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한류 韓 流(외)

조회 수 3117 2005.04.22 12:59:50
lovejiwoo
또 하나의 한류 韓 流

[필름 2.0 2005-04-21 19:50]




한류(韓流). 한때는 뜨거웠다 식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무궁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말이다.

최근, 들떴던 한류와는 또 다른 지평에서 새로운 흐름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한류, 이제 막 발아한 현장들을 추적한다.


4월 4일 밤 11시. 재일 한국인 사업가 손일형 씨가 아시아나 항공편으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지난해 서울 지사를 세운 후 손 씨는 한국 출장이 잦아졌다. 요즘엔 한 달에 한 번꼴이 넘는 것 같다. 늦은 밤 서울에 올라온 손 씨는 다음날 아침, 그러니까 일본 문부성의 교과서 검정이 있던 4월 5일 식목일 아침, 강원도 삼척으로 내려갔다. 삼척에선 한국영화 <외출>이 한창 촬영 중이다.

손씨에겐 세 번째 촬영장 방문이었다. 허진호 감독은 여전히 조용조용 영화를 찍고 있었다. 손 씨는 국회가 ‘독도특위’를 만장일치로 의결한 4월 6일 오후, 아시아나 항공편으로 다시 도쿄로 돌아갔다.

손 씨가 경영하는 IMX는 ‘한류’를 주도한 기업이다. 와세다대학에서 연극영상학을 전공한 손 씨는 NHK 서울지국 근무 시절 일본에 한국 드라마를 VOD로 서비스한다는 사업을 구상하고 2001년 도쿄에 IMX를 설립했다. 취약한 초고속 인터넷 환경에도 불구하고 ‘욘사마 신드롬’의 진원지 <겨울연가>가 터졌다. 얼마나 터졌는지는 말 안 해도 알 것이다.

IMX는 현재 배용준의 일본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다. 지난해 배용준 캐릭터 인형 ‘준베어’와 사진집 <상(像) Image Vol. One>을 유통한 데 이어 4월 8일엔 다이어트 관련 서적 <100 DAYS OF BAE YONG JOON>을 내놓았다. 한국 드라마 VOD 서비스에서 시작한 이 기업은 매니지먼트, 출판, 한국영화 투자, 드라마 제작, 대만 및 타이 드라마 VOD 판권 구입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배용준의 신작 <외출>은 유니버설재팬과 공동 배급을 추진하고 있다.


포스트 <겨울연가>, 밀려드는 한파

하필이면 3월 17일 <외출>의 촬영장 공개가 있기 하루 전, 일본 시마네현 의회가 ‘다케시마의 날’ 제정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촬영장에서 ‘욘사마’에게 독도에 관한 질문이 던져진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배용준은 “나중에 적절한 자리를 빌려 답변하겠다”고 말해 일부 한국 네티즌들로부터 비난을 받은 데 이어, 4월 21일에는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에 “독도는 대한민국 영토”라는 입장을 밝혀 일부 일본 네티즌의 반발을 샀다.


이에 IMX는 만약에 있을지도 모르는 반한파의 사이버 테러에 대비해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기도 했다. 독도 영유권 분쟁으로 촉발된 양국의 정치적, 외교적 대립이 거듭 첨예해지고 있다. 뜨겁게 달아오르던 ‘한류(韓流)’를 ‘한류(寒流)’로 만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일본에서 한국 컨텐츠 불매 운동 같은 구체적인 보이콧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부정적인 영향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순 없다. 양국의 국민 정서를 피부로 느끼고 있는 손일형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적대적인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적지 않은 파장이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예를 들어 일본 뉴스에서 일장기를 불태우고 분신을 시도하는 한국인의 모습을 보게 된 시청자가 한국 드라마를 전혀 별개의 것으로 즐기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마이니치 신문 서울지국장 호리 신이치로도 이 같은 점을 우려하고 있다. “1면 톱 기사로 한국 내 반일 감정에 대한 기사가 실리니까 한국을 친근하게 느꼈던 독자 입장에서는 무섭다, 위협적이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한국 주재 기자니까 일본인들이 좀 더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기사를 쓰려고 합니다.”


한류. 순전히 일본에만 국한해 보자면 지금 한류는 시험대에 올랐다. 한일 양국의 갈등은 점점 더 짙은 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한일 국교 정상화 40주년이 된 올해, 양국은 2005년을 ‘한일 우정의 해’로 선포하고 연초 한국과 일본에서 거창한 행사를 치렀지만 요즘의 정세는 ‘우정’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 공동 개최를 계기로 지난해 <겨울연가>로 정점을 이뤘던 한류 열풍도 정치적인 이유와는 별개로 소강 국면에 들어섰다. 증명 사진만한 크기라도 욘사마 사진이 실리면 날개 돋친 듯 팔리던 고가의 한류 잡지는 한때 70종에 이르렀으나, 서점가의 무풍 지대였던 이곳도 적자 생존의 법칙이 지배하고 있다.

