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누구나 비밀은 있다> 김희재 작가 -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올인한 작품이다  


"80% 이상이 남자 일거라고 생각하고 그 가운데 80% 이상이 확신합니다. 남자라고(웃음)" 필모그래피와 이름만 보면 영락없이 남자로 오인 받는다는 김희재 작가(34).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에서 연출을 전공한 그녀는 라디오 구성작가와 만화 스토리 작가를 거쳐 시나리오 작가로 자리를 잡은 케이스다. 시나리오 작업보다 만화 스토리 작가가 보수가 더 후하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한 바로 알고 있었지만, 그녀는 전자를 선택했다. 돈을 벌겠다는 목적으로 직업을 선택하는 것은 도의에 맞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그런 건 아닌데요.(웃음) 영화는 시나리오 개발, 촬영, 편집, 홍보 등의 과정을 모두 거쳐야 비로소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돼요. 이 방대한 작업 전반에 주체적으로 관여하고 진두지휘하는 사람이 바로 영화감독이지요. 하지만 좋은 시나리오와 배우 없이는 완성도 높은 영화가 나올 리 만무해요. 원래 감독의 꿈이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았고, 그런 생각이 머리에서 스치고 지나간 그 순간부터 글과 동고동락하기로 결심했지요.”

글품을 팔아서 산지도 14년. 그녀로 하여금 펜을 놓게 할 만큼 힘든 일도 있었을 것이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었을 법 했다. 하지만 그녀는 힘든 순간들이 수시로 찾아와서 자신을 괴롭힌 적은 많았지만 펜을 놓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적이 없다고 했다. 자신이 쓴 글이 스크린을 통해 투사되는 것을 볼 때, 두려움을 가지긴 커녕 늘 관객이 되어 즐겼다는 그녀. 물론 자신이 참여한 작품이라고 할지라도 솔직하게 재미없는 부분에서는 ‘내가 저런 형편없는 대사들을 만들었단 말이야’라고 자학하면서 영화를 본다는 그녀의 털털한 성격은 ‘지킬박사와 하이드’과 따로 없었다. “작품 참여여부를 떠나서 영화를 볼 때 관객처럼 똑같이 감동하고, 똑같이 웃고, 재미없는 부분에서는 하품을 하고 그러는 편이에요. 문제는 써놓고 잘 잊어버리는 편이라 영화가 나올 때쯤엔 이미 많이 기억에서 지워져 있다는 사실이죠.(웃음)”

13년 전 만화가 이현세의 스토리 작가로 활약한 이효철 씨(42)와 백년가약을 맺은 그녀는 시나리오를 쓸 때 가장 주안점을 두는 부분을 '주제'와 '플롯'이라고 말했다. "선이 굵고 드라마가 강한 작품을 쓸 때 펜이 더 잘 움직이지요. <실미도>처럼 명분이 있는 이야기라면.... 장르는 굳이 가리지는 않지만 말이에요. 특별히 좋아하는 장르를 하나 꼽는다면 느와르요."


영국 로맨틱 코미디의 명가인 워킹 타이틀사의 <어바웃 아담 About Adam>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누구나 비밀은 있다>는 한 남자가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세 여자의 마음을 훔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물론 양다리 보다 한 다리 많은 세다리(?)도 충분히 허용이 되는 세상이라지만(솔로인 사람들은 ‘저런 못된 놈이 있나’라고 손가락질 할지 모르지만) 문제는 이 남자가 마음을 훔친 세 여자가 모두 한 집안의 여자라는 사실에 있다.

“장현수 감독이 연출하신 <누구나 비밀은 있다>가 원작과 가장 두드러지게 틀린 점이 있다면 엔딩이에요. 원작의 엔딩에서는 막내딸과 남자 주인공이 결국 결혼을 해요. 이것은 ‘아담’이라는 이름이 가지는 상징성과 더불어 기독교 문화를 공유한 나라에서 수용할 수 있는 고도의 메타포적 구성이지요. 우리나라에서 이것을 설득해 내기란, 성문화에 대한 척도도 다르고 가족간에도 개인이 인정되는 서구문화와의 차이를 생각한다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났어요. 따라서 조금 다르게 이야기를 풀어나갔지요. 그 부분은 이 영화를 볼 예비 관객들을 위해서, 비밀로 부쳐두는 것이 예의이겠지요.(웃음)”

한국영화 최초로 천만 관객 시대를 연 <실미도>에서는 각본을 담당한 그녀는 이번 영화에서는 각색을 맡아 작품의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각색도 창작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그 시작에 무엇을 갖고 가느냐 하는 것이 다를 뿐이죠. 각색작업의 매력이 있다면 작품의 본질이나 주제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좀 더 명료하게, 좀 더 영화적으로, 경우에 따라 세련되게 꾸미는 과정에서 오는 즐거움이에요."

