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내가 아닌 우리...

조회 수 3018 2002.06.06 18:50:50
토미
     물고기들은 잠을 잘 때 눈을 감지 않는다.
     죽을 때도 눈을 뜨고 죽는다.
     그래서 산사(山寺) 풍경의 추는
     물고기 모양으로 되어 있다던가.
     늘 깨어 있으라고.

  이정하의 <물고기는 잠잘 때도 눈을 뜬다>中에 있는 구절입니다.
  물고기의 눈을 "늘 깨어 있으라"는 메세지를 읽어내는 시인의 눈이 참 놀랍습니다. 육체의 눈, 곧 얼굴의 두 눈은 늘 깨어 있을 수 없습니다. 휴식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영혼의 눈, 곧 마음의 눈은 늘 깨어 있을 수 있습니다. 마음의 눈으로 보면 절망 속에서도 희망이, 미움에서 사랑이, 죽음 가운데서도 생명이 보입니다.

  변화경영전문가인 구본형 님의 글 중에서 아주 괜찮은 구절을 발견하였습니다.

     우리에게 인생은 늘 하루 그리고 또 하루로 다가온다
     말하자면 우리는 아주 많은 인생을 가지고 있다.
     일년에는 365개의 인생이 있다.
     어제의 나는 죽었다.
     그리고 오늘 새로운 내가 생겨난다.
     하루는 하고싶은 일에 쓰기도 짧은 시간이다. 즐겁게 웃고 떠들다
     가기에도 짧고 아쉬운 시간이다. 오늘 왜 어리석은 분노와 민망한
     싸움과 약간의 돈에 매이겠는가?
     오늘은 오늘로 이미 아름다운 것이다.

  구본형 님이 그 자체로서 이미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한 오늘은 몇 번째인지는 모르겠지만... 현충일입니다.
  어쩌면 단지 저에게 하루 쉬는 날이라는 의미로 가까이 다가오는 현충일... 박두진朴斗鎭 시인의 '묘지송墓地頌'이라는 시가 생각이 납니다.

     北邙 이래도 금잔디 기름진데 동그만
     무덤들 외롭지 않으이.

     무덤 속 어둠에 하이얀 촉루가 빛나리
     향기로운 주검의 내도 풍기리.

     살아서 섧던 주검 죽었으매 이내 안스럽고, 언제 무덤 속
     화안히 비춰 줄 그런 太陽만이 그리우리.

     금잔디 사이 할미꽃도 피었고 삐이 삐이 배, 뱃종! 뱃종!
     멧새들도 우는데 봄볕 포곤한 무덤에 주검들이 누웠네.

  월드컵이 열리는 이 땅을 위하여 이름 없이 죽어간 이들이 외롭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들이 주님의 나라에서 편안히 쉬었으면 합니다.

  경기장에 가지 못하고 TV로 월드컵을 보면서 응원을 하는 저들의 열정을 화면으로나마 자주 접하게 됩니다.
  그들의 피부색깔이 어떻건, 그들의 마음이 어떻건... 그들에게서 사심이 없는 '우리'를 느끼게 됩니다.

     물론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또한 나를 사랑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우리'를 사랑합니다.

     '당신과 나'인 '우리'를 사랑하고
     우리 사이를 사랑하고
     서로가 서로에 의해 풍요로워짐을 사랑합니다.

     당신이 있음으로 해서 더 총명해지는 나,
     내가 있음으로 해서 더 용감해지는 당신,
     아름답고 총명하고 재미있는,
     서로에게 반한 우리 두 사람.

     우리는 서로 부모가 되어주고
     아이도 되어줍니다.
     또 파트너이자 동료, 친구이자 상담자,
     그리고 애인이자 동반자인 우리 사이,
     진지한 당신과 활달한 나,
     당신으로 인해 나는 더 많이 생각하고
     나로 인해 당신은 더 많이 웃습니다.

     물론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또한 나를 사랑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우리'를 사랑합니다.

  해롤드 H.블룸필드의 <사랑을 지속시키는 72가지 방법>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둥글둥글하게 살았다기보다는 모나게 살았다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인 제 모습... 이번 월드컵을 보면서 많이 반성하게 됩니다.
  앞으로는 더불어 살아야겠구나... '너와 내가 아닌 우리'로 살아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날이 무덥습니다.
  봄이 다 지나간 거 같습니다.
  이 무더운 날씨 속에서 우리가 모두 행복했으면 합니다.
  그럼... 편안한 저녁 되세요.

     겨울의 나무 가지에는
     잎사귀가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아있지요

     죽은 나무와 같았으나
     봄이 오고 따뜻한 바람이
     남쪽에서 불어오면

     죽어 있던 것과 같은 가지에서
     작은 싹이 나오게 되고

     여름이 되면 잎사귀가 무성하여
     많은 산소를 내고
     뜨거운 햇빛을 가려주고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는
     나무와 같이 언제나 푸르름을 잃지 않는
     나무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댓글 '3'

그린

2002.06.06 19:26:31

안녕하세요. 토미님.. 늘 좋은글 잘 보고 있습니다. 저번에 소개해주신 책중에 <책그림책>을 얼마전 구입해서 보고 있어요. 너무 읽어보고 싶게 소개를 잘 해주셔서..^^ 가끔 그림들을 보면서 상상속으로 빠진답니다. 감사합니다. 편안한 시간 되세요..^^

동이

2002.06.06 19:45:55

글을 읽다보니 요즈음 광화문을 자주 가게 되네요. 월드컵 응원가랴. 회사일로 시청가랴. 오늘은 엄마랑 놀아주랴 그 근처를 다시 찾게 됐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광화문에서 응원했던 그 열기가 아직까지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현경이

2002.06.06 20:21:24

너와 내가 아닌 우리..참 좋은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좋은 저녁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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