한류 스타와 기념 사진을 찍고 다과를 곁들인 간담회를 하는 ‘팬 미팅’도 참가비는 점점 오르는 반면 내용은 부실해져 예전만큼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커져가는 씀씀이에 비해 만족감이 커지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건 일본 아줌마뿐이 아니다. 최근 한국 드라마와 한국영화의 일본 수출가는 천정부지로 ‘솟고’ 있다. 불평하는 사람들은 이걸 ‘속고’ 있다고 말한다.

4억 원에 팔려 4천억 원대의 수익을 올렸던 <겨울연가>의 광풍 이후, 한국에서 인기리에 방영됐던 <파리의 연인>은 7억 원에 판매됐다. 이어 <슬픈 연가>는 권상우와 김희선이 출연하는 한국 드라마라는 이유만으로 드라마가 완성되기도 전에 방영권이 21억 원, OST 등 부가 판권이 27억 원, 도합 48억 원에 입도 선매됐다.

일본에 앞서 한국 드라마 열풍이 거셌던 대만에서의 방영권이 편당 수백만 원대였던 것과 비교해볼 때 지금 일본에서 경쟁적으로 형성되고 있는 가격은 시장 대비 수익을 따져 봐도 거품이자 살얼음 같은 것이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일본 흥행에 큰 기대를 걸었던 <살인의 추억> <올드보이>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등 내수 시장 대형 히트작들이 줄줄이 일본 시장에서 실패했지만, <달콤한 인생> <친절한 금자씨> <외출> <형사; Duelist> 등이 촬영 단계에서 30억 원대에서 50억 원대의 고가로 일본에 판매됐다.

한류 스타도 출연하지 않는 <괴물>이 시나리오와 캐릭터 시안만으로 47억 원의 일본 자본을 끌어왔으니 지금 일본에서 한국영화에 대한 기대치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케 한다. 이런 영화를 대규모로 개봉하려면 최소 30,40억 원의 마케팅 비용을 추가로 들여야 하는데, 안팎으로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올해 과연 몇 편이나 손익 분기점을 넘길 수 있을까?


‘스타트’는 ‘스타’다

시류에 민감한 드라마와는 달리 영화는 분위기를 덜 탄다는 게 지난해의 약점이자 올해의 강점이다. 한국영화가 고가에 수출돼 대규모로 개봉할 수 있었던 건 한국 드라마와 한류 스타가 닦아놓은 후광이 컸다.

드라마가 인기 있으니 영화도 잘되리라는 보장은 없었지만, 잠재력은 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대는 빗나갔다. 한국에서 1천1백만 명이라는 초유의 관객을 모았고, 장동건과 원빈이라는 한류 스타가 두 명이나 출연했고, 제작 단계부터 일본 시장을 고려해 마케팅을 펼쳤으며, 6월 성수기 일본 전역 320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태극기 휘날리며>가 인터넷 사이트에서 눈깜짝할 사이에 예약 매진된 배용준 사진집보다 더 적은 돈을 벌었다는 사실은 참으로 난감하다.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경우도 배용준이라는 ‘엔화 현금 인출기’가 주연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급 규모의 배급에 전시회 같은 부대 이벤트를 벌이고서야 조심스러운 흥행세를 이어갈 수 있었다. 극장에 관객 한 명 끌어들이기는 그렇게 어렵다.

지난해 일본 시장에서의 한국 영상 컨텐츠는 비약적인 인지도 향상을 이뤘지만, 현 단계 한류의 핵심 컨텐츠는 단연 드라마다. 국내 시장에선 독보적인 경제적, 문화적 부가 가치를 이룬 영화조차 드라마가 일군 아성에는 근접조차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4월 말 창간하는 FILM2.0의 일본 라이선스지 ‘FILM2.0 JAPAN’의 이가리 히사코 기자는 “한류 팬과 한국영화 팬이 엄연히 분리돼 있으며, 한국영화가 대중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선 이 두 부류 사이에 새로운 관객층이 출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새롭게 부상한 한류 팬은 주로 아줌마들이죠. 시간도 많고 돈도 많아 한국 여행은 가는데 극장에는 가지 않아요. 반면 한국영화를 좋아하는 팬들은 젊은 층이고 남자가 많아요. 오래전부터 한국영화에 대해 마니아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갑자기 한류가 대중적인 유행이 되니까 오히려 마니아층까지 분산되고 있는 상황이죠.”

