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 했던가
모든 움직이는 것은 그 지나온 흔적을 남긴다
나뭇잎은 나이테를 남기고 지나가고
꽃은 열매를 남기고 지나가고....
나는 무엇을 남기고 지나왔는가.
황토물 흘러간 개울엔 황토만 깔리고
거센 물살 흘러간 개울엔
돌맹이만 사나운 얼굴로 서 있는데
내 지나온 자리는 어떠 했는가.
부드러운 말은 봄 기운 일며 다니고
소소리 바람은 꽃망울을 끌고 다니는데
된 바람은 낙엽을 밀고 다니는데
아,난 무엇을 끌며 밀며 예까지 왔을까.
아름다운 자리는 옥돌 무늬처럼 고운 자리
아름다운 사람이 지나온 자리는 이와 같아요
달이 물 속에 몸 도장을 찍듯이
거울 속에 비친 나를 보며 보며 오늘을 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