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한쪽 구석의 자리에 앉으려는데, 의자 바닥에 붙어 있는 작은 포스트잇이 눈에 띄었습니다. "못 조심". 자세히 보니 그 부분에 못이 아주 조금 튀어나와 있더군요. 누군가 실수로 찔렸거나, 옷이 걸렸거나 했겠지요. 그냥 짜증 내고 옮겨 갔을 수도 있는데, 누군지 모를 뒷 사람을 생각해서 작은 쪽지를 붙여놓은 마음이 참 고마웠습니다. 어떨 땐 내가 미처 의식도 하지 않았던 사소한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큰 상처가 되기도 하고, 반대로 그리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작은 배려가 남에겐 큰 위안이 되기도 하고... 세상 사는 건 참 알 수 없구나, 참 어렵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밤엔 또 겨울연가를 하는군요. 지난 주처럼 많은 분들이 TV 앞에 앉아, 눈물짓고 화도 내고(5, 6회는 참 사람 속 타고 화나게 만들죠), 6회 중반 부분부터는 속시원해 하면서 다음을 기다리고... 오늘 밤과 내일 새벽도 지난 번처럼 게시판에서 주거니 받거니 하실지도...
겨울연가, 그리고 최지우란 배우는 내게 참 많은 것을 주었습니다.
제 자신, 나이 들면서 좋기도 하고 동시에 안 좋기도 한 것이, 감정이 많이 가라앉는다는 거에요. 어릴 땐, 작은 일에도 파르르 화내고, 싫으면 그걸로 끝이고, 반대로 좋아하는 영화나 책을 보면 마음에 꽉 차서 그 감동에 잠 못 들기도 하고, 현재와 미래 사이에서 희망과 절망의 롤러코스터를 타곤 했지요.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조금은 더 너그러워졌다고 할까 전보다 노여움도 덜 타고, 까탈도 덜 부리고 조금은 느긋해졌는데, 그 대신 감동에도 무뎌져 가는 느낌입니다. 아무리 좋은 영화를 보아도 그냥 '좋네' 하고 맙니다. '찍을 때 힘들었겠다, 이건 이런 효과를 썼겠군' 하는 생각도 들고... 물론 슬픈 장면을 보면서 눈물 흘릴 때는 있지만, 내가 진정으로 '몰입'한다는 느낌은 갖기 어렵고... 그런데 그녀는 내게 풍부한 감정을, 그 느낌들을 되돌려 주었지요. 그녀의 연기는, 그냥 연기가 아니었죠. 정말 10대 때의 그 느낌들, 설렘, 기쁨, 실망... 미묘한 감정들 그 하나하나를 다시 되살려 주었으니까요. 드라마 속의 유진을 보면서 내가 더 안타깝고, 답답하고...('빨리 말을 하라니까' 하고 혼자 조바심치면서)
그리고 그녀는 내가 기대와 희망을, 또 믿고 기다리는 것을 알게 해 주었습니다.
사실 저는 지우씨의 영화 속 모습들을 퍽 인상적으로 보았는데, <박봉곤 가출사건> 때 무표정한 얼굴로 칼을 들고 돼지고기를 내려치던 정육점 주인의 모습이나,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 깡패 같은 형사들 앞에서 겁에 질려 비명지르던 모습, 경찰들이 매복한 버스 정류장에서 애인을 기다리던 모습 등이 오래 기억되더군요. 그 이후의 영화들에서도 지우씨는 새로운 모습들을 보여주었고, 그러면서 저는 지우씨가 아주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리란 기대를 갖게 되었지요. 혼자서 지우씨가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에서 비밀의 열쇠를 쥔 도도한 여주인공 역할을 하면 잘 어울리겠다, 아니면 드라마에서 착하지만 엉뚱한 일 잘 벌이는 새댁 역할을 해도 잘 하겠다 등등 여러 가지 생각을 해 보곤 합니다. 그녀는 사실 폭 넓은 스펙트럼을 지닌 배우가 될 거라고 믿고 있답니다. 누군가를 바라보며 이런저런 꿈을 꾸고, 새로운 모습에 놀라고 기뻐하고, 제게는 낯설었던 이런 경험들을 그녀는 내게 주었습니다. 또,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 닥쳐도 늘상 묵묵히, 꾸준히 쉬지 않고 제 갈 길을 찾아가는 그녀를 보며, 믿고 기다리는 팬이 되는 법을 익히고 있습니다.
