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셜리
눈물과 웃음의 방정식 <연리지> 최지우, 조한선

[필름 2.0 2006-04-12 21:50]  





햇빛 눈부신 봄날이 다가온다. 죽음을 앞두고 있으면서도 함께하는 이 순간이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고 말하는 <연리지>의 연인들. 최지우와 조한선은 봄날 같은 연인들이다.

꼭 2년 만이다. 2004년 여름 극장가는 화려했다. 조한선과 강동원이 수많은 소녀 팬들을 쓰러지게 만들었던 청춘영화 <늑대의 유혹>과 한류 최전선에 서 있던 최지우와 이병헌이 출연해 무수한 화제를 모았던 <누구나 비밀은 있다>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극장에 걸렸다. 그때의 묘한 인연은 2006년 <연리지>로 이어지며 두 사람 모두에게 2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이 되었다. “그때는 <늑대의 유혹>이 가뿐하게 이겼죠, 아마”라며 장난스럽게 웃는 조한선을 최지우가 새침하게 흘겨보자 다시 한 번 “어어, 일본 다녀오더니 누나가 많이 까칠해졌어요”라고 또 놀려댄다.
어느 배우인들 안 그렇겠냐마는 최지우와 조한선은 기존의 이미지가 꽤 강렬했던 배우고, <연리지>는 그 이미지를 복제하는가 싶다 미묘하게 바꿔버리는 영화다. 이를테면 최지우는 <겨울연가> <천국의 계단> 등의 드라마에서 ‘눈물의 여왕’이라는 칭호를 받을 만큼 슬프디 슬픈 멜로에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였고, 조한선은 <늑대의 유혹>과 피자헛 등의 CF를 통해 건강하고 유쾌하고 조금은 껄렁거릴 것도 같은 싱그러운 젊음의 이미지로 굳어졌다. 그럼 <연리지>에선 어땠을까? 최지우가 연기한 혜원은 시한부 인생이다. 언제 어느 때 세상을 떠날지 알 수 없는, 삶의 매 순간이 조마조마한 여자다. 그런데 이 여자, 삶을 그만큼 더 열렬하게 사랑하는 대책 없는 개구쟁이에 낙천주의자다. 조한선이 연기한 민수는 잘나가는 게임회사 사장이고 당연하게도 밉지 않을 만큼 오만불손한 플레이보이다. 그러다 혜원을 만나고 또한 그만의 슬픈 비밀을 간직하게 되면서 점점 어두워지고 진중해진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던 두 남녀가 우연히 마주치고, 조심스럽게 사랑에 빠지고, 이 사랑이 너무나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그만둘 수 없고, 그렇게 '두 나무가 서로에게 뿌리를 내려 하나가 되어버린' 연리지처럼 서로에게 절대적인 무엇이 되어간다는 이야기. 그러니까 <연리지>에서 눈물샘을 자극하는 건 의외로 최지우의 밝은 웃음이고, 조한선의 하염없는 눈물이다. 최지우도 그 점을 잘 알고 있다. “사실 그동안 영화에선 발랄한 코믹 연기를 주로 했는데 드라마 속 슬픈 이미지가 워낙 강했던 것 같아요. 그렇다면 내 무기라 할 수 있는, 자신 있는 전공과목 연기를 영화 속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한편 멜로드라마를 꼭 한번 찍어보고 싶었는데 <연리지>가 일반 멜로드라마 공식과는 다르게 진행되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는 조한선은 보여주려 욕심냈던 것만큼 많이 못 보여준 것 같다고 솔직히 털어놓는다.

촬영 초반 무렵에는 ‘연상연하 커플’이라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질문공세에 시달렸지만, 막상 영화를 보면 최지우는 충분히 소녀스러우며, 조한선은 연인의 아픔을 한없이 보듬을 만큼 자연스레 성숙하다. “시나리오 속 혜원은 저보다 훨씬 어린 이미지였어요. 예쁘고 사랑스럽긴 한데, 이 나이에 연기하려니 닭살 돋잖아요”라며 시원스럽게 웃는 최지우는 김성중 감독과 촬영 전 충분한 합의를 거쳐 자기 나이에 맞게 조금 더 성숙한 이미지로 혜원을 만들어갔다. 그래서일까, 평소 최지우의 쾌활하고 장난스러운 성격은 그대로 혜원에 자연스레 녹아들어갔고, <연리지>는 지금껏 어떤 드라마나 영화에서보다 그들의 ‘자연인’으로서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 영화가 되었다. 낚시터에서의 데이트 장면을 편하고 재밌게 찍었다고 최지우가 먼저 기억하자 조한선도 질세라 “나도 나도 나도 그 장면!”하고 외친다. 더불어 낚시터에서 돌아올 때 귀신 이야기를 주고받는 장면은 둘의 ‘완전’ 실제 모습이었다고 한다. “원래 시나리오에서는 겁주는 장면이 없었어요. 혜원을 놀래는 상황으로 가보자고 제가 의견을 냈는데, 두 버전을 다 찍어본 다음 제 의견대로 간 경우예요. 실제로도 딱히 정확한 디테일 없이 촬영했는데, 지우 누나가 진짜로 벌벌 떨더라구요. 영화에 나온 장면은 원래대로라면 NG 컷이라고 보시면 돼요.(웃음)”

<연리지>는 영화의 전후반 분위기가 사뭇 달라지기 때문에, 그만큼 배우들의 연기가 관객에게 강력한 설득력을 지녀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촬영은 거개가 시나리오 순서대로 이루어졌고 배우들은 한결 편안하게 역할에 몰두할 수 있었다. “한선 씨랑은 이 영화에서 처음 만났어요. 제가 선배다 보니까 한선 씨가 많이 어려워했어요. 그런데 전혀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사랑에 빠지는 머뭇거림을 담는 영화 초반부에서는 그런 어색함이 오히려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촬영이 진행될수록 친해지면서 둘의 러브 신도 자연스러워졌고, 라스트 장면도 실제로 맨 마지막에 찍어서 다행이었어요.”

일본에서의 드높은 인기에 힘입어 다케노우치 유타카와 공연한 드라마 <윤무곡-론도>를 막 끝낸 최지우는 그 어느 때보다 여유로운 자신감으로 넘쳐 보인다. “예전 드라마에서는 아줌마 팬들이 많았는데 이번 드라마를 통해선 어린 팬들이 많이 생겼어요.(웃음)” <연리지> 촬영 이후 곧장 <열혈남아>에서 벌교 출신 신참 깡패 역을 연기한 조한선은 “똑같은 이미지로 오래 가고 싶지 않아요. 새로운 역할을 하면서 그 다름에 적응해나가는 편이 훨씬 좋은 것 같아요”라고 다부지게 말한다. 패기만만, 자신감 충전 이 커플, 눈부시다.

사진 이재용
김용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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