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열애설에 대한 조금은 삐딱한 시선

조회 수 3238 2009.03.06 11:54:29
[김범석의 사이드미러] 열애설에 대한 조금은 삐딱한 시선

[일간스포츠] 2009년 03월 06일(금) 오전 11:37

[JES 김범석] 연예 기자에게 스타들의 열애설은 일종의 팜므파탈이다. 열애설처럼 유혹적인 기사가 드물기 때문이다.

웬만한 기사 보다 가독성이 높고, 엄청난 파급력도 갖고 있는 게 바로 열애설이다. 당사자와 기획사로부터 '서운하다' '두고 보자'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지만, 기자로서 '뭔가 한 건 해냈다'는 뿌듯함에 비할 바는 아니다. 그래서 오늘도 많은 연예 기자들은 수많은 열애설을 찾아 발품을 판다.

사실 '써달라'는 기사 보다 '쓰지 말아달라'는 기사에 확 끌리는 게 기자로서 인지상정이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일수록 훨씬 대중 친화적이다. 대중들은 그만큼 꼭꼭 숨어있는 연예인들의 감춰진 사생활에 대한 엿보기 심리가 강하고, 우리나라는 특히 그렇다. 이를 상수도와 하수도에 비유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대중들은 '베바' 김명민의 신들린 연기에 환호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누가 누가 사귀는지, 어떤 커플이 헤어지는지, 그 속내는 뭔지에 대해 굉장히 관심이 많다.

열애 소식이 알려진 다음날 스타벅스와 커피빈에 가본 적이 있는가. 조금 과장해 한 자리 건너 그 얘기를 들을 수 있다. 열애설이 나오면 인터넷을 통해 100건 이상 똑같은 기사가 복제되고, 케이블 채널까지 가세해 연예인이 사는 집 경비 아저씨의 한 마디까지 보태주니 이 정도면 가히 '연예 공화국' 수준이다. '허접한 찌라시에 관심없다'는 사람이라도 열애설에서 이탈해있기 힘든 게 사실이다.

온라인 미디어가 뿌리내리지 않았을 때 톱스타 열애설은 신문 판매의 효자 아이템이었다. 야구 시즌이 끝난 뒤부터 봄까지 열애설이 자주 지면에 등장한 이유다. 그래서 내공 있는 연예인들은 후배들에게 "겨울에는 해외에서 만나라"는 팁을 전수하기도 했다. 물론 지금이야 유효기간이 다한 이야기가 됐지만.

열애설이라도 모두 각광받는 건 아니다. 열애설에도 일정한 '급'이 있다. 가장 드라마틱한 건 '올인'처럼 드라마 속 연인이 실제 연인으로 밝혀졌을 때다. 선남선녀 두 청춘이 화면 밖에서도 불같은 사랑에 빠졌다는 소식은 장안의 지가를 올릴 정도의 괴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누가 봐도 알 만한, 신인 띄우기용 열애설이나 '미안하다 관심없다' 류의 관심권 밖 연예인들의 열애설은 종종 굴욕의 대상으로 소비되고 만다.

열애설이 꾸준히 애용되는 이유 중 하나는 그 자체로서의 연속성 때문이기도 하다. 열애설 기사의 말미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결혼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에서 알 수 있듯 열애설은 1회용 단발 아이템에 그치지 않는다.

열애설의 두 주인공은 극단적으로 말하면 '헤어지거나, 결혼하거나' 두 가지 선택 중 한쪽 길을 걸을 수 밖에 없다. '한고은과 김동원 감독은?' '이보영과 지성은?' 식으로 자가 발전하는 것이다.

연예인들이 열애설을 꺼리는 진짜 이유가 실은 이 지점이다. 또 한번 미니홈피를 닫아놓아야 할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번잡스러움이다. 미혼 시절 적잖은 열애설에 휩싸였던 한 여자 연예인은 기자를 만날 때마다 "왜 유독 내 연애사만 생중계 되는 거냐"며 볼멘 소리를 내뱉기도 했다. 진짜 '선수'들은 감쪽같이 만나고 헤어지는데, 왜 순진한 사람들만 당하느냐는 불만인 것이다.

열애 기사도 점점 진화하고 있다. 기획사의 오리발 대응에 맞서 데이트 모습을 포착해 알리는 인터넷 미디어까지 등장했다. '알 권리'와 '아는 재미'를 놓고 갑론을박이 있지만, 덕분에 네티즌들은 호텔 수영장에서 장난치는 이효리와 눈 오는날 아이비의 키스 장면, 비서처럼 최지우의 가방을 들고 서있는 이진욱의 사진을 감상할 수 있었다.

기사를 막기 위해 이 언론사를 찾아간 매니저들은 이들이 보여주는 수 백장의 사진을 본 뒤 "예쁘게 써달라"는 말을 남기고 허탈하게 돌아선다고 한다. 공개되면 더 큰 파장이 예상되는 사진을 확인했기 때문일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연예인으로 산다는 것, 점점 고단할 것 같다. 돈과 명예를 거머쥔 만큼 어느 정도 사생활은 침해 당해도 된다고 믿는 인터넷 미디어의 퇴행현상이 계속된다면 말이다.

김범석 기자 [kb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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