그녀는 내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녀가 있다는 것이 고맙고 기쁩니다.
오늘 밤엔 또 겨울연가를 하는군요. 지난 주처럼 많은 분들이 TV 앞에 앉아, 눈물짓고 화도 내고(5, 6회는 참 사람 속 타고 화나게 만들죠), 6회 중반 부분부터는 속시원해 하면서 다음을 기다리고... 오늘 밤과 내일 새벽도 지난 번처럼 게시판에서 주거니 받거니 하실지도...
겨울연가, 그리고 최지우란 배우는 내게 참 많은 것을 주었습니다.
제 자신, 나이 들면서 좋기도 하고 동시에 안 좋기도 한 것이, 감정이 많이 가라앉는다는 거에요. 어릴 땐, 작은 일에도 파르르 화내고, 싫으면 그걸로 끝이고, 반대로 좋아하는 영화나 책을 보면 마음에 꽉 차서 그 감동에 잠 못 들기도 하고, 현재와 미래 사이에서 희망과 절망의 롤러코스터를 타곤 했지요.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조금은 더 너그러워졌다고 할까 전보다 노여움도 덜 타고, 까탈도 덜 부리고 조금은 느긋해졌는데, 그 대신 감동에도 무뎌져 가는 느낌입니다. 아무리 좋은 영화를 보아도 그냥 '좋네' 하고 맙니다. '찍을 때 힘들었겠다, 이건 이런 효과를 썼겠군' 하는 생각도 들고... 물론 슬픈 장면을 보면서 눈물 흘릴 때는 있지만, 내가 진정으로 '몰입'한다는 느낌은 갖기 어렵고... 그런데 그녀는 내게 풍부한 감정을, 그 느낌들을 되돌려 주었지요. 그녀의 연기는, 그냥 연기가 아니었죠. 정말 10대 때의 그 느낌들, 설렘, 기쁨, 실망... 미묘한 감정들 그 하나하나를 다시 되살려 주었으니까요. 드라마 속의 유진을 보면서 내가 더 안타깝고, 답답하고...('빨리 말을 하라니까' 하고 혼자 조바심치면서)
그리고 그녀는 내가 기대와 희망을, 또 믿고 기다리는 것을 알게 해 주었습니다.
사실 저는 지우씨의 영화 속 모습들을 퍽 인상적으로 보았는데, <박봉곤 가출사건> 때 무표정한 얼굴로 칼을 들고 돼지고기를 내려치던 정육점 주인의 모습이나,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 깡패 같은 형사들 앞에서 겁에 질려 비명지르던 모습, 경찰들이 매복한 버스 정류장에서 애인을 기다리던 모습 등이 오래 기억되더군요. 그 이후의 영화들에서도 지우씨는 새로운 모습들을 보여주었고, 그러면서 저는 지우씨가 아주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리란 기대를 갖게 되었지요. 혼자서 지우씨가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에서 비밀의 열쇠를 쥔 도도한 여주인공 역할을 하면 잘 어울리겠다, 아니면 드라마에서 착하지만 엉뚱한 일 잘 벌이는 새댁 역할을 해도 잘 하겠다 등등 여러 가지 생각을 해 보곤 합니다. 그녀는 사실 폭 넓은 스펙트럼을 지닌 배우가 될 거라고 믿고 있답니다. 누군가를 바라보며 이런저런 꿈을 꾸고, 새로운 모습에 놀라고 기뻐하고, 제게는 낯설었던 이런 경험들을 그녀는 내게 주었습니다. 또,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 닥쳐도 늘상 묵묵히, 꾸준히 쉬지 않고 제 갈 길을 찾아가는 그녀를 보며, 믿고 기다리는 팬이 되는 법을 익히고 있습니다.
그녀는 내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녀가 있다는 것이 고맙고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