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안리
막장 드라마 홍수속, 숨은 보석 '스타의 연인'

한류의 위기, 그리고 한국 드라마의 위기를 극복할수 있는 대안




SBS 드라마 ‘스타의 연인’을 본 필자의 소감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왜 겨울연가에 일본 중년 주부들이 그토록 열광했었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는 것이다.

엽기적이고 극단적인 가족관계,고부관계가 연일 지속되는 드라마들, 비상식적이고 비인간적인 행각을 계속하는 4각관계 남녀들의 비현실적이고 이해할수 없는 행동들. 그런 막장드라마의 공해속에서 스타의 연인을 만난 느낌은 대략 이랬다.

마치 한여름 끈적끈적한 땀방울과 땟국이 덕지덕지 묻은 몸을 말끔히 샤워하고 나온 느낌, 몸속을 가득채운 노폐물을 맑고 차가운 한모금 샘물로 싹 씻어내려간 느낌.

‘스타의 연인’ 주제가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더니 이 드라마는 확실히 퇴폐적인 막장 드라마의 공해로 어지러워진 내 머릿속을 말끔히 정화시켜 주었던 것이다.

무공해 드라마 '돌아온 뚝배기' 對 숨은보석 '스타의 연인'

‘돌아온 뚝배기는 사실 무공해 드라마였다’ 지난해 저조한 시청률로 막을 내린 2TV 일일연속극 ‘돌아온 뚝배기’의 PD가 아쉬움을 토로하며 내뱉은 말이다.

실상 대다수의 일일연속극들이 신데렐라 스토리속에 극단적인 삼각관계와 고부갈등을 연이어 그려가며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속에서, 18년만에 돌아온 리메이크작이기도 한 ‘돌아온 뚝배기’는 본래 한국 일일연속극이 갖고 있던 전통적인 정서인 훈훈한 인간미와 가족애를 잔잔하게 그려 나가었다.

하지만 시간대를 잘 못 만난것인지 ‘돌아온 뚝배기’는 10퍼센트를 겨우 넘기는 시청률을 유지하다 조용히 막을 내렸다.

등장인물들간의 극단적인 가족갈등, 고부갈등 그리고 비상식적이고 몰상식한 행동들 게다가 비현실적인 설정이 계속 반복되는 이런 드라마들을 요즘 시청자와 네티즌들은 ‘막장 드라마’라 부른다.

하지만 제작진들은 늘 ‘욕하면서도 보지 않느냐?’며 여유로워 하고 있었다. 그것은 결국 설사 마약같은 작품을 내놓는다 할지라도 어리석은 시청자들은 결국 중독되고 말 것이라는 드라마 제작진들의 오만이고 용서할수 없는 우월감의 표출이었다.

그래도 결국 너희는 우리가 만든 드라마를 보고 있지 않느냐는 시청자들의 어리석음(?)앞에 우쭐해하는 우월감이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까지 깨닫지 못하고 있다. 겨울연가에 왜 일본 중년주부들이 열광했는지를, 동양적 가족애와 전통미가 묻어있는 한국의 드라마들이 왜 보수적인 동아시아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것인지를 말이다.

한류열풍이라며 떠들썩거릴줄만 알았지, 자기네 방송사가 제작한 드라마가 이렇게 세계 몇 개국에 수출되어 수십억을 벌어들였노라 우쭐거리며 자랑할줄만 알았지 한류가 지속되려면 대체 무엇을 어찌해야하는지 그러한 고민과 연구는 한번도 해보지 않았다는 증거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 '스타의 연인'

스타의 연인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였다. 톱스타와의 사랑. 평범한 남자라면 그저 꿈속에서나 한번쯤 그려보았을 상상. 그것을 드라마로 묘사했다. 그래서 어른들을 위한 동화다. 동화속 이야기들이 비록 현실에선 일어날 수 없을지라도 어린아이들에겐 잔잔한 감동과 교훈을 안겨다주듯 철든 어른들에게 아직도 이 세상에 순수한 사랑과 인간미가 존재한다는것을 보여주는 어른용 동화였던 것이다.

그래서 감동이었다. 막장 드라마로 찌뿌둥해진 머릿속을 말끔히 씻겨준 순수한 동화라서 감동이었다. 그리고 교훈이라면 이제야 겨울연가에 일본주부들이 그토록 열광했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를 깨달을수 있게해줘 그것이 교훈이었다.