예전에 비해 시나리오 작가의 대접이 나아진 것이 사실이지만, 아직까지도 아닌 부분이 많은 것이 기정화된 사실. 이런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시나리오 작가가 되기 위해 단어와 씨름하는 사람들에게 선배로서 하고 싶은 말도 있을 것 같았다. “작가가 되고 싶다면 무엇보다 두 가지 일을 반드시 해야 해요. 많이 읽고 많이 쓰는 일. 이 두 가지를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은 없어요. 지름길도 없고요. 그래서 작가가 되는 방법 같은 것은 쉬우면서도 어려운 것 같아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쓰되 그 속에 생명을 불어넣고, 삶이나 우정이나 인간관계 등에 대하여 여러분이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들을 섞어 독특한 것으로 만들어 내야 하니까요.”


관객을 염두에 두지 않고 만든 시나리오는 가치가 없다고 강한 어조로 말하는 그녀지만, 자신이 작업한 대사가 맛깔스럽게 스크린에 표현되었을 때는 어린 아이 마냥 좋아한다고 했다. 피 땀 흘려 쓴 시나리오가 중도에 촬영이 중단되어서 마음고생을 심하게 한 적도 있었지만, 그녀는 그 순간에도 쉬지 않고 계속 전진해나갔다. “시나리오는 생명체라고 생각해요. 잉태돼서 세상에 나오기까지 순산되기도 하고 시련을 겪으며 살아남기도 하고 사산되거나 유산을 당하기도 하지요. 아프기는 하지만 거기까지가 그 생명에게 주어진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비밀은 있다>를 보면서 저런 장면 이런 장면들은 내가 좀 더 잘했어야 할텐데 하는 생각에 항상 부끄럽고 미안하다는 생각을 가진다는 그녀는 개인적으로 시나리오에 욕이 많이 나오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실미도>에서는 불가피하게 시나리오에 대거 욕을 삽입할 수밖에 없었어요. 특수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이야기이잖아요. 그런데 때로 욕 한 마디가 천 가지 말을 대신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누구나 비밀은 있다>에서 최지우 씨가 한 대사(“씨*놈아!“)가 대표적인 경우죠. 이 욕 한마디는 당시 선영(최지우)이 느꼈을 복잡한 마음이 다 담겨있다고 생각해요. 경제 원칙에 입각한 훌륭한 대사이기도 하고요.”

관객 수가 그 작품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자기입장을 단호하게 밝힌 그녀는 매순간마다 자신이 모든 것을 배팅할 정도도 대담한 여자이기도 했다. “올인하세요. 상황이든 사람이든 글이든.. 지금 내게 주어진 작은 것이라도 그것이 생의 마지막 기회인 것처럼 매 순간 모든 것을 걸 수 있는 마음은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글을 쓸 수 있게 해줍니다. 세상을 보는 눈도 달라진답니다.(웃음)”

맥스무비 / 김규한 기자 asura78@maxmovie.com










댓글 '1'

달맞이꽃

2004.07.29 20:36:41

김희재 작가님이 지우님에 대학 선배가 되시는건가요 ?
누구는비밀은있다
김희재 작가님 꼭 올인 하시길 바랍니다 .
누비다 홧팅~!!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0564 지우언니~~~7/9 사진 ^^ [5] 허서유-낸시 2004-07-29 3344
20563 배용준-최지우, 日에서 영어실력 자랑(?) 外 [3] 지우공쥬☆ 2004-07-29 4598
20562 지우님 어렸을때 사진 [3] lovely cc 2004-07-29 3508
20561 누가 m사이트에 지우님 어릴때사진 좀 올려주세요...기사때문에 지금 논란이 돼고있어요.ㄴㅁ [12] ... 2004-07-29 3532
20560 [기사]최지우 "저 코성형 안했다니까요" [4] 미리내 2004-07-29 23061
20559 [기사]최지우, '누구나 비밀은 있다'서 '욕설+에로틱' 놀라운 변신 [2] 미리내 2004-07-29 3084
20558 일본서 최지우 인형 나온다 [2] 주주~ 2004-07-29 3166
» [인터뷰]&lt;누구나 비밀은 있다&gt; 김희재 작가 [1] 2004-07-29 3271
20556 MBC섹션TV - `누비다`영화 시사회장에서... [3] 운영자 현주 2004-07-29 3824
20555 놀러와 방송 넘 기대되네요^^* [3] 김수연 -솜사탕 2004-07-29 3053
20554 시사회 캡쳐 해봤어요^^'' [2] 지우공쥬☆ 2004-07-28 3056
20553 오늘 &lt;누.비.다&gt; ost 나왔어요*^^* & 겨울연가 기사 [2] Flora 2004-07-28 30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