각각 다른 조건에서 형성된 팬덤을 같은 시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가장 믿음직한 고리가 되는 것이 바로 ‘스타’다. 애초 <겨울연가>가 갖고 있는 순애보적인 매력이 일본 내 한류의 구심점이 됐으나 결국 준상 역으로 출연한 배용준이 막대한 수혜를 입었듯, 배용준에 대한 관심을 다시 새로운 컨텐츠에 선순환시키겠다는 것이 ‘스타 드라이브’ 시장의 명백한 논리다.

IMX 손일형 대표는 “스타에 의존하는 것은 아직 일본에 한국 컨텐츠가 소개된 지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면서 “<외출>의 경우 배용준이 출연하지만 언뜻 불륜 영화로 비춰질 수 있는 데다 기본적으로 성인용 멜로영화이기 때문에 시장에 한계가 있다. 요즘은 정말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슈화시킬 방법을 고민한다”고 덧붙였다. 4월 23일 일본 개봉하는 이병헌 주연의 <달콤한 인생>, 그리고 9월 아시아 동시 개봉을 목표로 촬영 중인 배용준 주연의 <외출>이 이름값에 해주면서 한국영화 기반을 차분히 다진다면 정치, 외교적인 외풍은 안방은 몰라도 극장까지 크게 미치지 않으리라는 게 관계자들의 희망이자 전망이다.


감독님, 인터뷰하시죠

<효자동 이발사>로 데뷔한 임찬상 감독은 지난 2월 한 일본인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자신을 저널리스트라고 소개한 그녀는 한국영화에 대한 책을 내고 싶다며 임 감독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흔쾌히 승낙한 인터뷰 자리에서 임 감독은 2월 11일 도쿄에서 단관 개봉한 <효자동 이발사>가 반응이 좋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비록 단관이지만 일본 관객들이 아침부터 줄을 서서 본다는 것이었다.

뜻밖이었다. 지난해 10월 17회 도쿄영화제에서 감독상과 관객상을 수상하기는 했지만, 한국 현대사를 휴먼 코미디의 소재로 쓴 <효자동 이발사>를 일본의 ‘일반’ 관객들도 즐길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시나리오를 쓰면서도, 촬영을 하면서도 다른 나라 관객이 보게 될 거라는 생각은 어쩐 일인지 한번도 하지 않았던 터였다. “<효자동 이발사>는 내용이 워낙 ‘로컬’하잖아요. 그런데 일본 관객들 반응이 좋다니까 우선 기쁘더라고요. 일본이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는 하지만 다른 나라보다는 한국에 대한 이해가 높은 것 같아요.” <효자동 이발사>는 개봉 3주차에 요코하마, 6주차에 후쿠오카로 확대 개봉했으며, 4월 2일부터 6개 도시 6개 극장에서 꾸준히 관객을 모으고 있다.

임 감독에게 전화를 한 일본인은 재일 한국인과 친한파 독자를 대상으로 발행하는 월간지 ‘KOREA TODAY’에서 10년 동안 기자로 일했던 시라이 미유키다. 시라이 미유키는 지난해 사진 찍는 친구와 의기투합해 한국영화를 소개하는 단행본을 내기로 했다. 한국영화의 부흥을 이끈 젊은 감독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고 그들의 영화를 일본 관객에게 소개하는 책으로 방향을 잡았다.

시라이 미유키는 영화사를 통해 감독 전화번호를 알아냈고, 2004년 6월부터 2005년 3월까지 네 차례 한국을 방문해 감독들을 만났다. 강제규, 김기덕, 박진표, 박찬욱, 박흥식, 봉준호, 송해성, 이재한, 임순례, 임상수, 그리고 마지막으로 최근 흥미롭게 본 <효자동 이발사>의 임찬상 감독을 인터뷰했다. 일정상 섭외가 안된 감독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감독들이 친절히 응해줬지만, 한 감독의 매니저는 그녀가 만드는 책이 한류 붐을 타고 돈 깨나 벌려는 책으로 오해했는지 사례를 요구했다.

인터뷰 피(interview fee)라…. 어떻게 보면 당연한 요구인데, 시라이 미유키는 결국 그 감독을 인터뷰하지 못했다. 인터뷰 자리에 나온 감독 중에는 웃으면서 “이런 책이 팔려요?”라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책, 안 팔린다. 현재 일본에서 출간된 한국 영화감독에 대한 책은 임권택, 변영주 정도다. 스타 사진집이나 여행 가이드도 아니고 낯선 영화감독의 입을 빌려 한국영화를 얘기하는 책은 미련한 희망을 가질 필요도 없이 초판으로 예정된 3천 부 이상 팔릴 리 만무하다.

