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팅힐

조회 수 3216 2009.05.03 03:06:26
...당신이 여기에 와 주신 것을 늘 기쁘게 생각하겠습니다...

스타의 연인을 두고 한국판 '노팅힐'이라고 말들 하시더랬죠...
노팅힐... 그 영화를 이전에 본 적이 있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했습니다... 줄리아 로버츠와 휴 그랜트가 나왔었고... 여주인공이 남자셔츠를 입은 모습을 두고 얼마나 사랑스럽고 얼마나 섹시했는지 세월이 지나도 그 장면은 자주 인용되었더라는 정도로 기억하고 있었죠.
그런데 엊그제 모 방송사에서 방영하고 있더라는 겁니다... 이미 시작한지 반은 더 지났었지만.

여하튼 제대로 본 적 없었던 그 영화를, 역시 이번에도 제대로 보지는 못했지만 스타의 연인과 비교하면서 뒷 부분이나마 나름 흥미롭게 봤습니다. (네아님은 수준 높게 스연에 나왔던 책을 읽고 계시지만 저는 아직 수련이 부족하여 그냥 쉽게 영화로 떼우고 있습니다...)

영화(짧은 시간 안에 할 말을 다 해야 하는)라는 장르여서 그런지 '노팅힐'은 내용 상으로는 '스타의 연인'의  일본에서 전개된 부분 정도의 갈등만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한국에 들어와서 마리와 철수는 너무 힘들었잖아요. 어쩌면 오로지 순수한 멜로 드라마로 승부를 걸고자 했다면 일본에서 알콩달콩 행복하게 지내고 더 이상 갈등상황은 만들지 않으면서 영화 '노팅힐'처럼 끝낼 수도 있었을텐데.
하지만 '스타의 연인'은 그냥 단순한 멜로이기를 거부했지요.(그래서 저는 더 좋았습니다. 좀 마음이 많이 아프긴 했지만...)
어쨌거나 복잡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므로 이 부분은 통과하겠습니다.

애나와 데커(노팅힐의 여주와 남주 이름),
마리와 철수.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아는, 아름답고 별같이 빛나는 여배우와 좀 잘 생기고 지적인, 아주 평범한 남자가 만나서 사랑을 합니다.
여느 다른 연인들처럼 처음엔 호기심으로 다가가고, 약간의 우연으로 다시 만나고, 자신의 의지로 필연을 만들지요. 그리고 나머지는 운명이라고 할까요?

악성 루머 때문에 상처받은 애나가 풀죽은 모습으로 데커의 허름한 집에 찾아들고, 데커는 그녀를 위로하면서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우리 철수는 어림없었죠, 위로는커녕 기름이나 부어대고...늘..) 애나는 자신이 최악의 날이라고 생각한 날이 오히려 그 반대가 된 것에 즐거워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한 것도 잠시. 어떻게 알았는지, 데커의 집 앞에 몰려들어 후레쉬를 터뜨리는 기자들...

애나는 데커에게 소리를 지르면서 마구 화를 내는군요. 마리가 철수에게 팝콘 봉지를 뒤집어 씌우던 그 날 마리가 철수에게 짜증 부린 것처럼. 애나는 기자들에게 자신의 은신처를 제보한 것이 데커의 친구가 틀림없으며 자신을 이용하려고 한다고 분노합니다. 데커는 침착하게 애나를 진정시키려고 노력합니다.(까칠 철수와 자꾸 비교하게 됩니다. 철수는 화만 냈잖아요, 마리가 하는 말은 들으려고 하지도 않았고... 한국남자와 서양남자의 차이인가요? 쩝... 여하튼 애나가 소리 지르는 장면이 무척 통쾌했습니다. 마리도 저렇게 분노를 터뜨릴 수 있는 장면이 있었어야 했는데.)

