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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와 사람들] 연예인의 사랑
2002.05.02 (목) 11:14

당신이 사랑에 빠졌다고 치자.그런데 누군가 당신과 애인의 데이트를 날마다 미행하고,당신의 애인에 대한 나쁜 소문을 들려주고,당신의 동료일 뿐인사람을 또 다른 애인이라 우기고,심지어 애인을 빌미삼아 당신의 일자리를빼앗으려 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행동하겠는가.

사랑은 국경도 넘는다지만 연예인들의 사랑이 넘어야 하는 것은 국경이 아니라 소문과 오해다.예쁘고 잘생긴 스타들이 사랑에 빠진 듯하다는 얘기가넘쳐나는 요즘 한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일반인들은 모르는,연예인의 사랑이 치러야 할 고통에 대해 말이다.

그들은 단지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데이트하면서 뽀뽀는 했나요’ 따위를 꼬치꼬치 물어보는 취재진에게 시달리는 일부터 이혼한 사실도 괴로운데 ‘이혼발표 기자회견’을 해야 하는 등 어렵고 힘든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일반인인 나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이다.내가 아는 어느 연예인 커플은헤어지기로 결정한 이 세상의 다른 모든 연인들처럼 도저히 설명하기 힘든,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이유로 서로간의 간극을 확인한 뒤 결별했다.

이 보도가 나가자 수많은 악성 억측이 두 사람을 괴롭혔다.요컨대 흔해 빠진 이유 중 하나인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 이 연인은,그러나 근본적으로 절대 평범할 수 없는 사랑을 끝낸 것이 분명했다.가장 큰 이유는 바로 그들의 사랑이 평생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는 공개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저 만나 사랑하고 헤어졌을 뿐인 평범한 애정의 기승전결도 ‘연예뉴스’라는 옷을 입는 순간 ‘파경’이나 ‘결별’ 같은 칙칙한 단어로 설명되기 일쑤다.

물론 동화처럼 만나 사랑을 꽃피우고 결혼한 뒤에는 간드러진 신혼일기나화려한 신혼집 공개로 아침토크쇼를 보는 주부들을 질투의 화신으로 만들어놓는 커플도 많다.

하지만 톰 크루즈나 니콜 키드먼 부부처럼 서로의 상품가치를 유지하려고얼마나 긴 시간 동안 고통스럽게 거짓애정을 ‘연기’해야 했는지 우리는 짐작조차 할 수 없다.

한때 최정상의 스타였다가 이제는 사랑에 빠진 행복한 여인이 된 듯한 황수정씨가 최근 어느 방송국의 카메라를 향해 ‘이제 나는 연예인이 아니다’고 외친 일은 내게 일종의 독립선언으로 들린다.

김일중 방송작가 yellowtv@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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