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비밀은 있다 PART I - 섹스에 대한 짧은 상식들  

성에 관한 한 서로 다른 개념들을 갖고 사는 자매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지는 이 영화에서는 섹스에 관한 여러 가지 상식들이 등장한다. 자매들이 나누는 대화 속에서 관객들은 그것에 공감을 하기도 하고, 고개를 가로젓기도 할 것이다. 뭐가 맞고 뭐가 틀릴까?

영화 초반부, 등장인물들의 성격을 지침하는 이정표 격의 장면들이 보여진다. 여자판 ‘책상물림’의 전형인 선영과 자기 감정에 솔직하고 경쾌 발랄한 동생 미영의 식사 장면. 선영이 허공을 바라보며 꿈결 같은 표정으로 말한다. “사랑은 벼락을 맞은 것 같은 전율이 있어야 하는 거야. 신경세포의 감각이 한데 집중되는 느낌!” 미영이 코웃음치며 화답한다. “그게 오르가슴이야.”

사랑에 대한 선영의 정의는 심(心)적이고 요이상학(腰而上學)―사전에도 안 나오는 말이라 일러주는데, 腰는 허리다―적인 데 반해 미영은 다분히 육(肉)적이며 요이하학적이다. 미영의 주장대로라면 사랑은 곧 섹스다. 하지만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한 섹스는 사랑이 아니며, 그런 부실한 섹스를 준 상대방은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과연?

오르가슴이라는 이벤트는 섹스할 때마다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매번 오르가슴을 느끼는 여자가 있다면 그녀가 비정상이다. 섹스는 영화와 같다. 재미있는 영화도 있지만 재미없는 영화도 있다. 심지어 감독·배우·소재 모두 충분히 기대할 만했건만 막상 영화는 썰렁할 때도 있다. 당신 같으면, 영화를 볼 때마다 눈물을 흘리면서 “감동의 도가니였다”라고 말하며 모든 영화에 별 5개를 주는 사람이 정상으로 보일까?

섹스는 항상 오르가슴을 동반한다는 생각은 모든 영화는 걸작이라는 생각과 같다. 선영 같이 사랑과 섹스마저도 책(과 시청각 교재)에서 배우려는 타입의 여자는 그런 착각을 갖기 쉽다(이점에 대해서는 다음 주에 좀더 자세히 살펴 보자). 남자도 마찬가지다. 오르가슴이 사정처럼 섹스의 필수 과정 혹은 귀결점이라 생각하는 남자도 있을 텐데, 얼른 정신차리는 게 좋을 것이다.

미영의 불온한 사고방식은 또 드러난다. 그녀는 언니에게 남자의 페니스가 왜 버섯처럼 생겼는지 아느냐고 묻는다. “섹스하면서 여성의 불순물을 꺼내주는 거야.” 그러면서 미영은 섹스를 자주 하는 여자가 자궁암에 걸릴 확률이 낮다고 말한다. 과연?

섹스를 통한 불순물 제거에 따른 자궁암 억제 효과라. 제법 근거 있는 척하지만 말짱 헛소리다. 미영의 말을 믿으면 큰일난다. 굳이 따지자면 오히려 그 반대일 수 있다. 우리 나라에서 자궁(경부)암은 출산 경험이 많은 40대 이후의 기혼 여성에게 주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 20~30대 환자가 크게 많아졌다고 한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이러한 변화가 성 개방 풍조와 관련이 있다고 본다. 자궁암은 섹스와 인과관계가 있는데, 첫 섹스 경험을 빨리 가졌으며 섹스 파트너가 많은 여자일수록 발병 가능성이 높다.

80년대 초만 해도 여성암 1위였던 자궁암은 오늘날 4위로 주저앉았다. 미영이라면 “그때보다 지금 여자들이 더 많은 섹스의 자유를 누린 결과”라며 아전인수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다. 섹스의 자유로 인한 발암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검진법 또한 향상돼 대부분 전암(前癌) 단계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에 실제 자궁암 환자(말기 진단을 받은 사람)는 줄어든 것이다. 반면에 20~30대의 자궁암 환자 비율이 높아진 것은 자궁암을 염려하는 40대 여자들에 비해 젊은 여자들이 상대적으로 무심(하거나 혹은 안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유연애주의자인 미영은 섹스가 자궁암 예방 효과가 있다고 주절거리는 대신 언니 선영보다 더 조심해야 한다. 실제로 유럽과 미국에서는 자궁암 검진 권고 대상에 ‘섹스 경험이 있는 10대’를 포함시켜놓고 있다. 음, 그렇다고 ‘섹스=자궁암’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겠지? 말인즉슨 ‘삼겹살을 많이 먹으면 살찔 염려가 있다’는 거지, ‘삼겹살을 먹기만 하면 다 뚱보가 된다’는 건 아니다. 다만 섹스할 나이―사람마다 다르겠지―가 된 여자라면 적어도 1년에 한 번씩은 산부인과 진찰을 받아 볼 필요가 있다는 점은 기억해 두시라(지면 관계상 페니스가 여성의 불순물을 꺼내 준다는 미영의 또다른 착각 또한 다음 주로 미뤄야겠다).  


안유(자유기고가) 2004.07.30  

출처 : 무비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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