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 말을 거는 꽃처럼...

조회 수 2969 2002.05.22 21:46:21
토미
  추천사

  작은 풀밭에 앉아 풀밭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아주 작은 꽃들이 피어납니다. 자운영 꽃, 토끼풀 꽃, 양지꽃, 봄맞이 꽃, 내가 좋아하는 꽃다지 꽃. 이렇게 작은 꽃들을 보고 있으면 때로 나는 이해인 수녀님이 생각납니다. 수녀님은 늘 저에게 이렇게 눈이 시리도록 작은 꽃들로 엽서를 만들어 보내주십니다. 수녀님은 이렇듯, 크고 거대하고 화려한 것들보다 작고 안쓰러운 것들을 사랑하십니다. 수녀님께서 저희들을 위해 하시는 기도는 그래서 저 작은 풀꽃들처럼 영롱하고 향기롭습니다.

  이 책은 수녀님의 따사로운 손길 같은 책입니다. 사랑에 상처받고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 수녀님의 글은 사랑을 이기고 더 큰사랑을 얻는 힘이 될 것이며,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수녀님의 글은 집 같은 평안을 얻게 할 것입니다. 실패와 좌절 속을 헤매는 사람들에게 수녀님의 글은 아픔을 이겨내는 기도와 용기가 될 것입니다. 지금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지금 행복한 사람들에게는 수녀님의 글들은 허물어지지 않을 생활의 바탕이 될 것입니다.

  --- 김용택(시인)

  이해인 수녀님의 산문집散文集 '향기로 말을 거는 꽃처럼'에 실려있는 김용택님의 <추천사>입니다.
  수녀님의 글에 대한 느낌이 잘 함축되어 있는 글이라 생각되어서 옮겨 적어보았습니다.

  수녀님의 산문散文중에서 눈에 띄는 구절을 적어보자면...

  넓게 더 아름답게

  -아주 사소한 일이지만 남을 배려하지 않고 먼저 자기 실속만 차리려는 경향에 빠져드는 자신을 볼 때 어른 '넓게 더 아름답게!'하고 속으로 외칩니다.

  -늘 함께 지내는 이의 행동이 못마땅하고 그를 향한 이해의 폭이 자꾸만 좁아지려 할 때, '넓게 더 아름답게!'하고 마음을 다독입니다.

  -세계에서 일어나는 큰 일들에 무관심하고 냉담한 반응을 보이며 오로지 자신의 일에만 골몰해 있을 때, '넓게 더 아름답게!'를 조용히 외칩니다.

  -남의 호의를 무시하고 의심하는 옹졸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때, '넓게 더 아름답게!'를 외웁니다.

  -다른 종교,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을 만나 자칫하면 빠지기 쉬운 편견과 선입견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넓게 더 아름답게!'를 반복합니다.

  -남의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못하고 용서가 안 돼 속을 끓일 때도, '넓게 더 아름답게!'를 읊조립니다.

  -모든 일에 '넓게 더 아름답게!'를 기도처럼 끊임없이 외우고 실천하면서 봄 여름 가을 겨울 삶의 길을 우리 함께 걸어야겠지요?

  어느 새 봄이 오는 바닷가에서 나는 오늘 이렇게 고백해 봅니다.
  '큰 하늘을 담은 바다처럼 내 마음도 한없이 넓어지고 싶습니다. 늘 부서질 준비가 되어 있는 파도처럼 내 마음도 더 낮아지고 깨지고 싶습니다. 그래야 넓고 아름다운 사람이 될 수 있음을 온몸으로 가르치는 바다여 파도여 사랑이여...'

  수녀님의 얼굴처럼 맑고 따스한 느낌을 전해주는 구절이라 생각되어서... 옮겨 보았습니다.

  이해인 수녀님의 글中에서 요즘 들어 더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이 있습니다.

     쓰면 쓸수록 정드는 오래된 말
     닦을수록 빛을 내며 자라는
     고운 우리말

     "사랑합니다"라는 말은
     억지부리지 않아도
     하늘에 절로 피는 노을 빛
     나를 내어 주려고
     내가 타오르는 빛

     "고맙습니다"라는 말은
     언제나 부담 없는
     푸르른 소나무 빛
     나를 키우려고
     내가 싱그러워지는 빛

     "용서하세요"라는 말은
     부끄러워 스러지는
     겸허한 반딧불 빛
     나를 비우려고 내가 작아지는 빛

  수녀님의 <말의 빛>中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동생이 아파서 아침에 차로 데려다주지 못하는 탓에 아침에 지하철로 사무실로 나가면서... 또 낮에 일본어 수업 때문에 잠깐 사무실을 나와 길을 걸으면서... 그리고 동생이 있는 병원으로 가는 저녁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내뱉는 말에 새삼 많이 놀랍니다.
  모르고 무심코 들을 때는 아무 뜻도 없는 것같이 들리던 말들이 어느 순간부터 귀에 거슬리기 시작하는 겁니다.
  왜 저들은 고운 말, 부드러운 말, 겸허한 말, 긍정적인 말, 따뜻한 말, 예쁜 말이 있는데 저런 말을 하는 걸까...
  그러면서 저도 제 주위에 있는 이들에게 저렇게 말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반성을 하게 합니다.
  남에게 마음에 상처 주는 말, 위축되는 말을 사용하지 말고, 격려가 되는 말, 감동이 되는 말을 써야만 하겠구나... 하는 반성을 하게 합니다.
  우리 <스타지우>에 오시는 분들은 되도록, 아니 꼭 곱고, 예쁘고, 아름답고, 부드럽고, 순하고, 따뜻한 말을 사용했으면 합니다.