“많이 안 팔려도 한국영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 고고학도였던 그녀는 대학을 휴학하고 연세대 한국어학당에 입학하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그리고 1994년부터 ‘KOREA TODAY’에서 일했다. 간간히 보게 된 한국영화는 충격적이었다.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려는 일본영화와는 달리 한국 사회에 대해 예민한 촉각을 세우고 있는 한국영화, 그중에서도 이창동과 임상수의 영화가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스타가 나오지 않아도 한국영화가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한국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가진 사람들과 교감을 하고 싶었다.

이번에 나올 책이 그 교감의 발로다. 4월부터 한국 드라마를 일본에 배급하는 회사에서 일하게 된 시라이 미유키. 교감보다는 다른 기준에 입각해 일을 해야겠지만 “한류의 메인 스트림에서도 지금까지 해온 고민을 이어가고 싶다”는 게 소박한 바람이다.


시부야 이미지포럼에서

단순히 계산해서 일본이 한국보다 시장 규모가 10배가 크다는 사실은 종종 한류의 모든 것을 경제적인 가치로 환산에 버리는 함정에 빠지게 한다. 이른바 맨입으로 하는 ‘공짜 인터뷰’가 관행인 한국과는 달리 일본에서는 글 한 줄, 사진 한 장에도 저작권 개념이 확실하기 때문에 대가가 주어지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 그 자체로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앞서 시라이 미유키가 인터뷰에 실패한 감독의 사정이 어찌했던 간에 현재 많은 한류 스타들은 일본 시장을 상대로는 톡톡한 대가를 받으며 인터뷰나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메인 스트림의 질서는 곧 자본의 질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류를 보다 문화적인 차원에서 받아들이려는 일본 정부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거나 후원하면서 한류의 지류를 확보하려고 한다.

지난 3월 4일부터 7일까지 도쿄 시부야 역 근처에 위치한 일본 실험영화 전용관 이미지포럼에서 열린 ‘한국 독립영화 2005: 뉴시네마 리로디드’는 일본 문화청이 외국영화 상영회를 직접 후원한 최초의 행사 ‘한국 독립영화 2004: 영화의 새롭고 예리한 목소리’를 확대 개최한 것이다. 신재인, 이송희일, 황철민 등 한국 독립영화 감독과 영화 관계자 20여 명이 이 자리에 초청됐으며, 108석짜리 소극장이지만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이 자리를 꽉 채워 ‘또 다른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을 보여 줬다.


나리타 다카코도 2년 연속 이미지포럼 한국독립영화제에 참가한 관객이다. 30대 직장 여성인 나리타 다카코는 몇년 전부터 한국영화는 거의 극장에서 챙겨 보는 열혈 팬이다. 놀랍게도 일본영화는 1년에 한 편도 보지 않는다고 한다. “영화를 좋아한다기보다는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아서 한국영화를 봅니다.

요즘에는 한국영화가 개봉을 많이 하는데 왜 저런 영화까지 개봉할까, 실망한 작품이 많아요. 한국 독립영화는 이미지포럼에서 처음 봤는데 솔직히 <신성일의 행방불명>은 좀 졸았고요, <프락치>는 재미있게 봤어요”라면서 “한류 열풍이라고는 하지만 상업성이 강한 드라마나 영화 외에는 별로 접할 기회가 없어서 저같이 한국을 배우려는 목적이 강한 사람에게는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라고 말했다.

“상투적인 감회를 전하자면, ‘한류의 새로운 가능성’이라는 뿌듯함이고, 냉소적인 감회를 말하자면 ‘우리는 여전히 일본인들에게 알려야 할 게 너무 많다’는 착찹함이다.” 이 행사를 취재한 FILM2.0 최광희 기자의 참관기 중 일부다.


일본에서 한류가 <겨울연가>부터 시작됐다고 믿고 있는 사람들에게 <낮은 목소리>가 거둔 작지만 큰 성공을 소개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겠다. 종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독립 다큐멘터리 <낮은 목소리>는 <낮은 목소리>(1995), <낮은 목소리 2>(1997), <낮은 목소리-숨결>(1999) 세 편으로 각각 1996, 1997, 2000년 일본 개봉해 2001년까지 무려 150개 도시에서 5년 동안 순회 상영했다. <낮은 목소리>가 도쿄에서 처음 개봉하던 날, 우익 테러 집단이 스크린에 소화기를 살포해 큰 소동을 겪는가 하면 방일한 변영주 감독에게는 늘 경호원이 따라 붙었지만 이 세 편의 영화는 한국보다 일본에서 더 많은 관객을 모았다. <낮은 목소리> 시리즈는 관객들의 후원금으로 제작비를 마련했는데 <낮은 목소리-숨결>의 경우 일본인 후원 관객이 한국보다 많았다. 올해는 <송환>이 하반기에 일본 개봉한다.


