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회 시청소감

조회 수 3192 2009.02.05 09:10:04
사실 17회는 드라마 시청소감 같은 것 쓰고 싶지 않았어.
이미 정해진 해피엔딩(철마 중심이기는 하지만)을 향해가는 멜로 드라마를 보고 있노라면 할말이 많지 않지, 뭐...
거기다 1년후 크리까지 있으니, 그 사이 인물관계에 대해, 뭐, 분석할 것도 없구...
결론은 그거잖아. 헤어져 있었어도 둘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고, 주변 사람들(이래봤자 우진이랑 은영이지만)도 그것을 눈치채고 있었고..
그간 갤 눈팅을 하면서, 뭐, 17회, 18회를 두고 이러니저러니 논란이 됐던 것 쇟도 알고 있었던 탓에, 오늘은 맘을 비우고 봤다고 해야하나....어찌되었든 생각했던것만큼 막장은 아니구나(아, 이런 표현 쓰면 충격받을 횽들 있을려나? ㅠㅠ) 그렇게 생각했어.



1.17회 같은 상황이 현실에서 일어난다면.....

쇟은 17회를 보면서, 사실 조금 불편했어.
16회를 보면서, 스연에 더이상 심하게 몰입하지 말자고 느꼈기 때문에, 17회는 어느정도 거리를 두고 시청했지.
그러다보니까, 스연을 보는 동안, 자꾸, 그러면 안되는데, 철마의 사랑에 몰입하기보다는, 저런 상황이 현실에서 일어난다면, 쇟이 철수라면(마리에는 절대 감정이입이 안되니까ㅠㅠㅠ) 어떨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


마리가 철수에게 그렇게 잔인한 짓을 하고도, 스키장에서 철수에게 따지듯이 묻는 장면, 우리가 사랑한게 착각이었단 말이지? 하는 부분에서 특히 그랬어. 한때 연인이었던 사람과의 관계를 가짜라고 공공연하게 말하고서, 이제 헤어져서 맘정리하고 싶은 전 애인에게, 계속, 결혼했느냐? 우리 사랑이 착각이었느냐? 확인하는 것은 솔까말, 쇟이 철수라면 진저리 쳐질 것같아.


물론 스연에서는 철수 마리 모두 서로를 잊지 못하고 있지. 서로에 대한 사랑때문에 마리는 깡소주로 밤을 지새고, 철수는 지나간 사랑의 기억때문에 줄구장창 피가 철철나는 러브스토리를 썼으니까. 안교수가 "피가 철철나는" 이라고 말한 것은 그 러브스토리가 너무나 치명적인, 그래서, 한사람의 인생을 찢어놓을 것같은 파괴적인 사랑에 관한 것이었기 때문일거야.
즉, 마리는 자신의 사랑의 추억으로부터 도망쳤다면, 철수는 자신의 사랑을 추억하는 쪽을 택했다고 생각돼.
사랑을 망각하기로 맘먹은 마리와, 그 사랑을 기억하고 추억하는 철수 둘 중에서 누가 더 많이 아파한 것일까?




2. 미안해서 잊고 싶은 사랑과 너무 아파서 미워지는 사랑

사랑했던 사람의 기사도, 책조차도 읽지 않은 이마리, 정우진과 친구이상 연인 이하의 애매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사적 공간인 집에 절대 밤에 들이지 않은 이마리에게 지난 1년은 어땠을까?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남주, 여주의 숨어있는 마음 1인치까지도 보여주는 멜로 드라마에서야, 마리가 어떤 1년을 보냈을지 눈치채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야. 오작은 마리가 비난받을까봐, 냉장고 가득, 소주를 보여주고, 마리가 소주를 병채 들이키는 모습을 보여줬어. 술없이 지탱하기 어려울만큼 힘들었구나, 술기운을 빌려 잠들만큼 불면의 밤이었겠구나, 이런 짐작을 하게 해주었지. 공식적인 연인사이인 정우진조차도 밤에는 집에 들이지 않을 정도로 밤에 이마리는 집에 틀어박혀 고독하게 병채 소주를 들이키면서, 빨리 잠들기를 원했을거야.


그래, 마리는 사랑을 기억하는 쪽이 아니라 망각하는 쪽을 택했어. 그 기간동안, 철수의 책을 사놓고도 한페이지도 읽지 못했을만큼 그녀는 철수의 기억으로부터 도망다녔어. 이마리의 책꽂이에 꽤 많은 책들이 꽂혀있었는데, 이마리가 정작 김철수의 책을 읽지 못했던 건, 그 행위만으로도 자신이 김철수에게 한 짓이 떠오르고, 그에게 가는 맘을 다잡을 수 없을 것이었기 때문일거야. 미안할수록 더 기억나는 이름, 그것이 아마도 김철수였겠지.
이마리에게 김철수는 스스로 피하지 않으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죄책감과  미안함때문에 맨정신으로는 도저히 잠들수 없을만큼 아픈 존재였어.


