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촬영‘성역’이 없네…군부대·국정원까지 침투  


‘열려라 참깨.’

국정원, 인천국제공항, 군부대 등 철통 같던 금단의 구역이 드라마 촬영을 위해 열리고 있다. 이정재·최지우 주연의 MBC 드라마 ‘에어시티’는 최근 인천국제공항에서 포스터를 촬영했다. 이 드라마는 국제공항을 배경으로 국정원 요원(이정재)과 공항운영실장(최지우), 공항 상황관리팀장(이진욱)이 각종 국제범죄와 돌발상황에 대처하는 블록버스터 드라마다. 큰 스케일답게 드라마 촬영도 단순히 공항 청사를 촬영하는 수준이 아니다.

드라마 사상 최초로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활주로는 물론이고 외부인의 출입이 엄중히 통제된 에어사이드(공항 내부)까지 연기자들이 직접 들어가 촬영했다. 특히 20ｍ 높이의 인천국제공항청사 지붕에 올라가 촬영한 모습이 눈길을 끈다. 수십미터 높이에 바닷바람이 들이치는 아찔한 순간이었지만 이정재와 최지우, 이진욱 등 연기자들은 과감히 위험을 무릅쓰고 지붕 촬영을 감행했다. 3만여명의 직원이 상주하는 국제 중요시설답게 촬영에는 안전요원을 비롯해 경찰과 국정원 요원까지 나타나 엄중한 경비를 자랑했다.

한편 이준기·정경호·남상미 주연의 MBC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은 국가정보원을 배경으로 촬영했다. 이 드라마는 실제 국정원을 배경으로 마카오의 국제범죄조직과 맞서 싸우는 액션 누아르 드라마다. ‘정보맨’들의 사실적 활동을 그리는 이 드라마는 국가정보원의 전폭적인 협조를 받아 진행됐다. 이번 촬영은 이준기 등 3명의 연기자가 ‘정보는 국력이다’고 적힌 국정원 비석에서 포즈를 잡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들은 촬영에 앞서 순직한 국가정보원 요원들의 위패가 모셔진 보국탑에 참배하기도 했다.

인천국제공항과 국정원 내부 촬영은 드라마 사상 최초다. 이에 앞서 지난해 ‘소문난 칠공주’는 주말드라마로는 최초로 10개월의 장기간에 걸쳐 경기도의 실제 군부대에서 촬영되기도 했다. 이처럼 드라마 앞에 더 이상 금지구역은 없다.

이는 한류로 드높여진 드라마의 위상을 반영한다. 단순한 연애드라마가 아닌 공항맨·정보맨 등 전문직 드라마가 각광받으며, 과거 엄두도 못 낼 장소에서 촬영이 이뤄지고 있다.

‘에어시티’ 제작사 윤호준 실장은 “드라마의 전문성을 위해 세트 대신 실제 공항을 직접 섭외했다”며 “공항공사 쪽에서도 전폭적 협조를 아끼지 않아 이같은 촬영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금지구역’의 문은 열렸어도 들어가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 ‘에어시티’의 이정재·최지우는 공항촬영 직전 국정원 요원으로부터 보안서약과 안전수칙에 대해 교육받아야 했다. ‘개와 늑대의 시간’의 경우 이준기·정경호 남상미는 물론 촬영스태프 전원이 보안서약서를 써야만 했다. 촬영장비와 의상 소품을 실은 차량에 대한 삼엄한 검색이 이루어졌음은 물론이다. 이정재·최지우 측은 “촬영 때마다 보안요원이 철통같이 감시해 금지구역 촬영임을 실감했다”고 밝혔다.

〈이종원기자 highe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