홍대 클럽 골목까지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한 비주류 문화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인식은 인디 음악계에서도 절실하다. ‘아시아의 별’ 보아가 일본에서 140만 장의 앨범을 판매하고 일본 투어 콘서트 예매권을 매진시키는 동안, 지난 3월 25일 서울 홍익대 앞에서는 3회 로드클럽페스티벌이 열렸다. 1만 명이 넘는 관객들이 금요일 밤의 열기를 체험했다.

로드클럽페스티벌은 1998년 9월부터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 홍대 일대에서 ‘클럽 데이’를 열어온 클럽문화협회가 ‘한일 우정의 해’를 맞아 특별히 마련한 행사로 일본에서만 15팀의 뮤지션, 100명의 관계자가 참여했다. 오후 5시부터 주차장 골목에 마련된 ‘테크노 존’과 ‘사운드 존’ 대형 야외 텐트 무대에서 공연을 시작해 오후 10시 클럽으로 들어가 공연을 이어간 이 행사는 그간 개별적으로 교류하던 한국 홍대 클럽 신과 일본 시부야 클럽 신의 역사적인 만남이었다.

양국 인디 음악계의 이 ‘역사적인 만남’은 양국의 ‘역사적인 갈등’으로 무산 위기에 놓이기도 했지만 무사히 위기를 넘기고 성황리에 개최됐다. 클럽문화협회 기획팀 이승환 씨는 “야외 텐트 공연 같은 경우엔 길거리에 일본 음악이 흘러나오기도 하니까 아무래도 고민이 있었어요. 언론에서 부정적으로 다루지 않을까, 일본 뮤지션들이 공연할 때 야유가 나오지 않을까…. 한일 관계가 안 좋을수록 이런 행사가 좋은 계기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밀어붙였는데 모든 게 기우였어요. 떨떠름한 표정을 짓던 관객들이 정말 환장하며 좋아하는 거예요.”


한국 클럽문화 고사 직전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기치 아래 장르를 불문하고 ‘클럽 데이’로 뭉친 홍대 클럽 신과는 달리 일본은 클럽 문화가 발달해 있어 장르별로, 또 클럽 독자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굳이 우열을 가리자면 역사가 길고 음악적으로 두터운 일본이 앞선다고 할 수 있지만 문화란 종종 어느 쪽이 좋고 나쁘고를 따지기 힘든 것이다. 행사에 참가한 일본 인디 레이블 ‘파이브 D 코퍼레이션’의 운영자 토모코 사사키는 기회가 되면 또 오고 싶다고 말한다.

“홍대 클럽 신에 대해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기대보다 150, 200% 만족했어요. 골목 하나에 관객, 뮤지션, 스탭, 클럽 점주가 함께 어우러져 행사를 치르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일본에는 이런 일이 없거든요. 양국의 인디 음악 교류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행사가 아시아 각국으로 넓혀져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 받았으면 합니다.”

3회 로드클럽페스티벌을 공동 주최한 일본국제교류기금(JAPAN FOUNDATION) 서울문화센터 김영신 씨는 74회나 됐다는 ‘클럽 데이’에 한 번도 참가하지 못했다. 관심은 있었지만 기회는 없었는데 이번에 업무상 행사에 참여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느꼈다고 한다. “‘비 더 보이스’라는 일본 재즈 듀오가 한국 동요 '섬 집 아이'를 부르는 거예요.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한국말 하나도 안 틀리고 어찌나 감동적으로 부르던지. 그만큼 준비를 열심히 해왔다는 거죠. 아티스트마다 경호원을 붙이느라 애초 계획보다는 예산이 늘어났지만, 앞으로는 기금이 인디 장르에도 많이 지원되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어요.” 하나, 둘, 셋! 어찌, 니, 쌈! 양국의 환호성이 어우러진 금요일 밤이 내년을 기약하며 흩어졌다.


한류 취재의 극과 극

이영애 씨에게 묻겠습니다. “한국 연예인들은 성형 수술을 많이 한다는데 이영애 씨는 어떻게 아름다움을 유지하시나요?” “좋은 생각을 많이 하고 물을 많이 마셔요.” “소문에 이영애 씨가 <친절한 금자씨>로 개런티를 10억 원 받았다는데 사실입니까?” “개런티를 많이 받은 건 사실이지만 그렇게 많이 받지는 않았어요.” “예전에 유덕화 씨와 CF를 찍었는데 또 CF 제의가 들어왔나요?” “그런 제의는 아직 없었습니다.” <친절한 금자씨>를 연기하는 이영애는 친절하기도 하다.<대장금>이 40%를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홍콩 최고의 인기 드라마로 등극하자 <친절한 금자씨> 촬영현장에 몰려 온 홍콩 취재진은 영화에는 도통 관심이 없고 신변잡기적인 질문만 한다. 그래도 웃으면서 친절하게 대답한다.