반면, 김철수는 소설을 쓰지. 그가 꿈의 밤(밤의 꿈인가?)에서 하얀 꿈 속의 연인을 언급했을 때, 그것은 어딘가에서 그 소설을 보고 있을지도 모르는 이마리에게 보내는 메시지였을거야. 이 소설을 읽는 당신, 우리 사랑을 한번 추억해봐, 당신은 나에게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말과 모순되는 행동을 제멋대로 일삼는 막무가내 연인이었어. 이기적이었던 당신, 내 인생을 송두리채 흔들어놓고도, 나를 사랑한적 없다고 기자회견까지 한 당신, 우리 관계를 가짜라고 부정하고, 사랑하지도 않는 다른 남자와 결혼 발표한 당신, 내가 그어놓았던 금을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와 놓고도, 다시 재회한 첫사랑과 나를 두고 저울질했던 당신, 그런 당신에게 우리 사랑은 도대체 어떤 것이었어?, 내가 기억하는 우리 사랑은 이렇게 파괴적이고, 쓰라렸다고 말하고 있었던 거겠지. 그 과정에서 철수는 마리를 지독히도 미워했을거야. 미워하지 않고서는 글을 쓸 수 없었을테니까. 피 철철 흘리는 러브스토리는 사랑의 밑바닥까지 들여다봐야 나오는 거잖아. 너무나 고통스러웠던 둘의 연애와 이별을 소설 작업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철수는 마리를 미워할 수 밖에 없었어. 잊혀지지 않는 당신를 미워함으로써 우리 사랑에 작별을 고하겠노라고 김철수는 생각했겠지.




3. 마리유감-자신이 만든 비극의 주인공?

애당초 둘의 이별에서 가장 큰 문제는, 연인사이에 있어야할 작별의식이 없었다는 거야. 김철수에게 이마리의 행동은 배신이었어. 자신과의 약속을 어기고, 갑작스럽게 결혼발표한 연인을 누가 용서할 수 있겠어. 이마리는 김철수에게 왜 이별을 택할 수 밖에 없는지, 왜 정우진과 결혼 발표를 할 수 밖에 없는지 설명하지 않고, 침묵하는 편을 택함으로써, 자신을 신파극의 여주인공으로 만들어버렸어. 그렇게 함으로써, 이마리는 객관적으로는 김철수를 배신했지만, 주관적으로는 불쌍한 인물로 남을 수 있었지.


쇟이 제일 싫어하는 인간형이 이런 사람이야. 주변상황때문에 어쩔수 없었다고 말하면서, 자신을 상황의 희생양으로 만들고, 동정의 여지를 남기는 인간...결국 이별을 택한 것도, 김철수를 배반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마리 자신이야. 아무리 이마리가 자신이 김철수를 보호하기 위해 그런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고 항변해도, 그건 다 핑계일뿐이야. 솔까말, 아무도, 두사람에게 이별하라고 강요하지 않았어. 김철수의 소설가로의 입지를 세우기 위해 이별을 택했노라, 그래 겉보기에는 정말 자기희생적인 연인이지...하지만, 김철수의 소설가로서의 입지를 세우는데는, 이마리보다 솔까말 은영이가 공헌을 많이 했어. 결과론적으로 보면, 김철수가 이마리와의 이별의 충격과 고통속에서 좋은 작품들을 썼으니까, 이마리와의 연애가 김철수의 소설 창작에 기여한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야. 하지만, 그건, 이마리가 김철수와 헤어지지 않았어도, 마찬가지였을거라고 생각해. 적어도 첫번째 소설은 둘의 잔인한 이별 전에 완성된 책이었으니까.
그러니까, 이마리는 너무 힘드니까, 그냥 떠난거야. 떠난 후에 소주병으로 나발을 불면서 아무리 힘들었다고 해도, 그건 스스로 떠난 것을 정당화시켜줄 수는 없어.


그런데, 그렇게 헤어진 이마리는 1년후에 약혼자가 준 다이아몬드 반지를 끼고 나타나서, 자꾸 물어. 떠날 당시에 아무 말없이 떠났던 이마리가, 철수에게 자꾸 사랑이 아니었냐고, 왜 사랑이 아니냐고 따지는 것 솔직히 싫었어. 힘겹게 왜 사랑이 아닌지 말하는 김철수 눈에 흐르는 눈물을 보면서도, 이마리는 정녕 사랑이 아니었는지, 왜 사랑이 아닌지, 궁금했던 것일까? 자신의 입으로 사랑이 아니었다고 말했던 이마리가 김철수의 입에서 듣고 싶어했던 말은 우리 사랑은 절대, 가짜가 아니었다, 내 감정은 착각이 아니었다는 말이었을거야.  하지만, 그게 얼마나 잔인한 것인지, 이기적인 행동인지 이마리는 진짜 모르는 것일까? 나도 그동안 너만큼 힘들었다고 하면, 소주없이는 잠들수 없을 만큼 힘들었다고 하면, 너에게서 필사적으로 도망치느라 널 잊은 척 했노라고 하면,  다 용서되는 것일까? 자신이 버린 남자에게 지금의 나라면 사랑하지 않았을거냐고 묻는 것, 정말이지 화났어. 이마리가 원하는 답이 무엇이었든지, 그것은 김철수 말대로 현재의 연인에 대해 예의가 없는 행동이었고, 과거의 연인에게 물어볼 질문은 아니었어.




