백리향은
     자디잔 꽃이 이삭처럼 피어
     그 향기가 백 리를 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백리향 중에서도 울릉도에 있는 것은
     좀더 크고, 이름도 섬백리향이다.
     백리향 다음에 천리향이 있다.
     그 향기가 천 리를 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정식 이름이 바로 서향이다.
     서향은 상서로운(瑞) 향기(香)이니,
     ‘천 리’의 과장법에서는 비켜나 있다.
     아름다운 이름이다.

  사람에게도 백리향, 천리향이 있다고 생각되어집니다.
  그것은 그냥 몸에서, 향수에서 나오는 향기가 아닐 것입니다.
  사람이 내는 가장 좋은 향기는 입에서 풍겨 나온다고 생각되어집니다.
  마음이 담긴 따뜻한 말, 사랑이 가득 담긴 언어는 그 향기가 멀리멀리 갈 뿐만이 아니라, 그 풍김이 오래오래 가기 때문입니다.

  백화점에서 선물을 산 후 조카와 같이 드라이브를 하였습니다.
  예전에는 요 놈 데리고 어디를 가려면 참 고생을 많이 했는데, 그새 많이 컸는지 많이 의젓해졌습니다.
  대신 말이 많아져 물어보는 것이 너무 많아 운전하는 것은 더 힘들어졌고 말입니다.

  조카와 같이 춘천 방면으로 드라이브 하다가 건축 자재가 잔뜩 쌓여있는 공사현장을 보았습니다.
  빌라를 짓다가 그만 둔 모양인지, 지어지다 만 빌라 앞에 자재와 폐자재가 뒤섞여 있는 것이 보기에 상당히 흉물스러워 보였습니다.

     건축 자재가 자연스러움을 드러내게 하라.
     자연스러운 재료를 쓰려는 계획을 망설이지 말고 짜라.
     나무에 페인트를 칠하지 말고 그대로 두라.
     나무가 얼룩지게 놔두라.
     나무, 석고, 벽돌, 돌의 자연스러움이 드러나도록 계획을 세우라.
     왜냐하면 이것들은 본래부터 친근하고 아름답기 때문이다.

  ‘헬렌 니어링’, ‘스코트 니어링’의  <조화로운 삶>中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꾸미고 덧칠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칫 자연이 본래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을 망가뜨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아름다운 것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라고 생각되어집니다.
  본연의 모습 속에 숨겨진 잠재력을 어떻게 잘 찾아내어 얼마나 갈고 닦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어집니다.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중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유럽의 아름다움에는
     항상 의도성이 들어 있지요.
     항상 미학적 의도와 장기적 안목을 지닌 계획이 있지요.
     이 계획에 따라
     고딕 성당 혹은 르네상스 도시를 세우려면
     수세기 동안의 세월이 걸렸지요.
     뉴욕의 아름다움은 전혀 다른 뿌리를 가지고 있어요.
     비의도적 아름다움이지요.
     종유동굴처럼
     인간의 의도 없이 태어난 거지요.

  유럽은, 깊은 멋이 있다고 생각되어집니다.
  급조(急造)되었다는 느낌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몇 백 년, 혹은 천년이 넘는 역사가 이끼처럼 구석구석 배어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나라마다 도시마다 확연히 차별화된 그곳만의 고유한 정취가 물씬 풍겨납니다.
  오래된 것을 소중히 지킬 줄 알고, 또 그럴 수 있도록 처음부터 긴 안목을 가지고 견고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문화적 전통 때문이라고 생각되어집니다.
  사람도 갑자기 급조된 것보다 오랜 세월 손 때 묻힌 관계가 더 편안하고 깊은 맛이 있다고 생각되어집니다.

  조금 전에, 참으로 오랜만에 ‘지우’씨의 모습이 담긴 뮤직 비디오를 보았습니다.
  참으로 편안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오늘 본 뮤직 비디오를 가지고 글을 써볼까 합니다.
  그럼 쉬세요.

댓글 '2'

LoW

2004.03.14 00:48:28

호곡.. 또 엄청안.. 글솜씨 나오셨네요.. 토미님..
매일 놀랍니다..^^
이야..!!^^
그럼 이런 좋은글 많이 기대 할께요..
그래두 되죠??
님은 언어의 마술사에요^^

Flora

2004.03.14 01:48:58

너무 멋진 글이신데
오늘따라 이해하기가 더 어렵네요.
저 열심히 국어 공부하고 있답니다.
님 덕분에 더 열정을 갖고!!!
행복한 주말이 되시기를...
그리고 책을 아주 좋아하시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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