  아침에 KBS 2FM에서 방송되는 홍소연의 '상쾌한 아침'에 사연으로 나왔던 글인데, 글을 적다가 생각이 나서 적어봅니다.
  따뜻하고 편안한 밤 되세요.

     저희 10월 19일 토요일에 결혼합니다.

     조실부모하고
     너무 이쁘고 성실하게 외할머니 아래서 자란 제 애인은
     저하고 동갑이고, 제가 일하는 사무실 바로 앞 카센타 직원입니다.

     업무용 차를 수리하러 갔다가
     그의 환한 웃음에 한눈에 반했습니다

                  .

     요즘 날이 더워지면서 일하기가 더 힘들어지죠?

     당신이 한 달 동안 정말 수고스럽게 일하고 받은 월급...
     내 손에 건네 주었을 때 미안한 마음이 컸어요.
     날이 더워지면서 차에서 나오는 뜨거운 열기..
     당신 이마에서 흐르는 땀방울...

     난
     당신이 너무 자랑스러워요.
     검은 먼지 뒤집어쓰고, 힘겹게 일하는 당신 모습..
     그 앞에 지나가면서 작업복 입고 공구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모습 보면서 안쓰럽기보다는
     자랑스럽고, 그런 당신이 옆에 있어 든든합니다.

     며칠 전
     "운전 조심해요..당신은 내 전부니까"라고
     핸드폰에 전송된 메세지...
     고속도로 주행하면서... 울었습니다.
     순간 놀래서 와이퍼를 움직인 거... 나중에야 알았지요.
     눈물이... 비라고 착각을 했거든요.

     나...
     당신한테 잘 할게요.
     얼굴조차 기억이 없는 아버님 대신..
     초등학생인 당신을 두고 하늘로 가신 어머님 대신...
     좋은 아내가 되도록 많이 노력할게요.

     당신이 방송을 듣는 새벽..
     난 당신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사랑해요.


댓글 '6'

현주

2002.05.22 22:16:22

요즘들어 여기저기서 남에게 상처주는 말을 쉽게 던지는 사람들이 종종보이네요..... 그들의 말로 저또한 상처받길 여러번....... 반대로 제 말로 상처받으신분이 없는지 반성하는 계기가 되더군요.. 배려와 이해라는 말이 참으로 그리운 요즘이랍니다... 토미님글 참 많이 그리웠어요 언제나 조금은 들뜨던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생각하게 만드는 글...늘 감사드려요.....^^

아린

2002.05.22 22:54:33

토미님의 글을 읽으면 평화로와짐을 느낍니다...언제나 감사드려요

변은희

2002.05.23 03:24:13

어렸을 때 저의 막연한 꿈이 수녀님이었습니다.그냥 좋아했었습니다...... 어른이 되어 있는 지금의 꿈은...... 많이 행복하고 작은 일에 만족하며 좋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입니다.그런데 아직 좋은 일은 못하면서 삽니다.제 자신에게 많이 미안하면서 행복합니다....... 저는 지금 무교입니다.꼭 하나를 선택하여야 한다면 불교를 택할 겁니다.어른이 된 지금은 부처님이 막연히 좋기 때문입니다....... 제가 토미님을 신뢰하는 이유는... 토미님의 다양성입니다.예전에 좋아했던 간호사언니가 교인이면서도 절에 가면 부처님께 꼭 절을 했습니다.그 모습이 정말로 아름다웠습니다.그 언니는 모든 것을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분이었습니다.참으로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언니였습니다.그 언니가 시집을 가면서 헤어졌지만

변은희

2002.05.23 03:43:02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언니의 너그러운 미소는 저를 웃게 합니다........토미님 덕분에 아름다운 추억을 하며 마음이 행복합니다........ 저는 솔직히 마음이 자유로운 사람이 좋습니다.그리고 이해의 폭이 넓고 많은 것을 인정해 주는 사람이 또한 좋습니다...... 토미님으로 인하여 사는 게 더 의미있습니다.늘 고맙습니다........ 저번에 메모를 달고 싶었는데.... 저는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에 나오는... 그런 삶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토미님의 인생관이 갑자기 궁금해지는 새벽입니다..... 통하는 부분만 나오면 저도 모르는 정열이 쏟아지는지라 글이 길었습니다..... 행복하십시오.

하얀사랑

2002.05.23 08:54:23

토미님..너무 좋아요..이렇게 다시 토미님 글 볼 수 있어서,,,요즘 님께서 올려주시는 글들 다 제 마음을 울리는 것 같아요,,정말로,,,이렇게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글들 올려주시는 토미님 정말 좋은 분이세요^^샬롬~

세실

2002.05.23 09:18:38

토미님은 참 놀라운 분~~!! 기억력마저 대단하시네요. 난 듣는 순간 좋았다하더라고 곧 잊고마는데...토미님과 요즘 생활리듬이 다른지 실시간 만남이 안되어서 안타깝네요. 참, 오늘 글 펼치다가 순간적으로 놀랐어요. 토미님 결혼하시는줄알고 ㅎㅎㅎ 매일매일 더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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