박찬욱 감독에게 묻겠습니다. “홍콩에서는 박찬욱 감독을 ‘한국의 왕가위’라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그분보다는 빨리 찍습니다. 다만 왕가위를 비롯해 아시아권 감독들이 이뤄놓은 기반 위에서 제가 국제적으로 알려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영애 씨를 캐스팅한 건 해외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 인가요?” “해외 시장을 중요하게 생각했다면 영어로 찍었겠죠. 저는 우선적으로 한국 관객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홍콩 배우와 작업할 계획은 없습니까?” “한국에서 홍콩영화가 유행하던 시절, 열광했던 사람 중 한 명이었지만 저는 특정 배우를 쓰기 위해 이야기를 꾸며낼 수 있는 사람은 아닙니다.” <친절한 금자씨>를 연출하는 박찬욱 감독은 친절하기도 하다. 기자 회견에서 <친절한 금자씨>가 <복수는 나의 것>과 <올드보이>를 잇는 ‘복수 3부작’ 완결편이라고 그렇게 강조했는데, <공동경비구역 JSA>만 보고 <복수는 나의 것>과 <올드보이>는 보지 않은 홍콩 취재진들은 피상적인 질문들로 이 박식한 감독을 괴롭힌다. 그래도 웃으면서 친절하게 대답한다.


3월 31일 경기도 파주의 아트서비스스튜디오에선 <친절한 금자씨>가 촬영장을 공개했다. 이미 알려진 대로 110명의 일본, 홍콩 취재진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친절한 금자씨>는 일본과 홍콩에 사전 판매돼 연내 개봉 예정이며, <대장금>이 일본에서는 위성으로, 홍콩에서는 지상파로 방영 중이라 이영애의 신작에 많은 관심이 몰렸다. 해외 취재진을 위해 따로 마련된 그룹 인터뷰, 일본과 홍콩 취재진의 취재 방향은 현재 한류를 타고 있는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을 극단적으로 대비시켰다. 20, 30분의 짧은 그룹 인터뷰였음에도 불구하고 박찬욱 감독과 일본 취재진 사이에는 조명감독의 교체에서 비롯된 색감의 변화와 시네마스코프 화면비의 사용 등 영화 내적인 얘기에서부터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영화가 대중적인 영향력을 갖게 됐는지까지 실속 있는 문답이 오갔다.

박찬욱 감독은 “솔직히 <대장금>은 5부 밖에 보지 못했고 이영애를 캐스팅한 건 <대장금>과는 관계없어요. 다만 아시아권에서 한국배우에 대한 관심은 드라마가 중심인데, 배우에 대한 관심이 깊고 넓어져서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으면 합니다. <대장금>의 이영애를 기억하는 팬이라면 <친절한 금자씨>를 더 흥미롭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이게 프랑스 관객들은 알 수 없는 재미죠”라고 말했다.


그래도 한류는 있다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 팝 음악, 게임 등 대중문화 전반을 다루는 월간 ‘니케이 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한류에 대한 네 번의 특집 기사를 실었다. 올해는 <친절한 금자씨> 현장 기사를 포함해 화제의 한국영화를 다룬 한국영화 특별호를 준비 중이다. <공동경비구역 JSA> 외에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가 대중적으로 성공한 적이 없고, 일본에서 인기 있는 여자 한류 스타는 오직 최지우뿐이지만,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올드보이> DVD가 4월 출시되고,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감독의 신작이니만큼 <친절한 금자씨>도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니케이 엔터테인먼트’의 기자 토모히로 사가라는 “올해는 중장년 한류 팬과 젊은 영화 팬 사이에 공통 분모가 생길 것 같아요. 좋은 한국영화가 많이 개봉하는 해니까요. 일본 내에서는 이게 세대간의 문화 교류라는 측면에서도 역할을 하리라고 봅니다.”


연예 담론은 영화 담론으로 전환시키는 것, 영화 담론은 문화 담론으로 확산시키는 것. 이것이 상업적인 베이스의 대중문화가 지향해야 할 방향은 아니다. 다양한 세대가 향유하는 다양한 층위의 담론들이 티격태격하는 사이 이해는 깊어지기 마련이다. 한 명의 스타, 한 편의 영화, 한 곡의 음악이 순간 만들어내는 상상의 공동체가 크고 작은 매듭을 만들면서 교류라고 불릴 만한 그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을 때, ‘열도 공략’이라는 패권주의적 기치를 내건 한류 대신 새로운 한류가 도착하게 될 것이다. 독도의 서쪽에도. 독도의 동쪽에도.