그랬다 ! 그들은 지쳐있었던 것이다. 찌들어 있었던 것이다. TV를 켜면 온통 젊은이들 취향의 감각적이고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오락물 투성이. 그 홍수속에 자신들의 지난시절 젊은날의 사랑이야기 같은 그 순수함. 그 인간미를 그 향수를 그리워 했던것이다.

그리고 겨울연가는 확실하게 그들의 순수한 사랑에 대한 목마름을 해결시켜 주었고, 젊은 세대를 위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동영상속에 찌들어있던 그들의 머릿속을 말끔히 정화시켜준 청결제 역할을 해주었기에 배용준에게 최지우에게 그리고 겨울연가의 눈오는 동영상속에 감동하며 눈물흘렸던 것이다.

한류가 중국대륙을 휩쓸고 있을때, 인터뷰에 나온 한 젊은 중국인은 한국 드라마의 특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베드신이 안 나와서 좋다!”. 또 겨울연가 열풍때 한국 방송사의 인터뷰에 나온 50대 일본인은 이렇게 말했다.

“요즘 아이들한테 보여주고 싶다. (요즘 일본 아이들은 한국 젊은이들에 비해) 너무 버릇이 없다.”.

그렇다면 요즘의 한국 드라마들은 그때 한류와 관련한 인터뷰에 대답한 중국 젊은이나 일본 노인의 기대와 요구에 부응하고 있나?  아니, 그렇지 못하다. 아니, 요즘의 막장 드라마를 보다보면 차라리 고품격의 미국영화나 일본 드라마를 보는게 더 정신건강에 좋다는 말을 하고 싶을 정도다.

막장 드라마라도 시청자들 욕하면서 보지 않느냐? 그렇게 대답하는 방송 관계자들은 한류를 가능케 했던 그 무엇이 과연 무엇이었는지 아직까지 깨닫지 못한 어리석은 사람들이다. 한국 드라마가 동아시아에서 통했던것.
그것은 한국 드라마속에 녹아있는 순수한 사랑이라던가 인간애,가족애 그런것들이 아시아적 정서에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보수적인 이슬람권 국가나 심지어 아프리카에까지 통할수 있었던 것이다.

겨울연가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젊은 세대 취향의 일본 대중영상에 찌들고 등을돌린 일본 중년주부들에게 청량제였으며 카타르시스 였던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막장드라마에 찌든 한국 젊은이들이 대신 일본이나 미국의 전문직 드라마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제야 좀 정신을 차렸음인지 작년부터 우리나라 드라마들도 소위 전문직 드라마를 만들고 있긴 하지만, 이미 미드와 일드에 익숙해진 젊은 네티즌들 눈에는 2퍼센트 부족한 아쉬운 작품들일뿐이다.

한국 드라마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막장 드라마 시대는 결국 한류의 막장시대로 이끌고 있다. 고액의 출연료 때문에 제작비만 턱없이 높아지고,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좀 더 자극적이고 엽기적인 줄거리와 상황설정을 할 수 밖에 없는 빠듯한 시간속에 제작되는 일일극이나 주말극들.

이제 이 미친 무한경쟁을 잠시 멈추고 무엇이 한류를 가능케 했는지, 왜 겨울연가와 대장금이 전 세계를 그토록 뜨겁게 달구었는지 다시한번 깊이 생각해보자.

다행히 아직까지 대장금이 지금도 중동이나 동유럽 또는 아프리카 어디선가 한류의 마지막 불씨를 살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한류는 아직 가능성이 남아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 불씨가 꺼지기 전에 다시한번 한류를 되살릴 방법을 모색해보자.

20부작으로 기획된 스타의 연인은 현재 전체 분량의 3분지 2 이상이 방영 이제 종반부를 향해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시청률이 한자리에 머물고 있는 현실이 그저 아쉬울 뿐이다.

스타의 연인의 경우엔 대진운이 좋지 않기도 했다. 한마디로 운이 따라주지 않은것이다. 스타의 연인의 경쟁작은 김진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고구려 3대 금대무신왕의 일대기를 그린 사극 ‘바람의 나라’(KBS)와 전문직 드라마를 표방한 그리고 90년대 중반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종합병원의 2탄격인 ‘종합병원 2’(MBC)였다.