4.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는 이기적인 연인?!

사랑이 아니었는지, 왜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하는지, 이 질문은 김철수가 이마리에게 해야할 질문이지 이마리가 김철수에게 할 질문은 아니었어. 우리가 정말 사랑한거니? 너 나 사랑하기는 한거니? 이런 질문을 겉보기에는 가해자인 쪽이 하는 것(연인관계에서 가해자는 말이 좀 그렇긴 하지만)때문에 이마리는 쇟과 코드가 다르구나 확실히 느꼈어.
드라마를 드라마로 즐기기에는 스연의 이마리는 쇟의 이해의 범주를 넘어서버린 것같아.


오래만에 좋은 들마, 좋은 남주, 좋은 여주를 만났다고 좋아했는데, 뭐 드라마니까, 어차피 둘은 파란만장한 과정을 거치고서도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운명의 짝이라고, 김철수는 지지리도 못난 넘이라, 아무리 아니라고 부정해도, 이마리 앞에서는 무너질 수 밖에 없다고, 어차피 전혀 장애같지도 않은 장애때문에 헤어졌고, 둘의 사랑은 업그레이드되서 돌아왔으니,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경지에서 그들은 자신들의 사랑을 완성해가고 있는 것이라고, 이렇게 모든것을 납득하려고 하면 어려운 일도 아니지. 그래, 어차피 드라마니까...


그렇지만, 적어도 다그치는 이마리앞에서 눈물까지 흘리면서, 한마디 한마디를 속에서 긁어올리듯 고통스럽게 대답했던 김철수가 너무나 안쓰러워서, 맘이 아파서, 오늘은 마리가 미웠어. 그래, 이마리, 넌 강해. 누군 사랑이 권력 관계라고 하더라. 그말이 맞다는 것을 수긍하는 쇟에게 너는 분명, 김철수보다 강한 사람이야. 더 많이 사랑해서 상처받은 김철수보다 넌 분명 강해. 언제든지 돌아오면 받아줄 연인이 있고, 언제든지 흔들면 흔들리는 전애인이 있는(아, 이 무슨 말도 안되는 드라마적 상황이란 말인가? ㅋㅋ), 이렇게 매력넘치는 너에게, 안간힘을 쓰는 김철수를 흔드는 건 식은죽먹기일뿐이야. 그러니, 넌 분명 강해.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네가 그렇게 강하기 때문에, 사랑했던 사람앞에서도 사랑하는 사람앞에서도 너무 강하기 때문에, 난 너같은 사람은 절대 연인으로는 만나고 싶지 않아.


쇟에게 스연 이마리는 절대 감정이입하기 어려운 캐릭이야. 하지만, 이 모든 비판에도 불구하고, 스연을 그저 철마 컵흘의 해피엔딩을 지켜보기 위해 시청하면, 17회는 행복한 한 회였어. 개연성이 있건 없건, 멋있는 김철수의 자발적 킷흐씬은 분명그동안 스연을 기다려 온 이들에게는 해피엔딩의 확신을 주었으니까.


[펌]디씨갤. 촬수님

댓글 '2'

2009.02.05 10:06:51

지우씨 팬이라 이마리캐릭터만 욕했지만 철수캐릭터도 만만치 않아요..
철마커플은 표면적으로 부도적인 사건(대필)으로 시작되었고 여주인공이 애인있는 남자를 가로챈 삼각관계형성이었으니 시청자에게 그들의 사랑을 이해시키는건 한계가 있고 러브스토리가 답답하게 느껴지는 이유기도 하고요..
막장이지만 인기있는 드라마는 사실 관계설정을 어떻게 하든 정의를 추구한다는 거예요.. 불륜남녀에게 복수한다는거 어차피 악인은 벌 받는다는거 인과응보의 가정을 치밀하거나 자극적으로 확실히 보여주죠.. 스연은 일종의 범죄자 둘의 관점에서 얘기가 진행되니 거북한게 사실이고 그들이 죄에 대해 책임을 지는 씬도 그다지 설득력있게 그려지지 않았고 우린 사랑해도 헤어지는 벌을 받고 있다 이렇게 면죄부를 두고 내용을 그리니 두 주인공의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기대하는건 어렵다고 봐요.. 전 어느 순간 캐릭터에 대한 기대를 못하겠더라구요.. 이런 사랑도 있구나 하고 넘기는 수밖에요..

소연

2009.02.05 10:17:30

저는 둘의 상황이 마음아파도 마리와 철수의 헤어지려고 해도 만나면
서로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두명이 이해가 되더라구요.
지우씨가 그려내는 마리가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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