사진 김선태, 김춘호 기자

한승희 기자



[대중문화프리즘]한류 드라마의 성공조건

[헤럴드 생생뉴스 2005-04-22 11:53]



‘겨울연가’의 연출을 맡았던 윤석호 PD의 계절 시리즈 완결편 ‘봄의 왈츠’가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갔다. 김종학 PD와 송지나 콤비의 화제작 ‘태왕사신기’도 배용준의 출연을 확정지었다.

태생적으로 한류 드라마가 될 수밖에 없는 이들 대형 드라마를 계기로 한류 드라마 제작이 봇물을 이룰 전망이다.

그러나 한류 열풍이 드라마 미학을 망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한류 드라마의 우후죽순격 제작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이미 ‘겨울연가’의 뜻하지 않은 대박이 한국 드라마와 캐릭터들을 표준화시키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문화웹진 ‘컬티즌’의 이영재 편집장은 “MBC 드라마 ‘슬픈 연가’는 아시아에서 방송돼 국위선양할 전략적 수출 상품이었다. 이런 한류 열풍은 한국 드라마의 미학과 스타 캐릭터의 진화를 해친다”고 경고했다.

그렇다면 한국 드라마가 아시아에서 어떻게 소비되는지를 파악하는 데서 한류 드라마 제작의 방향성을 찾아야 할 것이다.

영화 ‘무사’를 통해 장쯔이를 한국 대중매체에 첫출연시킨 김성수 감독은 “한국 드라마를 통해 중화권에서는 한국의 세련된 모습과 생활패턴을 동경하고, 일본에서는 중년세대의 추억을 자극하며 심금을 울린다”고 해석했다. 중화권에서는 모더니티가, 일본에서는 노스텔지어가 한류라는 풍랑을 일으킨 셈이다.


이렇게 볼 때 중화권 한류의 최대 수혜자가 한국 주방용품 메이커가 됐다는 사실은 쉽게 이해된다. 한국 TV에 나오는 아파트의 인테리어, 특히 부억 주방가구를 선망하는 많은 대만 시청자들이 그 곳에 진출한 토탈 홈인테리어 기업 ‘한샘’에 문의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한국의 대중문화는 중화권과 일본권 문화의 중간에 서 교량역할을 하고 있다. 이 점은 한국 드라마가 아시아인의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이자, 아시아에서 계속 통용될 것이라고 장담하기 힘든 이유이기도 하다.

김성수 감독은 “우리가 본의 아니게 탈아시아 모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가족제도의 붕괴, 맞벌이 부부의 대립적 위치, 자유연애 와중에 번민하는 순애보, 자기주장이 강한 여자들의 대담한 로맨스, 별로 흠이 안되는 성형수술 등이 아시아에서 별 부담없이 수용되고 있다.

근대화를 우리보다 먼저 달성한 일본은 한국의 문화에서 추억을 끄집어내고, 서구화된 라이프 스타일을 밟아가는 중화권 사람들은 우리의 과정을 부러움과 호기심의 대상으로 삼아 매력을 느낀다.

따라서 한류 드라마는 한국의 정체성을 다시 묻게 한다. 흔히 정체성의 물음을 뿌리찾기로 생각하는 습성이 있다. 그러나 철학자 탁석산은 “시원(始源)은 정체성 판단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는다. 문제는 현재다. 현재 우리 한국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이 한국의 정체성 판단을 위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판소리보다는 조용필의 노래가, 영화 ‘서편제’보다는 ‘쉬리’가 더 ‘한국적인 것’이라는 견해가 적용될 수 있는 곳이 한류 드라마다.

한류가 만들어낸 중국 중고교생의 한국 수학여행의 일정을 봐도 한국 전통문화 경험은 거의 없다. 2002년 시작돼 한창 진행되고 있는 중국 수학여행단의 일정은 거의 제주도 방문과 난타 관람, 동대문시장, 케이블TV 음악방송국 녹화장 견학과 한류 가수 팬미팅으로 구성돼 있다.