대커:
"그냥 웃고 넘길 수 없어요?
좀 넓게 보면 이 일은 아무것도 아니예요. (중략)
대범하게 생각해봐요."
(까칠철수처럼 설교하는 분위기 아님)
애나:
"당신이 단 10분 겪은 이 쓰레기같은 가십에 난 10년이나 시달려 왔어요!"
(분노로 부들부들~)
데커:
"오늘 신문은 내일이면 쓰레기 통으로 들어가요. 단 하루 뿐이라고요."
(부드럽게 달래면서, 호소력있는 목소리로)
애나:
"신문은 영원해요...
나는 이 일을 영원히 후회할 거예요."
(데커 집에서 머물렀던 일, 함께 있었던 시간을 후회한다는 말)
데커:
"그렇군요...
전 그 반대로 생각할 겁니다.
당신만 괜찮다면... 당신이 여기에 와 준 걸 늘 기쁘게 여길 거라고..."

철수네 집을 찾아드는 마리에게 철수 또한 데커처럼 그런 마음을 가졌었겠죠. 그런 마음을 한 번 쯤은 저렇게 표현해 주었더라면 드라마를 보면서 이렇게 마음 아프진 않았을텐데 말이죠. 마음으로만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고 아쉬움을 추스리는 것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러니... 직접 연기했던 지우님은 더 힘들었겠지요. 마리도 속 시원하게 철수에게 화 내고 소리도 지르는 모습 보여줬으면 얼마나 좋을까...
한국에 들어온 이후 마리가 너무 기운없어져 버려서... 흑...

'너가 여기에 와 준 것, 나에겐 얼마나 기쁜지 몰라, 너만 괜찮다면 난 영원히 기억할거야.
그러니 기운내!'

댓글 '6'

daisy

2009.05.03 09:40:04

영화 노팅힐에 나온 윌리엄 데커 (휴 그랜트)와 안나 스콧(쥴리아 로버츠)의 캐릭과
스타의 연인의 작가 김철수와 영화배우 이마리의 캐릭이 완전 다릅니다.
사실은 영화작품과 드라마를 비교 분석하기는 어렵구요.
그러나 스타의 연인은 주인공들의 주위 친지의 인물들에 더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영화 노팅힐은 아주 재미있게 보았고, 스연은 해피엔딩 결말에도 불구하고
복습하면 여전히 슬프고 가슴이 절절해지는 드라마~
참고로 휴 그랜트는 명배우 캐리 그랜트의 아들로 옥스포드 대학 재학중에 영화에
출연했고, 지금은 제작회사를 연인과 설립.. 제작자로 활동 중...

2009.05.03 10:41:40

혹시 오해 있으실까봐서... 가볍~게 읽어주세요~ 스연과 노팅힐을 비교해서 분석하려는 의도로 쓴 글은 아니옵니다.^^
인간의 감정을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영화와 드라마라는 차이가 있지만 비슷한 장면을 같은 선상에 놓아 봤습니다. 음... 비슷한 사건에서 인간은 이러한 다른 반응을 보일 수 있다.... 이런 정도로 생각해 주십시오. ^^

daisy

2009.05.03 14:17:00

봄날씨 특유 찬란함에 현기증이 나는 오후에 서둘러서 귀가했습니다.
준님이 그런 생각이 들게 하는 댓글이었나요?
전혀 아닙니다. 반가워서 달아 본 댓글이었으니 다른 의미 두지 마세요.

네아이아빠

2009.05.04 13:44:10

두분의 전문가적 시각에 다른 사람들... 댓글 달 엄두가 안나겠는걸요 ^^

daisy

2009.05.04 23:04:42

네 아 님! 다녀가셨네요.
휴일이 길어져서 가족 나들이는 나가셨나요?
아닌 사람한테 그런 말씀하시면 핀잔이 아닌가요? ㅋㅋㅋ...

2009.05.05 16:15:43

네아님~ 책 읽으시고 저도 좀 빌려주시와요~ 수준을 좀 높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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