사실 스타의 연인이 막장드라마와 시청률 경쟁을 하는 상황이었다면 필자의 하고싶은 이야긴 더 많고 길어졌을 것이다. 막장 드라마를 꺾었든 막장드라마에 밀렸든지간에.

돌아온 뚝배기의 작가 김운경씨도 종방연에서 이런 말을 했었다. ‘꼭 무슨 의사 나오고 판검사 나오는 것만이 전문직 드라마냐? 설렁탕 만드는일도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전문직이며 장인정신이 묻어난 드라마다’.

다른 일일연속극등에 밀려 좋은 시청률이 나오지 못한 작품이지만, 실상 그 속을 들여다보면 조미료를 치지 않은 독이 들어있지 않은 무공해 드라마였고, 게다가 요즘 젊은 세대들이 요구하는 전문직 드라마였기에 작가의 아쉬움은 한층 더 했을것이다.

하긴 따지고보면 그렇다. 무슨 메디컬 드라마니 법정 드라마니 전문직 드라마하면 바로 떠오르는 이미지가 그런것들이라 요즘 젊은 세대들에겐 일일연속극이 전문직 드라마라는게 이해가 가지 않을지 모르지만. 따지고 보면 그 옛날 안방극장에서 우리 부모님 세대의 가슴을 훈훈히 적셨던 일일극을 보면 요즘으로 치면 전문직 드라마의 범주에 포함시킬만한 성격의 것이 많았다.

평생을 한가지 전통문화나 기술에 몸바쳐온 인간문화재인 가장도 많았고 수십년째 외고집으로 식당을 운영하는 욕쟁이 할머니나 고집불통의 할아버지가 집안의 어른인 경우도 많았다. 그리고 그 전문직에 종사하는 가장하에 몇형제 혹은 몇자매나 몇남매의 지지고 볶고 하는 사랑이야기, 가족이야기가 우리를 감동시켰던 것이다.

마치 권불십년이란 말을 실감케 하듯 10여년만에 한류가 수그러들고 있다. 한국 드라마의 위기가 곧 한류의 위기로 직결되고 있다. 마치 칼로 흥한자 칼로 망하듯 드라마로 인해 일어난 한류가 막장 드라마 때문에 위기국면을 맞고 있는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우리나라의 드라마 작가와 제작진들에게 초심으로 돌아가 분발할것을 요구하는 바이다. 겨울연가와 가을동화로, 풀하우스로, 대장금으로 아시아를 열광시켰던 어제의 한국 드라마들이다.

자극적이거나 선정적이지 않은 순수한 사랑이야기. 그리고 동양적 가치관인 가족애와 인간애가 묻어난 그런 드라마들이 서양문물에 찌들고 등을 돌린 보수적인 동양의 안방극장에 찾아와 그들의 정서를 자극시켰던 것이다. 잃어버린 향수를 불러일으켰던 것이다.

지금 밖에 눈이 내리고 있다. 겨울연가에도 눈쌓인 거리가 늘 배경이었고 스타의 연인에도 눈오는 풍경이 있었다. 눈은 사람의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작용을 한다. 하얗기 때문이다. 그래서 눈은 곧 순수와 순결의 이미지로 이어진다.

그런 하얀 눈과 같은 상태로 다시 돌아가자. 그 하얀눈속에서 다시한번 창작의 열의를 불태워보자.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에 찌든 이 문명사회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그 무엇인지 다시한번 고민하고 연구해보는 그 시간을 가져보자. 한류의 위기, 그리고 한국 드라마의 위기를 극복할수 있는 대안은 바로 그 하얀 눈과 같은 상태에서 다시 찾을수 있을련지도 모른다.


2009/01/30 [13:19] ⓒ 신문고



댓글 '1'

지우예찬이

2009.01.31 22:53:42

속이 너무 시원해요!!!
어쩜 내가 느끼고 안타까워 하던 그런 부분들을 꼬오옥
집어서 글을 쓰셨는지 존경합니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 스타의 연인으로 정말 메말라가는 우리의 정서를 일깨워주지요
사랑해요 스타의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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