지나치게 전통을 내세우는 전략이나 특정인, 예컨대 일본 아줌마들을 위한 상품 생산자로 전락해서는 한류 드라마는 성공할 수 없다. 현재 우리 것에 숨어 있는 이슈형 코드를 찾아 아시아인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을 한류 드라마의 제작원리로 삼아야 한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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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트렌드] 가요시장 드라마 OST 전성시대

[중앙일보 2005-04-22 08:43]  


[중앙일보 백성호.이경희] 꽁꽁 얼어붙은 가요 시장에서 드라마 OST(오리지널 사운드트랙)가 독주하고 있다. 지난해 음반 시장에서 드라마 OST가 차지한 비중은 무려 20%. 음반사들은 “웬만큼 얼굴이 알려진 가수들도 1만 장 팔기 힘들고 신인은 500장도 안나가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그러나 드라마 OST는 수만 장씩 척척 팔린다”고 말한다. 도대체 인기의 배경이 뭘까.

◆ 팝송은 어디 갔지 ? = 4~5년 전만 해도 드라마 OST 출시는 '구색 맞추기'에 불과했다. 드라마에 깔리는 배경 음악과 주제가는 대부분 외국 팝송이었다. 요즘은 딴판이다. 외국곡은 아예 사절이다. 자칫하면 저작권 문제에 걸려 진만 빼기 십상이다. OST 전문 음반사인 노랑잠수함의 이정오 대표는 "드라마에 팝송을 사용하면 곡당 수천만원이 들고, 외국 메이저 음반사와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는 데만 통상 4~5개월이 걸린다"고 말했다. 배보다 배꼽이 큰 셈이다.


기존 국내 가요를 넣기도 부담스럽다. 가수에게 지급하는 가창료와 작곡가.작사가의 동의서 등 수입 배분부터 판권까지 해결할 문제가 적지 않다. 협상이 지지부진하면 발목만 잡히는 꼴이 된다.


◆ 가수들이 몰린다 = 걸림돌이 많아지자 "차라리 직접 만들자"는 제작사가 부쩍 늘었다. 요즘 출시되는 드라마 OST는 한결같이 국내 가요에, 주문제작한 신곡으로 채워진다.


OST를 대하는 가수들 태도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얼굴이나 알리자"는 신인 가수들의 데뷔 창구에 불과했다. 이젠 내로라하는 유명 가수들이 너나없이 몰려든다. 음반사 mom미디어의 김동현 사장은 "지상파 TV 가요프로그램의 시청률이 20%에서 10%로 뚝 떨어졌다"며 "차라리 시청률 20%가 넘는 인기 드라마에서 회당 2회, 1주일에 네 번 정도 노래가 깔리면 홍보에는 그만이다"라고 말했다.


SBS 드라마 '불량주부' OST는 가수 윤종신이 자신의 이름을 내걸었다. 음악 감독을 맡아 모든 곡을 작사.작곡했다. 가수 김도향까지 참가해 주제곡 'Volcano(볼케이노)'를 불렀다. 웬만한 대형 가요 음반 못지 않은 기획력이다.


KBS2 주말극 '부모님 전상서'의 엔딩곡 '미안해요 사랑해요'는 가수 변진섭이 불렀다. 6년 공백을 깨고 활동을 재개한 그에게 30%가 넘는 시청률은 '천군만마'인 셈이다.

또 일본에서 방영 중인 최지우 주연의 한.중.일 합작드라마 '101번째 프로포즈'에선 임재범과 그룹 신화 멤버인 신혜성, 린 등이 OST작업에 참여했다.


◆ 엄청 커진 시장 = 가요 음반 뺨치는 드라마 OST들이 나오면서 시장이 훌쩍 커졌다. 지난해 드라마 '천국의 계단' OST의 판매량은 7만5000장까지 치솟았다. 당시 인기를 끌었던 '보아 4집'(19만 장)이나 'god 6집'(14만 장)과 비교해도 만만찮은 수치다. 매니어층까지 생겼던 드라마 '다모'는 10만 장이나 팔렸다. 이 밖에도 '불새''풀하우스''KBS드라마 OST' 등이 모두 4만 장 넘는 판매고를 기록했다.


드라마 OST의 질주는 디지털 시장에서 더 뜨겁다. 컬러링과 벨소리 등 모바일 시장과 싸이월드 홈페이지 등에 깔리는 인터넷 배경음악(BGM) 시장이 급성장하기 때문이다. 음반시장에서 10만 장(5억원 수익)이 팔린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OST는 모바일 시장에서도 5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또 디지털 시장에서 '슬픈 연가'는 3억원, '아일랜드'는 2억원의 수익을 기록했다. 10대 청소년들이 열광했던 KBS 미니시리즈 '쾌걸 춘향'의 주제가는 음반보다 모바일 시장에서 더 많이 팔렸다.


백성호.이경희 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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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달맞이꽃

2005.04.22 21:15:47

러브지우님 기사 감사합니다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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