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타 인터뷰] '여배우들' 최지우, 언제까지 공주일순 없겠죠
깍쟁이 캐릭터 연기하며 순발력·애드리브에 당황… 여배우들 심리 솔직 표현
"'네가 언제까지 공주야?'라고 하시더라고요, 하하."

'지우히메' 최지우가 공주의 모습을 벗었다. 최지우는 영화 <여배우들>(감독 이재용, 제작 뭉클픽쳐스)에서 자신의 이름 그대로 출연해 고현정과 악다구니 싸움을 벌이기도 하고, 공주 대접을 받고 싶어하는 얄미운 캐릭터를 실감나게 연기했다.

최지우의 영화 출연은 2006년 <연리지> 이후 4년 만이다. 최지우 스스로도 그렇고, 주변에서도 <여배우들>을 스크린 복귀작으로 택한 것을 의외라고 여겼다. 영화 속에서도 자신의 이름 그대로 출연하는데다 실제와 허구를 넘나들기 때문. 그야말로 잘못하면 '본전' 밖에 못할 수도 있는 작품이었다.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 '분장실 강선생' 컨셉트라고, 선후배 사이의 일이라고 해서 참 재미있겠다 싶었어요. 시간이 지나고 촬영 날짜가 가까울수록 불안했죠. 그렇게 얇은 시나리오는 처음 봤어요. 대사도 구체적이지 않아 순발력이나 애드리브가 부족한 제가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컸죠."


촬영 첫 날 처음으로 배우들과 만났다. 감독의 의도였다. 첫 촬영이 고현정과 말다툼하는 장면이었다. 시나리오가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화를 내고 싸우고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 어색하기만 했다.

"(고)현정 언니와 싸우는 장면 찍고 제 한계가 드러나 잠이 안 왔어요. 함께 출연한 배우들이 용기를 줬어요. 사실 이 작품을 선택한 것부터 용기였던 것 같아요. 이미숙 선배님이 '네가 언제까지 공주야?'라며 힘을 주셨죠."

최지우는 촬영을 하며 얄미운 모습으로 등장하는 자신의 모습을 굳이 바꾸려고 하지 않았다. 무리 중 가장 예뻐 보이고 싶어하는 여배우, 여자들의 심리를 숨기지 않았다. 대신 실제로는 속으로 끙끙 앓는 편이라면 이번에는 시원하게 속을 드러냈다.

"시원하게 저지르고 나니 좋던데요. 앞으로 한 번 해 볼까, 싶기도 하고요. 호호."

최지우와 친한 배우 유호정이나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경민 등은 최지우를 '세상에서 가장 웃긴 사람'이라고 말한다. 엉뚱한데다 편한 사람들 앞에서만 나오는 유머 감각 덕분이다. 대중이 알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이미지다.

"선입견은 제가 만들었다기 보다 어느 순간 뒤돌아보니 만들어져 있었던 것 같아요. 오래 만나고 신뢰가 쌓이고 저의 진솔한 부분을 보여주는 게 쉽지 않잖아요. 제가 먼저 활달하게 다가서고 리드하는 성격도 못 되고요."

최지우는 <여배우들>을 촬영하기 전 친분이 있던 김민희를 제외하곤 모두 처음 만났다. 자신 또한 다른 여배우들에게 선입견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윤여정 선생님은 무서울 것 같고, 이미숙 선생님은 직설적일 것 같고… (김)옥빈이도 4차원일 것 같고, 그랬었죠"라며 "역시 사람은 만나보고 대화해 봐야 한다는 걸 느꼈죠. 그동안 제가 열고 나가기 어려웠는데 다가가게 되는 저를 느꼈어요. 다른 분들도 '너란 애, 화면으로만 보다 새로운 면 봐서 좋았다'고 해 주셨고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