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살았네요....

조회 수 3007 2002.08.29 16:56:27
봄비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

     그는 홀로 일곱 살 난 아들을 키우는 아버지입니다.
아이가 친구들과 놀다가 다쳐서 들어오기라도  하는 날이면 죽은 아내의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
가슴에서 바람소리가 난다는 사람,

그가 아이를 두고 출장을 가야 했던 날의 일입니다.

그는 기차시간에 늦어 아이의 아침밥도 챙겨 먹이지 못하고 허둥지둥 집을  나섰습니다.
밥은 먹었을까,
울고 있진 않을까,
차를 타고 내려가는 길에도 영 마음이 놓이질 않았습니다.
그는 출장지에서도 자주 전화를 걸었고 아들은 그때마다 걱정 말라며 제법 철든 소리를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불안해서일을 보는둥 마는둥 서둘러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이는 곤히 자고 있었습니다.

그순간 안도감과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와 맥이 탁 풀린
그는 잠자리에 누우려다 말고 깜짝 놀랐습니다.

침대위에 퉁퉁 불어터진 컵라면이 엎질러져 있었던 것입니다.

" 아니, 이 녀석이!"

그는 화가나서 아들의 방으로 걸어 들어가 다짜고짜 잠든 아들의 엉덩이를
철썩 철썩 때렸습니다..

"너 왜 아빠를 속상하게 하니, 이불은 누가 빨라고 이런 장난을 치냔 말야!"

아내가 떠난 후 아이한테 매를 댄건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바로 그때 아이가 울먹이며 말했습니다.
"장난친 거 아냐.       이건 아빠 저녁이란 말이에요."

아빠가 퇴근할 시간에 맞춰 컵라면 두 개를 끊인 뒤 하나는 먹고,
아빠 몫은 식을까 봐 이불 밑에 넣어 두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할말을 잃고 아이를  끌어안았습니다.

반쯤 남아 퉁퉁 불어터진 라면.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이었습니다.........

              
          꼬랑쥐: 남편의 또는 아내의 자리가 새삼 크게 느껴지는 글 이라서  올려 봅니다.
                    한 해가오면 당연이 찾아오는  남편의 생일인데 왜 그토록 하기가 싫었는지
                   생일의 촛불을 함께 끌 수 있다는  현실의 행복을 잠시 잊고 살았네요..........

댓글 '4'

세실

2002.08.29 20:58:49

빈자리는 저렇게 큰데...우린 우리가 가진 것들 당연하게 여기며 감사하는 마음을 잊고살죠. 봄비님 부군되시는 분의 생일 축하해요. 행복한 날 되시길^^

온유

2002.08.29 21:33:38

라면 한줄에 느껴지는 부자지간의 따뜻한 사랑...평범한 일상의 모든것들에 행복이라는것이 배여 있음을 생각하게 해 줍니다 봄비님 행복한 저녁 되세요

이정옥

2002.08.29 21:42:11

정말 그들에겐 세상에 제일 맛있는 라면이 였겠네요 ,,,우리는 얼마나 소중한 사람들을 잊고 사는지 ,,,함께 촛불을 얼마나 더 끌지 ㅠㅠ행복은 저렇게 가까운 곳에 있는데 ㅎㅎ남편님 생일 이였군요 ,축하드려요 ,,행복하시구요~~~

캔디

2002.08.31 03:09:21

이노래 정말 좋아하는 노래인데, 정말 오랫만에 듣게 되네요. 거기다, 아름다운 이야기와 함께 듣게 되니, 더 좋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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